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촛불 켜고 구두 닦아 60년을 지켰다…“야학은 스승과 제자가 있는 학교”

입력 2022.05.13 (16:43) 수정 2022.05.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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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스승의 날 앞두고 만난 야학 지킴이...김형중 인향야학 교장
- '선생은 있어도 스승이 없는 시대' 야학은 '스승과 제자'가 있는 학교
- 인천에서 장소 11번 옮기며 60년 야학 운영
- 건물세 못 내 교실에 대못 박히고, 촛불 켜고 수업
- 학생들 구두 닦은 돈으로 야학 살림 보태기도
- 지금까지 늦깎이 학생들 2천 명, 교사 봉사활동 청년들 큰 도움

■ 방송시간 : 5월 13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해설위원


https://youtu.be/NXSCPF1IxjE

◎범기영 사사건건 프로그램은 주로 스튜디오 대담 위주로 꾸려지는데요. 앞으로 매주 금요일에는 현장에서 직접 담아온 목소리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코너 이름을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이렇게 지어봤습니다. 이경호 KBS 해설위원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첫 번째로 만나고 오신 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이경호 아시다시피 내일모레,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인데요. 예전에 스승의 날이라고 하면 학교에서 행사도 하고 또 제자들이 선생님한테 카네이션도 달아드리고 많이 그랬는데요.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행사도 많이 축소되고 그러면서 의미도 많이 이제 잊어버려 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본 분은 청년 시절부터 노년이 된 지금까지, 무려 60여 년 동안 스승의 자리를 지켜오신 분입니다. 일반 학교는 아니고요. 야학 교사로 평생을 봉사해오신 분입니다.

◎범기영 아직도 야학이 있군요. 영상,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보면서 말씀을 나누죠.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인생불학이면.

<녹취> 같이
인생불학이면...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여명명야행이니라.

<녹취> 같이
여명명야행이니라.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사람으로 태어나서 배우지 아니하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뭐예요? 배우라는 거예요, 배우지 말라는 거예요?

<녹취> 같이
배우라는 거죠.

인향초중고야간학교 (인천광역시 송월동)

▼이경호 인천역 앞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곳인데요. 학생들이 현재 한 60여 명 정도 되는데 지금은 과거와 달리 청소년, 청년들이 아니라 배움의 한을 풀고자 하는 어르신들이 학생 대부분입니다. 교사들은 한 10여 명 정도 되는데 역시 대부분 대학생들입니다. 청년 시절부터 60년째 야학을 운영하고 계신 분은 여든을 바라보시는 김형중 선생님입니다. 60년간 야학 교사로 봉사하시면서 그동안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시는데요. 가장 큰 어려움 물어봤더니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아서 무엇보다도 공부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씀하십니다.

◎범기영 역시 돈이 문제였네요.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건물을, 일정하게 가르칠 수 있는 건물이 유지가 안 되다 보니까 건물 확보가 큰 문제였습니다.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그러면 그전에는 건물이 없을 때는 어디에서 공부를...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그래가지고 11번 가까이를 옮겨 다녔는데 (건물 주인들이) 야학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편견이 있다 보니까 건물을 안 주려고 그래요. 그리고 야학이 한 번 들어오게 되면 건물을 자기들이 필요할 때는 못 쓰게 된다고 생각해서 쉽게 내주지를 않았고.. 그러다 보니까 그 건물 때문에 제대로 수업을 못 할 때도 있다 보니까 실제로는 6번 정도 휴학을 했는데...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어렵게 공부할 공간을 마련한다고 해도 주로 남의 공간을 빌리다 보니까 월세를 내지 못해서 쫓겨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건물세를 한 몇 달을 못 내니까 바깥에다가 대못을 박더라고요. 대못을 박아놓은 상태기 때문에 학생들은 공부하러 왔는데 바깥에 대목이 박혀 있고, 선생님은 주인하고 사정사정하는 그 모습을 보는 학생들의 입장은, 학생의 입장으로 볼 때 정말 처절한, 아주 아픈 마음을 갖게 됐어요.

▼이경호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공간이 이번에는 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인근 절에서 사용하다 남은 초를 얻어서 사용하거나 호야등을 밝히고 공부하는 시절도 있었다고 하십니다.

◎범기영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절에서 불공드리고 남는 예불 초를 얻어다가 그거를 불을 밝혀가지고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얼마나 학생들이 불의 소중함을 느꼈는지 쉬는 시간에는 촛불을 끄는 거예요. 이 난관을 어떻게든 이겨야겠다. 이 난관을 이기는 것이 야학의 정신이다. 그래서 학생들한테 같이 힘을 내자고 하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학생회장하고 부회장이 모자를 벗고 와서 뭔가를 놓고 선생님, 저희가 학교 재건을 위해서 구두통을 만들고 카드를 만들어서 동인천과 탑동 사거리에서 구두를 닦고 카드를 팔아서 생긴 돈입니다. 선생님, 학교 재건에 보태주십시오, 하고 내미는 그 상황에서 불빛에 비친 손이 구두 닦느라고 시커먼 손에 피가 터져서, 피가 불빛에 비친, 살갗이 터진 핏자국을 보면서.. 저는 그 모습을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범기영 자식들 스펙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법 쓰는 유력자들도 있고 이런 스승도 계시네요. 그래도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았겠죠?

▼이경호 그런데 안타깝게도 야학이라는 곳이 이제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다 보니까요. 사실상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서 어려웠다고 하십니다. 그 이야기도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외람된 얘기입니다마는 저희가 어려울 때 관계 부처를 찾아가서 정말 사정사정 얘기하고 통한의 얘기를 하면 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를 않았었거든요? 그게 한이 맺힌 사람이기 때문, 제가. 젊은 학생들 자기는 사비 들여서 여기를 나온다 얘기해요. 교통비라도 좀 이렇게 줄 수 있으면 그나마 얼마나 학생들한테 도움이 될까, 자기 사비 들여서 여기 나온다는 것이, 그게 제가 못내 안타까운 겁니다.

◎범기영 학생들도 물론이고 자원봉사 온 선생님들 보면서도 안타까우셨다. 그래도 지금은 공간은 찾은 거죠?

▼이경호 다행히 지난 2001년부터 구청 소유 건물을 지금 빌릴 수가 있어서요. 지금은 20여 년째 한 자리에서 야학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범기영 배출한 학생들도 긴 기간이니까 많을 테고, 자원봉사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이경호 지금까지 인향야학을 거쳐간 학생 수가 한 2000여 명 정도 되고요. 또 그 와중에 봉사활동을 해준 대학생들도 한 1000명 가까이 된다고 하십니다.

◎범기영 많네요. 영상 보겠습니다.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예전에는 못 배운 청년들, 젊은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죠?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어린 나이의, 적년적인 나이의(나이에 맞는) 학생들이 다녔었는데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애들 잘 키우고, 그러고 난 다음에 나이가 드셨는데 TV나 이런 데 보면 100세 인생이니 이렇게 나가는 입장에서, 나이는 들었는데 평생 못 배운 한이 돼가지고. 특히 집안에 남자가 있으면 공부시켰지만, 집안의 여자들은 살림을 시키다가 그냥 결혼을 시켰단 말이에요. 그래서 여기 오시는 대다수 사람들이 아주머니, 할머니들이거든요. 그래서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대다수거든요.

▼이경호 이 오랜 시간을 야학을 유지해온 이유, 뭔지도 한번 여쭤봤습니다.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제가 주변머리가 좀 없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인데, 사실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은 정말 배움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람들이거든요. 그 사람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방향을 바꾼다든가 이거를 멈춘다는 것이 저 스스로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이경호 다행인 것은 아직 자신처럼 야학을 찾아와서 교사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청년 학생들이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하시는데요. 교사로 활동 중인 청년들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정준섭 / 인양야학 대학생 교사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거잖아요. 정말 힘든 일을 많이 겪어오셨구나. 그리고 정말 누군가를 이렇게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누군가를 위해 베풀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정말 힘들면서도 값진 일이구나, 라는 거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녹취> 이성훈 / 인양야학 대학생 교사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거잖아요. 정말 힘든 일을 많이 겪어오셨구나. 그리고 정말 누군가를 이렇게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누군가를 위해 베풀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정말 힘들면서도 값진 일이구나, 라는 거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학생의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저 학생들만큼 잘 배울 수 있었을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돌아봤을 때 역시 나는 스스로도 부족함이 많구나...

◎범기영 마침 내일모레가 이제 스승의 날인데, 60년을 야학을 지켜오신 교장 선생님이니까 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경호 아무래도 60년 스승의 길을 오롯이 걸어오신 분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하고는 좀 다를 것 같은데요. 김형중 선생님한테 스승의 날 의미가 어떤 것인지 한번 여쭤봤습니다.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요즘은 선생은 있어도 스승이 없다고 하잖아요. 학생은 있어도 제자가 없다고 하는 시국에 야학은 연령을 초월해서 스승과 제자가 이어지는 학교입니다. 스승과 제자가 있는 데가 야학입니다. 학생과 선생이 있는 그런 학교가 아니고 스승과 제자가 있는 그런 학교가 야학입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할 수 있는 것 중의 큰일은 처지가 어려운 사람과 같이 더불어 갈 수 있으면 가는 거다, 그 길을 같이 가는 거다.

◎범기영 그러니까 이 야학이 정부 기관의 지원금을 받거나 그런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아닌 거죠?

▼이경호 사실상 지원금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범기영 공간만 구청 소유 공간을 지금 쓰고 있는 거군요.

▼이경호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만약에 이 학교에 도움을 주고 싶다, 이런 분이 계실 수 있잖아요? 어떻게 하실 수 있습니까?

▼이경호 인터넷 검색하셔서요. 인향초중고야간학교 혹은 또 인향야학이라고 검색하시면 나오는데요. 거기에 연락처가 있으니까요, 그곳에 연락하시면 아마 작은 도움이라도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범기영 인향초중고야간학교 혹은 인향야학, 이렇게 검색을 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야학 운영을 위해서 재정적인 도움을 주실 수도 있고, 물론. 교사로 뭔가 봉사활동을 하실 수도 있고 그렇겠어요.

▼이경호 봉사활동 할 거는 뭐 많이 있으니까요.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면, 그곳 말고 또 아직 운영되고 있는 야학들이 좀 있거든요. 그러니까 주변의 가까운 야학에 한 번 검색하셔서 도움을 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범기영 오늘 첫 시간이었는데 앞으로는 어떤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좀 들어보실 생각이십니까?

▼이경호 주로 이 사사건건에 출연하는 정치인이나 유력자보다는 저희가 이제 직접 찾아가서 만나봐야 될 소외된 계층들 주로 찾아가고요. 또 잊혀졌지만 우리가 한 번씩 들어봐야 될 이야기를 갖고 계신 분들, 그런 분들 좀 찾아가서 만나 뵙겠습니다. 많이 연락 주시면 저희가 대신 가서 만나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범기영 예능에 유퀴즈가 있다면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사사건건에서 찾아가겠습니다. 이경호 해설위원이었습니다. 다음주에도 기대하겠습니다.

▼이경호 감사합니다.

◎범기영 저는 월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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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촛불 켜고 구두 닦아 60년을 지켰다…“야학은 스승과 제자가 있는 학교”
    • 입력 2022-05-13 16:43:45
    • 수정2022-05-13 18:55:13
    사사건건
스승의 날 앞두고 만난 야학 지킴이...김형중 인향야학 교장<br />- '선생은 있어도 스승이 없는 시대' 야학은 '스승과 제자'가 있는 학교<br />- 인천에서 장소 11번 옮기며 60년 야학 운영<br />- 건물세 못 내 교실에 대못 박히고, 촛불 켜고 수업<br />- 학생들 구두 닦은 돈으로 야학 살림 보태기도<br />- 지금까지 늦깎이 학생들 2천 명, 교사 봉사활동 청년들 큰 도움
■ 방송시간 : 5월 13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해설위원


https://youtu.be/NXSCPF1IxjE

◎범기영 사사건건 프로그램은 주로 스튜디오 대담 위주로 꾸려지는데요. 앞으로 매주 금요일에는 현장에서 직접 담아온 목소리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코너 이름을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이렇게 지어봤습니다. 이경호 KBS 해설위원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첫 번째로 만나고 오신 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이경호 아시다시피 내일모레,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인데요. 예전에 스승의 날이라고 하면 학교에서 행사도 하고 또 제자들이 선생님한테 카네이션도 달아드리고 많이 그랬는데요.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행사도 많이 축소되고 그러면서 의미도 많이 이제 잊어버려 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본 분은 청년 시절부터 노년이 된 지금까지, 무려 60여 년 동안 스승의 자리를 지켜오신 분입니다. 일반 학교는 아니고요. 야학 교사로 평생을 봉사해오신 분입니다.

◎범기영 아직도 야학이 있군요. 영상,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보면서 말씀을 나누죠.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인생불학이면.

<녹취> 같이
인생불학이면...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여명명야행이니라.

<녹취> 같이
여명명야행이니라.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사람으로 태어나서 배우지 아니하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뭐예요? 배우라는 거예요, 배우지 말라는 거예요?

<녹취> 같이
배우라는 거죠.

인향초중고야간학교 (인천광역시 송월동)

▼이경호 인천역 앞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곳인데요. 학생들이 현재 한 60여 명 정도 되는데 지금은 과거와 달리 청소년, 청년들이 아니라 배움의 한을 풀고자 하는 어르신들이 학생 대부분입니다. 교사들은 한 10여 명 정도 되는데 역시 대부분 대학생들입니다. 청년 시절부터 60년째 야학을 운영하고 계신 분은 여든을 바라보시는 김형중 선생님입니다. 60년간 야학 교사로 봉사하시면서 그동안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시는데요. 가장 큰 어려움 물어봤더니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아서 무엇보다도 공부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씀하십니다.

◎범기영 역시 돈이 문제였네요.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건물을, 일정하게 가르칠 수 있는 건물이 유지가 안 되다 보니까 건물 확보가 큰 문제였습니다.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그러면 그전에는 건물이 없을 때는 어디에서 공부를...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그래가지고 11번 가까이를 옮겨 다녔는데 (건물 주인들이) 야학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편견이 있다 보니까 건물을 안 주려고 그래요. 그리고 야학이 한 번 들어오게 되면 건물을 자기들이 필요할 때는 못 쓰게 된다고 생각해서 쉽게 내주지를 않았고.. 그러다 보니까 그 건물 때문에 제대로 수업을 못 할 때도 있다 보니까 실제로는 6번 정도 휴학을 했는데...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어렵게 공부할 공간을 마련한다고 해도 주로 남의 공간을 빌리다 보니까 월세를 내지 못해서 쫓겨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건물세를 한 몇 달을 못 내니까 바깥에다가 대못을 박더라고요. 대못을 박아놓은 상태기 때문에 학생들은 공부하러 왔는데 바깥에 대목이 박혀 있고, 선생님은 주인하고 사정사정하는 그 모습을 보는 학생들의 입장은, 학생의 입장으로 볼 때 정말 처절한, 아주 아픈 마음을 갖게 됐어요.

▼이경호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공간이 이번에는 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인근 절에서 사용하다 남은 초를 얻어서 사용하거나 호야등을 밝히고 공부하는 시절도 있었다고 하십니다.

◎범기영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절에서 불공드리고 남는 예불 초를 얻어다가 그거를 불을 밝혀가지고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얼마나 학생들이 불의 소중함을 느꼈는지 쉬는 시간에는 촛불을 끄는 거예요. 이 난관을 어떻게든 이겨야겠다. 이 난관을 이기는 것이 야학의 정신이다. 그래서 학생들한테 같이 힘을 내자고 하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학생회장하고 부회장이 모자를 벗고 와서 뭔가를 놓고 선생님, 저희가 학교 재건을 위해서 구두통을 만들고 카드를 만들어서 동인천과 탑동 사거리에서 구두를 닦고 카드를 팔아서 생긴 돈입니다. 선생님, 학교 재건에 보태주십시오, 하고 내미는 그 상황에서 불빛에 비친 손이 구두 닦느라고 시커먼 손에 피가 터져서, 피가 불빛에 비친, 살갗이 터진 핏자국을 보면서.. 저는 그 모습을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범기영 자식들 스펙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법 쓰는 유력자들도 있고 이런 스승도 계시네요. 그래도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았겠죠?

▼이경호 그런데 안타깝게도 야학이라는 곳이 이제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다 보니까요. 사실상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서 어려웠다고 하십니다. 그 이야기도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외람된 얘기입니다마는 저희가 어려울 때 관계 부처를 찾아가서 정말 사정사정 얘기하고 통한의 얘기를 하면 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를 않았었거든요? 그게 한이 맺힌 사람이기 때문, 제가. 젊은 학생들 자기는 사비 들여서 여기를 나온다 얘기해요. 교통비라도 좀 이렇게 줄 수 있으면 그나마 얼마나 학생들한테 도움이 될까, 자기 사비 들여서 여기 나온다는 것이, 그게 제가 못내 안타까운 겁니다.

◎범기영 학생들도 물론이고 자원봉사 온 선생님들 보면서도 안타까우셨다. 그래도 지금은 공간은 찾은 거죠?

▼이경호 다행히 지난 2001년부터 구청 소유 건물을 지금 빌릴 수가 있어서요. 지금은 20여 년째 한 자리에서 야학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범기영 배출한 학생들도 긴 기간이니까 많을 테고, 자원봉사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이경호 지금까지 인향야학을 거쳐간 학생 수가 한 2000여 명 정도 되고요. 또 그 와중에 봉사활동을 해준 대학생들도 한 1000명 가까이 된다고 하십니다.

◎범기영 많네요. 영상 보겠습니다.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예전에는 못 배운 청년들, 젊은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죠?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어린 나이의, 적년적인 나이의(나이에 맞는) 학생들이 다녔었는데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애들 잘 키우고, 그러고 난 다음에 나이가 드셨는데 TV나 이런 데 보면 100세 인생이니 이렇게 나가는 입장에서, 나이는 들었는데 평생 못 배운 한이 돼가지고. 특히 집안에 남자가 있으면 공부시켰지만, 집안의 여자들은 살림을 시키다가 그냥 결혼을 시켰단 말이에요. 그래서 여기 오시는 대다수 사람들이 아주머니, 할머니들이거든요. 그래서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대다수거든요.

▼이경호 이 오랜 시간을 야학을 유지해온 이유, 뭔지도 한번 여쭤봤습니다.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제가 주변머리가 좀 없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인데, 사실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은 정말 배움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람들이거든요. 그 사람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방향을 바꾼다든가 이거를 멈춘다는 것이 저 스스로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이경호 다행인 것은 아직 자신처럼 야학을 찾아와서 교사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청년 학생들이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하시는데요. 교사로 활동 중인 청년들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정준섭 / 인양야학 대학생 교사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거잖아요. 정말 힘든 일을 많이 겪어오셨구나. 그리고 정말 누군가를 이렇게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누군가를 위해 베풀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정말 힘들면서도 값진 일이구나, 라는 거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녹취> 이성훈 / 인양야학 대학생 교사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거잖아요. 정말 힘든 일을 많이 겪어오셨구나. 그리고 정말 누군가를 이렇게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누군가를 위해 베풀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정말 힘들면서도 값진 일이구나, 라는 거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학생의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저 학생들만큼 잘 배울 수 있었을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돌아봤을 때 역시 나는 스스로도 부족함이 많구나...

◎범기영 마침 내일모레가 이제 스승의 날인데, 60년을 야학을 지켜오신 교장 선생님이니까 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경호 아무래도 60년 스승의 길을 오롯이 걸어오신 분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하고는 좀 다를 것 같은데요. 김형중 선생님한테 스승의 날 의미가 어떤 것인지 한번 여쭤봤습니다.

<녹취> 김형중 / 인향야학 교장
요즘은 선생은 있어도 스승이 없다고 하잖아요. 학생은 있어도 제자가 없다고 하는 시국에 야학은 연령을 초월해서 스승과 제자가 이어지는 학교입니다. 스승과 제자가 있는 데가 야학입니다. 학생과 선생이 있는 그런 학교가 아니고 스승과 제자가 있는 그런 학교가 야학입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할 수 있는 것 중의 큰일은 처지가 어려운 사람과 같이 더불어 갈 수 있으면 가는 거다, 그 길을 같이 가는 거다.

◎범기영 그러니까 이 야학이 정부 기관의 지원금을 받거나 그런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아닌 거죠?

▼이경호 사실상 지원금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범기영 공간만 구청 소유 공간을 지금 쓰고 있는 거군요.

▼이경호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만약에 이 학교에 도움을 주고 싶다, 이런 분이 계실 수 있잖아요? 어떻게 하실 수 있습니까?

▼이경호 인터넷 검색하셔서요. 인향초중고야간학교 혹은 또 인향야학이라고 검색하시면 나오는데요. 거기에 연락처가 있으니까요, 그곳에 연락하시면 아마 작은 도움이라도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범기영 인향초중고야간학교 혹은 인향야학, 이렇게 검색을 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야학 운영을 위해서 재정적인 도움을 주실 수도 있고, 물론. 교사로 뭔가 봉사활동을 하실 수도 있고 그렇겠어요.

▼이경호 봉사활동 할 거는 뭐 많이 있으니까요.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면, 그곳 말고 또 아직 운영되고 있는 야학들이 좀 있거든요. 그러니까 주변의 가까운 야학에 한 번 검색하셔서 도움을 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범기영 오늘 첫 시간이었는데 앞으로는 어떤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좀 들어보실 생각이십니까?

▼이경호 주로 이 사사건건에 출연하는 정치인이나 유력자보다는 저희가 이제 직접 찾아가서 만나봐야 될 소외된 계층들 주로 찾아가고요. 또 잊혀졌지만 우리가 한 번씩 들어봐야 될 이야기를 갖고 계신 분들, 그런 분들 좀 찾아가서 만나 뵙겠습니다. 많이 연락 주시면 저희가 대신 가서 만나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범기영 예능에 유퀴즈가 있다면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사사건건에서 찾아가겠습니다. 이경호 해설위원이었습니다. 다음주에도 기대하겠습니다.

▼이경호 감사합니다.

◎범기영 저는 월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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