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흙에서 식물 재배 성공…식량 생산 첫걸음

입력 2022.05.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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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은 식물학자이자 우주인인 마크 와트니의 화성 생존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화성에서 탐사하던 와트니가 모래폭풍으로 실종되자, 탐사대는 그가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지구로 귀환합니다. 와트니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지만 화성에 홀로 남겨집니다.

와트니는 자신을 구하러 올 우주선이 돌아올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화성의 토양에 감자를 심어 식량 자급을 시도합니다. 이 설정은 '화성에서 정말 감자를 키울 수 있을까?', '우주에서 식량 생산이 가능할까?'라는 과학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호기심을 과학자들은 실험으로 옮겼습니다. 이왕이면 화성보다 가까운 달을 대상으로 말입니다.

달의 흙에서 발아한 애기장대의 모습. 사진 출처 : 미국 플로리다대달의 흙에서 발아한 애기장대의 모습. 사진 출처 : 미국 플로리다대

■ 아폴로 11호에서 가져온 달의 흙에서 식물 재배 성공

미국 플로리다 대학 연구진은 달의 토양인 레골리스에 씨앗을 발아시켜 처음으로 우주 토양에 식물을 재배했습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를 포함해 닐 암스트롱 등 우주인 6명이 채취한 달의 흙 12그램이 이번 실험에 사용됐습니다.

연구진은 지난해 달의 흙에 애기장대 씨앗을 심었습니다. 놀랍게도 실험 대상인 모든 씨앗에서 싹이 났습니다. 플로리다대 식품농업과학 연구소의 로버트 펄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진들의 첫 반응이 "세상에, 식물이 달의 흙에서 자랄 수 있네! 설마 이게 가능해?"였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대학의 애나 리사 폴 교수는 "발아한 지 1주일간 달의 흙에 심은 애기장대와 지구에서 유사 물질로 조합한 흙에 심은 대조군은 생육에 아무 차이가 없었다."면서 "달의 흙에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는 물질이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공개됐습니다.


■ 달 토양, 우주방사선·태양풍으로 생육에 불리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의 흙에서 자란 애기장대는 대조군보다 생장이 더뎠고 개체 간 차이도 더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달의 거친 흙이 애기장대 씨앗의 성장에 스트레스로 작용했고, 그 결과 생장 상태가 양호하지 못했습니다.

우주방사선과 태양풍에 오래 노출되었던 달의 흙일수록 생장 상태가 불량했습니다. 연구진은 아폴로 11호가 채취한 달의 흙이 수십억 년간 우주방사선과 태양풍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식물 성장에 좋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용암 지대와 같이 좀 더 생성 연대가 오래되지 않은 지질의 토양에서는 식물 생장이 보다 양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생육 환경은 비료 배합이나 인공 광량 조절을 통해 개선할 수 있습니다.


■ NASA "좋은 시작점"…달에서 직접 재배 가능할까

미국의 민간 기업을 포함해 최근 각국은 다시 유인 달 탐사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2025년 우주인의 달 착륙을 준비 중인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이번 연구에 대해 "몇 년 안에 달 탐사를 재개할 계획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한 연구"라고 평가했습니다.

NASA의 우주생물학 책임자인 샤밀라 바타차리야 수석연구원은 "무엇이든 자란다는 건 정말 좋은 시작점"이라면서 "남은 문제는 최적화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 이용한 달의 흙에 다른 작물을 시도하기보다는 애기장대 실험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실험에 참여한 지질학자인 스티븐 엘라르도 플로리다대 교수는 이번 실험을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성공에 비유했습니다. "처음이었을 뿐입니다. 그냥 해봤는데 잘된 거죠. 우주에서 식량 생산을 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과 과정을 거쳐 달에 다시 가서 달의 표면에 식물을 재배해야 할 텐데, 이번 실험은 그 첫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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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의 흙에서 식물 재배 성공…식량 생산 첫걸음
    • 입력 2022-05-15 08:00:50
    취재K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은 식물학자이자 우주인인 마크 와트니의 화성 생존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화성에서 탐사하던 와트니가 모래폭풍으로 실종되자, 탐사대는 그가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지구로 귀환합니다. 와트니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지만 화성에 홀로 남겨집니다.

와트니는 자신을 구하러 올 우주선이 돌아올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화성의 토양에 감자를 심어 식량 자급을 시도합니다. 이 설정은 '화성에서 정말 감자를 키울 수 있을까?', '우주에서 식량 생산이 가능할까?'라는 과학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호기심을 과학자들은 실험으로 옮겼습니다. 이왕이면 화성보다 가까운 달을 대상으로 말입니다.

달의 흙에서 발아한 애기장대의 모습. 사진 출처 : 미국 플로리다대
■ 아폴로 11호에서 가져온 달의 흙에서 식물 재배 성공

미국 플로리다 대학 연구진은 달의 토양인 레골리스에 씨앗을 발아시켜 처음으로 우주 토양에 식물을 재배했습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를 포함해 닐 암스트롱 등 우주인 6명이 채취한 달의 흙 12그램이 이번 실험에 사용됐습니다.

연구진은 지난해 달의 흙에 애기장대 씨앗을 심었습니다. 놀랍게도 실험 대상인 모든 씨앗에서 싹이 났습니다. 플로리다대 식품농업과학 연구소의 로버트 펄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진들의 첫 반응이 "세상에, 식물이 달의 흙에서 자랄 수 있네! 설마 이게 가능해?"였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대학의 애나 리사 폴 교수는 "발아한 지 1주일간 달의 흙에 심은 애기장대와 지구에서 유사 물질로 조합한 흙에 심은 대조군은 생육에 아무 차이가 없었다."면서 "달의 흙에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는 물질이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공개됐습니다.


■ 달 토양, 우주방사선·태양풍으로 생육에 불리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의 흙에서 자란 애기장대는 대조군보다 생장이 더뎠고 개체 간 차이도 더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달의 거친 흙이 애기장대 씨앗의 성장에 스트레스로 작용했고, 그 결과 생장 상태가 양호하지 못했습니다.

우주방사선과 태양풍에 오래 노출되었던 달의 흙일수록 생장 상태가 불량했습니다. 연구진은 아폴로 11호가 채취한 달의 흙이 수십억 년간 우주방사선과 태양풍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식물 성장에 좋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용암 지대와 같이 좀 더 생성 연대가 오래되지 않은 지질의 토양에서는 식물 생장이 보다 양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생육 환경은 비료 배합이나 인공 광량 조절을 통해 개선할 수 있습니다.


■ NASA "좋은 시작점"…달에서 직접 재배 가능할까

미국의 민간 기업을 포함해 최근 각국은 다시 유인 달 탐사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2025년 우주인의 달 착륙을 준비 중인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이번 연구에 대해 "몇 년 안에 달 탐사를 재개할 계획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한 연구"라고 평가했습니다.

NASA의 우주생물학 책임자인 샤밀라 바타차리야 수석연구원은 "무엇이든 자란다는 건 정말 좋은 시작점"이라면서 "남은 문제는 최적화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 이용한 달의 흙에 다른 작물을 시도하기보다는 애기장대 실험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실험에 참여한 지질학자인 스티븐 엘라르도 플로리다대 교수는 이번 실험을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성공에 비유했습니다. "처음이었을 뿐입니다. 그냥 해봤는데 잘된 거죠. 우주에서 식량 생산을 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과 과정을 거쳐 달에 다시 가서 달의 표면에 식물을 재배해야 할 텐데, 이번 실험은 그 첫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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