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관광지 불법 숙박업 활개…“공유경제 악용”

입력 2022.05.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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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휴가나 피서를 갈 때 정식 숙박업소 대신 개인 주택의 남는 방을 빌려 쓰는 ‘공유숙박’. 더 이상 생소한 개념이 아닙니다. 문제는 민가나 오피스텔을 여러 개 사서 사실상 숙박업소로 사용하는 불법 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원도 속초에선 다세대 주택이나 오피스텔 여러 채를 한꺼번에 공유숙박 앱에 올려 운영한 사람들이 행정당국에 적발됐습니다.

민가나 오피스텔 등 숙박업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건축물에서 불법 숙박업이 늘고 있다.민가나 오피스텔 등 숙박업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건축물에서 불법 숙박업이 늘고 있다.

■ 속초 다세대주택 9채 중 6채서 '공유숙박' 불법 영업

강원도 속초의 한 해수욕장 주변. 원룸 건물과 다세대 주택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5층짜리 건물의 한 집에 들어가 봤습니다. 거실과 주방, 발코니와 방 2개, 화장실이 2개
딸린 집입니다. 내부 구조는 여느 가정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룻밤에 20~30만 원가량을 받고 영업하는 불법 숙박업소 내부. 일회용 세면도구들이 쌓여 있다.하룻밤에 20~30만 원가량을 받고 영업하는 불법 숙박업소 내부. 일회용 세면도구들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집안 속속을 살펴보면 일반 가정집과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화장실마다 일회용 칫솔 등 일회용 세면도구와 수건이 놓여있습니다. 거실 한쪽 면에는 화장실에 있던 일회용 칫솔과 세면도구들을 한가득 쌓여있었습니다. 확실히 한 식구가 머무는 주거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하루 이틀 지낼 수 있는 숙박업소에 가까웠습니다.

이 건물에 있는 집 9곳 가운데 6곳이 이런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이 곳은 인터넷 공유 숙박 앱을 통해 숙박업을 해 왔습니다. 집 한 채에 하룻밤에 20만 원에서 30만 원씩이었습니다.

불법 숙박업소를 운영한 업자는 “건물은 아버지 명의로 돼 있고, 자신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불법 숙박업소를 운영한 업자는 “건물은 아버지 명의로 돼 있고, 자신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 건물은 아버지 명의, 운영은 딸이…일가족이 불법 숙박업

현장 단속에 나선 강원도 특별사법경찰관은 미리 이 집에 묵겠다고 예약을 해 두고 이 불법 숙박업자를 불렀습니다. 30여분 뒤, 업자가 도착했습니다.

이 업자는"숙박업 등록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건물은 아버지 명의로 돼 있는데, 공유숙박 앱에 방을 올리는 일은 내가 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앱에 올라와 있는 집 6개를 모두 운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시인했습니다.

문제는, 이 건물이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건축법상 다세대 주택, 공동주택, 상가, 근린생활시설(오피스텔)로 분류된 주거용 건물은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허가를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허가받을 수 없는 곳에서 불법 숙박 영업 행위를 하고 있던 겁니다.

오피스텔 140여 세대 중 6세대가 불법 숙박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오피스텔 140여 세대 중 6세대가 불법 숙박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오피스텔 6채를 숙박업소처럼…"왜 우리만 갖고 그래요?"

'공유숙박'을 내걸고 불법으로 숙박업을 하는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앞서 적발된 다세대주택과 그리 멀지 않은 오피스텔 건물이었습니다. 이 오피스텔에선 전체 140여 세대 가운데, 6세대가 공유숙박 앱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강원도 특별사법경찰과 함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이곳 역시 화장실엔 일회용 세면도구와 수건이 놓여 있습니다.

단속 공무원이 집 안에 있던 불법 숙박업소 운영자에게 경위를 묻자, 이 업주는 한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이런 식으로 단속하는 게 맞냐"고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이 동네 100세대가 다 하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 "부잣집도 하는데 왜 우리집만 공격하냐"라고도 했습니다.

단속 현장에서 마주한 숙박업자는 “왜 우리집만 공격하냐”며 주변 대부분 불법 숙박업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단속 현장에서 마주한 숙박업자는 “왜 우리집만 공격하냐”며 주변 대부분 불법 숙박업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 규제 밖 무허가 숙박업소…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2020년 1월, 강원도 동해의 한 펜션. 가스폭발 사고로 일가족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곳은 무허가 영업장이었다.2020년 1월, 강원도 동해의 한 펜션. 가스폭발 사고로 일가족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곳은 무허가 영업장이었다.

이처럼 최근 숙박공유 사이트를 통해 불법 숙박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말그대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허가 숙박업소는 안전 등에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위생이나 소방 점검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갑니다.

실제로 2020년 1월, 강원도 동해에선 펜션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 일가족 7명이 숨졌습니다. 이 펜션은 무허가 숙박업소였습니다. 가스 관련 안전점검을 제대로 받지 않고 수년간 배짱 영업을 해 온 겁니다. 물론 사고 나기 석 달 전 소방당국이 펜션 불법 영업을 확인했지만 시정조치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장훈철 강원도 민생사법담당은 "무허가 숙박업소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동해 가스 폭발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무허가 숙박업은 최대 징역 1년이나 벌금 1,000만 원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원도는 이번에 적발한 무허가 숙박업주 2명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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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해안 관광지 불법 숙박업 활개…“공유경제 악용”
    • 입력 2022-05-13 07:00:10
    취재K
휴가나 피서를 갈 때 정식 숙박업소 대신 개인 주택의 남는 방을 빌려 쓰는 ‘공유숙박’. 더 이상 생소한 개념이 아닙니다. 문제는 민가나 오피스텔을 여러 개 사서 사실상 숙박업소로 사용하는 불법 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원도 속초에선 다세대 주택이나 오피스텔 여러 채를 한꺼번에 공유숙박 앱에 올려 운영한 사람들이 행정당국에 적발됐습니다.
민가나 오피스텔 등 숙박업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건축물에서 불법 숙박업이 늘고 있다.
■ 속초 다세대주택 9채 중 6채서 '공유숙박' 불법 영업

강원도 속초의 한 해수욕장 주변. 원룸 건물과 다세대 주택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5층짜리 건물의 한 집에 들어가 봤습니다. 거실과 주방, 발코니와 방 2개, 화장실이 2개
딸린 집입니다. 내부 구조는 여느 가정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룻밤에 20~30만 원가량을 받고 영업하는 불법 숙박업소 내부. 일회용 세면도구들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집안 속속을 살펴보면 일반 가정집과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화장실마다 일회용 칫솔 등 일회용 세면도구와 수건이 놓여있습니다. 거실 한쪽 면에는 화장실에 있던 일회용 칫솔과 세면도구들을 한가득 쌓여있었습니다. 확실히 한 식구가 머무는 주거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하루 이틀 지낼 수 있는 숙박업소에 가까웠습니다.

이 건물에 있는 집 9곳 가운데 6곳이 이런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이 곳은 인터넷 공유 숙박 앱을 통해 숙박업을 해 왔습니다. 집 한 채에 하룻밤에 20만 원에서 30만 원씩이었습니다.

불법 숙박업소를 운영한 업자는 “건물은 아버지 명의로 돼 있고, 자신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 건물은 아버지 명의, 운영은 딸이…일가족이 불법 숙박업

현장 단속에 나선 강원도 특별사법경찰관은 미리 이 집에 묵겠다고 예약을 해 두고 이 불법 숙박업자를 불렀습니다. 30여분 뒤, 업자가 도착했습니다.

이 업자는"숙박업 등록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건물은 아버지 명의로 돼 있는데, 공유숙박 앱에 방을 올리는 일은 내가 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앱에 올라와 있는 집 6개를 모두 운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시인했습니다.

문제는, 이 건물이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건축법상 다세대 주택, 공동주택, 상가, 근린생활시설(오피스텔)로 분류된 주거용 건물은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허가를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허가받을 수 없는 곳에서 불법 숙박 영업 행위를 하고 있던 겁니다.

오피스텔 140여 세대 중 6세대가 불법 숙박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오피스텔 6채를 숙박업소처럼…"왜 우리만 갖고 그래요?"

'공유숙박'을 내걸고 불법으로 숙박업을 하는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앞서 적발된 다세대주택과 그리 멀지 않은 오피스텔 건물이었습니다. 이 오피스텔에선 전체 140여 세대 가운데, 6세대가 공유숙박 앱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강원도 특별사법경찰과 함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이곳 역시 화장실엔 일회용 세면도구와 수건이 놓여 있습니다.

단속 공무원이 집 안에 있던 불법 숙박업소 운영자에게 경위를 묻자, 이 업주는 한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이런 식으로 단속하는 게 맞냐"고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이 동네 100세대가 다 하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 "부잣집도 하는데 왜 우리집만 공격하냐"라고도 했습니다.

단속 현장에서 마주한 숙박업자는 “왜 우리집만 공격하냐”며 주변 대부분 불법 숙박업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 규제 밖 무허가 숙박업소…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2020년 1월, 강원도 동해의 한 펜션. 가스폭발 사고로 일가족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곳은 무허가 영업장이었다.
이처럼 최근 숙박공유 사이트를 통해 불법 숙박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말그대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허가 숙박업소는 안전 등에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위생이나 소방 점검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갑니다.

실제로 2020년 1월, 강원도 동해에선 펜션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 일가족 7명이 숨졌습니다. 이 펜션은 무허가 숙박업소였습니다. 가스 관련 안전점검을 제대로 받지 않고 수년간 배짱 영업을 해 온 겁니다. 물론 사고 나기 석 달 전 소방당국이 펜션 불법 영업을 확인했지만 시정조치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장훈철 강원도 민생사법담당은 "무허가 숙박업소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동해 가스 폭발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무허가 숙박업은 최대 징역 1년이나 벌금 1,000만 원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원도는 이번에 적발한 무허가 숙박업주 2명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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