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나 피서를 갈 때 정식 숙박업소 대신 개인 주택의 남는 방을 빌려 쓰는 ‘공유숙박’. 더 이상 생소한 개념이 아닙니다. 문제는 민가나 오피스텔을 여러 개 사서 사실상 숙박업소로 사용하는 불법 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원도 속초에선 다세대 주택이나 오피스텔 여러 채를 한꺼번에 공유숙박 앱에 올려 운영한 사람들이 행정당국에 적발됐습니다.
■ 속초 다세대주택 9채 중 6채서 '공유숙박' 불법 영업
강원도 속초의 한 해수욕장 주변. 원룸 건물과 다세대 주택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5층짜리 건물의 한 집에 들어가 봤습니다. 거실과 주방, 발코니와 방 2개, 화장실이 2개
딸린 집입니다. 내부 구조는 여느 가정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집안 속속을 살펴보면 일반 가정집과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화장실마다 일회용 칫솔 등 일회용 세면도구와 수건이 놓여있습니다. 거실 한쪽 면에는 화장실에 있던 일회용 칫솔과 세면도구들을 한가득 쌓여있었습니다. 확실히 한 식구가 머무는 주거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하루 이틀 지낼 수 있는 숙박업소에 가까웠습니다.
이 건물에 있는 집 9곳 가운데 6곳이 이런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이 곳은 인터넷 공유 숙박 앱을 통해 숙박업을 해 왔습니다. 집 한 채에 하룻밤에 20만 원에서 30만 원씩이었습니다.
■ 건물은 아버지 명의, 운영은 딸이…일가족이 불법 숙박업
현장 단속에 나선 강원도 특별사법경찰관은 미리 이 집에 묵겠다고 예약을 해 두고 이 불법 숙박업자를 불렀습니다. 30여분 뒤, 업자가 도착했습니다.
이 업자는"숙박업 등록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건물은 아버지 명의로 돼 있는데, 공유숙박 앱에 방을 올리는 일은 내가 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앱에 올라와 있는 집 6개를 모두 운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시인했습니다.
문제는, 이 건물이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건축법상 다세대 주택, 공동주택, 상가, 근린생활시설(오피스텔)로 분류된 주거용 건물은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허가를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허가받을 수 없는 곳에서 불법 숙박 영업 행위를 하고 있던 겁니다.
■ 오피스텔 6채를 숙박업소처럼…"왜 우리만 갖고 그래요?"
'공유숙박'을 내걸고 불법으로 숙박업을 하는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앞서 적발된 다세대주택과 그리 멀지 않은 오피스텔 건물이었습니다. 이 오피스텔에선 전체 140여 세대 가운데, 6세대가 공유숙박 앱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강원도 특별사법경찰과 함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이곳 역시 화장실엔 일회용 세면도구와 수건이 놓여 있습니다.
단속 공무원이 집 안에 있던 불법 숙박업소 운영자에게 경위를 묻자, 이 업주는 한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이런 식으로 단속하는 게 맞냐"고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이 동네 100세대가 다 하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 "부잣집도 하는데 왜 우리집만 공격하냐"라고도 했습니다.
■ 규제 밖 무허가 숙박업소…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이처럼 최근 숙박공유 사이트를 통해 불법 숙박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말그대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허가 숙박업소는 안전 등에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위생이나 소방 점검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갑니다.
실제로 2020년 1월, 강원도 동해에선 펜션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 일가족 7명이 숨졌습니다. 이 펜션은 무허가 숙박업소였습니다. 가스 관련 안전점검을 제대로 받지 않고 수년간 배짱 영업을 해 온 겁니다. 물론 사고 나기 석 달 전 소방당국이 펜션 불법 영업을 확인했지만 시정조치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장훈철 강원도 민생사법담당은 "무허가 숙박업소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동해 가스 폭발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무허가 숙박업은 최대 징역 1년이나 벌금 1,000만 원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원도는 이번에 적발한 무허가 숙박업주 2명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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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안 관광지 불법 숙박업 활개…“공유경제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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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5-13 07:00:10
■ 속초 다세대주택 9채 중 6채서 '공유숙박' 불법 영업
강원도 속초의 한 해수욕장 주변. 원룸 건물과 다세대 주택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5층짜리 건물의 한 집에 들어가 봤습니다. 거실과 주방, 발코니와 방 2개, 화장실이 2개
딸린 집입니다. 내부 구조는 여느 가정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집안 속속을 살펴보면 일반 가정집과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화장실마다 일회용 칫솔 등 일회용 세면도구와 수건이 놓여있습니다. 거실 한쪽 면에는 화장실에 있던 일회용 칫솔과 세면도구들을 한가득 쌓여있었습니다. 확실히 한 식구가 머무는 주거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하루 이틀 지낼 수 있는 숙박업소에 가까웠습니다.
이 건물에 있는 집 9곳 가운데 6곳이 이런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이 곳은 인터넷 공유 숙박 앱을 통해 숙박업을 해 왔습니다. 집 한 채에 하룻밤에 20만 원에서 30만 원씩이었습니다.
■ 건물은 아버지 명의, 운영은 딸이…일가족이 불법 숙박업
현장 단속에 나선 강원도 특별사법경찰관은 미리 이 집에 묵겠다고 예약을 해 두고 이 불법 숙박업자를 불렀습니다. 30여분 뒤, 업자가 도착했습니다.
이 업자는"숙박업 등록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건물은 아버지 명의로 돼 있는데, 공유숙박 앱에 방을 올리는 일은 내가 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앱에 올라와 있는 집 6개를 모두 운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시인했습니다.
문제는, 이 건물이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건축법상 다세대 주택, 공동주택, 상가, 근린생활시설(오피스텔)로 분류된 주거용 건물은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허가를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허가받을 수 없는 곳에서 불법 숙박 영업 행위를 하고 있던 겁니다.
■ 오피스텔 6채를 숙박업소처럼…"왜 우리만 갖고 그래요?"
'공유숙박'을 내걸고 불법으로 숙박업을 하는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앞서 적발된 다세대주택과 그리 멀지 않은 오피스텔 건물이었습니다. 이 오피스텔에선 전체 140여 세대 가운데, 6세대가 공유숙박 앱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강원도 특별사법경찰과 함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이곳 역시 화장실엔 일회용 세면도구와 수건이 놓여 있습니다.
단속 공무원이 집 안에 있던 불법 숙박업소 운영자에게 경위를 묻자, 이 업주는 한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이런 식으로 단속하는 게 맞냐"고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이 동네 100세대가 다 하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 "부잣집도 하는데 왜 우리집만 공격하냐"라고도 했습니다.
■ 규제 밖 무허가 숙박업소…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이처럼 최근 숙박공유 사이트를 통해 불법 숙박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말그대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허가 숙박업소는 안전 등에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위생이나 소방 점검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갑니다.
실제로 2020년 1월, 강원도 동해에선 펜션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 일가족 7명이 숨졌습니다. 이 펜션은 무허가 숙박업소였습니다. 가스 관련 안전점검을 제대로 받지 않고 수년간 배짱 영업을 해 온 겁니다. 물론 사고 나기 석 달 전 소방당국이 펜션 불법 영업을 확인했지만 시정조치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장훈철 강원도 민생사법담당은 "무허가 숙박업소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동해 가스 폭발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무허가 숙박업은 최대 징역 1년이나 벌금 1,000만 원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원도는 이번에 적발한 무허가 숙박업주 2명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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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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