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붕괴(Crashed)’ 저자 애덤 투즈가 말하는 ‘포스트-워(Post-War)’-②

입력 2022.05.08 (08:24) 수정 2022.05.08 (08:2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설마설마했던 전쟁이 진짜 일어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두달이 됐지만 끝은 좀처럼 보이지를 않는다. 핵전쟁이니, 3차 세계대전이니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말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 외교 무대에선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응징하려는 나라들과 여러 이유로 푸틴을 버리지 못하는 나라들이 네 편, 내 편, 우리 편 찾기가 한창이다.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만이 정답이란 걸 다들 알고 있지만,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며 '프렌드쇼어링' 정책도 들고 나왔다.
마음 맞는 동맹국들과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 러시아 돕는 나라들은 여기에 못 끼고, 끼워주지도 않겠다는 메시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빚어진 공급망 대혼란은 '세계화'의 약화를 불러왔고,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결국 세계화는 끝을 맞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우리에겐 <붕괴(Crashed)-금융위기 이후 10년,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나>의 저자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유럽연구소 소장을 KBS 뉴욕지국에서 인터뷰했다.
이번 전쟁 이후 세계의 경제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지, 애덤투즈 교수가 전망하는 '포스트-워(Post-War)'다.


(특파원리포트/<붕괴> 저자 애덤투즈가 말하는 '포스트-워(Post-War)'①에서 이어진다)


■ "중국은 '패'를 감추고 있다."

중국이 ( 이 전쟁에서) 러시아를 도울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은 마음 속 깊이 패를 숨기고 있다. 그런 것 같지 않나?
전쟁 직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좋은 친구로서 '제한없는 우정'을 발표했다. 우리는 그들이 아주 자연스러운 동맹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중국에 곧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는 미리 하지 않은 것 같다. 러시아의 목적 안에 중국이 들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당신이 중국 입장에서 보면, 당신의 동맹국이 당신에게 정직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끔찍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 동맹국이 실질적으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력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은 더 끔찍할 것이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몇 주 안에는 승리를 거둘 거라는 게 대다수의 생각이었지만, 지금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내세울 게 없는 러시아의 힘이 당혹스럽고 조롱할 지경이다. 러시아는 점점 더 상스러운(crude) 방법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중국의 고민은 러시아를 망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라는 데 있겠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며 국제사회에서 그 대가를 치루려고 할까?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 " 위안화는 기축통화 될 수 없어...달러 패권은 지속될 것"

이번 전쟁으로 달러 패권이 약화될 것이란 얘기는 매우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 위기에서 배우고 있는 교훈은 오히려 우리가 달러 이외에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공동의 안전 자산은 두 개 뿐이다. 달러화와 유로화다. 결국 그 둘로 보관하게 되는데, 사실 유로화도 달러 시스템의 일부로 볼 수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때와 2020년 유럽발 재정위기 때 모든 나라들이 미국 중앙은행으로 달려 와 그들 나라 통화를 달러로 무제한 교환 가능한 스왑 계약을 맺었다. 호주나 캐나다 달러를 보유하는 게 좋은 건 위기가 왔을 때 미국 달러와 같기 때문이다.

달러가 영국 파운드화를 대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면에서 파운드보다 달러 효용성과 가치가 더 나았기 때문이다. 달러로 더 좋은 것을 살 수 있고, 강력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더 자유롭고 더 유연한 중앙은행도 있고 말이다.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달러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한 이유다. 달러는 단연코 가장 유용한 국제통화다. 이 부분이 달러가 왜 계속 지배적인 기축통화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고 싶다면 달러보다 나은 통화를 갖고 있어여 한다. 더 좋고, 더 쉽게 교환할 수 있고, 현금 가치가 더 안정적이고, 위기의 순간에도 예측가능한 지원을 해 주는 중앙은행이 있는 통화 말이다. 1970년대부터 미국 중앙은행이 일관되게 해온 일이다. 국제통화를 이끄는 중요한 방법은 거래의 자유화다. 현재 중국에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은 제대로 된 거래망을 구축할 수 없다. 중국 상품들을 러시아 석유와 가스로 거래할 수 있다. 인도는 인도 통화나 러시아 통화로 러시아와 비료를 교환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엄청난 양의 교역에 비하면 아주 작은 시장에 불과하다. 중국이나 러시아 모두 궁극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를 통해 흘러들어갈 필요가 있다.



■ "푸틴의 시니리오는 3차 대전...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이번 전쟁이 우리를 정말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두달 전만 해도 우리는 러시아는 결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침공한다면 러시아가 일주일 안에 우크라이나를 제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강대국이라고 생각했던 러시아가 군사적인 모험을 해서 전쟁이 일어났는데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고, 단순히 러시아의 퇴각으로도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 이게 문제죠? 푸틴이 어떻게 이 일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푸틴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3차 세계대전으로의 확대다. 러시아 언론을 보면 주기적으로 핵무기 사용에 대해 논의하 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지만, 미래의 시나리오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이번처럼 두렵기는 처음이다. 나는 우리가 어디에서 끝날지 섣불리 얘기함으로써 불운을 가져오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남아 있는 나쁜 결말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평화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최상의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그리 되기 위한 해결책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평화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전쟁을 겪은) 당신의 나라(한국)는 알고 있을 것이다.

[연관 기사]
[특파원 리포트] ‘붕괴(Crashed)’ 저자 애덤 투즈가 말하는 ‘포스트 워(Post-War)’-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604
[뉴스9] ‘전쟁’이 불붙인 ‘공급망 재편’…“신흥국·개도국 영향 혹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5005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붕괴(Crashed)’ 저자 애덤 투즈가 말하는 ‘포스트-워(Post-War)’-②
    • 입력 2022-05-08 08:24:14
    • 수정2022-05-08 08:26:47
    특파원 리포트

설마설마했던 전쟁이 진짜 일어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두달이 됐지만 끝은 좀처럼 보이지를 않는다. 핵전쟁이니, 3차 세계대전이니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말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 외교 무대에선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응징하려는 나라들과 여러 이유로 푸틴을 버리지 못하는 나라들이 네 편, 내 편, 우리 편 찾기가 한창이다.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만이 정답이란 걸 다들 알고 있지만,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며 '프렌드쇼어링' 정책도 들고 나왔다.
마음 맞는 동맹국들과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 러시아 돕는 나라들은 여기에 못 끼고, 끼워주지도 않겠다는 메시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빚어진 공급망 대혼란은 '세계화'의 약화를 불러왔고,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결국 세계화는 끝을 맞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우리에겐 <붕괴(Crashed)-금융위기 이후 10년,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나>의 저자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유럽연구소 소장을 KBS 뉴욕지국에서 인터뷰했다.
이번 전쟁 이후 세계의 경제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지, 애덤투즈 교수가 전망하는 '포스트-워(Post-War)'다.


(특파원리포트/<붕괴> 저자 애덤투즈가 말하는 '포스트-워(Post-War)'①에서 이어진다)


■ "중국은 '패'를 감추고 있다."

중국이 ( 이 전쟁에서) 러시아를 도울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은 마음 속 깊이 패를 숨기고 있다. 그런 것 같지 않나?
전쟁 직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좋은 친구로서 '제한없는 우정'을 발표했다. 우리는 그들이 아주 자연스러운 동맹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중국에 곧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는 미리 하지 않은 것 같다. 러시아의 목적 안에 중국이 들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당신이 중국 입장에서 보면, 당신의 동맹국이 당신에게 정직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끔찍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 동맹국이 실질적으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력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은 더 끔찍할 것이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몇 주 안에는 승리를 거둘 거라는 게 대다수의 생각이었지만, 지금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내세울 게 없는 러시아의 힘이 당혹스럽고 조롱할 지경이다. 러시아는 점점 더 상스러운(crude) 방법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중국의 고민은 러시아를 망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라는 데 있겠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며 국제사회에서 그 대가를 치루려고 할까?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 " 위안화는 기축통화 될 수 없어...달러 패권은 지속될 것"

이번 전쟁으로 달러 패권이 약화될 것이란 얘기는 매우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 위기에서 배우고 있는 교훈은 오히려 우리가 달러 이외에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공동의 안전 자산은 두 개 뿐이다. 달러화와 유로화다. 결국 그 둘로 보관하게 되는데, 사실 유로화도 달러 시스템의 일부로 볼 수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때와 2020년 유럽발 재정위기 때 모든 나라들이 미국 중앙은행으로 달려 와 그들 나라 통화를 달러로 무제한 교환 가능한 스왑 계약을 맺었다. 호주나 캐나다 달러를 보유하는 게 좋은 건 위기가 왔을 때 미국 달러와 같기 때문이다.

달러가 영국 파운드화를 대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면에서 파운드보다 달러 효용성과 가치가 더 나았기 때문이다. 달러로 더 좋은 것을 살 수 있고, 강력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더 자유롭고 더 유연한 중앙은행도 있고 말이다.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달러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한 이유다. 달러는 단연코 가장 유용한 국제통화다. 이 부분이 달러가 왜 계속 지배적인 기축통화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고 싶다면 달러보다 나은 통화를 갖고 있어여 한다. 더 좋고, 더 쉽게 교환할 수 있고, 현금 가치가 더 안정적이고, 위기의 순간에도 예측가능한 지원을 해 주는 중앙은행이 있는 통화 말이다. 1970년대부터 미국 중앙은행이 일관되게 해온 일이다. 국제통화를 이끄는 중요한 방법은 거래의 자유화다. 현재 중국에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은 제대로 된 거래망을 구축할 수 없다. 중국 상품들을 러시아 석유와 가스로 거래할 수 있다. 인도는 인도 통화나 러시아 통화로 러시아와 비료를 교환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엄청난 양의 교역에 비하면 아주 작은 시장에 불과하다. 중국이나 러시아 모두 궁극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를 통해 흘러들어갈 필요가 있다.



■ "푸틴의 시니리오는 3차 대전...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이번 전쟁이 우리를 정말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두달 전만 해도 우리는 러시아는 결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침공한다면 러시아가 일주일 안에 우크라이나를 제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강대국이라고 생각했던 러시아가 군사적인 모험을 해서 전쟁이 일어났는데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고, 단순히 러시아의 퇴각으로도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 이게 문제죠? 푸틴이 어떻게 이 일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푸틴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3차 세계대전으로의 확대다. 러시아 언론을 보면 주기적으로 핵무기 사용에 대해 논의하 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지만, 미래의 시나리오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이번처럼 두렵기는 처음이다. 나는 우리가 어디에서 끝날지 섣불리 얘기함으로써 불운을 가져오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남아 있는 나쁜 결말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평화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최상의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그리 되기 위한 해결책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평화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전쟁을 겪은) 당신의 나라(한국)는 알고 있을 것이다.

[연관 기사]
[특파원 리포트] ‘붕괴(Crashed)’ 저자 애덤 투즈가 말하는 ‘포스트 워(Post-War)’-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604
[뉴스9] ‘전쟁’이 불붙인 ‘공급망 재편’…“신흥국·개도국 영향 혹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5005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