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앞에서 10분 넘게 서 있어본 적 있으신가요?

입력 2022.05.09 (15:55) 수정 2022.05.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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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 키오스크 확산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식당이나 카페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가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민간분야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최근 3년사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요식업 분야의 증가 속도가 특히 빨랐는데요. 같은 기간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점주 입장에선 인건비 감축과 비대면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서도 빠르고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으니 좋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키오스크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고령층 얘기입니다.

■ 키오스크 얼마나 어려운지 동행해보니…

취재진이 만난 73살 안명자 할머니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사용법을 몰라서 태어나서 한 번도 키오스크를 써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외출할 때는 보통 동행한 가족들이 주문하고, 혼자 있을 때 정 도움이 필요하면 점원에게 부탁한다고 합니다.

무엇이 얼마나 어려운걸까? 취재진은 어르신과 함께 서울 시내 키오스크가 설치된 극장과 대형마트, 패스트푸드점을 동행해봤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의 한 극장지난달 28일, 서울 시내의 한 극장

우선 극장에선 영화와 관람객까진 선택했지만, 좌석지정이 힘들었습니다. 좌석을 먼저 골라야 최종결제로 이어지는데, 이걸 잘 모르신 겁니다.

10분 넘게 씨름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사이 한 젊은 남성은 1분도 되지 않아 예매한 표를 뽑아갔습니다.

소량 구매 시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대형마트 셀프계산대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았습니다. 바코드까지는 찍었는데 결제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메뉴가 다양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헷갈린다고 하셨습니다.

안명자/서울 노원구(73세)
여기서는 지금 개수가 나오는 게 선택 하는 게 없는 거 같아서 잘 모르겠어요. 가장 어려웠던 곳은 영화관이요. 몇 명 들어가는 것까진 되겠는데 그 뒤에 지불하는게 힘들더라고요. 내 생각대로 하니깐 이게 잘 안 맞는 거 같아요.

■ 갈수록 심각해지는 디지털 격차…정부도 대책 마련

과기정통부가 실시한 '2021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를 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 때, 55세 이상은 69.1%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소외계층에 비해서 가장 낮은 수치였습니다.


디지털 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도 2020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모든 국민이 디지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역량교육인 이른바 '디지털배움터' 사업을 지자체와 함께 추진한 건데요.

사업 첫해인 2020년과 지난해 모두 2백 곳 넘는 지자체가 참여했고, 수강생도 2020년 42만 8천 명에서, 지난해 65만 6천 명으로 20만 명 넘게 늘었습니다.

수강생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이 44.4%로 가장 많았고 10대 21%, 50대 13.6% 순이었습니다.

지난달 28일, ‘디지털배움터’ 교육장지난달 28일, ‘디지털배움터’ 교육장

취재진이 지난달 서울 도봉구에 있는 디지털배움터 교육장에 가봤는데요.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를 통한 결제법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택시 호출법까지 무료로 교육 중이었습니다.

황옥주/서울 노원구(77세)
이 나이 먹으니까 새로운 기계에 대해서 모를는 게 많아서 참 불편해요. 그래서 옆에 젊은 분한테 가서 자꾸 물어요. 모르니까. 그런데 모르는 사람한테 물으니까 미안하지…배우고는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있으니까. 정말 고마워요.

■ "체계적 대책 마련 위해선 디지털포용법 제정해야"

하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선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정보격차의 해소·예방과 관련한 내용을 담았던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은 2009년 '지능정보화 기본법'에 통합됐습니다.

문제는 '지능정보화 기본법'은 지능정보사회 구현과 그 순기능에 초점을 맞춘 법률로서, 정보격차 등에 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현재 정보격차 해소·예방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정계획이나 관계기관 간의 역할 조정ㆍ협업 등을 위한 기구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법을 나누거나 별도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 같은 배경에서 지난해 1월 '디지털포용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소외와 차별 없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포용 기본계획(3년)과 시행계획(1년)을 수립하고, 국무총리 소속 디지털 포용위원회를 두도록 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모든 국민의 디지털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교육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했고, 디지털 취약계층이 키오스크 등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황용석/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지금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이나 역량이 없다면 시민으로 가져야 하는 기본권을 누릴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죠. 디지털 포용법은 디지털을 쓸 기회를 계속 부여해서 잠재적인 불평등의 씨앗들을 줄여나가고 모두가 동등한 경제적 기회와 참여의 기회를 얻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국민 전체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해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정책적 지원 사업들을 더 체계적으로 안정적인 예산으로 진행할 수 있고요.

해당 법안은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데요. 새 정부도 디지털 격차 해소에는 적극적인 입장인만큼 법안 제정에 힘이 실릴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이 뒷사람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더욱 빨리 오길 기대해봅니다.

(대문그래픽: 이지호,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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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오스크 앞에서 10분 넘게 서 있어본 적 있으신가요?
    • 입력 2022-05-09 15:55:08
    • 수정2022-05-09 16:53:58
    취재K

■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 키오스크 확산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식당이나 카페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가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민간분야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최근 3년사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요식업 분야의 증가 속도가 특히 빨랐는데요. 같은 기간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점주 입장에선 인건비 감축과 비대면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서도 빠르고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으니 좋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키오스크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고령층 얘기입니다.

■ 키오스크 얼마나 어려운지 동행해보니…

취재진이 만난 73살 안명자 할머니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사용법을 몰라서 태어나서 한 번도 키오스크를 써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외출할 때는 보통 동행한 가족들이 주문하고, 혼자 있을 때 정 도움이 필요하면 점원에게 부탁한다고 합니다.

무엇이 얼마나 어려운걸까? 취재진은 어르신과 함께 서울 시내 키오스크가 설치된 극장과 대형마트, 패스트푸드점을 동행해봤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의 한 극장
우선 극장에선 영화와 관람객까진 선택했지만, 좌석지정이 힘들었습니다. 좌석을 먼저 골라야 최종결제로 이어지는데, 이걸 잘 모르신 겁니다.

10분 넘게 씨름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사이 한 젊은 남성은 1분도 되지 않아 예매한 표를 뽑아갔습니다.

소량 구매 시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대형마트 셀프계산대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았습니다. 바코드까지는 찍었는데 결제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메뉴가 다양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헷갈린다고 하셨습니다.

안명자/서울 노원구(73세)
여기서는 지금 개수가 나오는 게 선택 하는 게 없는 거 같아서 잘 모르겠어요. 가장 어려웠던 곳은 영화관이요. 몇 명 들어가는 것까진 되겠는데 그 뒤에 지불하는게 힘들더라고요. 내 생각대로 하니깐 이게 잘 안 맞는 거 같아요.

■ 갈수록 심각해지는 디지털 격차…정부도 대책 마련

과기정통부가 실시한 '2021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를 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 때, 55세 이상은 69.1%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소외계층에 비해서 가장 낮은 수치였습니다.


디지털 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도 2020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모든 국민이 디지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역량교육인 이른바 '디지털배움터' 사업을 지자체와 함께 추진한 건데요.

사업 첫해인 2020년과 지난해 모두 2백 곳 넘는 지자체가 참여했고, 수강생도 2020년 42만 8천 명에서, 지난해 65만 6천 명으로 20만 명 넘게 늘었습니다.

수강생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이 44.4%로 가장 많았고 10대 21%, 50대 13.6% 순이었습니다.

지난달 28일, ‘디지털배움터’ 교육장
취재진이 지난달 서울 도봉구에 있는 디지털배움터 교육장에 가봤는데요.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를 통한 결제법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택시 호출법까지 무료로 교육 중이었습니다.

황옥주/서울 노원구(77세)
이 나이 먹으니까 새로운 기계에 대해서 모를는 게 많아서 참 불편해요. 그래서 옆에 젊은 분한테 가서 자꾸 물어요. 모르니까. 그런데 모르는 사람한테 물으니까 미안하지…배우고는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있으니까. 정말 고마워요.

■ "체계적 대책 마련 위해선 디지털포용법 제정해야"

하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선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정보격차의 해소·예방과 관련한 내용을 담았던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은 2009년 '지능정보화 기본법'에 통합됐습니다.

문제는 '지능정보화 기본법'은 지능정보사회 구현과 그 순기능에 초점을 맞춘 법률로서, 정보격차 등에 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현재 정보격차 해소·예방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정계획이나 관계기관 간의 역할 조정ㆍ협업 등을 위한 기구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법을 나누거나 별도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 같은 배경에서 지난해 1월 '디지털포용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소외와 차별 없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포용 기본계획(3년)과 시행계획(1년)을 수립하고, 국무총리 소속 디지털 포용위원회를 두도록 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모든 국민의 디지털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교육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했고, 디지털 취약계층이 키오스크 등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황용석/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지금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이나 역량이 없다면 시민으로 가져야 하는 기본권을 누릴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죠. 디지털 포용법은 디지털을 쓸 기회를 계속 부여해서 잠재적인 불평등의 씨앗들을 줄여나가고 모두가 동등한 경제적 기회와 참여의 기회를 얻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국민 전체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해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정책적 지원 사업들을 더 체계적으로 안정적인 예산으로 진행할 수 있고요.

해당 법안은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데요. 새 정부도 디지털 격차 해소에는 적극적인 입장인만큼 법안 제정에 힘이 실릴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이 뒷사람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더욱 빨리 오길 기대해봅니다.

(대문그래픽: 이지호,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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