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무조건’ vs ‘장밋빛’…한일 여행부터 재개?

입력 2022.05.13 (11:35) 수정 2022.05.1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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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하네다 노선 재개…한일관계 복원 신호탄?

김포-하네다 노선을 재개하기 위한 논의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서울과 도쿄를 잇는 김포-하네다 노선이 이달 중 재개되도록 조치하겠다고 일한의원연맹 측에 밝혔습니다.

수일 전까지만 해도 6월 재개였던 목표도 이달 중으로 앞당겨졌습니다. 김포에 방역 시설을 구축해 일본 출국자를 전부 검사해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개선책까지 내놨습니다. 대신 한국인 입국자의 격리는 면제해달라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는 일본에서도 애타게 기다려 온 일입니다. 일본 여행 업계는 지난달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보낸 한일정책협의단과의 간담회에서 노선 재개와 무비자 복원 등을 요청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 등 한국과 일본의 주요 항공사들도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 재개를 이미 신청했습니다.

'쇄국 방역'이라는 비판까지 받아 온 일본 정부도 때마침 다음 달부터 하루 입국자 수를 현재의 1만 명에서 2만 명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또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어 서울-도쿄 도심을 바로 잇는 노선 재개에도 탄력이 붙었습니다.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 추진에서도 볼 수 있듯, 한일관계를 둘러싼 새 정부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 참석차 한국을 찾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으로부터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 참석차 한국을 찾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으로부터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이제 '첫 단추' 끼웠는데… 정상회담 예측까지?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정책협의단 파견, 하야시 외무상과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와의 만찬,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 이뤄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의 개인 면담 등 일본에 대한 각별한 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일관계 개선 논의가 첫 단추를 끼우면서 자연스럽게 두 정상이 곧 만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취임식 참석차 한국을 찾은 하야시 외무상을 만나 친서를 전달받고 "빠른 시일 내에 기시다 총리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우측)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좌측)(외교부 제공)박진 외교부 장관(우측)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좌측)(외교부 제공)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윤 대통령은 6월 29일∼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토 회원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의 비회원 4개국도 초청 대상이어서 한일 정상이 참석하면 첫 만남이 이뤄지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해 양자 회담을 한 뒤로 2년 반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우)과 기시다 일본 총리(우) (사진/NHK) 윤석열 대통령(우)과 기시다 일본 총리(우) (사진/NHK)

■"장밋빛 관계는 망상" 자민당의 압박

일본 내에선 한일 정상회담을 '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총리 측근의 말을 인용해 '만나더라도 서서 이야기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모두 해결됐다'며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이 가져오라'는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 외무상을 특사로 보낸 기시다 총리도, 한국을 찾은 하야시 외무상도 축하 인사와 함께 이런 취지의 발언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장은 외교부회 회의에서 "(한국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한일관계) 개선 의욕이 있다고 해서, 장밋빛 일한관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망상은 버리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시다 총리도 두 번, 세 번 속아서는 안 된다. 두 번, 세 번 속는다면 일본의 명예도 걸려 있다",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식 회담은 장래에 화근을 남긴다" 며 최근의 움직임에 경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일본 외무상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었던 기시다 총리의 실책을 비판하며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2015년 위안부 합의 타결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2015년 위안부 합의 타결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윤 대통령의 "무조건"에 담긴 의미

하지만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 모습과 주고 받은 대화를 자신의 SNS에 여과 없이 옮겼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한 마디'에 강한 의지를 느꼈다고 합니다.

취임식 전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취임식 전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
한국의 윤 대통령과 취임식 전날 면담을 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탈대일본주의'(하토야마 씨의 저서) 한글판을 드린 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윤 대통령의 "무조건 한일관계를 개선한다"는 말에서 강한 결의를 느꼈다.

마지막에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선생님이 돼 줬으면 좋겠다"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윤 대통령의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 국내 자산의 현금화를 추진하고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한국 정부나 일본 측으로부터 사죄나 배상과 관련해 아직은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지난 11일 수요시위에서 "한일관계 개선은 일본 정부의 사실 적시에 기반한 책임 인정과 재발 방지가 전제된 진정성 있는 사죄가 우선"이라며 한일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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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무조건’ vs ‘장밋빛’…한일 여행부터 재개?
    • 입력 2022-05-13 11:35:38
    • 수정2022-05-13 11:58:32
    특파원 리포트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한일관계 복원 신호탄?

김포-하네다 노선을 재개하기 위한 논의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서울과 도쿄를 잇는 김포-하네다 노선이 이달 중 재개되도록 조치하겠다고 일한의원연맹 측에 밝혔습니다.

수일 전까지만 해도 6월 재개였던 목표도 이달 중으로 앞당겨졌습니다. 김포에 방역 시설을 구축해 일본 출국자를 전부 검사해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개선책까지 내놨습니다. 대신 한국인 입국자의 격리는 면제해달라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는 일본에서도 애타게 기다려 온 일입니다. 일본 여행 업계는 지난달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보낸 한일정책협의단과의 간담회에서 노선 재개와 무비자 복원 등을 요청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 등 한국과 일본의 주요 항공사들도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 재개를 이미 신청했습니다.

'쇄국 방역'이라는 비판까지 받아 온 일본 정부도 때마침 다음 달부터 하루 입국자 수를 현재의 1만 명에서 2만 명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또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어 서울-도쿄 도심을 바로 잇는 노선 재개에도 탄력이 붙었습니다.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 추진에서도 볼 수 있듯, 한일관계를 둘러싼 새 정부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 참석차 한국을 찾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으로부터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이제 '첫 단추' 끼웠는데… 정상회담 예측까지?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정책협의단 파견, 하야시 외무상과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와의 만찬,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 이뤄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의 개인 면담 등 일본에 대한 각별한 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일관계 개선 논의가 첫 단추를 끼우면서 자연스럽게 두 정상이 곧 만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취임식 참석차 한국을 찾은 하야시 외무상을 만나 친서를 전달받고 "빠른 시일 내에 기시다 총리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우측)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좌측)(외교부 제공)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윤 대통령은 6월 29일∼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토 회원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의 비회원 4개국도 초청 대상이어서 한일 정상이 참석하면 첫 만남이 이뤄지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해 양자 회담을 한 뒤로 2년 반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우)과 기시다 일본 총리(우) (사진/NHK)
■"장밋빛 관계는 망상" 자민당의 압박

일본 내에선 한일 정상회담을 '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총리 측근의 말을 인용해 '만나더라도 서서 이야기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모두 해결됐다'며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이 가져오라'는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 외무상을 특사로 보낸 기시다 총리도, 한국을 찾은 하야시 외무상도 축하 인사와 함께 이런 취지의 발언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장은 외교부회 회의에서 "(한국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한일관계) 개선 의욕이 있다고 해서, 장밋빛 일한관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망상은 버리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시다 총리도 두 번, 세 번 속아서는 안 된다. 두 번, 세 번 속는다면 일본의 명예도 걸려 있다",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식 회담은 장래에 화근을 남긴다" 며 최근의 움직임에 경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일본 외무상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었던 기시다 총리의 실책을 비판하며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2015년 위안부 합의 타결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윤 대통령의 "무조건"에 담긴 의미

하지만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 모습과 주고 받은 대화를 자신의 SNS에 여과 없이 옮겼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한 마디'에 강한 의지를 느꼈다고 합니다.

취임식 전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
한국의 윤 대통령과 취임식 전날 면담을 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탈대일본주의'(하토야마 씨의 저서) 한글판을 드린 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윤 대통령의 "무조건 한일관계를 개선한다"는 말에서 강한 결의를 느꼈다.

마지막에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선생님이 돼 줬으면 좋겠다"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윤 대통령의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 국내 자산의 현금화를 추진하고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한국 정부나 일본 측으로부터 사죄나 배상과 관련해 아직은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지난 11일 수요시위에서 "한일관계 개선은 일본 정부의 사실 적시에 기반한 책임 인정과 재발 방지가 전제된 진정성 있는 사죄가 우선"이라며 한일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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