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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더 줄게” 부동산 사칭 보이스피싱 피해 속출 ‘주의’
입력 2022.05.05 (08:04) 취재K
부동산 관계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시청자 제공부동산 관계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시청자 제공

최근 제주에서 폐업을 위해 점포를 내놓은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권리금을 수천만 원 더 받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수백만 원씩 뜯어간 보이스피싱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상가 양도·양수 과정에 ‘권리금 시세 감정평가서’나 ‘ 권리금 시설 확인서’와 같은 문서가 필요하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입금을 요구한 뒤, 돈을 받자마자 잠적하는 수법으로 사기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 “상가 권리금 감정평가해야 계약 가능” 입금 요구해

제주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4년 임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점포를 내놓았습니다.

부동산 생활정보신문 광고란에 상가 권리금과 연락처 등을 남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달 초, A씨에게 문자메시지 한 통이 왔습니다.

자신을 서귀포의 한 부동산업체 과장이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저희 부동산 손님께서 찾는 가게 평수, 금액대와 잘 맞는다”며 다음 날 양수 희망자와 함께 곧장 가게를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A씨는 “권리금 8천만 원에 가게를 내놓았다고 하니, 부동산 측에서 ‘너무 아깝다. 권리금을 9천700만 원까지 받아드리겠다’면서 ‘대신, 계약이 성사되면 성공 보수 잘 챙겨달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후한 권리금으로 가게를 흔쾌히 양수할 사람이 생겼다는 연락이 오자, A씨의 마음도 조급해졌습니다.

계약 희망자와 A씨의 가게에서 만나기로 한 날 오전, 부동산 관계자가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이제 계약하러 사모님을 모시고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가고 있다”고 하더니, 몇 가지 계약 사전 절차를 요구했습니다.

‘A씨 점포의 권리금이 얼마인지, 감정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문서의 존재에 A씨 측도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부동산 측은 “지난해 1월 1일 자로 법이 바뀌었다”면서 “서울에 있는 법원을 통해 이 같은 공증 절차를 우선 밟아야, 오늘 바로 계약이 성립된다”고 A씨를 재촉했습니다.

여기에 이 남성은 자신의 고객이 ‘유명 건설사 관계자의 내연녀’라면서, 구체적인 건설사 이름과 현재 진행 중인 공사 현장까지 거론하며 A씨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법이 바뀌며 정부가 세금을 많이 떼어가고 있으니, 한 번에 입금하지 말고 88만 원씩 나눠서 4명에게 따로 돈을 부쳐달라”고 유도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1회에 100만원 이상 금액을 송금·이체할 경우, 자동화기기(CD/ATM기 등)에서의 인출·이체를 30분간 늦추는 ‘지연인출제도’를 피하기 위한 수법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A씨가 사기 피해를 인지한 직후 보이스피싱범에게 보낸 문자메시지.A씨가 사기 피해를 인지한 직후 보이스피싱범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이렇게 A씨가 4명의 명의 계좌로 8번에 걸쳐 입금한 액수는 총 700여만 원.

A씨가 사기임을 알아차린 건, 이미 돈을 모두 부친 뒤였습니다.

A씨는 “부동산 측에서 ‘10분이면 도착하겠습니다, 다 왔어요’ 하길래 기다렸는데, 돈을 모두 부쳐줬더니 전화를 안 받는 거다. 전화기가 꺼진 걸 알고, 그길로 곧바로 파출소로 뛰어가 신고했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똑같은 목소리·사기 수법…제주 전역에서 피해자 속출

서귀포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또 다른 점주 B씨도 똑같은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주지역 한 부동산 과장을 사칭한 이 남성은 “부동산 생활정보신문을 보고 연락드린다. 그런데 권리금을 너무 싸게 내놓으셨다. 2천만 원 더 높여 받아주겠다”면서 B씨에게 적극적으로 계약 뜻을 전해왔습니다.

B씨 역시 ‘권리금 시세평가 확인서’ 발급 명목으로 수수료를 요구받고, 88만 원씩 두 차례에 걸쳐 176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해당 부동산업체를 사칭한 사기범이 양수 희망자와 함께 B씨의 가게를 방문하겠다던 날이었습니다.

부동산 관계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시청자 제공부동산 관계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시청자 제공

이 부동산 업체 사칭범은 B씨와의 통화에서 “권리금이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감정평가원을 통해서 가게 권리금 감정평가를 받으셔야 한다. 잘 모르시면 제가 감정평가원 몇 군데 알아봤는데, 소개해드리겠다”며, 마치 제3의 기관이 있는 것처럼 소개했습니다.

B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들어보지 못한 서류여서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사기꾼이 말한 감정평가원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실제 있는 곳이어서, 의심을 거두고 입금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 같은 유사 피해 사례가 최근 한 달 새 제주도 전역에서만 벌써 4곳 이상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에서 무료 배포되는 한 부동산 생활정보신문.제주에서 무료 배포되는 한 부동산 생활정보신문.
특히, ‘무가지’를 통해 공개된 정보를 악용하고, 특정 업체를 사칭하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문서 발급비를 요구하는 등 피해 사례가 닮은 것도 특징입니다.

사기 수법과 녹취된 목소리 등을 비춰볼 때, 동일 사기범의 소행으로도 보입니다.

제주에서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김성현 보이는복덕방 대표는 “권리금을 조금 더 받고자, 빨리 계약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악용한 것”이라며 “확인된 고객 피해만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500~700만 원대까지 이른다. 해당 점포의 권리금이 많을수록 사기꾼이 더 큰 금액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로 보고, 이 같은 사기 전화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특히 점포 권리금의 경우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 협의로 정해지는 것으로서, 법적 분쟁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계약 과정에선 특별한 문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제주지역 한 부동산 고객들에게 발송된 ‘사기 피해 예방’ 안내 메시지.제주지역 한 부동산 고객들에게 발송된 ‘사기 피해 예방’ 안내 메시지.

강병삼 변호사는 “사기꾼이 언급하는 ‘권리금 시세 평가 확인서, 권리금 시설 확인서’와 같은 문서를 본 적도 없고, 권리금을 주고받는 데 필수적인 서류로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권리금은 그저 현재 임차인과 새로운 임차인, 즉 사업의 양도인과 양수인의 관계 속에서 ‘가격이 적정한지’만 따지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법원에서 소송하는 절차가 아닌데도 특정 문서나 공증과 같은 것을 요구하는 건 사기 가능성이 아주 크므로, 의심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들에게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편 제주지역 3개 경찰서는 최근 이 같은 사기 피해 신고를 잇달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 “권리금 더 줄게” 부동산 사칭 보이스피싱 피해 속출 ‘주의’
    • 입력 2022-05-05 08:04:29
    취재K
부동산 관계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시청자 제공부동산 관계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시청자 제공

최근 제주에서 폐업을 위해 점포를 내놓은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권리금을 수천만 원 더 받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수백만 원씩 뜯어간 보이스피싱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상가 양도·양수 과정에 ‘권리금 시세 감정평가서’나 ‘ 권리금 시설 확인서’와 같은 문서가 필요하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입금을 요구한 뒤, 돈을 받자마자 잠적하는 수법으로 사기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 “상가 권리금 감정평가해야 계약 가능” 입금 요구해

제주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4년 임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점포를 내놓았습니다.

부동산 생활정보신문 광고란에 상가 권리금과 연락처 등을 남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달 초, A씨에게 문자메시지 한 통이 왔습니다.

자신을 서귀포의 한 부동산업체 과장이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저희 부동산 손님께서 찾는 가게 평수, 금액대와 잘 맞는다”며 다음 날 양수 희망자와 함께 곧장 가게를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A씨는 “권리금 8천만 원에 가게를 내놓았다고 하니, 부동산 측에서 ‘너무 아깝다. 권리금을 9천700만 원까지 받아드리겠다’면서 ‘대신, 계약이 성사되면 성공 보수 잘 챙겨달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후한 권리금으로 가게를 흔쾌히 양수할 사람이 생겼다는 연락이 오자, A씨의 마음도 조급해졌습니다.

계약 희망자와 A씨의 가게에서 만나기로 한 날 오전, 부동산 관계자가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이제 계약하러 사모님을 모시고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가고 있다”고 하더니, 몇 가지 계약 사전 절차를 요구했습니다.

‘A씨 점포의 권리금이 얼마인지, 감정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문서의 존재에 A씨 측도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부동산 측은 “지난해 1월 1일 자로 법이 바뀌었다”면서 “서울에 있는 법원을 통해 이 같은 공증 절차를 우선 밟아야, 오늘 바로 계약이 성립된다”고 A씨를 재촉했습니다.

여기에 이 남성은 자신의 고객이 ‘유명 건설사 관계자의 내연녀’라면서, 구체적인 건설사 이름과 현재 진행 중인 공사 현장까지 거론하며 A씨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법이 바뀌며 정부가 세금을 많이 떼어가고 있으니, 한 번에 입금하지 말고 88만 원씩 나눠서 4명에게 따로 돈을 부쳐달라”고 유도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1회에 100만원 이상 금액을 송금·이체할 경우, 자동화기기(CD/ATM기 등)에서의 인출·이체를 30분간 늦추는 ‘지연인출제도’를 피하기 위한 수법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A씨가 사기 피해를 인지한 직후 보이스피싱범에게 보낸 문자메시지.A씨가 사기 피해를 인지한 직후 보이스피싱범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이렇게 A씨가 4명의 명의 계좌로 8번에 걸쳐 입금한 액수는 총 700여만 원.

A씨가 사기임을 알아차린 건, 이미 돈을 모두 부친 뒤였습니다.

A씨는 “부동산 측에서 ‘10분이면 도착하겠습니다, 다 왔어요’ 하길래 기다렸는데, 돈을 모두 부쳐줬더니 전화를 안 받는 거다. 전화기가 꺼진 걸 알고, 그길로 곧바로 파출소로 뛰어가 신고했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똑같은 목소리·사기 수법…제주 전역에서 피해자 속출

서귀포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또 다른 점주 B씨도 똑같은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주지역 한 부동산 과장을 사칭한 이 남성은 “부동산 생활정보신문을 보고 연락드린다. 그런데 권리금을 너무 싸게 내놓으셨다. 2천만 원 더 높여 받아주겠다”면서 B씨에게 적극적으로 계약 뜻을 전해왔습니다.

B씨 역시 ‘권리금 시세평가 확인서’ 발급 명목으로 수수료를 요구받고, 88만 원씩 두 차례에 걸쳐 176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해당 부동산업체를 사칭한 사기범이 양수 희망자와 함께 B씨의 가게를 방문하겠다던 날이었습니다.

부동산 관계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시청자 제공부동산 관계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시청자 제공

이 부동산 업체 사칭범은 B씨와의 통화에서 “권리금이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감정평가원을 통해서 가게 권리금 감정평가를 받으셔야 한다. 잘 모르시면 제가 감정평가원 몇 군데 알아봤는데, 소개해드리겠다”며, 마치 제3의 기관이 있는 것처럼 소개했습니다.

B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들어보지 못한 서류여서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사기꾼이 말한 감정평가원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실제 있는 곳이어서, 의심을 거두고 입금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 같은 유사 피해 사례가 최근 한 달 새 제주도 전역에서만 벌써 4곳 이상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에서 무료 배포되는 한 부동산 생활정보신문.제주에서 무료 배포되는 한 부동산 생활정보신문.
특히, ‘무가지’를 통해 공개된 정보를 악용하고, 특정 업체를 사칭하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문서 발급비를 요구하는 등 피해 사례가 닮은 것도 특징입니다.

사기 수법과 녹취된 목소리 등을 비춰볼 때, 동일 사기범의 소행으로도 보입니다.

제주에서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김성현 보이는복덕방 대표는 “권리금을 조금 더 받고자, 빨리 계약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악용한 것”이라며 “확인된 고객 피해만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500~700만 원대까지 이른다. 해당 점포의 권리금이 많을수록 사기꾼이 더 큰 금액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로 보고, 이 같은 사기 전화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특히 점포 권리금의 경우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 협의로 정해지는 것으로서, 법적 분쟁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계약 과정에선 특별한 문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제주지역 한 부동산 고객들에게 발송된 ‘사기 피해 예방’ 안내 메시지.제주지역 한 부동산 고객들에게 발송된 ‘사기 피해 예방’ 안내 메시지.

강병삼 변호사는 “사기꾼이 언급하는 ‘권리금 시세 평가 확인서, 권리금 시설 확인서’와 같은 문서를 본 적도 없고, 권리금을 주고받는 데 필수적인 서류로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권리금은 그저 현재 임차인과 새로운 임차인, 즉 사업의 양도인과 양수인의 관계 속에서 ‘가격이 적정한지’만 따지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법원에서 소송하는 절차가 아닌데도 특정 문서나 공증과 같은 것을 요구하는 건 사기 가능성이 아주 크므로, 의심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들에게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편 제주지역 3개 경찰서는 최근 이 같은 사기 피해 신고를 잇달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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