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 참여 검토’ IPEF, 미중 갈등 최전선되나?…中매체 “맞대응 촉발”

입력 2022.05.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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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 IT 기업 화웨이는 한때 글로벌 시장의 20%를 차지하던 스마트폰 강자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5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스마트폰 부진을 떨치기 위해 지금은 전기차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중국 대표 IT 기업 화웨이, 반도체 공급망 막혀 스마트폰 시장 위상 급락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이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화웨이를 제재 대상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첨단 반도체 공급이 막히면서 화웨이 스마트폰은 5G 기능을 장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달 보아오 포럼 연설에서 “디커플링, 공급 중단, 극한의 압박 행위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사진:CCTV 캡처)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달 보아오 포럼 연설에서 “디커플링, 공급 중단, 극한의 압박 행위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사진:CCTV 캡처)

화웨이 스마트폰의 퇴조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급망 공세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이같은 파상 공세를 자유무역주의를 명분으로 반대해왔습니다. 지난 달 열린 '아시아판 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을 통해 시진핑 주석도 다시 한번 이같은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디커플링(탈동조화)·공급 중단·극한의 압박 행위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일 한국과 일본을 순방할 때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에 제기되고 있다.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일 한국과 일본을 순방할 때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에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하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의제로 제안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중국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IPEF는 미국 주도로 한국과 일본, 호주, 동남아 국가들이 참가하는 경제권 구상인데, 중국을 견제하는 기구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 '중국 견제 평가' IPEF, 바이든의 한일 순방 계기로 구체화 전망

디지털 경제와 공급망, 인프라 정비, 무역 활성화, 탈탄소 에너지, 반부패 등을 협력할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자칫 '공급망 동맹'을 형성하며 중국의 공급망을 옥죄는 계기가 될까 중국은 경계하고 있습니다. 마치 경제적 측면의 '쿼드' 또는 '오커스'가 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취임식 사절로 방한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 수호를 강조한 것도 IPEF를 견제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주도로 추진하는 역내 경제기구에 한국이 참여하는데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왕 부주석은 이와 관련해 한국 측에 다자 조율을 밀접하게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왼쪽)은 10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강조했다. (사진:대통령실)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왼쪽)은 10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강조했다. (사진:대통령실)

왕치산 부주석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신임 대통령에게 중국이 바라는 다섯 가지 사항을 차례로 읽어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언론은 왕치산 부주석이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자"며 사드 추가 배치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대목을 주목했습니다. 그런데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가 다섯번째였던데 비해, '다자주의·자유무역체제 수호'는 그에 앞선 네번째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측근, 이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왕치산 부주석이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역대 최고위급으로서 방한한데는 단순한 '한국 중시'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 방한 왕치산, 윤 대통령 앞에서 "다자주의·자유무역체제 수호"...中 매체 "맞대응 촉발할 수도"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는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글로벌타임스는 10일 한국의 IPEF 참여를 주목하며 "한국의 경제 발전은 무역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최대 경제 무역 상대인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시도는 한중 경제 무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고 중국의 맞대응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IPEF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11일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그동안 개방적, 포용적이고 투명한 역내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다만 IPEF가 언제 출범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도미타 코지 주미 일본대사는 현지시각 9일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CSIS에서 열린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 기간 미국 주도의 IPEF 공식 발족 선언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IPEF 참여 가능성은 단순한 '긍정적 검토' 수준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한미동맹을 강조해왔고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당시 IPEF 참여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박진 외교장관 후보자(오른쪽)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IPEF 참여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박진 외교장관 후보자(오른쪽)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IPEF 참여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IPEF 추진은 인도 태평양 지역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이후 미국은 이 지역 경제 리더십을 회복할 시점을 저울질해왔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배터리, 반도체 분야 협력을 다지고 있는 기업들의 중장기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소수 사태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안 공급선도 보다 쉽게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 IPEF, 중국 주도 RCEP 견제...회의적 시각도

미국 입장에서 IPEF는 중국 주도로 올해 출범한 또 다른 자유무역지대 협정인 RCEP 즉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RCEP에도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참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RCEP이 일대일로 정책의 지렛대이자 미국의 대중 공급망 포위 전략의 활로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IPEF가 실제 위력을 발휘할 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역내 국가들이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찾는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하겠지만, 자칫 미중 갈등의 대리전을 치를 가능성은 피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RCEP에 따른 수익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은 RCEP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 주도의 IPEF 역시 실제적 이익을 구현할 수 있어야 회원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개방 수단이 없다면 IPEF가 미국·일본·호주·싱가포르 등 부유한 미국 동맹국들을 위한 또 하나의 외교 클럽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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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한국 참여 검토’ IPEF, 미중 갈등 최전선되나?…中매체 “맞대응 촉발”
    • 입력 2022-05-12 07:00:12
    특파원 리포트

중국의 대표 IT 기업 화웨이는 한때 글로벌 시장의 20%를 차지하던 스마트폰 강자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5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스마트폰 부진을 떨치기 위해 지금은 전기차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중국 대표 IT 기업 화웨이, 반도체 공급망 막혀 스마트폰 시장 위상 급락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이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화웨이를 제재 대상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첨단 반도체 공급이 막히면서 화웨이 스마트폰은 5G 기능을 장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달 보아오 포럼 연설에서 “디커플링, 공급 중단, 극한의 압박 행위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사진:CCTV 캡처)
화웨이 스마트폰의 퇴조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급망 공세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이같은 파상 공세를 자유무역주의를 명분으로 반대해왔습니다. 지난 달 열린 '아시아판 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을 통해 시진핑 주석도 다시 한번 이같은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디커플링(탈동조화)·공급 중단·극한의 압박 행위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일 한국과 일본을 순방할 때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에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하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의제로 제안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중국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IPEF는 미국 주도로 한국과 일본, 호주, 동남아 국가들이 참가하는 경제권 구상인데, 중국을 견제하는 기구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 '중국 견제 평가' IPEF, 바이든의 한일 순방 계기로 구체화 전망

디지털 경제와 공급망, 인프라 정비, 무역 활성화, 탈탄소 에너지, 반부패 등을 협력할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자칫 '공급망 동맹'을 형성하며 중국의 공급망을 옥죄는 계기가 될까 중국은 경계하고 있습니다. 마치 경제적 측면의 '쿼드' 또는 '오커스'가 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취임식 사절로 방한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 수호를 강조한 것도 IPEF를 견제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주도로 추진하는 역내 경제기구에 한국이 참여하는데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왕 부주석은 이와 관련해 한국 측에 다자 조율을 밀접하게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왼쪽)은 10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강조했다. (사진:대통령실)
왕치산 부주석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신임 대통령에게 중국이 바라는 다섯 가지 사항을 차례로 읽어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언론은 왕치산 부주석이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자"며 사드 추가 배치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대목을 주목했습니다. 그런데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가 다섯번째였던데 비해, '다자주의·자유무역체제 수호'는 그에 앞선 네번째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측근, 이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왕치산 부주석이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역대 최고위급으로서 방한한데는 단순한 '한국 중시'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 방한 왕치산, 윤 대통령 앞에서 "다자주의·자유무역체제 수호"...中 매체 "맞대응 촉발할 수도"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는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글로벌타임스는 10일 한국의 IPEF 참여를 주목하며 "한국의 경제 발전은 무역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최대 경제 무역 상대인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시도는 한중 경제 무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고 중국의 맞대응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IPEF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11일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그동안 개방적, 포용적이고 투명한 역내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다만 IPEF가 언제 출범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도미타 코지 주미 일본대사는 현지시각 9일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CSIS에서 열린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 기간 미국 주도의 IPEF 공식 발족 선언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IPEF 참여 가능성은 단순한 '긍정적 검토' 수준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한미동맹을 강조해왔고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당시 IPEF 참여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박진 외교장관 후보자(오른쪽)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IPEF 참여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IPEF 추진은 인도 태평양 지역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이후 미국은 이 지역 경제 리더십을 회복할 시점을 저울질해왔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배터리, 반도체 분야 협력을 다지고 있는 기업들의 중장기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소수 사태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안 공급선도 보다 쉽게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 IPEF, 중국 주도 RCEP 견제...회의적 시각도

미국 입장에서 IPEF는 중국 주도로 올해 출범한 또 다른 자유무역지대 협정인 RCEP 즉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RCEP에도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참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RCEP이 일대일로 정책의 지렛대이자 미국의 대중 공급망 포위 전략의 활로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IPEF가 실제 위력을 발휘할 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역내 국가들이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찾는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하겠지만, 자칫 미중 갈등의 대리전을 치를 가능성은 피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RCEP에 따른 수익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은 RCEP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 주도의 IPEF 역시 실제적 이익을 구현할 수 있어야 회원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개방 수단이 없다면 IPEF가 미국·일본·호주·싱가포르 등 부유한 미국 동맹국들을 위한 또 하나의 외교 클럽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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