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톡] 러시아가 우주정거장에서 철수하면 벌어지는 일

입력 2022.05.08 (09:01) 수정 2022.05.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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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서 철수하겠다.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러시아 연방 우주국의 드미트리 로고진 국장이 지난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로고진 국장은 "다만 약정에 따라 탈퇴 1년 전에는 다른 협력국에게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탈퇴를 기정사실로 한 그의 발언에 전세계는 술렁였습니다. ISS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러시아 없는 ISS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 러시아 없으면 ISS는 지상으로 추락

우주 탐사의 전초기지인 ISS는 1998년 15개국의 협약으로 시작했습니다. 협약상 운영기한은 2024년으로 돼 있습니다.

ISS는 우주비행사가 정기적으로 왕복해 공용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협약에 따라 각국의 역할과 전용 공간이 엄격히 구분돼 있습니다. 예컨대 일부 러시아 소유 모듈의 경우 러시아와 개별 계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봇팔도 나라별로 사용시간이 할당돼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국제우주정거장

이 협약에 따라 러시아는 ISS에 추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ISS는 상공 400km 지점에 떠 있는데 중력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지상으로 끌려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기적으로 추진력을 이용해 ISS를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줘야 합니다. 러시아는 자국의 '프로그레스' 우주선 엔진을 분사시켜 ISS의 고도를 유지합니다.

미국은 ISS의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전력을 이용해 우주비행사가 사용하는 물을 생성하고 공기순환을 합니다. 사실상 ISS 유지관리는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없으면 비행사가 생존할 수 없고, 러시아가 없으면 ISS는 지상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2011년 미국이 우주왕복선을 종료한 이후에는 ISS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더 커졌습니다. 우주비행사를 보내고 데려오는 우주선으로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만이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2020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ISS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기 전까지는 러시아 외의 다른 대안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 12개월 기한 내 대체재 찾아야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그동안 ISS를 볼모 삼아 국제 사회를 상대로 협박성 발언을 이어 왔습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 러시아는 "트램펄린을 타고 우주인을 ISS로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자신들의 '소유즈'가 없으면 우주로 갈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는 아예 "ISS에서 탈퇴하겠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ISS에서 철수하는 절차를 진행한다면 우선 현재 체류하는 승무원을 철수시키고, 추진력 제공을 중단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재 ISS에는 비행사 7명이 있는데 3명이 러시아 비행사입니다. 이들의 임무는 오는 10월까지로 예정돼 있습니다.

ISS 유지에는 고도 유지가 필수인 만큼, 러시아 없이 ISS를 관리하려면 대체 국가나 대체 업체를 찾아야 합니다. 추진력이 공급되지 않는 ISS는 고도가 점점 낮아져 결국에는 일부가 분해된 채 지상에 추락할 전망입니다. 기간은 9~1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 없는 ISS는 대체재가 없을 경우 12개월 안에는 지구 위로 추락한다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ISS의 무게는 490톤 정도입니다.

고도를 유지하려면 우주선을 ISS에 도킹시켜 정기적으로 추진력을 공급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스페이스X가 유력한 후보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없어도) 스페이스X가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ISS에서 탈퇴하면서까지 우주 탐사에서의 자신들의 역할을 축소 시킬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ISS 업무가 없으면 당장 소유즈 로켓 등을 활용할 방안이 딱히 없기 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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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톡] 러시아가 우주정거장에서 철수하면 벌어지는 일
    • 입력 2022-05-08 09:01:03
    • 수정2022-05-08 15: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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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서 철수하겠다.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러시아 연방 우주국의 드미트리 로고진 국장이 지난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로고진 국장은 "다만 약정에 따라 탈퇴 1년 전에는 다른 협력국에게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탈퇴를 기정사실로 한 그의 발언에 전세계는 술렁였습니다. ISS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러시아 없는 ISS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 러시아 없으면 ISS는 지상으로 추락

우주 탐사의 전초기지인 ISS는 1998년 15개국의 협약으로 시작했습니다. 협약상 운영기한은 2024년으로 돼 있습니다.

ISS는 우주비행사가 정기적으로 왕복해 공용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협약에 따라 각국의 역할과 전용 공간이 엄격히 구분돼 있습니다. 예컨대 일부 러시아 소유 모듈의 경우 러시아와 개별 계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봇팔도 나라별로 사용시간이 할당돼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
이 협약에 따라 러시아는 ISS에 추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ISS는 상공 400km 지점에 떠 있는데 중력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지상으로 끌려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기적으로 추진력을 이용해 ISS를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줘야 합니다. 러시아는 자국의 '프로그레스' 우주선 엔진을 분사시켜 ISS의 고도를 유지합니다.

미국은 ISS의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전력을 이용해 우주비행사가 사용하는 물을 생성하고 공기순환을 합니다. 사실상 ISS 유지관리는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없으면 비행사가 생존할 수 없고, 러시아가 없으면 ISS는 지상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2011년 미국이 우주왕복선을 종료한 이후에는 ISS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더 커졌습니다. 우주비행사를 보내고 데려오는 우주선으로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만이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2020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ISS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기 전까지는 러시아 외의 다른 대안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 12개월 기한 내 대체재 찾아야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그동안 ISS를 볼모 삼아 국제 사회를 상대로 협박성 발언을 이어 왔습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 러시아는 "트램펄린을 타고 우주인을 ISS로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자신들의 '소유즈'가 없으면 우주로 갈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는 아예 "ISS에서 탈퇴하겠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ISS에서 철수하는 절차를 진행한다면 우선 현재 체류하는 승무원을 철수시키고, 추진력 제공을 중단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재 ISS에는 비행사 7명이 있는데 3명이 러시아 비행사입니다. 이들의 임무는 오는 10월까지로 예정돼 있습니다.

ISS 유지에는 고도 유지가 필수인 만큼, 러시아 없이 ISS를 관리하려면 대체 국가나 대체 업체를 찾아야 합니다. 추진력이 공급되지 않는 ISS는 고도가 점점 낮아져 결국에는 일부가 분해된 채 지상에 추락할 전망입니다. 기간은 9~1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 없는 ISS는 대체재가 없을 경우 12개월 안에는 지구 위로 추락한다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ISS의 무게는 490톤 정도입니다.

고도를 유지하려면 우주선을 ISS에 도킹시켜 정기적으로 추진력을 공급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스페이스X가 유력한 후보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없어도) 스페이스X가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ISS에서 탈퇴하면서까지 우주 탐사에서의 자신들의 역할을 축소 시킬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ISS 업무가 없으면 당장 소유즈 로켓 등을 활용할 방안이 딱히 없기 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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