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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코로나19’ 팬데믹
“건국이래 대동란”…北 코로나19 위기, 남북미 관계 전환 변수될까?
입력 2022.05.14 (19:00) 수정 2022.05.14 (19:21) 취재K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실태 점검하는 모습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실태 점검하는 모습
■ 김정은 위원장, "코로나19 위기, 건국 이래 대동란"

대동란 (大動亂) : '전쟁이나 재난으로 사회가 크게 혼란해지는 일', 대동란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늘(14일)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악성 전염병의 전파가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전날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발생한 유열자(발열 환자)수는 17만 4천 4백여 명, 지난달 말부터 이달 13일까지 합치면 누적 환자 수는 52만 4천 440여 명입니다. 통계청 기준(2022년) 북한 인구가 2,559만여 명이니 어림잡아 전체 인구의 2%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죠. 24만 3천여 명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북한이 발열자 기준으로 집계하는 만큼 무증상 환자까지 합하면 공식 숫자보다는 더 감염자가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주목할 점은 그동안 철저하게 코로나19 환자 발생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북한이 전격적으로 북한 매체를 통해 발표했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12일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이틀 뒤인 오늘(14일) 정치국 협의회에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보고를 받는 모습을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12일에는 새벽 2시에 회의하는 장면이 공개됐고, 이번에도 건물 외경이 어두운 장면을 일부러 노출시킨 만큼 상황이 긴급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 봉쇄, 소독, 격리, 그리고 당 조직 총동원...코로나19와의 '전투'

그럼 회의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을까요? 북한이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한 방역 대책을 보면 그야말로 중국과 유사한 고강도 방역 체제의 완전 가동입니다.

■ 고강도 봉쇄 : 전국의 모든 시, 군들에서는 자기 지역을 철저히 봉쇄하고 사업단위와 생산단위, 생활단위별로 격폐한 상태에서 사업과 생산활동 조직해 확산을 완벽히 차단
■ 감염자 격리 : 방역 일군들이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집중검병을 보다 엄격히 진행해 유열자들과 이상증상이 있는 대상들을 빠짐없이 찾아 철저히 격리
■ 소독 : 소독사업에서 높은 책임성을 발휘해 전파근원을 완벽하게 차단, 소멸
■ 당 조직 총동원 :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비상조치를 정확히 리해하고 정치 선전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여나갈 것
민간요법: 경환자 치료에선 고려치료 방법(한방)을 적극 도입
출처: 노동신문(14일자)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우선 '봉쇄'와 '격리' 조치를 강화해 확산을 최대한 방지하고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공세적인 선전선동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아직 치료제와 외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우선 자력으로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도 "현 상황이 지역 간 통제 불능한 전파가 아니라 봉쇄지역과 해당 단위 내에서의 전파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악성 전염병을 최단 기간 내에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창설 90주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비상방역종대(지난달 25일)창설 90주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비상방역종대(지난달 25일)
여기서 또 한가지 주목할 점, 바로 중국식 코로나 정책을 참고하겠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당과 인민이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중국식 방역 대책은 이른바 '둥타이칭링', 감염자가 나오면 고강도 방역을 가동해 '감염자 제로' 상태로 만든다는 거죠. 시설격리, 외국발 유입 통제, 봉쇄, 전 국민 동선 파악 등이 핵심입니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면 좀처럼 시도하기 힘든 정책입니다. 2년 3개월 동안 고강도 봉쇄 정책을 펴왔던 북한이 봉쇄의 고삐를 더 죄겠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정부도 물심양면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방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요구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받을 여지를 열어놓은 만큼 조만간 북·중 간 지원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 경색된 남북, 북미 관계 전환 계기?...북한 내 코로나 확산이 변수

'위기'는 곧 '기회', 이런 표현을 쓰긴 조심스럽지만, 시점이 참 미묘합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실험에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갑자기 돌발 이슈로 등장했기 때문이죠. 마침 21일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실도 외교부도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대북 인도지원' 문제가 동맹 이슈만큼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질 것에 대해 부인하지 않습니다.

이미 정부는 대북 지원 방침을 밝힌 상탭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통해 지원하는 방법, 유엔 제재 면제 품목을 먼저 추린 뒤 북한에 지원하는 방법, 민간 단체 등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국내에 남아있는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760만 회 분, 모더나 331만 회 분, 남은 백신 계약물 1억 4천만 회분도 들어올 예정입니다. 이 가운데 유효기간이 임박한 백신도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소진되어야 할 mRNA 백신을 다른 나라에 공여하고 있는 만큼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합니다.

북한이 자력으로 헤쳐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당장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상황입니다. 정부 관계자도 "북한에 지원 의지를 밝힌 뒤 북한과 접촉하거나 답을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동안 철저히 정보를 통제해왔던 북한이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코로나19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뒤 북한 이슈 키워드가 '도발'보다는 '지원'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향후 추이를 지켜볼 만한 대목입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남북 간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대화 없이 공전하는 동안 북한은 핵전력을 더 강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북한의 핵 무력 강화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안보 환경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이에 따른 긴장 국면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멈추게 하고, 다시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멈추려면 우선 대화의 모멘텀을 찾아야 합니다.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리 정부를 포함해 국제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내 코로나19 위기가 남북, 북미 대화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변수는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경색 국면의 한반도에 전환점을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건국이래 대동란”…北 코로나19 위기, 남북미 관계 전환 변수될까?
    • 입력 2022-05-14 19:00:32
    • 수정2022-05-14 19:21:20
    취재K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실태 점검하는 모습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실태 점검하는 모습
■ 김정은 위원장, "코로나19 위기, 건국 이래 대동란"

대동란 (大動亂) : '전쟁이나 재난으로 사회가 크게 혼란해지는 일', 대동란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늘(14일)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악성 전염병의 전파가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전날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발생한 유열자(발열 환자)수는 17만 4천 4백여 명, 지난달 말부터 이달 13일까지 합치면 누적 환자 수는 52만 4천 440여 명입니다. 통계청 기준(2022년) 북한 인구가 2,559만여 명이니 어림잡아 전체 인구의 2%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죠. 24만 3천여 명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북한이 발열자 기준으로 집계하는 만큼 무증상 환자까지 합하면 공식 숫자보다는 더 감염자가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주목할 점은 그동안 철저하게 코로나19 환자 발생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북한이 전격적으로 북한 매체를 통해 발표했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12일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이틀 뒤인 오늘(14일) 정치국 협의회에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보고를 받는 모습을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12일에는 새벽 2시에 회의하는 장면이 공개됐고, 이번에도 건물 외경이 어두운 장면을 일부러 노출시킨 만큼 상황이 긴급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 봉쇄, 소독, 격리, 그리고 당 조직 총동원...코로나19와의 '전투'

그럼 회의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을까요? 북한이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한 방역 대책을 보면 그야말로 중국과 유사한 고강도 방역 체제의 완전 가동입니다.

■ 고강도 봉쇄 : 전국의 모든 시, 군들에서는 자기 지역을 철저히 봉쇄하고 사업단위와 생산단위, 생활단위별로 격폐한 상태에서 사업과 생산활동 조직해 확산을 완벽히 차단
■ 감염자 격리 : 방역 일군들이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집중검병을 보다 엄격히 진행해 유열자들과 이상증상이 있는 대상들을 빠짐없이 찾아 철저히 격리
■ 소독 : 소독사업에서 높은 책임성을 발휘해 전파근원을 완벽하게 차단, 소멸
■ 당 조직 총동원 :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비상조치를 정확히 리해하고 정치 선전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여나갈 것
민간요법: 경환자 치료에선 고려치료 방법(한방)을 적극 도입
출처: 노동신문(14일자)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우선 '봉쇄'와 '격리' 조치를 강화해 확산을 최대한 방지하고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공세적인 선전선동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아직 치료제와 외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우선 자력으로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도 "현 상황이 지역 간 통제 불능한 전파가 아니라 봉쇄지역과 해당 단위 내에서의 전파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악성 전염병을 최단 기간 내에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창설 90주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비상방역종대(지난달 25일)창설 90주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비상방역종대(지난달 25일)
여기서 또 한가지 주목할 점, 바로 중국식 코로나 정책을 참고하겠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당과 인민이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중국식 방역 대책은 이른바 '둥타이칭링', 감염자가 나오면 고강도 방역을 가동해 '감염자 제로' 상태로 만든다는 거죠. 시설격리, 외국발 유입 통제, 봉쇄, 전 국민 동선 파악 등이 핵심입니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면 좀처럼 시도하기 힘든 정책입니다. 2년 3개월 동안 고강도 봉쇄 정책을 펴왔던 북한이 봉쇄의 고삐를 더 죄겠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정부도 물심양면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방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요구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받을 여지를 열어놓은 만큼 조만간 북·중 간 지원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 경색된 남북, 북미 관계 전환 계기?...북한 내 코로나 확산이 변수

'위기'는 곧 '기회', 이런 표현을 쓰긴 조심스럽지만, 시점이 참 미묘합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실험에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갑자기 돌발 이슈로 등장했기 때문이죠. 마침 21일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실도 외교부도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대북 인도지원' 문제가 동맹 이슈만큼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질 것에 대해 부인하지 않습니다.

이미 정부는 대북 지원 방침을 밝힌 상탭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통해 지원하는 방법, 유엔 제재 면제 품목을 먼저 추린 뒤 북한에 지원하는 방법, 민간 단체 등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국내에 남아있는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760만 회 분, 모더나 331만 회 분, 남은 백신 계약물 1억 4천만 회분도 들어올 예정입니다. 이 가운데 유효기간이 임박한 백신도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소진되어야 할 mRNA 백신을 다른 나라에 공여하고 있는 만큼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합니다.

북한이 자력으로 헤쳐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당장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상황입니다. 정부 관계자도 "북한에 지원 의지를 밝힌 뒤 북한과 접촉하거나 답을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동안 철저히 정보를 통제해왔던 북한이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코로나19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뒤 북한 이슈 키워드가 '도발'보다는 '지원'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향후 추이를 지켜볼 만한 대목입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남북 간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대화 없이 공전하는 동안 북한은 핵전력을 더 강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북한의 핵 무력 강화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안보 환경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이에 따른 긴장 국면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멈추게 하고, 다시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멈추려면 우선 대화의 모멘텀을 찾아야 합니다.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리 정부를 포함해 국제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내 코로나19 위기가 남북, 북미 대화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변수는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경색 국면의 한반도에 전환점을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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