“‘엘리베이터에 대소변 노숙인 신고’ 게시글…인격권 침해”

입력 2022.05.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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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러 가다, 역사에서 부착한 이런 게시글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엘리베이터 내외부에서 대소변을 금지한다"는 경고 밑에, "엘리베이터 내외부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란다"고 적혀있습니다.

언뜻 보면, 흔한 경고문으로 보이는 게시글. 이 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숙인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오늘(2일) 밝혔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 "노숙인 혐오 조장"…"혐오 조장이라 생각 못해"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 행동'은 지난 1월 해당 게시글을 부착한 A 역장과, 대합실 TV 밑에 '노숙인의 고의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이라는 게시물을 부착한 B 역장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글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사람들은 노숙인들이구나' '노숙인들은 TV를 고의 파손하는 사람들이구나'란 고정관념을 심는단 겁니다. 비(非) 노숙인이 노상방뇨를 하거나 TV를 깼으면 없었을 말이, 노숙인이란 이유로 특정돼 덧붙여져, 집단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장했단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A 역장은 특정 노숙인 2~3인의 상습방뇨가 있었으며 관련 민원이 여러 건 접수돼 게시물을 부착한 것이라고 했고, B 역장은 노숙인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두 역장 모두, 현재는 해당 게시물을 제거했다고 인권위에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인권위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심화"

인권위는 홈리스 단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권위는 "노상 배설행위나 시설물 파손을 금한다는 내용으로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임에도, 게시물에 그 대상을 ‘노숙인’이라고 특정함으로써 노숙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A 역장 사례의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사람 발견 시' 혹은 '엘리베이터 내에서의 대소변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굳이 '노숙인' 을 특정해 노숙인 집단의 인격권을 훼손했단 판단입니다.

이어 "많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역사 안에 게시물을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는 행위"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게시물이 현재 철거됐지만,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돼 노숙인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인권위는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부착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역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각 공사와 소속기관에 이번 사례를 전파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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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베이터에 대소변 노숙인 신고’ 게시글…인격권 침해”
    • 입력 2022-05-02 12:02:41
    취재K

지하철을 타러 가다, 역사에서 부착한 이런 게시글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엘리베이터 내외부에서 대소변을 금지한다"는 경고 밑에, "엘리베이터 내외부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란다"고 적혀있습니다.

언뜻 보면, 흔한 경고문으로 보이는 게시글. 이 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숙인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오늘(2일) 밝혔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 "노숙인 혐오 조장"…"혐오 조장이라 생각 못해"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 행동'은 지난 1월 해당 게시글을 부착한 A 역장과, 대합실 TV 밑에 '노숙인의 고의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이라는 게시물을 부착한 B 역장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글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사람들은 노숙인들이구나' '노숙인들은 TV를 고의 파손하는 사람들이구나'란 고정관념을 심는단 겁니다. 비(非) 노숙인이 노상방뇨를 하거나 TV를 깼으면 없었을 말이, 노숙인이란 이유로 특정돼 덧붙여져, 집단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장했단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A 역장은 특정 노숙인 2~3인의 상습방뇨가 있었으며 관련 민원이 여러 건 접수돼 게시물을 부착한 것이라고 했고, B 역장은 노숙인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두 역장 모두, 현재는 해당 게시물을 제거했다고 인권위에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인권위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심화"

인권위는 홈리스 단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권위는 "노상 배설행위나 시설물 파손을 금한다는 내용으로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임에도, 게시물에 그 대상을 ‘노숙인’이라고 특정함으로써 노숙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A 역장 사례의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사람 발견 시' 혹은 '엘리베이터 내에서의 대소변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굳이 '노숙인' 을 특정해 노숙인 집단의 인격권을 훼손했단 판단입니다.

이어 "많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역사 안에 게시물을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는 행위"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게시물이 현재 철거됐지만,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돼 노숙인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인권위는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부착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역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각 공사와 소속기관에 이번 사례를 전파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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