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3은 ‘1인 가구’…“만족도 높지만 위급 상황 땐 곤란”

입력 2022.05.10 (08:22) 수정 2022.05.1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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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단독주택에 사는 34살 강 모 씨. 학교와 직장 근처로 거주지를 잡다보니 벌써 13년째 혼자 살고 있습니다. 강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고를 때도 직장과의 거리를 가장 많이 고려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혼자서 자유롭게 여가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하면서도 몸이 아플 때는 '혼자 사는 서러움'도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가구 중 1/3은 '1인 가구'

2020년 기준으로 강 씨와 같은 1인 가구는 서울에만 139만 가구가 있습니다. 서울 시내 전체 가구가 398만 가구인데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인 셈입니다.

서울시의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에 16.3%로 집계됐는데, 2010년에는 24.4%, 2015년 29.5%, 그리고 2020년에 34.9%로 계속 증가했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이미 둘 중 한 명 48.9%가 1인 가구였고, 중장년층 32.7%, 노년층의 18.5%가 1인 가구로 조사됐습니다.


■1인 가구 둘 중 한 명 단독주택… 거주 면적 넓어졌지만 부담도 증가

서울시 1인 가구의 51.1%는 단독주택에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1인 가구는 21.7%,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비율은 16.6% 그리고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6.3%였습니다. 임대 형태로는 전세 형태가 39.1%, 월세 30.3% 그리고 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28.8%였습니다.

2017년 실태 조사에서는 1인 가구의 거주지 면적이 평균 47.4 제곱미터였는데, 이번 실태 조사 결과에선 52.6 제곱미터로 더 커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한 서울연구원은 1인 가구가 '주거의 질'을 높게 생각하는 경향이 커졌고, 서울시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자 이를 버틸 수 없는 1인 가구는 서울을 벗어나는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 소득대비 월 임차료가 25%를 넘거나 월 소득대비 월 주거비(월임차료+월 주거관리비) 비율이 30%가 넘으면 주거비 과부담 비율이라고 하는데, 1인 가구 가운데 주거비 과부담 비율은 30.9%였습니다. 노년층 1인 가구가 38.5%로 가장 높았고, 청년이 35.4%, 중장년 18.4% 순이었습니다.


■1인 가구 "만족도 높지만, 위급 상황 땐 혼자서 곤란해"

1인 가구의 86.2%가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2017년 실태조사 때 73.2%보다 13%나 증가한 비율입니다. 이 이유에 대해 서울연구원은 스스로 1인 가구가 되기로 선택한 '자발적 1인 가구'의 비율이 65.6%로 집계될 정도로 높기 때문에 만족도 역시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조사 대상자들은 1인 가구의 장점으로 자유로운 생활 36.9%, 혼자만의 여가를 보낼 수 있다는 응답이 31.1%, 직업이나 학업에 몰입할 수 있어서 9.6%, 가족 부양 부담 없음 9.2% 순으로 꼽았습니다.

반면 곤란하거나 힘든 점으론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가 35.9%, 식사 해결 곤란 30.8%, 여가 문화생활의 어려움 11.9% 그리고 10.2%는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답변했습니다.


■1인 가구에 대한 인식 개선..."1인 가구 보편화 덕분 "

1인 가구에 대한 차별·무시·편견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2017년 실태 조사 당시 응답자 둘 가운데 한 명(53%)이 지속적 결혼 강요나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등의 차별을 겪었다고 답변했습니다.

반면 이번 조사에선 84.2%가 그러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1인 가구가 보편화된만큼 이에 대한 편견도 줄어든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1인 가구 13.6% 도움받을 사람 없어… '주거 취약지 중장년 1인 가구' 특히 취약해

1인 가구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변한 비율은 62.1%였고, 몸이 아플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또는 급전이 필요할 때 모두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1인 가구의 비율은 13.6%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주거 취약지에 사는 중장년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평균 자산은 3백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또 지난 1주일 동안 일하지 않은 비율도 55.1%, 근로 소득 없이 기초생활수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장년의 비율도 57.6%로 집계됐습니다.

이들의 96.6%가 고시원이나 여관, 여인숙 등 '비주거 주택'에 거주했습니다. 또 대다수가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보증금 없는 월세인 경우가 91.5%인만큼 주머니 사정은 열악했습니다.

또 이들은 심각한 사회적 고립도 겪고 있었는데, 최근 3개월 이내 만나거나 연락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답변이 44.9%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이웃 관계망을 형성해 또래 1인 가구와 상담과 위로 등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주거 환경도 개선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가 서울연구원에 용역을 줘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서울에 사는 1인 가구 3,07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입니다. 서울시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1인 가구 맞춤 정책을 만들 계획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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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0 06:00:32
    • 수정2022-05-10 08:24:33
    취재K

서울 송파구의 단독주택에 사는 34살 강 모 씨. 학교와 직장 근처로 거주지를 잡다보니 벌써 13년째 혼자 살고 있습니다. 강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고를 때도 직장과의 거리를 가장 많이 고려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혼자서 자유롭게 여가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하면서도 몸이 아플 때는 '혼자 사는 서러움'도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가구 중 1/3은 '1인 가구'

2020년 기준으로 강 씨와 같은 1인 가구는 서울에만 139만 가구가 있습니다. 서울 시내 전체 가구가 398만 가구인데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인 셈입니다.

서울시의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에 16.3%로 집계됐는데, 2010년에는 24.4%, 2015년 29.5%, 그리고 2020년에 34.9%로 계속 증가했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이미 둘 중 한 명 48.9%가 1인 가구였고, 중장년층 32.7%, 노년층의 18.5%가 1인 가구로 조사됐습니다.


■1인 가구 둘 중 한 명 단독주택… 거주 면적 넓어졌지만 부담도 증가

서울시 1인 가구의 51.1%는 단독주택에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1인 가구는 21.7%,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비율은 16.6% 그리고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6.3%였습니다. 임대 형태로는 전세 형태가 39.1%, 월세 30.3% 그리고 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28.8%였습니다.

2017년 실태 조사에서는 1인 가구의 거주지 면적이 평균 47.4 제곱미터였는데, 이번 실태 조사 결과에선 52.6 제곱미터로 더 커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한 서울연구원은 1인 가구가 '주거의 질'을 높게 생각하는 경향이 커졌고, 서울시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자 이를 버틸 수 없는 1인 가구는 서울을 벗어나는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 소득대비 월 임차료가 25%를 넘거나 월 소득대비 월 주거비(월임차료+월 주거관리비) 비율이 30%가 넘으면 주거비 과부담 비율이라고 하는데, 1인 가구 가운데 주거비 과부담 비율은 30.9%였습니다. 노년층 1인 가구가 38.5%로 가장 높았고, 청년이 35.4%, 중장년 18.4% 순이었습니다.


■1인 가구 "만족도 높지만, 위급 상황 땐 혼자서 곤란해"

1인 가구의 86.2%가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2017년 실태조사 때 73.2%보다 13%나 증가한 비율입니다. 이 이유에 대해 서울연구원은 스스로 1인 가구가 되기로 선택한 '자발적 1인 가구'의 비율이 65.6%로 집계될 정도로 높기 때문에 만족도 역시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조사 대상자들은 1인 가구의 장점으로 자유로운 생활 36.9%, 혼자만의 여가를 보낼 수 있다는 응답이 31.1%, 직업이나 학업에 몰입할 수 있어서 9.6%, 가족 부양 부담 없음 9.2% 순으로 꼽았습니다.

반면 곤란하거나 힘든 점으론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가 35.9%, 식사 해결 곤란 30.8%, 여가 문화생활의 어려움 11.9% 그리고 10.2%는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답변했습니다.


■1인 가구에 대한 인식 개선..."1인 가구 보편화 덕분 "

1인 가구에 대한 차별·무시·편견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2017년 실태 조사 당시 응답자 둘 가운데 한 명(53%)이 지속적 결혼 강요나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등의 차별을 겪었다고 답변했습니다.

반면 이번 조사에선 84.2%가 그러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1인 가구가 보편화된만큼 이에 대한 편견도 줄어든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1인 가구 13.6% 도움받을 사람 없어… '주거 취약지 중장년 1인 가구' 특히 취약해

1인 가구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변한 비율은 62.1%였고, 몸이 아플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또는 급전이 필요할 때 모두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1인 가구의 비율은 13.6%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주거 취약지에 사는 중장년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평균 자산은 3백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또 지난 1주일 동안 일하지 않은 비율도 55.1%, 근로 소득 없이 기초생활수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장년의 비율도 57.6%로 집계됐습니다.

이들의 96.6%가 고시원이나 여관, 여인숙 등 '비주거 주택'에 거주했습니다. 또 대다수가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보증금 없는 월세인 경우가 91.5%인만큼 주머니 사정은 열악했습니다.

또 이들은 심각한 사회적 고립도 겪고 있었는데, 최근 3개월 이내 만나거나 연락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답변이 44.9%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이웃 관계망을 형성해 또래 1인 가구와 상담과 위로 등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주거 환경도 개선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가 서울연구원에 용역을 줘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서울에 사는 1인 가구 3,07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입니다. 서울시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1인 가구 맞춤 정책을 만들 계획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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