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완전 채식주의자로 살던 A 씨, 하루 아침에 채식이 제공되지 않는 곳에 갇혀 살게 된다면? 그래서 밥도 잘 못 먹고 건강에 이상을 느낀다면? A 씨에게 채식을 보장해주자고, 대부분 말할 겁니다.
그런데 A 씨가 구치소에 수용된 죄수라면 어떨까요? 의견이 갈릴 겁니다. 국가인권위에서 이런 비건 수용자의 '채식할 권리'에 대한 판단을 오늘(10일) 발표했습니다.
■ "현미밥 제공 거부, 채식 신념 지키기 어려워"…"고충 해결에 최선"
인권위는 2020년 말, 한 구치소에 수용된 A 씨 지인으로부터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진정에 따르면 A 씨는 어릴 때부터 일체의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였습니다.
그런데 구치소에 입소한 2020년 4월부터 보석으로 풀려나기 전 약 4개월 동안 주식인 현미밥을 제공받지 못해 사과를 먹으며 생활했습니다. 탈모와 체력 저하를 비롯한 건강 이상을 느껴 구치소에 현미밥 제공 등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A 씨는 이런 구치소의 결정이 채식주의자로서의 신념을 지키기 어렵게 했다며, 피해자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구치소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A 씨의 사정을 듣고 과일 구매 횟수를 주 2회에서 3회로 늘려줬고, 피해자가 원하는 연근조림, 묵무침 등 반찬을 별도의 개인 반찬통에 양을 늘려 지급하는 등 A 씨 고충을 해결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단 겁니다.
A 씨 의료 처우에도 적극적이었으며, 혈액과 흉부 X-선, 활력징후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상이었다고 방어했습니다. 또 현미쌀 구매 요청을 거부한 것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맞섰습니다.
■인권위 "수용자라도 채식 권리 보장 돼야"
인권위는 구치소의 입장을 일부 받아들이고 A 씨의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A씨가 수용 기간 중 밥과 국을 제대로 못 먹어 불편을 겪기는 했지만, 구치소가 현미쌀 구매 요청을 거절한 것은 형집행법 시행규칙에 의한 것이었던 점을 고려했습니다.
구치소가 A 씨 고충해소를 위해 노력한 점도 인정했습니다. 특히 우리 교정 관련 법규에는 채식주의 수용자에 대한 특별한 처우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A 씨의 진정을 기각한 주요 사유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인권위는 '비건 수용자의 채식할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수용자라할 지라도 채식을 식생활의 기본으로 한다면, 채식을 존중해 주지 않을 경우 삶이 피폐해지고, 결국 소신마저 포기하게 한단 겁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배치된다는 게, 인권위 판단입니다.
■ 유럽· 美 "양심·종교 자유 차원에서 채식권리 보장돼야"
인권위에 따르면, '비건 수용자의 채식 권리 보장'은 해외에서 여러 차례 판단이 난 사안입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3년, 채식주의 수용자의 양심의 자유를 판단하면서 채식주의자의 식생활은 종교의 자유의 표현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채식 식단제공은 수용자의 양심과 종교의 자유 관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 교정시설을 비롯해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채식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구치소가 비건 수용자에 채식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차원이란 겁니다.
인권위는 법무부에 채식주의 신념을 가진 수용자가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채식주의 식단을 마련하고, 반입 가능한 식품 품목 확대 등을 위한 관련 법령의 개정이나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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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에 갇힌 채식주의자, ‘채식할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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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5-10 12:00:36
평생을 완전 채식주의자로 살던 A 씨, 하루 아침에 채식이 제공되지 않는 곳에 갇혀 살게 된다면? 그래서 밥도 잘 못 먹고 건강에 이상을 느낀다면? A 씨에게 채식을 보장해주자고, 대부분 말할 겁니다.
그런데 A 씨가 구치소에 수용된 죄수라면 어떨까요? 의견이 갈릴 겁니다. 국가인권위에서 이런 비건 수용자의 '채식할 권리'에 대한 판단을 오늘(10일) 발표했습니다.
■ "현미밥 제공 거부, 채식 신념 지키기 어려워"…"고충 해결에 최선"
인권위는 2020년 말, 한 구치소에 수용된 A 씨 지인으로부터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진정에 따르면 A 씨는 어릴 때부터 일체의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였습니다.
그런데 구치소에 입소한 2020년 4월부터 보석으로 풀려나기 전 약 4개월 동안 주식인 현미밥을 제공받지 못해 사과를 먹으며 생활했습니다. 탈모와 체력 저하를 비롯한 건강 이상을 느껴 구치소에 현미밥 제공 등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A 씨는 이런 구치소의 결정이 채식주의자로서의 신념을 지키기 어렵게 했다며, 피해자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구치소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A 씨의 사정을 듣고 과일 구매 횟수를 주 2회에서 3회로 늘려줬고, 피해자가 원하는 연근조림, 묵무침 등 반찬을 별도의 개인 반찬통에 양을 늘려 지급하는 등 A 씨 고충을 해결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단 겁니다.
A 씨 의료 처우에도 적극적이었으며, 혈액과 흉부 X-선, 활력징후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상이었다고 방어했습니다. 또 현미쌀 구매 요청을 거부한 것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맞섰습니다.
■인권위 "수용자라도 채식 권리 보장 돼야"
인권위는 구치소의 입장을 일부 받아들이고 A 씨의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A씨가 수용 기간 중 밥과 국을 제대로 못 먹어 불편을 겪기는 했지만, 구치소가 현미쌀 구매 요청을 거절한 것은 형집행법 시행규칙에 의한 것이었던 점을 고려했습니다.
구치소가 A 씨 고충해소를 위해 노력한 점도 인정했습니다. 특히 우리 교정 관련 법규에는 채식주의 수용자에 대한 특별한 처우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A 씨의 진정을 기각한 주요 사유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인권위는 '비건 수용자의 채식할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수용자라할 지라도 채식을 식생활의 기본으로 한다면, 채식을 존중해 주지 않을 경우 삶이 피폐해지고, 결국 소신마저 포기하게 한단 겁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배치된다는 게, 인권위 판단입니다.
■ 유럽· 美 "양심·종교 자유 차원에서 채식권리 보장돼야"
인권위에 따르면, '비건 수용자의 채식 권리 보장'은 해외에서 여러 차례 판단이 난 사안입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3년, 채식주의 수용자의 양심의 자유를 판단하면서 채식주의자의 식생활은 종교의 자유의 표현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채식 식단제공은 수용자의 양심과 종교의 자유 관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 교정시설을 비롯해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채식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구치소가 비건 수용자에 채식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차원이란 겁니다.
인권위는 법무부에 채식주의 신념을 가진 수용자가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채식주의 식단을 마련하고, 반입 가능한 식품 품목 확대 등을 위한 관련 법령의 개정이나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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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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