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가스라이팅’, 4건의 범행…이은해·조현수 기소

입력 2022.05.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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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끝났습니다. 수사 결론을 한마디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8년의 가스라이팅, 그리고 4건의 범행.

검찰은 두 사람에게 살인과 살인미수, 보험사기 미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검찰이 밝힌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 이은해는 남편을 8년간 '심리적 지배'했다

검찰은 이 씨가 피해자인 남편 윤 모 씨를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가했다고 봤습니다.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게 만든 뒤 착취해왔다는 겁니다.

이 씨와 남편은 2011년에 교제를 시작했고, 남편이 2019년 6월 사망하기 전까지 심리적 지배는 계속됐습니다.

이 씨는 윤 씨의 일상을 철저히 통제했고, 가족과 친구들로부터도 떨어뜨려 놓아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스라이팅의 마지막 5달 동안 살인 시도가 집중됐습니다.

■ 살인미수, 살인미수, 살인 그리고 보험사기 시도


첫 번째 살인 시도는 2019년 2월, 범행 도구는 '복어 독'이었습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강원도 양양군 펜션에서 윤 씨에게 복어 정소와 피를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습니다. 독의 양이 부족해 미수에 그쳤습니다.

독이 통하지 않자, 이들은 방법을 바꿔 '물'을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범행이 미수에 그치고 약 3달 뒤인 2019년 5월. 윤 씨가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른다는 점을 노리기로 합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어두컴컴한 새벽 시간에 경기도 용인시 낚시터에서 윤 씨를 물에 빠뜨렸습니다. 이번엔 지인이 윤 씨를 발견해 윤 씨가 물 밖으로 나오면서 미수에 그쳤습니다.

세 번째 범행은 윤 씨의 생명보험이 만료되기 하루 전에 일어났습니다.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 용소계곡에서입니다.

이 씨와 조 씨는 윤 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했고, 윤 씨는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윤 씨의 죽음 4시간 후 보험도 만료됐습니다.

두 사람의 목적이 남편 앞으로 된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타내려던 것이었다면, 그 목적을 시한 만료 전에 극적으로 달성했던 셈입니다.

실제로 이들은 남편이 사망하고 4개월 뒤 보험회사에 보험금 8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보험사기 미수에 그쳤습니다.

■ 천장에 숨겨놨던 휴대전화와 노트북…기자회견문까지 준비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 불구속 상태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잠적했습니다. 지난달 16일 고양시 오피스텔에서 검거되기까지 4개월을 도피했는데, 검찰은 도피 조력자 4명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4명 중 구속된 2명은 이 씨와 조 씨에게 오피스텔을 빌려 숨겨줬고, 오피스텔 임차에 드는 돈도 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은신처에서 이 씨와 조 씨를 검거하고 일주일 뒤인 지난달 23일, 검찰은 오피스텔을 다시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때 안방 천장 안에서는 숨겨 둔 휴대전화 5대와 노트북 1대, USB 1개가 나왔습니다.

이들은 이 사건을 담당하는 주임검사가 인사이동을 할 때까지 도피계획을 세울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수사 검사를 비난하는 기자회견문까지 작성해놨다는 점입니다. 수사망이 좁혀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 지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던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남편 앞으로 입양된 이은해 딸은 입양무효 절차 밟기로

윤 씨 사망 이후 약 3년간 누구보다 고통스러웠을 사람들은 바로 유가족입니다.

유가족들은 윤 씨의 양자로 입양된 이은해의 딸에 대해 가족관계등록 사항을 정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인천가정법원에 입양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필요한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아울러 이 씨의 옛 남자친구가 2014년 태국 파타야에서 스노클링을 하다 사망한 사건도 계획된 살인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지만, 이번 공소 사실에선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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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가스라이팅’, 4건의 범행…이은해·조현수 기소
    • 입력 2022-05-04 15:56:51
    취재K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끝났습니다. 수사 결론을 한마디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8년의 가스라이팅, 그리고 4건의 범행.

검찰은 두 사람에게 살인과 살인미수, 보험사기 미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검찰이 밝힌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 이은해는 남편을 8년간 '심리적 지배'했다

검찰은 이 씨가 피해자인 남편 윤 모 씨를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가했다고 봤습니다.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게 만든 뒤 착취해왔다는 겁니다.

이 씨와 남편은 2011년에 교제를 시작했고, 남편이 2019년 6월 사망하기 전까지 심리적 지배는 계속됐습니다.

이 씨는 윤 씨의 일상을 철저히 통제했고, 가족과 친구들로부터도 떨어뜨려 놓아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스라이팅의 마지막 5달 동안 살인 시도가 집중됐습니다.

■ 살인미수, 살인미수, 살인 그리고 보험사기 시도


첫 번째 살인 시도는 2019년 2월, 범행 도구는 '복어 독'이었습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강원도 양양군 펜션에서 윤 씨에게 복어 정소와 피를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습니다. 독의 양이 부족해 미수에 그쳤습니다.

독이 통하지 않자, 이들은 방법을 바꿔 '물'을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범행이 미수에 그치고 약 3달 뒤인 2019년 5월. 윤 씨가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른다는 점을 노리기로 합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어두컴컴한 새벽 시간에 경기도 용인시 낚시터에서 윤 씨를 물에 빠뜨렸습니다. 이번엔 지인이 윤 씨를 발견해 윤 씨가 물 밖으로 나오면서 미수에 그쳤습니다.

세 번째 범행은 윤 씨의 생명보험이 만료되기 하루 전에 일어났습니다.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 용소계곡에서입니다.

이 씨와 조 씨는 윤 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했고, 윤 씨는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윤 씨의 죽음 4시간 후 보험도 만료됐습니다.

두 사람의 목적이 남편 앞으로 된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타내려던 것이었다면, 그 목적을 시한 만료 전에 극적으로 달성했던 셈입니다.

실제로 이들은 남편이 사망하고 4개월 뒤 보험회사에 보험금 8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보험사기 미수에 그쳤습니다.

■ 천장에 숨겨놨던 휴대전화와 노트북…기자회견문까지 준비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 불구속 상태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잠적했습니다. 지난달 16일 고양시 오피스텔에서 검거되기까지 4개월을 도피했는데, 검찰은 도피 조력자 4명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4명 중 구속된 2명은 이 씨와 조 씨에게 오피스텔을 빌려 숨겨줬고, 오피스텔 임차에 드는 돈도 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은신처에서 이 씨와 조 씨를 검거하고 일주일 뒤인 지난달 23일, 검찰은 오피스텔을 다시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때 안방 천장 안에서는 숨겨 둔 휴대전화 5대와 노트북 1대, USB 1개가 나왔습니다.

이들은 이 사건을 담당하는 주임검사가 인사이동을 할 때까지 도피계획을 세울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수사 검사를 비난하는 기자회견문까지 작성해놨다는 점입니다. 수사망이 좁혀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 지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던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남편 앞으로 입양된 이은해 딸은 입양무효 절차 밟기로

윤 씨 사망 이후 약 3년간 누구보다 고통스러웠을 사람들은 바로 유가족입니다.

유가족들은 윤 씨의 양자로 입양된 이은해의 딸에 대해 가족관계등록 사항을 정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인천가정법원에 입양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필요한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아울러 이 씨의 옛 남자친구가 2014년 태국 파타야에서 스노클링을 하다 사망한 사건도 계획된 살인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지만, 이번 공소 사실에선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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