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닫혔는데 통근 버스는 달린다…개성공단에 무슨 일이?

입력 2022.05.11 (14:59) 수정 2022.05.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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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개성공단 공장 화재 사실을 통일부가 알렸습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관련 동향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개성공단 화재는 두 가지 가능성을 던졌습니다. 첫째는 '공단에 사람이 드나든다는 것'이고, 둘째는 '폐쇄된 지 오래인 공단 안에 누전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화재 이후 공단 안에서 차량들이 다니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 규모로 있었는지도 차차 드러날까요? 개성공단 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화재 뒤 드러난 통근 버스 움직임…'정기적 출퇴근' 정황?

정부 차원에서 처음 개성공단 내 차량 움직임을 확인해 발표한 것은 화재 이후인 이달 9일이었습니다. 당시 통일부는 "최근 개성 공업 지구 내 미상의 차량 움직임 등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측의 설비 무단 가동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공단 내 차량 움직임이 최소 지난해부터 있었다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차량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시켜준 위성사진들로 말이죠. 미국의 소리(VOA)는 민간 위성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개성공단의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정부 발표가 나온 이달 9일 촬영된 것이었습니다. 공단에 있는 '가방·신발 생산 지구'의 모습이었는데 공장 건물 옆에 있는 여러 개의 파란색 물체가 포착됐습니다. 본체는 파란색, 윗부분 일부는 하얀색으로 과거 현대자동차가 제공한 개성공단 통근 버스 '에어로시티'로 추정됩니다. 해당 버스들은 이달 4일과 7일 찍은 사진에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이달 초 촬영된 개성공단 내  주차 버스들(위 4장)과 지난해 8월 촬영된 해당 버스들 〈플래닛 랩스, 미국의 소리〉이달 초 촬영된 개성공단 내 주차 버스들(위 4장)과 지난해 8월 촬영된 해당 버스들 〈플래닛 랩스, 미국의 소리〉

같은 지점에서 지난해 8월 찍힌 위성 사진도 공개됐는데, 해상도가 훨씬 높아 해당 버스가 '에어로시티'라는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미국의 소리는 에어로시티 9대가 해당 공장에 최소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드나들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공단 내 또 다른 지점 4곳에서도 버스 운행 등 '미묘한 움직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 "버스는 남측 자산, 남북 합의 위반"…시설 무단 사용 가능성은?

오늘(11일)은 공단 밖 북한 땅의 차량들 움직임이 드러났습니다. 개성공단의 북한 측 입구 부근을 촬영한 미국 '맥사 테크놀로지'의 지난해 3월 위성사진들을 통해서입니다. 공단으로 진입하려는 차량 2대(승합차 1대, 화물차 1대)와 입구 바로 옆(공단 안쪽)에 주차된 '에어로시티'로 추정되는 버스 1대, 그리고 개성 시내 도로를 달리는 버스 1대(에어로시티 추정)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겼습니다. 미국의 소리는 동일한 지점의 다른날 위성사진에는 차량들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에어로시티' 는 엄연한 남측 소유입니다. 결국 북한이 무단 사용하고 있는 셈인데, 정부는 '남북투자보장 합의서' 위반이라는 입장입니다. 남북투자보장 합의서는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대북 투자자의 재산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촬영된 개성공단 북한 측 입구(위)와 개성 시내 도로(아래) 〈맥사 테크놀로지, 미국의소리〉지난해 3월 촬영된 개성공단 북한 측 입구(위)와 개성 시내 도로(아래) 〈맥사 테크놀로지, 미국의소리〉

반면, 정부는 그 밖의 개성공단 공장 등 시설 무단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근로자 출퇴근용 버스가 움직인다는 것은 북한이 일부 공장만이라도 재가동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지만, 위성사진 같은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북한이 몰래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당국자는 "공단 폐쇄 직후 북한이 시설 관리 인력만 내려보낸 것으로 알고 철수했다"며 "개성공단은 밤이면 암흑이다. 철수 당시 남측 전기와 기름 공급까지 끊고 왔기 때문에 북한이 북에서 연료를 끌어와 쓰고 있다는 정황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시설까지 무단으로 점유해 사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밤에 불이 꺼져있다는 이유로 시설 가동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위장 전술에 능한 북한입니다. 에어로시티 1대당 탑승 가능 인원은 최대 50명. 버스 9대가 정기적으로 공단을 드나들고 있다면, 관리인력만의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는 상황을 파악한 직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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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1 14:59:34
    • 수정2022-05-11 15:01:13
    취재K

지난달 21일, 개성공단 공장 화재 사실을 통일부가 알렸습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관련 동향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개성공단 화재는 두 가지 가능성을 던졌습니다. 첫째는 '공단에 사람이 드나든다는 것'이고, 둘째는 '폐쇄된 지 오래인 공단 안에 누전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화재 이후 공단 안에서 차량들이 다니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 규모로 있었는지도 차차 드러날까요? 개성공단 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화재 뒤 드러난 통근 버스 움직임…'정기적 출퇴근' 정황?

정부 차원에서 처음 개성공단 내 차량 움직임을 확인해 발표한 것은 화재 이후인 이달 9일이었습니다. 당시 통일부는 "최근 개성 공업 지구 내 미상의 차량 움직임 등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측의 설비 무단 가동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공단 내 차량 움직임이 최소 지난해부터 있었다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차량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시켜준 위성사진들로 말이죠. 미국의 소리(VOA)는 민간 위성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개성공단의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정부 발표가 나온 이달 9일 촬영된 것이었습니다. 공단에 있는 '가방·신발 생산 지구'의 모습이었는데 공장 건물 옆에 있는 여러 개의 파란색 물체가 포착됐습니다. 본체는 파란색, 윗부분 일부는 하얀색으로 과거 현대자동차가 제공한 개성공단 통근 버스 '에어로시티'로 추정됩니다. 해당 버스들은 이달 4일과 7일 찍은 사진에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이달 초 촬영된 개성공단 내  주차 버스들(위 4장)과 지난해 8월 촬영된 해당 버스들 〈플래닛 랩스, 미국의 소리〉
같은 지점에서 지난해 8월 찍힌 위성 사진도 공개됐는데, 해상도가 훨씬 높아 해당 버스가 '에어로시티'라는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미국의 소리는 에어로시티 9대가 해당 공장에 최소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드나들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공단 내 또 다른 지점 4곳에서도 버스 운행 등 '미묘한 움직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 "버스는 남측 자산, 남북 합의 위반"…시설 무단 사용 가능성은?

오늘(11일)은 공단 밖 북한 땅의 차량들 움직임이 드러났습니다. 개성공단의 북한 측 입구 부근을 촬영한 미국 '맥사 테크놀로지'의 지난해 3월 위성사진들을 통해서입니다. 공단으로 진입하려는 차량 2대(승합차 1대, 화물차 1대)와 입구 바로 옆(공단 안쪽)에 주차된 '에어로시티'로 추정되는 버스 1대, 그리고 개성 시내 도로를 달리는 버스 1대(에어로시티 추정)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겼습니다. 미국의 소리는 동일한 지점의 다른날 위성사진에는 차량들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에어로시티' 는 엄연한 남측 소유입니다. 결국 북한이 무단 사용하고 있는 셈인데, 정부는 '남북투자보장 합의서' 위반이라는 입장입니다. 남북투자보장 합의서는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대북 투자자의 재산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촬영된 개성공단 북한 측 입구(위)와 개성 시내 도로(아래) 〈맥사 테크놀로지, 미국의소리〉
반면, 정부는 그 밖의 개성공단 공장 등 시설 무단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근로자 출퇴근용 버스가 움직인다는 것은 북한이 일부 공장만이라도 재가동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지만, 위성사진 같은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북한이 몰래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당국자는 "공단 폐쇄 직후 북한이 시설 관리 인력만 내려보낸 것으로 알고 철수했다"며 "개성공단은 밤이면 암흑이다. 철수 당시 남측 전기와 기름 공급까지 끊고 왔기 때문에 북한이 북에서 연료를 끌어와 쓰고 있다는 정황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시설까지 무단으로 점유해 사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밤에 불이 꺼져있다는 이유로 시설 가동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위장 전술에 능한 북한입니다. 에어로시티 1대당 탑승 가능 인원은 최대 50명. 버스 9대가 정기적으로 공단을 드나들고 있다면, 관리인력만의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는 상황을 파악한 직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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