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무상 4년 만에 방한…한일관계 개선 ‘실마리’ 찾나?
입력 2022.05.09 (17:49)
수정 2022.05.0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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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 취임식 참석차 오늘(9일) 방한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오늘 저녁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비공개로 만날 예정입니다. 박 후보자가 아직 장관으로 취임하지는 않았지만, 양측의 고위급 외교진용이 사실상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입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특사 자격으로 입국한 하야시 외무상은 내일(10일) 윤석열 당선인을 예방하고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전할 거로 예상됩니다. 일본 외무상의 방한은 2018년 6월 이후 4년 만입니다.
■ 하야시, '장관 후보자' 박진과 만찬
박 후보자와 하야시 외무상의 단독 회동은 한일 관계복원의 첫 단추가 될 전망입니다. 박 후보자가 내일 윤 당선인의 하야시 외무상 접견에 배석할 예정인데도 전날 따로 만난다는 것은 양측의 대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양측의 만남이 "서로 신뢰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진 센터장은 "하야시 외무상은 '비둘기파 중의 비둘기파'라고 할 수 있다"며 "강제징용 등에 대한 대응을 성급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우선 셔틀외교 등을 복원하자는 이야기가 오갈 거라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를 비판하며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왔습니다. 2월 3일 첫 TV토론에선 "(당선이 된다면) 먼저 미국 대통령, 그 다음 일본 총리,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위원장 순으로 만나겠다"며 중국보단 일본에 확실한 우선순위를 뒀고, 당선 후엔 일본 기시다 총리에게 친서를 전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일본도 이 같은 신호를 예민하게 감지해 왔습니다. 일본 내 여론도 다소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위 : %
한국의 대선 직후인 3월 15일 일본 NHK가 성인 1,223명에게 한일관계 전망을 물었더니 59%는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거라 답했습니다. 좋아질 거란 응답은 25%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조사와 비교하면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18%p 올랐고 '나빠질 것'이란 응답은 20%p 줄었습니다.
오늘 일본 JNN(일본 민영방송사 네트워크)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이 한일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응답이 44%, '기대하지 않는다'는 46%이었습니다. 수치상으론 뜨뜻미지근해 보이지만, 과거보다는 확실히 한일관계가 나아질 거라고 보는 일본인들이 많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일본에서 23년 거주한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국제교양학부)는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예전보다 확실히 높아진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박 교수는 특히 "한국인이 아베 총리를 싫어하듯, 일본 우익이나 일부 언론은 반한감정과 함께 '반 문재인' 정서도 함께 불러일으켜 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일본인의 여론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9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일본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을 태운 항공기가 도착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과거사 문제와 관계 개선 사이…한국의 선택은
이제 관심은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두고 양측이 어떻게 대화를 재개할지에 쏠립니다.
일본 주장은 그대로입니다. 일본 정부는 오늘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반하여 한국 신정부와 긴밀한 의사소통을 해 나가겠다"고 취임식준비위원회에 전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란 ①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합의로 해결되었고 ②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위한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한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 분명합니다.
동시에 일본은 급격히 재편되는 국제질서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하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오늘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국제 질서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사태를 앞두고 다시 한번 한·일, 한·미·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기에 "한일 간 어려운 문제가 존재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며 대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늘(9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진창수 센터장은 "일본은 새 정부가 중국에 대해 일본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그렇기에 선순환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강제징용 기업 자산 현금화 등의 문제에서도 과거보다 타협의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일본의 호의적인 행보에 어디까지 박자를 맞춰야 할지 정교하게 계산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강창일 현 일본대사가 일본 총리와 외무상을 거의 만나지 못한 것과 달리, 윤 당선인의 한일정책협의단은 기시다 총리를 만나는 등 환대를 받았다. 새 정부 관계자들이 고무되어 있을 수 있다"라면서도 "일본은 이제 한국이 먼저 위안부 합의 약속을 이행한다고 명확하게 밝히는 등의 움직임을 기대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한 "자칫 신냉전 구도에서 한국이 일본 대신 미·중 대결의 최전선에 서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기에, 일본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지 대차대조표를 분명하게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포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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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5-09 17:49:24
- 수정2022-05-09 20:38:56
윤석열 당선인 취임식 참석차 오늘(9일) 방한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오늘 저녁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비공개로 만날 예정입니다. 박 후보자가 아직 장관으로 취임하지는 않았지만, 양측의 고위급 외교진용이 사실상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입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특사 자격으로 입국한 하야시 외무상은 내일(10일) 윤석열 당선인을 예방하고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전할 거로 예상됩니다. 일본 외무상의 방한은 2018년 6월 이후 4년 만입니다.
■ 하야시, '장관 후보자' 박진과 만찬
박 후보자와 하야시 외무상의 단독 회동은 한일 관계복원의 첫 단추가 될 전망입니다. 박 후보자가 내일 윤 당선인의 하야시 외무상 접견에 배석할 예정인데도 전날 따로 만난다는 것은 양측의 대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양측의 만남이 "서로 신뢰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진 센터장은 "하야시 외무상은 '비둘기파 중의 비둘기파'라고 할 수 있다"며 "강제징용 등에 대한 대응을 성급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우선 셔틀외교 등을 복원하자는 이야기가 오갈 거라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를 비판하며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왔습니다. 2월 3일 첫 TV토론에선 "(당선이 된다면) 먼저 미국 대통령, 그 다음 일본 총리,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위원장 순으로 만나겠다"며 중국보단 일본에 확실한 우선순위를 뒀고, 당선 후엔 일본 기시다 총리에게 친서를 전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일본도 이 같은 신호를 예민하게 감지해 왔습니다. 일본 내 여론도 다소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선 직후인 3월 15일 일본 NHK가 성인 1,223명에게 한일관계 전망을 물었더니 59%는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거라 답했습니다. 좋아질 거란 응답은 25%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조사와 비교하면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18%p 올랐고 '나빠질 것'이란 응답은 20%p 줄었습니다.
오늘 일본 JNN(일본 민영방송사 네트워크)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이 한일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응답이 44%, '기대하지 않는다'는 46%이었습니다. 수치상으론 뜨뜻미지근해 보이지만, 과거보다는 확실히 한일관계가 나아질 거라고 보는 일본인들이 많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일본에서 23년 거주한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국제교양학부)는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예전보다 확실히 높아진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박 교수는 특히 "한국인이 아베 총리를 싫어하듯, 일본 우익이나 일부 언론은 반한감정과 함께 '반 문재인' 정서도 함께 불러일으켜 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일본인의 여론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과거사 문제와 관계 개선 사이…한국의 선택은
이제 관심은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두고 양측이 어떻게 대화를 재개할지에 쏠립니다.
일본 주장은 그대로입니다. 일본 정부는 오늘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반하여 한국 신정부와 긴밀한 의사소통을 해 나가겠다"고 취임식준비위원회에 전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란 ①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합의로 해결되었고 ②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위한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한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 분명합니다.
동시에 일본은 급격히 재편되는 국제질서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하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오늘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국제 질서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사태를 앞두고 다시 한번 한·일, 한·미·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기에 "한일 간 어려운 문제가 존재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며 대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진창수 센터장은 "일본은 새 정부가 중국에 대해 일본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그렇기에 선순환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강제징용 기업 자산 현금화 등의 문제에서도 과거보다 타협의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일본의 호의적인 행보에 어디까지 박자를 맞춰야 할지 정교하게 계산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강창일 현 일본대사가 일본 총리와 외무상을 거의 만나지 못한 것과 달리, 윤 당선인의 한일정책협의단은 기시다 총리를 만나는 등 환대를 받았다. 새 정부 관계자들이 고무되어 있을 수 있다"라면서도 "일본은 이제 한국이 먼저 위안부 합의 약속을 이행한다고 명확하게 밝히는 등의 움직임을 기대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한 "자칫 신냉전 구도에서 한국이 일본 대신 미·중 대결의 최전선에 서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기에, 일본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지 대차대조표를 분명하게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포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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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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