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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1,277채 소유한 ‘빌라의 신’…‘차명 빌라’ 더 있나?
입력 2022.05.08 (16:00) 취재K

■ 1,277채를 소유했다고? ‘빌라의 신’ 의 등장

KBS <시사멘터리 추적>팀이 1,277채를 소유하고 있는 ‘빌라의 신’ 권모 씨 추적을 시작한 건 지난 4월 초입니다. 도대체 우리나라 갭투자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문 분석업체와 서울 경기 지역 주택거래 780만 건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였습니다. 분석 결과를 마주하고서도 제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권 모 씨라는 사람이 혼자 1,277채를 소유했다고?’ 순간 불안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500채가 넘는 빌라를 사들여 갭투자를 벌이다가 수백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화곡동 세 모녀 사건’ 있었습니다. 저희가 찾아낸 권 씨는 화곡동 세 모녀보다 주택을 2배 이상 더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권 씨는 이미 ‘빌라의 신’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모를 피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등기부 등본 1,000여 장을 들고 주소지마다 찾아가길 반복했습니다. 세입자들의 연락처를 알 수 없어 일일이 집을 방문해 기자 명함과 함께 꼭 연락 달라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이렇게 확인된 경기도 군포의 한 집합 주택. 60세대 가운데 1/3인 19채가 권 씨의 소유였습니다. 세입자들을 만나 계약서를 확인해 보니, 심지어 ‘전세가=매매가’인 무갭전세였습니다. 통상 전세가 매매가의 70%를 넘어서면 문제가 생겨 경매에 넘어갔을 때 전세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무갭 전세’라니,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4월 초 기준으로 권 씨소유 주택 전 세대에 ‘압류’가 걸려있었습니다. 세입자들은 저희 취재가 시작돼서야 본인들 주택에 압류가 걸린 사실을 확인하고 눈물을 짓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권 씨의 세금 체납 내역을 확보해 분석해보니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조차 납부하지 않아 세금 72억 원이나 체납액이 늘어나 있었습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자체에 부과되는 ‘당해세’로 국세청이 체납액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에 넘길 경우 세입자들의 전입신고보다 우선권을 갖습니다. 세입자들의 피해가 가시화된겁니다.

■ ‘동시 진행’으로 돈 없이 빌라 소유... 부동산·집주인에 수천만 원 리베이트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세입자들이 공통 적으로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건설사와 직접 전세계약을 했는데, 잔금을 치르는 날 갑자기 집주인이 권 씨로 바뀌었어요”, “이사 들어가는 날 건설사에서 집주인이 권 씨로 된 계약서를 가지고 와서 잔금 입금과 동시에 계약서를 바꿨어요” . 이 ‘동시에 진행했다’는 뜻은 무슨 뜻일까? 부동산 업계에 20년 가까이 몸담은 업자에게서 내부 사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 업자
“한마디로 실제 매매 가격과 전세금을 이제 똑같은 수준으로 맞춘 뒤에 전세비가 들어오는 날 건축주에게 그대로 이제 넘어가는 거죠. 집주인으로서는 한 푼도 돈을 들이지 않는 거고. 애초에 뭐 전세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임대인이 바뀐다는 자체가…. 들어가면 죽는 거예요. 그거 어떻게 잡을 거예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받아 곧바로 건설사에 빌라 매입 비용으로 낸다는 얘기입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부동산을 사들이는 방법,
이 방법을 부동산 업계에서는 ‘동시 진행’이라고 불렀습니다. 무갭 전세 계약이 전제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세입자들은
‘전세자금대출 이자’나 ‘이사비’를 지원해준다는 부동산의 말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세입자 한 명당 200~300만 원이 이사비로 지원됐습니다.


이 돈은 어디에서 나온걸까? 부동산 투자자로 가장해 세입자들이 계약했다는 부동산에 잠입취재를 이어갔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부동산에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건축주가 리베이트를 주면 진행비를 제외하고 저희가 일부를 갖고 또 일부는 임대인분께 드립니다.” 한 마디로 제 돈은 한 푼도 안 들어간 채 빌라를 소유할 수 있고, 오히려 리베이트로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부동산들이 집주인에게 제시한 금액은 보통 1채에 1,000만 원 선이었습니다. 빌라를 샀는데 돈이 나가는 게 아니라 들어오는 비현실적인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들을 접촉해 해당 빌라의 리베이트 제공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2억 2천여만 원빌라를 전세와 분양을 동시진행 하는 조건으로 부동산중개업체에 2천200만 원을 수수료로 지급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수수료만 전세금의 10%에 달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 수수료의 일부가 권 씨 측에 넘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권 씨가 소유한 주택만 1,277채니까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받아 챙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 010-****-2400번, 너는 누구냐?.... 여러 명의로 주택 3,000채 소유한 듯

그런데 취재가 진행되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취재하고 있는 군포의 그 빌라에서 권 씨가 아닌 다른 집주인과 계약한 세입자가 있는데. 그 사람 역시 권 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계약을 진행했다는 겁니다. 이른바 ‘동시 진행’ 수법. 이후에 세금을 체납해 압류에 걸린 것까지 판박이였습니다. 해당 세입자를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세입자가 계약한 집주인은 여성 박 모 씨인데, 전화번호가 010-****-2400. 저희 취재진이 쫓고 있는 ‘빌라의 신’ 권 씨와 똑같은 번호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권 씨와 똑같은 번호를 쓰는 집주인 2명을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분석업체와 다시 분석해보니 010-****-2400번을 쓰는 집주인 4명의 주택은 3,000채가 넘었습니다. 빌라 분양과정에서 끝 번호 2400번 소유자를 직접 만났다는 건설사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최00 씨가 실질적인 주인이에요. 권 00 씨, 박00 씨 모두 그 사람이 데리고 왔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같은 전화번호를 쓰는 이 사람들은 모두 한 패일까요? 이들이 소유한 주택 3,000채의 세입자들은 괜찮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오늘 저녁(8일) 8시 10분 KBS1TV 시사멘터리 ‘추적’ 〈빌라의 신〉편에서 확인하세요.

〈빌라의 신 예고〉 https://www.youtube.com/watch?v=-9P7XnbbDlA
  • [추적] 1,277채 소유한 ‘빌라의 신’…‘차명 빌라’ 더 있나?
    • 입력 2022-05-08 16:00:19
    취재K

■ 1,277채를 소유했다고? ‘빌라의 신’ 의 등장

KBS <시사멘터리 추적>팀이 1,277채를 소유하고 있는 ‘빌라의 신’ 권모 씨 추적을 시작한 건 지난 4월 초입니다. 도대체 우리나라 갭투자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문 분석업체와 서울 경기 지역 주택거래 780만 건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였습니다. 분석 결과를 마주하고서도 제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권 모 씨라는 사람이 혼자 1,277채를 소유했다고?’ 순간 불안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500채가 넘는 빌라를 사들여 갭투자를 벌이다가 수백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화곡동 세 모녀 사건’ 있었습니다. 저희가 찾아낸 권 씨는 화곡동 세 모녀보다 주택을 2배 이상 더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권 씨는 이미 ‘빌라의 신’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모를 피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등기부 등본 1,000여 장을 들고 주소지마다 찾아가길 반복했습니다. 세입자들의 연락처를 알 수 없어 일일이 집을 방문해 기자 명함과 함께 꼭 연락 달라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이렇게 확인된 경기도 군포의 한 집합 주택. 60세대 가운데 1/3인 19채가 권 씨의 소유였습니다. 세입자들을 만나 계약서를 확인해 보니, 심지어 ‘전세가=매매가’인 무갭전세였습니다. 통상 전세가 매매가의 70%를 넘어서면 문제가 생겨 경매에 넘어갔을 때 전세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무갭 전세’라니,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4월 초 기준으로 권 씨소유 주택 전 세대에 ‘압류’가 걸려있었습니다. 세입자들은 저희 취재가 시작돼서야 본인들 주택에 압류가 걸린 사실을 확인하고 눈물을 짓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권 씨의 세금 체납 내역을 확보해 분석해보니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조차 납부하지 않아 세금 72억 원이나 체납액이 늘어나 있었습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자체에 부과되는 ‘당해세’로 국세청이 체납액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에 넘길 경우 세입자들의 전입신고보다 우선권을 갖습니다. 세입자들의 피해가 가시화된겁니다.

■ ‘동시 진행’으로 돈 없이 빌라 소유... 부동산·집주인에 수천만 원 리베이트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세입자들이 공통 적으로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건설사와 직접 전세계약을 했는데, 잔금을 치르는 날 갑자기 집주인이 권 씨로 바뀌었어요”, “이사 들어가는 날 건설사에서 집주인이 권 씨로 된 계약서를 가지고 와서 잔금 입금과 동시에 계약서를 바꿨어요” . 이 ‘동시에 진행했다’는 뜻은 무슨 뜻일까? 부동산 업계에 20년 가까이 몸담은 업자에게서 내부 사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 업자
“한마디로 실제 매매 가격과 전세금을 이제 똑같은 수준으로 맞춘 뒤에 전세비가 들어오는 날 건축주에게 그대로 이제 넘어가는 거죠. 집주인으로서는 한 푼도 돈을 들이지 않는 거고. 애초에 뭐 전세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임대인이 바뀐다는 자체가…. 들어가면 죽는 거예요. 그거 어떻게 잡을 거예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받아 곧바로 건설사에 빌라 매입 비용으로 낸다는 얘기입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부동산을 사들이는 방법,
이 방법을 부동산 업계에서는 ‘동시 진행’이라고 불렀습니다. 무갭 전세 계약이 전제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세입자들은
‘전세자금대출 이자’나 ‘이사비’를 지원해준다는 부동산의 말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세입자 한 명당 200~300만 원이 이사비로 지원됐습니다.


이 돈은 어디에서 나온걸까? 부동산 투자자로 가장해 세입자들이 계약했다는 부동산에 잠입취재를 이어갔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부동산에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건축주가 리베이트를 주면 진행비를 제외하고 저희가 일부를 갖고 또 일부는 임대인분께 드립니다.” 한 마디로 제 돈은 한 푼도 안 들어간 채 빌라를 소유할 수 있고, 오히려 리베이트로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부동산들이 집주인에게 제시한 금액은 보통 1채에 1,000만 원 선이었습니다. 빌라를 샀는데 돈이 나가는 게 아니라 들어오는 비현실적인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들을 접촉해 해당 빌라의 리베이트 제공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2억 2천여만 원빌라를 전세와 분양을 동시진행 하는 조건으로 부동산중개업체에 2천200만 원을 수수료로 지급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수수료만 전세금의 10%에 달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 수수료의 일부가 권 씨 측에 넘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권 씨가 소유한 주택만 1,277채니까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받아 챙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 010-****-2400번, 너는 누구냐?.... 여러 명의로 주택 3,000채 소유한 듯

그런데 취재가 진행되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취재하고 있는 군포의 그 빌라에서 권 씨가 아닌 다른 집주인과 계약한 세입자가 있는데. 그 사람 역시 권 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계약을 진행했다는 겁니다. 이른바 ‘동시 진행’ 수법. 이후에 세금을 체납해 압류에 걸린 것까지 판박이였습니다. 해당 세입자를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세입자가 계약한 집주인은 여성 박 모 씨인데, 전화번호가 010-****-2400. 저희 취재진이 쫓고 있는 ‘빌라의 신’ 권 씨와 똑같은 번호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권 씨와 똑같은 번호를 쓰는 집주인 2명을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분석업체와 다시 분석해보니 010-****-2400번을 쓰는 집주인 4명의 주택은 3,000채가 넘었습니다. 빌라 분양과정에서 끝 번호 2400번 소유자를 직접 만났다는 건설사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최00 씨가 실질적인 주인이에요. 권 00 씨, 박00 씨 모두 그 사람이 데리고 왔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같은 전화번호를 쓰는 이 사람들은 모두 한 패일까요? 이들이 소유한 주택 3,000채의 세입자들은 괜찮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오늘 저녁(8일) 8시 10분 KBS1TV 시사멘터리 ‘추적’ 〈빌라의 신〉편에서 확인하세요.

〈빌라의 신 예고〉 https://www.youtube.com/watch?v=-9P7XnbbD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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