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은 ‘도발’”…‘발사체’ 표현도 없앤다

입력 2022.05.12 (15:57) 수정 2022.05.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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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술적 도발을 자행한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토록 할 것입니다."

취임 일성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이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언급한 이종섭 신임 국방부 장관. 곧바로 후속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쏠 경우 이를 '도발'이라 규정하기로 한 겁니다.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도발' 표현이 다시 부활하게 됐습니다.

■ "이중 기준" 北 반발에 '신중' 기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 있느냐, 논란의 시작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두 발 발사한 지난해 9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13일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이틀 만에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이를 두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같은날 우리 군이 독자 개발한 SLBM을 수중에서 시험 발사한 자리에서였습니다. "우리의 미사일 전력 발사 시험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적인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예정한 날짜에 이루어진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겁니다.


문 전 대통령이 이같이 발언한 사실이 공개된 지 4시간 만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비난 담화를 내놨습니다.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따라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며 '남북관계 완전 파괴'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9일 뒤 낸 담화에서도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이중 기준은 절대로 넘어가줄 수 없다"며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북한은 또다시 미사일을 쏘아올렸고, 이에 대해 정부는 '위협'이라곤 했지만 '도발' 표현은 쓰지 않는 등 신중한 기류가 이어졌습니다.

■ '도발'이냐 '위협'이냐

이후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올릴 때마다, 이를 두고 '도발'이냐 '위협'이냐는 논쟁은 끊임없이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직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SLBM 발사가 "북한의 ' 위협'이라고 보여진다"면서 '도발'과 '위협'을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서 전 장관이 당시 이렇게 말한 것은 우리 '통합방위법'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적의 위협에 대한 방위 대책을 수립해놓은 통합방위법에서는 '도발'과 '위협'을 다르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통합방위법을 보면 '도발'은 적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를 가하는 모든 행위를 지칭합니다. '위협'은 대한민국을 침투ㆍ도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의 침투ㆍ도발 능력과 기도(企圖)가 드러난 상태를 말합니다.

이를 근거로 당시 정부는 '도발'의 개념을 북한의 미사일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을 향할 경우로 한정해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후 정부는 지난 1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두고도 '도발'이 아닌 '위협'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서 전 장관은 '김여정 부부장이 불만을 표했다고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당시 야당의 지적에 "용어를 정확하게 써야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도발' 표현 부활…'발사체' 표현도 폐기

군 당국이 '도발'이라는 표현을 다시 부활시키기로 한 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한 미사일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일환으로 군은 그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탐지되면 일단 '발사체'로 발표했던 기존 관행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최초 탐지 시 발표할 때부터 '미상의 탄도미사일'로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군 당국은 북한이 미사일이나 방사포 등을 쏘면, 우선 '발사체'라고 발표한 뒤 추가 분석을 거쳐 구체적인 제원을 발표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종섭 국방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도발'이라고 언급했다"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전략적 도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우리 영해로 떨어지는 등 당장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진 않지만 향후 미래에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억제 측면에서 대응이 필요한 것"이라며 "미국 등 국제 사회도 도발과 같은 성격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북한이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고려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반응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이종섭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군사적 위협'이냐 '도발'이냐의 소모적 논쟁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정부의 '도발' 용어 사용에 한 차례 날선 반응을 보인 만큼, 향후 추가적인 긴장 조성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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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미사일은 ‘도발’”…‘발사체’ 표현도 없앤다
    • 입력 2022-05-12 15:57:07
    • 수정2022-05-12 16:11:07
    취재K

"북한이 전술적 도발을 자행한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토록 할 것입니다."

취임 일성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이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언급한 이종섭 신임 국방부 장관. 곧바로 후속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쏠 경우 이를 '도발'이라 규정하기로 한 겁니다.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도발' 표현이 다시 부활하게 됐습니다.

■ "이중 기준" 北 반발에 '신중' 기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 있느냐, 논란의 시작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두 발 발사한 지난해 9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13일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이틀 만에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이를 두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같은날 우리 군이 독자 개발한 SLBM을 수중에서 시험 발사한 자리에서였습니다. "우리의 미사일 전력 발사 시험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적인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예정한 날짜에 이루어진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겁니다.


문 전 대통령이 이같이 발언한 사실이 공개된 지 4시간 만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비난 담화를 내놨습니다.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따라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며 '남북관계 완전 파괴'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9일 뒤 낸 담화에서도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이중 기준은 절대로 넘어가줄 수 없다"며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북한은 또다시 미사일을 쏘아올렸고, 이에 대해 정부는 '위협'이라곤 했지만 '도발' 표현은 쓰지 않는 등 신중한 기류가 이어졌습니다.

■ '도발'이냐 '위협'이냐

이후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올릴 때마다, 이를 두고 '도발'이냐 '위협'이냐는 논쟁은 끊임없이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직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SLBM 발사가 "북한의 ' 위협'이라고 보여진다"면서 '도발'과 '위협'을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서 전 장관이 당시 이렇게 말한 것은 우리 '통합방위법'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적의 위협에 대한 방위 대책을 수립해놓은 통합방위법에서는 '도발'과 '위협'을 다르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통합방위법을 보면 '도발'은 적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를 가하는 모든 행위를 지칭합니다. '위협'은 대한민국을 침투ㆍ도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의 침투ㆍ도발 능력과 기도(企圖)가 드러난 상태를 말합니다.

이를 근거로 당시 정부는 '도발'의 개념을 북한의 미사일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을 향할 경우로 한정해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후 정부는 지난 1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두고도 '도발'이 아닌 '위협'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서 전 장관은 '김여정 부부장이 불만을 표했다고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당시 야당의 지적에 "용어를 정확하게 써야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도발' 표현 부활…'발사체' 표현도 폐기

군 당국이 '도발'이라는 표현을 다시 부활시키기로 한 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한 미사일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일환으로 군은 그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탐지되면 일단 '발사체'로 발표했던 기존 관행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최초 탐지 시 발표할 때부터 '미상의 탄도미사일'로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군 당국은 북한이 미사일이나 방사포 등을 쏘면, 우선 '발사체'라고 발표한 뒤 추가 분석을 거쳐 구체적인 제원을 발표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종섭 국방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도발'이라고 언급했다"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전략적 도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우리 영해로 떨어지는 등 당장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진 않지만 향후 미래에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억제 측면에서 대응이 필요한 것"이라며 "미국 등 국제 사회도 도발과 같은 성격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북한이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고려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반응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이종섭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군사적 위협'이냐 '도발'이냐의 소모적 논쟁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정부의 '도발' 용어 사용에 한 차례 날선 반응을 보인 만큼, 향후 추가적인 긴장 조성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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