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에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살고 있어요”

입력 2022.05.09 (17:14) 수정 2022.05.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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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우리나라 최초로 '해상 공항'이 만들어집니다. 부산 가덕도에 예정된 '동남권 신공항' 얘기입니다. 가덕도 남쪽의 토사를 깎아내 바다를 메우고 활주로가 들어섭니다.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며 '국가 정책 사업'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가덕도 신공항, 논란 투성입니다.

이 공항을 만드는데 드는 돈은 대략 13조 7천억 원입니다. 그런데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 대비 편익이 절반 수준(0.51~0.58)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경제성'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말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이 경제성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한 겁니다.

이제 남은 건 환경부가 진행해야 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입니다. 대규모 토목공사 등을 진행하려고 할 때 환경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절차입니다. 논란의 가덕도 신공항, 그럼 환경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상괭이 (영상제공 : 해양수산부)상괭이 (영상제공 : 해양수산부)

■ 가덕도엔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산다!

환경부의 검증을 앞두고 환경단체가 나섰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5차례에 걸친 일반조사와 올해 두 번에 걸쳐 집중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에서 멸종위기종 상괭이(위 사진)가 발견됐습니다. 상괭이는 국내에 서식하는 토종 돌고래입니다.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줄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CITES)'에도 등재된 보호종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조사 기간, 상괭이가 가덕도 남쪽 한 장소에서만 6시간 동안 60차례 넘게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가덕도 대항항에서 새바지항을 경계로 가덕도 남쪽 바다에서 주로 발견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덕도 남쪽을 중심으로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된 잘피도 발견됐습니다. 잘피는 해초류인데 역시 해양보호생물입니다. 가덕도 북쪽 해안 3곳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전체 군락의 면적은 축구장 1개 정도 크기인 1.2ha로 파악됐습니다.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 설치된 ‘가덕도 신공항 비행기’ 조형물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 설치된 ‘가덕도 신공항 비행기’ 조형물

■ "천연기념물 '맹금류'도 사라질 판"

환경운동연합의 경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철새입니다.

가덕도는 한반도와 일본 서남부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 통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가덕도 활주로 예정지와 주변에서 이틀 동안 맹금류 2,610마리 등 6,400마리가 넘는 새가 지상 50∼900m 고도에서 관찰됐습니다. 특히 이 중 13∼14종은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라고 환경운동연합은 설명했습니다.

철새 보호도 보호지만, 더 큰 문제는 '안전'입니다. 충돌 사고(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현장에서 관찰된 조류의 43%가량이 버드 스트라이크가 빈번한 지상 300m 높이를 날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사례처럼 조류 충돌 사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덕도 대항항가덕도 대항항

■ 가덕도 신공항, '환경평가'도 '프리패스'?

가덕도는 생태 자연 1급을 자랑하는 청정 섬입니다. 육상이면 육상, 해상이면 해상 이 천혜의 자연을 터 삼아 사는 동식물들이 많습니다.

환경단체들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이것입니다. 공항이 건설되면 가덕도의 청정 생태계를 잃게 된다는 겁니다.

앞서 제주도에 건설하려던 '제2공항'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 서식지에 대한 공항 건설 영향 예측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4번이나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와의 공동조사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는 면제해줬으니, 환경조사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 신공항 건설의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물론, 지역균형발전 중요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개발'로 인한 '파괴'는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신중해야 하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가덕도 앞바다를 터 삼아 살고 있는 상괭이가, 매년 가덕도 인근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를 찾는 큰고니 가족이, 미래 가덕도와 지역 주민들의 삶의 기반이 될지도 모릅니다. 정부가 마지막 관문인 '환경영향평가'를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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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덕도에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살고 있어요”
    • 입력 2022-05-09 17:14:52
    • 수정2022-05-09 17:29:22
    취재K

2035년, 우리나라 최초로 '해상 공항'이 만들어집니다. 부산 가덕도에 예정된 '동남권 신공항' 얘기입니다. 가덕도 남쪽의 토사를 깎아내 바다를 메우고 활주로가 들어섭니다.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며 '국가 정책 사업'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가덕도 신공항, 논란 투성입니다.

이 공항을 만드는데 드는 돈은 대략 13조 7천억 원입니다. 그런데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 대비 편익이 절반 수준(0.51~0.58)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경제성'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말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이 경제성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한 겁니다.

이제 남은 건 환경부가 진행해야 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입니다. 대규모 토목공사 등을 진행하려고 할 때 환경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절차입니다. 논란의 가덕도 신공항, 그럼 환경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상괭이 (영상제공 : 해양수산부)
■ 가덕도엔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산다!

환경부의 검증을 앞두고 환경단체가 나섰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5차례에 걸친 일반조사와 올해 두 번에 걸쳐 집중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에서 멸종위기종 상괭이(위 사진)가 발견됐습니다. 상괭이는 국내에 서식하는 토종 돌고래입니다.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줄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CITES)'에도 등재된 보호종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조사 기간, 상괭이가 가덕도 남쪽 한 장소에서만 6시간 동안 60차례 넘게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가덕도 대항항에서 새바지항을 경계로 가덕도 남쪽 바다에서 주로 발견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덕도 남쪽을 중심으로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된 잘피도 발견됐습니다. 잘피는 해초류인데 역시 해양보호생물입니다. 가덕도 북쪽 해안 3곳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전체 군락의 면적은 축구장 1개 정도 크기인 1.2ha로 파악됐습니다.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 설치된 ‘가덕도 신공항 비행기’ 조형물
■ "천연기념물 '맹금류'도 사라질 판"

환경운동연합의 경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철새입니다.

가덕도는 한반도와 일본 서남부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 통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가덕도 활주로 예정지와 주변에서 이틀 동안 맹금류 2,610마리 등 6,400마리가 넘는 새가 지상 50∼900m 고도에서 관찰됐습니다. 특히 이 중 13∼14종은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라고 환경운동연합은 설명했습니다.

철새 보호도 보호지만, 더 큰 문제는 '안전'입니다. 충돌 사고(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현장에서 관찰된 조류의 43%가량이 버드 스트라이크가 빈번한 지상 300m 높이를 날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사례처럼 조류 충돌 사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덕도 대항항
■ 가덕도 신공항, '환경평가'도 '프리패스'?

가덕도는 생태 자연 1급을 자랑하는 청정 섬입니다. 육상이면 육상, 해상이면 해상 이 천혜의 자연을 터 삼아 사는 동식물들이 많습니다.

환경단체들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이것입니다. 공항이 건설되면 가덕도의 청정 생태계를 잃게 된다는 겁니다.

앞서 제주도에 건설하려던 '제2공항'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 서식지에 대한 공항 건설 영향 예측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4번이나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와의 공동조사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는 면제해줬으니, 환경조사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 신공항 건설의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물론, 지역균형발전 중요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개발'로 인한 '파괴'는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신중해야 하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가덕도 앞바다를 터 삼아 살고 있는 상괭이가, 매년 가덕도 인근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를 찾는 큰고니 가족이, 미래 가덕도와 지역 주민들의 삶의 기반이 될지도 모릅니다. 정부가 마지막 관문인 '환경영향평가'를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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