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 택배’ 무조건 기사 책임?…주먹구구 배상

입력 2022.05.09 (21:44) 수정 2022.05.09 (22: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택배가 사라지거나 파손되면 우선은 택배 '회사'가 고객에게 먼저 배상 하라고 표준약관에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택배 '기사'들이 책임을 떠안는 경우가 다반사라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최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택배 기사 장재혁 씨는 석 달 전 배송한 물품이 분실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파트 무인 택배함에 분명 넣어놓고 왔는데, 고객은 보질 못했다며 물건값 30만 원을 물어내라고 했습니다.

[장재혁/택배기사 : "30만 원 변상을 하려면 이제 하루 치 꼬박 일 한거와 다음 날 반나절 정도 일한 수수료가 거의 맞먹는 금액이 되는 거죠."]

최근 6개월 사이 택배기사 10명 중 8명 꼴로(80.3%) 장 씨처럼 분실 등에 대한 책임을 '직접 지고' 고객에게 변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43%는 3번 이상 변상했습니다.

공정위 표준약관을 보면, 고객이 배상 요청을 할 경우 우선은 사업자, 그러니까 택배 '회사'가, 30일 내에 배상하도록 돼 있습니다.

정확한 귀책 사유는 그 다음에 따지라는 것.

결국, 택배기사가 고객에게 먼저 배상할 일이 없단 겁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걸까요?

택배 본사는 대리점과 2년에 한 번씩 계약을 연장하고, 대리점은 다시 기사들과 계약 맺는 구조.

그런데 분실이 많으면 평가 점수가 깎여, 대리점 재계약 시 불이익이 있습니다.

때문에, 분실되더라도 대리점들은 본사에 잘 알리질 않는 거고, 그 부담이 결국, 기사들 몫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김수일/택배 기사 : "대리점에서는 재계약을 위해서 분실처리라든가 VOC(고객불만접수)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죠. 택배기사가 20명이다 하면 (분실한 금액) N분의 1을 해가지고 택배기사들한테 똑같이 부담을 주고 있죠."]

[송희라/변호사 : "(표준 계약서에는) 어느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정도 취지로 좀 간략하게 규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책임 소재에 대한 법 규정과 제도적인 배상 체계를 더 명확히 해둘 것을 제언합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민창호 유성주/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김지훈 이경민 안재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분실 택배’ 무조건 기사 책임?…주먹구구 배상
    • 입력 2022-05-09 21:44:37
    • 수정2022-05-09 22:12:39
    뉴스 9
[앵커]

​택배가 사라지거나 파손되면 우선은 택배 '회사'가 고객에게 먼저 배상 하라고 표준약관에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택배 '기사'들이 책임을 떠안는 경우가 다반사라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최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택배 기사 장재혁 씨는 석 달 전 배송한 물품이 분실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파트 무인 택배함에 분명 넣어놓고 왔는데, 고객은 보질 못했다며 물건값 30만 원을 물어내라고 했습니다.

[장재혁/택배기사 : "30만 원 변상을 하려면 이제 하루 치 꼬박 일 한거와 다음 날 반나절 정도 일한 수수료가 거의 맞먹는 금액이 되는 거죠."]

최근 6개월 사이 택배기사 10명 중 8명 꼴로(80.3%) 장 씨처럼 분실 등에 대한 책임을 '직접 지고' 고객에게 변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43%는 3번 이상 변상했습니다.

공정위 표준약관을 보면, 고객이 배상 요청을 할 경우 우선은 사업자, 그러니까 택배 '회사'가, 30일 내에 배상하도록 돼 있습니다.

정확한 귀책 사유는 그 다음에 따지라는 것.

결국, 택배기사가 고객에게 먼저 배상할 일이 없단 겁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걸까요?

택배 본사는 대리점과 2년에 한 번씩 계약을 연장하고, 대리점은 다시 기사들과 계약 맺는 구조.

그런데 분실이 많으면 평가 점수가 깎여, 대리점 재계약 시 불이익이 있습니다.

때문에, 분실되더라도 대리점들은 본사에 잘 알리질 않는 거고, 그 부담이 결국, 기사들 몫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김수일/택배 기사 : "대리점에서는 재계약을 위해서 분실처리라든가 VOC(고객불만접수)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죠. 택배기사가 20명이다 하면 (분실한 금액) N분의 1을 해가지고 택배기사들한테 똑같이 부담을 주고 있죠."]

[송희라/변호사 : "(표준 계약서에는) 어느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정도 취지로 좀 간략하게 규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책임 소재에 대한 법 규정과 제도적인 배상 체계를 더 명확히 해둘 것을 제언합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민창호 유성주/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김지훈 이경민 안재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