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기색 다 지워” 시설물 덧칠하는 러시아

입력 2022.05.08 (08:01) 수정 2022.05.0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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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황금 밀밭을 상징하는 우크라이나 국기색, 파랑과 노랑.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기색이 들어간 자국 내 건물과 시설물들을 하나씩 개조하고 있습니다. 공항, 경기장, 벽화 등 파란색과 노란색이 쓰여 우크라이나 국기가 연상되는 곳이라면 이를 다른 색으로 덧칠하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 우크라 연상케 하는 '경기장 파란색 의자' 모두 뜯어내

현지 언론 모스크바 타임즈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러시아 당국이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군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파란색 의자들만 제거되고 있는 러시아 한 경기장의 모습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파란색 의자들만 제거되고 있는 러시아 한 경기장의 모습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현지 언론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된 사진을 보시죠.

러시아 야쿠츠크의 투이마아다 경기장에서 노동자들이 파란색 좌석들을 모두 뜯어내고 있습니다. 이 경기장 좌석은 원래 파란색이나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지만, 파란색 좌석들은 모두 제거돼 경기장에는 노란색 좌석만 남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장 관리자인 아나톨리 타르타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원래 계획된 작업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뜻하는 'Z' 문자 새겨진 벽화

군인 그림과 Z 문자가 새겨진 벽화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트위터)군인 그림과 Z 문자가 새겨진 벽화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트위터)

러시아 남부 스타브로폴의 한 벽화는 아예 다른 그림으로 바뀌었습니다.

다이나모 경기장 측면 벽에 그려져 있던 벽화에는 파란 하늘과 노란 밀밭을 배경으로 코끼리 한 마리가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코끼리는 한 군인이 아이를 안고 있는 그림으로 바뀌었고, 이들 옆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Z’ 문자가 새겨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타브로폴 시장 측은 지역 정부가 벽을 다시 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는 목적으로 ‘Z’ 문자를 쓰는 것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는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러시아 인접 국가인 체코·몰도바·라트비아·리투아니아·카자흐스탄 등에서는 법적으로 'Z' 사용을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우크라이나 등에서 판매하는 갤럭시 Z 시리즈 제품명에서 'Z'를 삭제한 바 있습니다.

■ '파랑·노랑' 조합으로 칠해진 공항, 쇼핑센터 등 개조

러시아 크라브로보 공항 로고에 쓰인 노란색이 빨간색으로 교체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러시아 크라브로보 공항 로고에 쓰인 노란색이 빨간색으로 교체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또 다른 사진에서는 러시아 서부 칼리닌그라드에 위치한 한 공항의 로고 색이 교체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해당 크라브로보 공항의 로고는 원래 석양을 형상화한 노란색 배경에 파란색 새가 그려져 있었지만, 최근 노란색 부분이 빨간색으로 칠해졌습니다.

울타리의 노란색이  녹색으로 덧칠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울타리의 노란색이 녹색으로 덧칠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러시아의 한 현지 매체는 러시아 서부에 있는 프스코프의 한 울타리가 경찰이 다녀간 이후 2시간 만에 덧칠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원래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었지만, 초록색과 파란색 조합으로 바뀐 것입니다.

러시아 한 쇼핑센터의 지붕 타일이 제거되고 있는 모습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러시아 한 쇼핑센터의 지붕 타일이 제거되고 있는 모습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이외에도 러시아 중앙부에 있는 대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의 한 쇼핑센터는 파란색과 노란색 지붕 타일이 제거됐습니다. 지역 관계자들은 건물의 지붕을 교체한 데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실은 "이곳은 상업 시설이기 때문에 어떠한 수리 작업도 시 행정과 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지우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SNS를 통해 번지는 이러한 사진들은 러시아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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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국기색 다 지워” 시설물 덧칠하는 러시아
    • 입력 2022-05-08 08:01:11
    • 수정2022-05-08 0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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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황금 밀밭을 상징하는 우크라이나 국기색, 파랑과 노랑.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기색이 들어간 자국 내 건물과 시설물들을 하나씩 개조하고 있습니다. 공항, 경기장, 벽화 등 파란색과 노란색이 쓰여 우크라이나 국기가 연상되는 곳이라면 이를 다른 색으로 덧칠하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 우크라 연상케 하는 '경기장 파란색 의자' 모두 뜯어내

현지 언론 모스크바 타임즈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러시아 당국이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군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파란색 의자들만 제거되고 있는 러시아 한 경기장의 모습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현지 언론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된 사진을 보시죠.

러시아 야쿠츠크의 투이마아다 경기장에서 노동자들이 파란색 좌석들을 모두 뜯어내고 있습니다. 이 경기장 좌석은 원래 파란색이나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지만, 파란색 좌석들은 모두 제거돼 경기장에는 노란색 좌석만 남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장 관리자인 아나톨리 타르타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원래 계획된 작업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뜻하는 'Z' 문자 새겨진 벽화

군인 그림과 Z 문자가 새겨진 벽화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트위터)
러시아 남부 스타브로폴의 한 벽화는 아예 다른 그림으로 바뀌었습니다.

다이나모 경기장 측면 벽에 그려져 있던 벽화에는 파란 하늘과 노란 밀밭을 배경으로 코끼리 한 마리가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코끼리는 한 군인이 아이를 안고 있는 그림으로 바뀌었고, 이들 옆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Z’ 문자가 새겨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타브로폴 시장 측은 지역 정부가 벽을 다시 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는 목적으로 ‘Z’ 문자를 쓰는 것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는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러시아 인접 국가인 체코·몰도바·라트비아·리투아니아·카자흐스탄 등에서는 법적으로 'Z' 사용을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우크라이나 등에서 판매하는 갤럭시 Z 시리즈 제품명에서 'Z'를 삭제한 바 있습니다.

■ '파랑·노랑' 조합으로 칠해진 공항, 쇼핑센터 등 개조

러시아 크라브로보 공항 로고에 쓰인 노란색이 빨간색으로 교체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또 다른 사진에서는 러시아 서부 칼리닌그라드에 위치한 한 공항의 로고 색이 교체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해당 크라브로보 공항의 로고는 원래 석양을 형상화한 노란색 배경에 파란색 새가 그려져 있었지만, 최근 노란색 부분이 빨간색으로 칠해졌습니다.

울타리의 노란색이  녹색으로 덧칠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러시아의 한 현지 매체는 러시아 서부에 있는 프스코프의 한 울타리가 경찰이 다녀간 이후 2시간 만에 덧칠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원래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었지만, 초록색과 파란색 조합으로 바뀐 것입니다.

러시아 한 쇼핑센터의 지붕 타일이 제거되고 있는 모습 (출처: 모스크바 타임즈)
이외에도 러시아 중앙부에 있는 대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의 한 쇼핑센터는 파란색과 노란색 지붕 타일이 제거됐습니다. 지역 관계자들은 건물의 지붕을 교체한 데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실은 "이곳은 상업 시설이기 때문에 어떠한 수리 작업도 시 행정과 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지우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SNS를 통해 번지는 이러한 사진들은 러시아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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