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 한 기초의회 줄 세웠더니…꼴찌는 어디?

입력 2022.05.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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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지방선거가 24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서울시장, 경기지사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지방선거일은 광역의회, 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기초의회, 그러니까 시·군·구 의회 의원은 바로 우리 동네 예산을 심의하고, 동네 주민들의 일상과 관련한 조례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에서도 그야말로 '기본'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제7회 지방선거로 당선된 기초의원들, 4년간 이런 역할을 잘 해냈을까요? KBS가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전국 기초의원 2,981명의 조례 발의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어느 기초의회 의원들이 일을 많이 했고, 어느 지역 의원들의 실적이 저조했을까요?

■ 경북 영천 '조례 발의' 꼴찌…"시골이라 잘 안 해"


전국 226개 의회 가운데, 의원 수 대비 조례 발의 건수가 가장 적었던 곳은 경북 영천시의회입니다. 4년간 의회 전체 발의 건수가 11건에 그칩니다. 의원 12명 중 5명은 4년 동안 발의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발의 0건'을 기록한 영천시의회의 한 의원은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시골에서는 실질적으로 조례를 발의하는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정책 보좌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혼자 발의하기가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영천시의회 의원들은 입법 활동에 필요한 연구비와 보조비 명목으로 매달 110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영천시에 이어, 경북 울릉군과 경주시, 경산시, 경남 진주시 등도 의원 수 대비 발의 건수가 적었습니다.

기초의원 입법 실적 하위권 10곳 가운데 경북 지역 기초 의회가 6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 1곳, 전남 1곳, 서울 2곳이었습니다.

■ 서울 송파·용산도 하위권…경기 하남 '발의 1위'

영천시 의원은 '시골이라서' 조례안 발의가 여의치 않다고 했지만, 대도시라고 해서 성적이 특별히 더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서울 송파구와 용산구 의회는 각각 의원 수 대비 발의 건수 2.46건, 2.77건을 기록해 하위 10위 기초의회에 들었습니다. 의원별 연평균 발의 건수는 1건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 입법 실적이 우수한 기초의회는 어디일까요?

경기도 하남시 의회는 의원 9명이 4년간 조례 211건을 발의했습니다. 의원당 연평균 6건 가까이 발의를 한 셈입니다.

이 밖에 경기 양평군과 광명시, 대전 유성구와 충남 서산시도 의원 1명당 연평균 5건 넘는 조례를 발의해 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 기초의원 4명 중 1명, 1년에 한 번도 발의 안 해


전국의 기초의원은 2,981명. 이 가운데 4분의 1이 1년에 한 건의 조례안도 발의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임기 내에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도 184명이나 됐습니다.

물론 조례 발의 건수만으로 기초의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따질 수는 없습니다. 발의 건수는 많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른 기초의회 조례를 갖다 베끼다시피 해 실적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의정 활동의 기본이 되는 '입법'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을 했다면, 1년에 한 건, 4년간 한 건도 발의할 조례를 찾지 못했을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하람 경실련 간사는 "기초의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조례의 제정과 폐지 권한을 가지고, 조례 발의를 비롯한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의무가 있다"면서 "1년에 1건도 발의를 하지 않았다는 건 우리 동네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건지 고민을 전혀 안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기초의원들의 4년 성적표, 유권자의 평가는 물론이고 공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정당이 조례안 발의 건수와 5분 발언 수 등으로 자체 평가를 하고는 있지만, 실적과 상관없이 공천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겸직이 가능한 기초의원들이, 의원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정활동들을 하지 않고 있다면 이들을 평가할 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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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안 한 기초의회 줄 세웠더니…꼴찌는 어디?
    • 입력 2022-05-08 17:01:12
    취재K

제8회 지방선거가 24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서울시장, 경기지사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지방선거일은 광역의회, 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기초의회, 그러니까 시·군·구 의회 의원은 바로 우리 동네 예산을 심의하고, 동네 주민들의 일상과 관련한 조례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에서도 그야말로 '기본'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제7회 지방선거로 당선된 기초의원들, 4년간 이런 역할을 잘 해냈을까요? KBS가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전국 기초의원 2,981명의 조례 발의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어느 기초의회 의원들이 일을 많이 했고, 어느 지역 의원들의 실적이 저조했을까요?

■ 경북 영천 '조례 발의' 꼴찌…"시골이라 잘 안 해"


전국 226개 의회 가운데, 의원 수 대비 조례 발의 건수가 가장 적었던 곳은 경북 영천시의회입니다. 4년간 의회 전체 발의 건수가 11건에 그칩니다. 의원 12명 중 5명은 4년 동안 발의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발의 0건'을 기록한 영천시의회의 한 의원은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시골에서는 실질적으로 조례를 발의하는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정책 보좌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혼자 발의하기가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영천시의회 의원들은 입법 활동에 필요한 연구비와 보조비 명목으로 매달 110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영천시에 이어, 경북 울릉군과 경주시, 경산시, 경남 진주시 등도 의원 수 대비 발의 건수가 적었습니다.

기초의원 입법 실적 하위권 10곳 가운데 경북 지역 기초 의회가 6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 1곳, 전남 1곳, 서울 2곳이었습니다.

■ 서울 송파·용산도 하위권…경기 하남 '발의 1위'

영천시 의원은 '시골이라서' 조례안 발의가 여의치 않다고 했지만, 대도시라고 해서 성적이 특별히 더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서울 송파구와 용산구 의회는 각각 의원 수 대비 발의 건수 2.46건, 2.77건을 기록해 하위 10위 기초의회에 들었습니다. 의원별 연평균 발의 건수는 1건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 입법 실적이 우수한 기초의회는 어디일까요?

경기도 하남시 의회는 의원 9명이 4년간 조례 211건을 발의했습니다. 의원당 연평균 6건 가까이 발의를 한 셈입니다.

이 밖에 경기 양평군과 광명시, 대전 유성구와 충남 서산시도 의원 1명당 연평균 5건 넘는 조례를 발의해 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 기초의원 4명 중 1명, 1년에 한 번도 발의 안 해


전국의 기초의원은 2,981명. 이 가운데 4분의 1이 1년에 한 건의 조례안도 발의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임기 내에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도 184명이나 됐습니다.

물론 조례 발의 건수만으로 기초의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따질 수는 없습니다. 발의 건수는 많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른 기초의회 조례를 갖다 베끼다시피 해 실적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의정 활동의 기본이 되는 '입법'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을 했다면, 1년에 한 건, 4년간 한 건도 발의할 조례를 찾지 못했을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하람 경실련 간사는 "기초의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조례의 제정과 폐지 권한을 가지고, 조례 발의를 비롯한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의무가 있다"면서 "1년에 1건도 발의를 하지 않았다는 건 우리 동네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건지 고민을 전혀 안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기초의원들의 4년 성적표, 유권자의 평가는 물론이고 공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정당이 조례안 발의 건수와 5분 발언 수 등으로 자체 평가를 하고는 있지만, 실적과 상관없이 공천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겸직이 가능한 기초의원들이, 의원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정활동들을 하지 않고 있다면 이들을 평가할 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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