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北 코로나 발병에 중국도 ‘촉각’…지원 나설까?

입력 2022.05.13 (08:00) 수정 2022.05.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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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북한의 모습 (출처: 바이두)지난 4월 북한의 모습 (출처: 바이두)

지난해 5월,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베이징 댜오위타이(钓鱼台) 국빈관에서 만나 '혈맹 관계'를 과시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지난해 5월 리룡냠 주중 북한 대사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모습. (출처: 중국 외교부)지난해 5월 리룡냠 주중 북한 대사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모습. (출처: 중국 외교부)

전임자 지재룡 대사는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가 부임하기 전까지 무려 11년 동안 대사를 역임했는데요. 통상 대사는 대통령을 대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후임 대사가 오면 바로 전임 대사가 떠나는 것이 외교 관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재룡 전 대사는 아직도 베이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 2월 이후 국경을 꽁꽁 싸매고 있는 북한 당국의 방역 정책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것이죠.

■ 국경 폐쇄했는데도…"확진자가 나왔다고?" 중국 관심

전 세계적인 확산이 일어나기도 전에 북한은 사실상 빗장을 걸어 잠궜습니다. 그 이후 2년 동안 인적 교류는 물론 물적 교류마저 막아버렸는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중국 CCTV와 봉황TV, 펑파이 등 중국의 주요 매체들은 발 빠르게 전했습니다.


중국인들의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는 하루 종일 관련 뉴스가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감염자 발생 소식과 이 때문에 북한이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는 뉴스에 사람들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마스크를 끼고 등장한 모습도 화제가 됐습니다.

■ 왜 북한은 발병 소식 공개했을까?

특히 처음으로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했다는 소식을 공개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에리트레아의 코로나19 감염 테스트 실험실 (출처: 바이두)에리트레아의 코로나19 감염 테스트 실험실 (출처: 바이두)

사실 인구 2,500만 명의 북한은 지구상에서 코로나 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딱 두 나라에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한 나라는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입니다. 반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마쳤습니다.

유니세프(UNICEF)가 지원하는 코백스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에 백신 제공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번번이 거절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중국이 만든 시노백 290여만 회분도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북한에 코로나 19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서방 세계가 제공하는 백신은 물론 우방국들에서도 백신을 받지 않은 겁니다.

북한에는 확진자가 없고, 백신이 좀 더 시급하게 필요한 나라가 있으니 양보하겠다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염자가 나왔고, 대규모 확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수만 명의 청년을 다시 불러 사진 촬영 행사를 진행했다. 모두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출처: 연합뉴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수만 명의 청년을 다시 불러 사진 촬영 행사를 진행했다. 모두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출처: 연합뉴스)

4월 북한에서는 대규모 인파가 한 곳에 모이는 행사가 자주 있었습니다.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과 25일 조선 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 등을 계기로 진행된 열병식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수만 명의 청년을 평양으로 다시 불러 5월 1일 '릴레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동원됐던 청년들이 각 지역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한자리에 모인 건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청년들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이들 가운데 확진자가 나왔다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관련 기술이나 약품, 백신 등을 도입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동안 확진자가 0명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북한도 중국처럼 전면 봉쇄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치료제 지원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을 통해 의료품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는데요.

유엔의 대북 제재로 북한은 현재 의료장비나 의약품을 거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올해 들어 보란 듯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을지도 의문입니다. 북한이 '혈맹 관계'이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유입니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 즉각 '전력 지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현재 직면한 방역 형세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면서 "동지이자 이웃이자 친구로서, 중국은 언제든 북한이 코로나 19에 맞서도록 전력으로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도움을 받아들일까요? 받는다면 어떤 쪽에서 지원을 받게 될까요? 한반도는 물론 북미 정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앞으로 벌어질 '후속 조치'에 국제 사회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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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3 08:00:23
    • 수정2022-05-13 08:00:49
    특파원 리포트
지난 4월 북한의 모습 (출처: 바이두)
지난해 5월,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베이징 댜오위타이(钓鱼台) 국빈관에서 만나 '혈맹 관계'를 과시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지난해 5월 리룡냠 주중 북한 대사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모습. (출처: 중국 외교부)
전임자 지재룡 대사는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가 부임하기 전까지 무려 11년 동안 대사를 역임했는데요. 통상 대사는 대통령을 대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후임 대사가 오면 바로 전임 대사가 떠나는 것이 외교 관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재룡 전 대사는 아직도 베이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 2월 이후 국경을 꽁꽁 싸매고 있는 북한 당국의 방역 정책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것이죠.

■ 국경 폐쇄했는데도…"확진자가 나왔다고?" 중국 관심

전 세계적인 확산이 일어나기도 전에 북한은 사실상 빗장을 걸어 잠궜습니다. 그 이후 2년 동안 인적 교류는 물론 물적 교류마저 막아버렸는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중국 CCTV와 봉황TV, 펑파이 등 중국의 주요 매체들은 발 빠르게 전했습니다.


중국인들의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는 하루 종일 관련 뉴스가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감염자 발생 소식과 이 때문에 북한이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는 뉴스에 사람들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마스크를 끼고 등장한 모습도 화제가 됐습니다.

■ 왜 북한은 발병 소식 공개했을까?

특히 처음으로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했다는 소식을 공개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에리트레아의 코로나19 감염 테스트 실험실 (출처: 바이두)
사실 인구 2,500만 명의 북한은 지구상에서 코로나 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딱 두 나라에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한 나라는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입니다. 반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마쳤습니다.

유니세프(UNICEF)가 지원하는 코백스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에 백신 제공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번번이 거절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중국이 만든 시노백 290여만 회분도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북한에 코로나 19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서방 세계가 제공하는 백신은 물론 우방국들에서도 백신을 받지 않은 겁니다.

북한에는 확진자가 없고, 백신이 좀 더 시급하게 필요한 나라가 있으니 양보하겠다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염자가 나왔고, 대규모 확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수만 명의 청년을 다시 불러 사진 촬영 행사를 진행했다. 모두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출처: 연합뉴스)
4월 북한에서는 대규모 인파가 한 곳에 모이는 행사가 자주 있었습니다.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과 25일 조선 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 등을 계기로 진행된 열병식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수만 명의 청년을 평양으로 다시 불러 5월 1일 '릴레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동원됐던 청년들이 각 지역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한자리에 모인 건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청년들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이들 가운데 확진자가 나왔다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관련 기술이나 약품, 백신 등을 도입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동안 확진자가 0명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북한도 중국처럼 전면 봉쇄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치료제 지원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을 통해 의료품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는데요.

유엔의 대북 제재로 북한은 현재 의료장비나 의약품을 거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올해 들어 보란 듯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을지도 의문입니다. 북한이 '혈맹 관계'이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유입니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 즉각 '전력 지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현재 직면한 방역 형세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면서 "동지이자 이웃이자 친구로서, 중국은 언제든 북한이 코로나 19에 맞서도록 전력으로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도움을 받아들일까요? 받는다면 어떤 쪽에서 지원을 받게 될까요? 한반도는 물론 북미 정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앞으로 벌어질 '후속 조치'에 국제 사회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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