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소멸한다?

입력 2022.05.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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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이 사망률을 웃돌게 하지 않으면 일본은 결국 사라질 것이다. 그런 일은 우리 세상에 큰 손실이 될 것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장한 내용입니다. 해당 트윗은 지난해 일본의 인구가 64만 명 넘게 감소해 1950년 이후 가장 감소 폭이 컸고 11년 연속 확대되고 있다는 교도통신 기사를 보고 쓴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글 갈무리. 지금은 지워졌다일론 머스크 트위터 글 갈무리. 지금은 지워졌다

평소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던 머스크로서는 일본의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었겠지만, 일각에서 "부적절한 글"이라는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삭제했습니다.

이 소식은 국내 언론에도 소개돼 관련 기사마다 댓글 수백 개씩 달릴 만큼 주목받았습니다. 주로 " 일본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문제는 한국"이라는 식의 반응이었습니다. "우리가 먼저 소멸할 것"이라는 주장도 많았습니다. 이런 인식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실제로도 그럴지 따져봤습니다.

인터넷 기사 댓글 재구성인터넷 기사 댓글 재구성

■ 합계출산율, 한국 0.81 vs 일본 1.34

우려의 근거는, 위 마지막 댓글에도 나와 있는 출산율 데이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합계출산율'입니다.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합니다.

지난해(2021)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다만 지난해 출생통계가 오는 8월에 최종 집계될 예정이어서 이후 수치가 바뀔 수는 있습니다.

2021년 출생·사망통계(잠정치) / 통계청 자료2021년 출생·사망통계(잠정치) / 통계청 자료

1.34명으로 알려진 일본의 합계출산율 데이터는 2020년 기준입니다. 최신 자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0년 합계출산율 자료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0년 합계출산율 자료

이처럼 양국의 합계출산율 데이터가 1년의 시간 차가 있긴 하지만 관련 보도 내용을 근거로 "한국이 먼저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 50년 치 자료로 넓혀보니…한국 저출산 추이 두드러져

한 해 자료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지난 50년 치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동일한 데이터로 국가 간 비교를 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OECD는 회원국들의 방대한 인구 분포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데, 국가별로 자료를 받아 자체 보정을 거치기 때문에 국가끼리 비교를 하기에 좋습니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취합된 데이터를 보면 회원국 모두 과거보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과 일본은 최하위권입니다.

1982년까지 OECD 평균치(2.84~2.15명)를 크게 상회(4.53~2.39명)하던 한국은 이후 40년 가까이 한 번도 역전하지 못했고, 일본은 해당 기간 단 한 번도 OECD 평균치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1970년부터 1982년까지 2.16명에서 1.77명 수준으로 나타나 우리보다 10여 년 앞서 저출산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2.1명 미만이면 '저출산 국가'로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 국가'로 봅니다.


그런데 2001년을 기점으로 한·일간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한동안 일본과 엎치락뒤치락하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1년 1.31명으로 일본의 1.33명보다 낮아졌고 지금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인구 전문가들이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게 2002년부터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한·일 양국은 이미 이때부터 '초저출산 국가'로 접어들었습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하락세는 2016년부터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1.17명이었던 것이 2020년 0.84명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해당 기간 급감한 혼인 건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통계청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OECD 회원국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프에서 2016년~2020년 구간을 확대한 내용OECD 회원국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프에서 2016년~2020년 구간을 확대한 내용

통계청 자료. 2016년부터 혼인건수가 크게 줄었다통계청 자료. 2016년부터 혼인건수가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2016~2020) 일본은 1.44~1.33명을 기록해 우리와 대비됐습니다. 감소 폭이 우리나라보다는 둔화된 편이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건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합니다.

■ "2080년 인구, 한국 3,500만 명·일본 8,400만 명"

그럼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십 년 뒤 한·일 양국의 인구는 어느 정도가 될까요? 역시 정부 자료를 근거로 한 UN의 인구 데이터를 살펴보면 2080년 한국의 인구는 3,500만 명, 일본은 8,40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지금보다 각각 1,600만 명과 4,200만 명이 줄어든 규모입니다. 반면 세계 인구는 2021년 78억 명에서 2080년 106억 명 수준으로 증가하는 걸로 나타나 확연히 대비됐습니다.


고령화도 심화할 전망입니다. 한국의 경우 2070년이면 전체 인구의 중간 연령이 되는 '중위연령'이 62세까지 높아지고 노년부양비는 100.6명으로 늘어납니다. 노년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65세 이상)를 뜻하는데 2070년에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단순 계산 시 '한국이 더 빨리 소멸'할 수도

일본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인구에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합계출산율, 수천만 명씩 줄어드는 장래 인구 추계 결과 등을 종합하면 "한국의 인구가 일본보다 더 빨리 소멸할 수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가능한 주장입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상황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전개되고 다른 변수가 없을 거라는 전제로 가능한 얘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즉 조건이 유지될 경우 '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실제로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정부와 사회가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거나 내·외부 변수가 전혀 생기지 않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복수의 인구·통계 전문가들도 인구변화를 몇 가지 통계만을 근거로 예측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명시적인 데이터 외에도 측정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사회문화적 요소와 정치·경제·보건의학적 측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일본보다 더 빨리 소멸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산술적으로만 보면 나올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완전히 틀렸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인구변화에는 워낙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도 인구변화 예측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래서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인구 예측을 하는 이유는 정부에 알맞은 정책 변화를 주라고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때문에 정책이 계속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한다"면서 "국민적 관심까지 더해진다면 출생률 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수치만 보고 비관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책과 사회적 노력으로 바꿔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지적입니다.

자료 사진자료 사진

■ 저출산 해결 노력에도 성과 '미미'…실효성 있는 정책 절실

하지만 지금까지 저출산 해결을 위한 노력들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고 2006년부터 관계부처 합동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 왔습니다. 저출산 원인을 노동시장 격차와 불안정 고용, 교육 경쟁 심화와 높은 주택 가격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진단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수립된 4차 계획은 오는 2025년까지의 계획이 담겼습니다. '개인 삶의 질 제고'를 기본 방향으로 잡고 영아수당 신설, 육아휴직 확대, 다자녀 가구 지원 확대 등 육아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위원회 스스로도 지난 15년간의 정책에 대해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고 자평했습니다. 그 내용은 4차 계획안에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보다 근본적이고 사회구조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초기에는 출산·양육 시 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단순한 제도적 지원보다 삶의 질 자체를 향상시키는 총체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한정된 자원에서 비롯된 과도한 경쟁체제가 저출산을 유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경쟁 체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재생산 욕구보다는 자신이 살아남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밖에 없어 역사적으로 봐도 어느 나라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경쟁적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시대 상황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입니다.

※ 취재지원: 최유리 SNU 팩트체크센터 인턴기자 ilyouc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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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소멸한다?
    • 입력 2022-05-12 12:00:43
    팩트체크K

"출산율이 사망률을 웃돌게 하지 않으면 일본은 결국 사라질 것이다. 그런 일은 우리 세상에 큰 손실이 될 것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장한 내용입니다. 해당 트윗은 지난해 일본의 인구가 64만 명 넘게 감소해 1950년 이후 가장 감소 폭이 컸고 11년 연속 확대되고 있다는 교도통신 기사를 보고 쓴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글 갈무리. 지금은 지워졌다
평소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던 머스크로서는 일본의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었겠지만, 일각에서 "부적절한 글"이라는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삭제했습니다.

이 소식은 국내 언론에도 소개돼 관련 기사마다 댓글 수백 개씩 달릴 만큼 주목받았습니다. 주로 " 일본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문제는 한국"이라는 식의 반응이었습니다. "우리가 먼저 소멸할 것"이라는 주장도 많았습니다. 이런 인식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실제로도 그럴지 따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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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계출산율, 한국 0.81 vs 일본 1.34

우려의 근거는, 위 마지막 댓글에도 나와 있는 출산율 데이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합계출산율'입니다.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합니다.

지난해(2021)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다만 지난해 출생통계가 오는 8월에 최종 집계될 예정이어서 이후 수치가 바뀔 수는 있습니다.

2021년 출생·사망통계(잠정치) / 통계청 자료
1.34명으로 알려진 일본의 합계출산율 데이터는 2020년 기준입니다. 최신 자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0년 합계출산율 자료
이처럼 양국의 합계출산율 데이터가 1년의 시간 차가 있긴 하지만 관련 보도 내용을 근거로 "한국이 먼저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 50년 치 자료로 넓혀보니…한국 저출산 추이 두드러져

한 해 자료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지난 50년 치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동일한 데이터로 국가 간 비교를 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OECD는 회원국들의 방대한 인구 분포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데, 국가별로 자료를 받아 자체 보정을 거치기 때문에 국가끼리 비교를 하기에 좋습니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취합된 데이터를 보면 회원국 모두 과거보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과 일본은 최하위권입니다.

1982년까지 OECD 평균치(2.84~2.15명)를 크게 상회(4.53~2.39명)하던 한국은 이후 40년 가까이 한 번도 역전하지 못했고, 일본은 해당 기간 단 한 번도 OECD 평균치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1970년부터 1982년까지 2.16명에서 1.77명 수준으로 나타나 우리보다 10여 년 앞서 저출산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2.1명 미만이면 '저출산 국가'로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 국가'로 봅니다.


그런데 2001년을 기점으로 한·일간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한동안 일본과 엎치락뒤치락하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1년 1.31명으로 일본의 1.33명보다 낮아졌고 지금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인구 전문가들이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게 2002년부터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한·일 양국은 이미 이때부터 '초저출산 국가'로 접어들었습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하락세는 2016년부터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1.17명이었던 것이 2020년 0.84명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해당 기간 급감한 혼인 건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통계청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OECD 회원국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프에서 2016년~2020년 구간을 확대한 내용
통계청 자료. 2016년부터 혼인건수가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2016~2020) 일본은 1.44~1.33명을 기록해 우리와 대비됐습니다. 감소 폭이 우리나라보다는 둔화된 편이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건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합니다.

■ "2080년 인구, 한국 3,500만 명·일본 8,400만 명"

그럼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십 년 뒤 한·일 양국의 인구는 어느 정도가 될까요? 역시 정부 자료를 근거로 한 UN의 인구 데이터를 살펴보면 2080년 한국의 인구는 3,500만 명, 일본은 8,40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지금보다 각각 1,600만 명과 4,200만 명이 줄어든 규모입니다. 반면 세계 인구는 2021년 78억 명에서 2080년 106억 명 수준으로 증가하는 걸로 나타나 확연히 대비됐습니다.


고령화도 심화할 전망입니다. 한국의 경우 2070년이면 전체 인구의 중간 연령이 되는 '중위연령'이 62세까지 높아지고 노년부양비는 100.6명으로 늘어납니다. 노년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65세 이상)를 뜻하는데 2070년에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단순 계산 시 '한국이 더 빨리 소멸'할 수도

일본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인구에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합계출산율, 수천만 명씩 줄어드는 장래 인구 추계 결과 등을 종합하면 "한국의 인구가 일본보다 더 빨리 소멸할 수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가능한 주장입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상황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전개되고 다른 변수가 없을 거라는 전제로 가능한 얘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즉 조건이 유지될 경우 '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실제로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정부와 사회가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거나 내·외부 변수가 전혀 생기지 않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복수의 인구·통계 전문가들도 인구변화를 몇 가지 통계만을 근거로 예측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명시적인 데이터 외에도 측정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사회문화적 요소와 정치·경제·보건의학적 측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일본보다 더 빨리 소멸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산술적으로만 보면 나올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완전히 틀렸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인구변화에는 워낙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도 인구변화 예측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래서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인구 예측을 하는 이유는 정부에 알맞은 정책 변화를 주라고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때문에 정책이 계속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한다"면서 "국민적 관심까지 더해진다면 출생률 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수치만 보고 비관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책과 사회적 노력으로 바꿔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지적입니다.

자료 사진
■ 저출산 해결 노력에도 성과 '미미'…실효성 있는 정책 절실

하지만 지금까지 저출산 해결을 위한 노력들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고 2006년부터 관계부처 합동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 왔습니다. 저출산 원인을 노동시장 격차와 불안정 고용, 교육 경쟁 심화와 높은 주택 가격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진단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수립된 4차 계획은 오는 2025년까지의 계획이 담겼습니다. '개인 삶의 질 제고'를 기본 방향으로 잡고 영아수당 신설, 육아휴직 확대, 다자녀 가구 지원 확대 등 육아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위원회 스스로도 지난 15년간의 정책에 대해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고 자평했습니다. 그 내용은 4차 계획안에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보다 근본적이고 사회구조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초기에는 출산·양육 시 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단순한 제도적 지원보다 삶의 질 자체를 향상시키는 총체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한정된 자원에서 비롯된 과도한 경쟁체제가 저출산을 유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경쟁 체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재생산 욕구보다는 자신이 살아남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밖에 없어 역사적으로 봐도 어느 나라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경쟁적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시대 상황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입니다.

※ 취재지원: 최유리 SNU 팩트체크센터 인턴기자 ilyouc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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