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vs 소방청, ‘산불 진화 지휘권’ 해묵은 갈등

입력 2022.05.06 (07:41) 수정 2022.05.06 (12: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올 봄 유례없이 건조한 날씨 탓에 대형 산불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시가 급한 산불 현장에서 산불 진화 지휘권을 두고 산림청과 소방청의 해묵은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자칫 진화 시기를 놓칠 경우 인명이나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주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초, 울진 산불은 순식간에 강원도 삼척까지 번졌습니다.

화마가 민가 근처까지 접근하자 소방청은 산림청에 진화헬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다른 산불 현장보다 위급하지 않다며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소방청 관계자/음성변조 : "불이 이미 넘어오면 방어가 안 되거든요. 넘어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해야 되는데, 헬기 지원을 안 해주니까."]

현재 2개 이상의 시도가 걸친 곳에서 대형 산불이 나면 통합 지휘권은 산림청이, 민가와 시설물 보호는 소방청이 각각 맡고 있습니다.

대형 산불 현장에서는 소방청이 산림청 지휘를 따라야 하는데, 특히 조기 진화의 열쇠를 쥔 헬기 배치를 두고 갈등이 자주 일어납니다.

[산림청 관계자/음성변조 : "(진화 헬기 배치에) 입장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헬기 이동 배치는 소방청에서 얘기할 수가 없어요. (산림청의) 중앙대책본부에서 상황 판단을 해서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요."]

때문에 두 기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산불 지휘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입니다.

소방청은 산불을 포함해 화재 진화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몸집과 권한을 키우고 싶어하고, 산림청은 산림청대로 산불 지휘권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해묵은 갈등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협력해야 될 기관끼리의 시너지 부분에 손실이 생기고... 효과적으로 진화를 해야 되는 현장 상황에서 효율성 그리고 일사분란한 지휘권에 한계가 생겨..."]

두 기관 간의 기 싸움으로 산불 현장에서 초동 대응이 늦어지거나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업무 분장과 협업체계 강화 대책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주현지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산림청 vs 소방청, ‘산불 진화 지휘권’ 해묵은 갈등
    • 입력 2022-05-06 07:41:22
    • 수정2022-05-06 12:54:24
    뉴스광장
[앵커]

올 봄 유례없이 건조한 날씨 탓에 대형 산불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시가 급한 산불 현장에서 산불 진화 지휘권을 두고 산림청과 소방청의 해묵은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자칫 진화 시기를 놓칠 경우 인명이나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주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초, 울진 산불은 순식간에 강원도 삼척까지 번졌습니다.

화마가 민가 근처까지 접근하자 소방청은 산림청에 진화헬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다른 산불 현장보다 위급하지 않다며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소방청 관계자/음성변조 : "불이 이미 넘어오면 방어가 안 되거든요. 넘어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해야 되는데, 헬기 지원을 안 해주니까."]

현재 2개 이상의 시도가 걸친 곳에서 대형 산불이 나면 통합 지휘권은 산림청이, 민가와 시설물 보호는 소방청이 각각 맡고 있습니다.

대형 산불 현장에서는 소방청이 산림청 지휘를 따라야 하는데, 특히 조기 진화의 열쇠를 쥔 헬기 배치를 두고 갈등이 자주 일어납니다.

[산림청 관계자/음성변조 : "(진화 헬기 배치에) 입장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헬기 이동 배치는 소방청에서 얘기할 수가 없어요. (산림청의) 중앙대책본부에서 상황 판단을 해서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요."]

때문에 두 기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산불 지휘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입니다.

소방청은 산불을 포함해 화재 진화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몸집과 권한을 키우고 싶어하고, 산림청은 산림청대로 산불 지휘권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해묵은 갈등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협력해야 될 기관끼리의 시너지 부분에 손실이 생기고... 효과적으로 진화를 해야 되는 현장 상황에서 효율성 그리고 일사분란한 지휘권에 한계가 생겨..."]

두 기관 간의 기 싸움으로 산불 현장에서 초동 대응이 늦어지거나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업무 분장과 협업체계 강화 대책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주현지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