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세상’ 속 어린이는 과연 안전한가요?

입력 2022.05.0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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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_ 어린이날 노래 中

일 년에 단 하루, 공식적인 '어린이 세상'이 되는 날. 바로 어린이날입니다.
1923년 '어린이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어린이날.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어린이들은 얼마나 존중받고 얼마나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있을까요?


■ "'잼민이' '초딩' '~린이' 싫어요…존중해주세요"

최근 '주린이(주식 초보자)' '요린이(요리 초보자)'와 같은 말을 자주 접하곤 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를 지칭할 때 '어린이'라는 단어에서 '~린이'를 따와 결합하는 건데요. 이런 단어에 대해 우리 어린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어린이 5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어린이를 비하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단어로 '잼민이'가 가장 많이 꼽혔습니다. 10명 가운데 7명이 '잼민이'가 어린이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느꼈는데요. 이어 '급식충'(65.8%, 중복응답)과 '초딩'(51.0%), '~린이'를 활용한 단어들이 꼽혔습니다.

또 이런 말을 쓰는 어른들에게는 '어린이를 존중해달라'는 말을 가장 해주고 싶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어린이도 똑같은 사람이다'(23.8%, 중복응답), '어른들도 한 때는 어린이였다'(23.0%)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 부·모 2명 중 1명 "아이 안전사고 경험 있다"…사고 1위 장소는 '집'

그렇다면 우리 어린이들은 얼마나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있을까요?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와 함께 자녀가 있는 성인 남·여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8%가 최근 1년 사이 '(자녀의) 안전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사고 발생 장소별로 보면 안전사고가 발생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곳, 바로 집이었습니다. 자녀가 안전사고를 경험한 응답자의 66.7%는 아이가 '집'에서 다쳤다고 답했는데요. 아이들이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때문에 아이가 커가며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비율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이 아닌 곳 중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33.7%)와 학교나 유치원 등의 교육기관(15.1%)에서 사고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이 이동하는 '길'에서 발생한 사고도 적지 않았습니다. '보도'나 '골목길', '차도' 등에서 자녀가 안전사고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 비율은 10명 중 1명꼴이었습니다.


■ 부·모 28% "자녀가 타인에게 맞은 적 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 사람에 의한 폭력입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자녀가 집 밖에서 타인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8.8%로 조사됐습니다.

때린 대상은 '또래 친구나, 자녀보다 나이가 많은 미성년자'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자녀가 타인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89.0%가 이같이 답했습니다. 이 밖에는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이 11.8%, 알고 지내던 이웃 어른(4.0%), 학원 선생님(3.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 부·모 10명 중 7명 "훈육을 위해 때리거나 험한 말"

자녀 훈육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 때리거나 험한 말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이 그런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훈육 방법으로는 '손찌검으로 팔이나 엉덩이 등을 때린 적 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회초리 등을 이용해 때린 적 있다'(30.5%, 중복응답)), '언어적으로 욕이나 험한 말을 한 적이 있다'(28.6%), '방이나 특정 공간에 혼자 있도록 한 적이 있다'(27.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 어떤 경우에 많이 혼났을까요. '울거나 소리 지르기 등 소란을 피웠을 때' 자녀를 훈육했다는 응답이 45.3%(중복응답)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거짓말을 해서'가 27.0%, '나쁜 말을 해서'(26.9%) 순으로 많았고, 물건을 던지거나, 숙제 등 하라고 한 일을 하지 않아서 훈육했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2년 전, 어린이가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제정됐습니다. 바로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어린이안전법'인데요. 이 법에는 "모든 어린이는 공동체의 기초로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성장할 권리를 가지며, 스스로 보호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어린이들이 활동하는 공간 가운데는 여전히 위험한 곳이 많습니다. 또, 어린이를 보호해야 하는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는 시선에는 존중이 아닌 비하와 무시가 섞여 있기도 합니다. 어린이날 100주년인 오늘을 기점으로 아이들이 사는 '어린이세상'이 조금 더 안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설문조사 개요]
대상 : 전국 12개월 이상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25세~49세 성인 남녀
기간 : 2022.4.27. ~ 4.29.
방법 : KBS 국민패널을 이용한 인터넷 설문 조사
응답률 : 5.31%
표본 크기 : 1,200명
표본오차 : 비확률 표본 추출로 오차범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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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세상’ 속 어린이는 과연 안전한가요?
    • 입력 2022-05-05 13:10:40
    취재K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_ 어린이날 노래 中

일 년에 단 하루, 공식적인 '어린이 세상'이 되는 날. 바로 어린이날입니다.
1923년 '어린이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어린이날.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어린이들은 얼마나 존중받고 얼마나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있을까요?


■ "'잼민이' '초딩' '~린이' 싫어요…존중해주세요"

최근 '주린이(주식 초보자)' '요린이(요리 초보자)'와 같은 말을 자주 접하곤 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를 지칭할 때 '어린이'라는 단어에서 '~린이'를 따와 결합하는 건데요. 이런 단어에 대해 우리 어린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어린이 5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어린이를 비하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단어로 '잼민이'가 가장 많이 꼽혔습니다. 10명 가운데 7명이 '잼민이'가 어린이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느꼈는데요. 이어 '급식충'(65.8%, 중복응답)과 '초딩'(51.0%), '~린이'를 활용한 단어들이 꼽혔습니다.

또 이런 말을 쓰는 어른들에게는 '어린이를 존중해달라'는 말을 가장 해주고 싶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어린이도 똑같은 사람이다'(23.8%, 중복응답), '어른들도 한 때는 어린이였다'(23.0%)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 부·모 2명 중 1명 "아이 안전사고 경험 있다"…사고 1위 장소는 '집'

그렇다면 우리 어린이들은 얼마나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있을까요?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와 함께 자녀가 있는 성인 남·여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8%가 최근 1년 사이 '(자녀의) 안전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사고 발생 장소별로 보면 안전사고가 발생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곳, 바로 집이었습니다. 자녀가 안전사고를 경험한 응답자의 66.7%는 아이가 '집'에서 다쳤다고 답했는데요. 아이들이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때문에 아이가 커가며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비율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이 아닌 곳 중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33.7%)와 학교나 유치원 등의 교육기관(15.1%)에서 사고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이 이동하는 '길'에서 발생한 사고도 적지 않았습니다. '보도'나 '골목길', '차도' 등에서 자녀가 안전사고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 비율은 10명 중 1명꼴이었습니다.


■ 부·모 28% "자녀가 타인에게 맞은 적 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 사람에 의한 폭력입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자녀가 집 밖에서 타인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8.8%로 조사됐습니다.

때린 대상은 '또래 친구나, 자녀보다 나이가 많은 미성년자'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자녀가 타인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89.0%가 이같이 답했습니다. 이 밖에는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이 11.8%, 알고 지내던 이웃 어른(4.0%), 학원 선생님(3.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 부·모 10명 중 7명 "훈육을 위해 때리거나 험한 말"

자녀 훈육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 때리거나 험한 말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이 그런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훈육 방법으로는 '손찌검으로 팔이나 엉덩이 등을 때린 적 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회초리 등을 이용해 때린 적 있다'(30.5%, 중복응답)), '언어적으로 욕이나 험한 말을 한 적이 있다'(28.6%), '방이나 특정 공간에 혼자 있도록 한 적이 있다'(27.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 어떤 경우에 많이 혼났을까요. '울거나 소리 지르기 등 소란을 피웠을 때' 자녀를 훈육했다는 응답이 45.3%(중복응답)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거짓말을 해서'가 27.0%, '나쁜 말을 해서'(26.9%) 순으로 많았고, 물건을 던지거나, 숙제 등 하라고 한 일을 하지 않아서 훈육했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2년 전, 어린이가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제정됐습니다. 바로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어린이안전법'인데요. 이 법에는 "모든 어린이는 공동체의 기초로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성장할 권리를 가지며, 스스로 보호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어린이들이 활동하는 공간 가운데는 여전히 위험한 곳이 많습니다. 또, 어린이를 보호해야 하는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는 시선에는 존중이 아닌 비하와 무시가 섞여 있기도 합니다. 어린이날 100주년인 오늘을 기점으로 아이들이 사는 '어린이세상'이 조금 더 안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설문조사 개요]
대상 : 전국 12개월 이상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25세~49세 성인 남녀
기간 : 2022.4.27. ~ 4.29.
방법 : KBS 국민패널을 이용한 인터넷 설문 조사
응답률 : 5.31%
표본 크기 : 1,200명
표본오차 : 비확률 표본 추출로 오차범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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