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안 겪어봤지만 끌리네…가요계 80년대 레트로 바람

입력 2022.05.1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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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시장이 전성기를 맞은 가운데 가요계에 신스팝 등 40년 전 1980년대 레트로(복고풍) 음악 바람이 불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지친 이들이 과거를 추억하려 하고, 듣기 편한 '이지 리스닝' 음악을 찾는 경향이 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15일 가요계에 따르면 그룹 아이콘은 네 번째 미니음반 '플래시백'(FLASHBACK)의 타이틀곡 '너라는 이유'로 1980년대 팝 음악을 재해석한 신스웨이브 장르를 시도했다.

멤버 구준회는 이달 3일 열린 신보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뭐가 됐든 옛날 그때의 정취가 좋다"며 "1980년대라고 하면 마이클 잭슨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삐까뻔쩍'한 그런 느낌이 뮤직비디오에도 들어가 있다"고 소개했다.

김동혁은 "신스웨이브 장르에 레트로한 감성을 더했다"며 "새로운 장르인 만큼 뮤직비디오, 녹음, 안무 등을 곡 스타일에 맞춰 새롭게 준비해 우리도 떨린다. 아이콘의 새로운 도전을 봐 달라"고 당부했다.

아이콘은 1년 2개월 만의 컴백인 만큼, '힙합 외에 이런 노래도 잘 소화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음악은 보이그룹뿐만 아니라 걸그룹에도 유용한 회심의 '한 방'이다.

걸그룹 로켓펀치는 올해 2월 1980년대 디스코와 유로 댄스를 섞은 '치키타'(CHIQUITA), 체리블렛은 3월 복고풍 신스팝 '러브 인 스페이스'(Love In Space)로 각각 팬심을 공략했다.

'치키타'는 빈티지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청자의 흥을 돋웠고, '러브 인 스페이스'는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랩 멜로디가 중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로켓펀치의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 A&R(Artists and Repertoire)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들 지치고 삶이 팍팍해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레트로를 찾는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이어 "대중이 예전처럼 아이돌 음악을 찾아듣는 것도 아니고, (아이돌 그룹들이) 전반적으로 보이는 음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청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 주목했다"며 "이에 상대적으로 조금 더 듣기 쉽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좋겠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체리블렛의 소속사 FNC W 관계자 역시 "1980년대 느낌을 트렌드에 맞춰 재해석한 노래로,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복고적인 느낌을 표현해 봤다"며 "요즘 유행하는 장르 중 하나인 레트로 팝으로 음악 시장의 흐름에 맞춰 팬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하려 했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22년차를 맞은 가수 싸이는 지난달 발표한 정규 9집에서 마마무의 화사와 호흡을 맞춰 서울패밀리의 명곡 '이제는'(1987)을 재해석했다. 서울패밀리의 노래 역시 리메이크곡으로, 원곡은 저메인 잭슨과 피아 자도라의 듀엣곡 '웬 더 레인 비긴스 투 폴'(When the Rain Begins to Fall·1984)이다.

싸이는 지난달 열린 신보 발매 기념 청음회에서 "(어렸을 때) 서울패밀리의 노래를 듣고 나중에 가수가 된다면 여성 보컬과 이 노래를 꼭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앨범을 통해 오랫동안 생각해 온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됐다"고 이 곡에 애착을 보였다.

재미있는 점은 1977년생인 싸이를 제외하면 아이콘, 체리블렛, 로켓펀치 멤버 그 누구도 정작 1980년대를 겪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1980년대 분위기를 매체 혹은 이야기를 통해 간접 경험하고 이를 자기만의 언어로 변환해 대중에게 들려주는 셈이다.

아이콘의 김동혁은 "나는 1980년대와 관련해 부모님께 가장 많이 자문했다"며 "어머니와 아버지 세대가 들었던 음악적 느낌과 당시 한국·외국 유행 장르를 살펴보니 공통점은 팝이었다. 그래서 그 팝 느낌을 살리려 뮤직비디오 촬영이나 음악 녹음 과정에서 집중했다"고 말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1980년대는 MTV의 등장과 마이클 잭슨·듀란 듀란 등을 필두로 상업성 짙은 팝 음악이 세계를 휩쓴 시기로, 뉴웨이브나 신시사이저 음악 등이 재미있고, 예쁘고, 멜로디가 어렵지 않은 점이 특징"이라며 "이것이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촌스럽다고 인식됐다가 2020년대 들어 다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980년대를 아예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신스팝, 디스코, 뉴웨이브 같은 음악들이 재미있을 것"이라며 "이들 장르는 클래식한 록이나 블루스보다 대중적이라는 강점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해외 팝 시장 트렌드와 보조를 맞춰가는 경향이 강한데, 해외에서도 더 위켄드나 두아 리파 등을 통해 1980년대 음악이 다시 유행하는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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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시절 안 겪어봤지만 끌리네…가요계 80년대 레트로 바람
    • 입력 2022-05-15 08:21:31
    연합뉴스
K팝 시장이 전성기를 맞은 가운데 가요계에 신스팝 등 40년 전 1980년대 레트로(복고풍) 음악 바람이 불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지친 이들이 과거를 추억하려 하고, 듣기 편한 '이지 리스닝' 음악을 찾는 경향이 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15일 가요계에 따르면 그룹 아이콘은 네 번째 미니음반 '플래시백'(FLASHBACK)의 타이틀곡 '너라는 이유'로 1980년대 팝 음악을 재해석한 신스웨이브 장르를 시도했다.

멤버 구준회는 이달 3일 열린 신보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뭐가 됐든 옛날 그때의 정취가 좋다"며 "1980년대라고 하면 마이클 잭슨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삐까뻔쩍'한 그런 느낌이 뮤직비디오에도 들어가 있다"고 소개했다.

김동혁은 "신스웨이브 장르에 레트로한 감성을 더했다"며 "새로운 장르인 만큼 뮤직비디오, 녹음, 안무 등을 곡 스타일에 맞춰 새롭게 준비해 우리도 떨린다. 아이콘의 새로운 도전을 봐 달라"고 당부했다.

아이콘은 1년 2개월 만의 컴백인 만큼, '힙합 외에 이런 노래도 잘 소화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음악은 보이그룹뿐만 아니라 걸그룹에도 유용한 회심의 '한 방'이다.

걸그룹 로켓펀치는 올해 2월 1980년대 디스코와 유로 댄스를 섞은 '치키타'(CHIQUITA), 체리블렛은 3월 복고풍 신스팝 '러브 인 스페이스'(Love In Space)로 각각 팬심을 공략했다.

'치키타'는 빈티지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청자의 흥을 돋웠고, '러브 인 스페이스'는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랩 멜로디가 중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로켓펀치의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 A&R(Artists and Repertoire)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들 지치고 삶이 팍팍해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레트로를 찾는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이어 "대중이 예전처럼 아이돌 음악을 찾아듣는 것도 아니고, (아이돌 그룹들이) 전반적으로 보이는 음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청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 주목했다"며 "이에 상대적으로 조금 더 듣기 쉽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좋겠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체리블렛의 소속사 FNC W 관계자 역시 "1980년대 느낌을 트렌드에 맞춰 재해석한 노래로,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복고적인 느낌을 표현해 봤다"며 "요즘 유행하는 장르 중 하나인 레트로 팝으로 음악 시장의 흐름에 맞춰 팬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하려 했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22년차를 맞은 가수 싸이는 지난달 발표한 정규 9집에서 마마무의 화사와 호흡을 맞춰 서울패밀리의 명곡 '이제는'(1987)을 재해석했다. 서울패밀리의 노래 역시 리메이크곡으로, 원곡은 저메인 잭슨과 피아 자도라의 듀엣곡 '웬 더 레인 비긴스 투 폴'(When the Rain Begins to Fall·1984)이다.

싸이는 지난달 열린 신보 발매 기념 청음회에서 "(어렸을 때) 서울패밀리의 노래를 듣고 나중에 가수가 된다면 여성 보컬과 이 노래를 꼭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앨범을 통해 오랫동안 생각해 온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됐다"고 이 곡에 애착을 보였다.

재미있는 점은 1977년생인 싸이를 제외하면 아이콘, 체리블렛, 로켓펀치 멤버 그 누구도 정작 1980년대를 겪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1980년대 분위기를 매체 혹은 이야기를 통해 간접 경험하고 이를 자기만의 언어로 변환해 대중에게 들려주는 셈이다.

아이콘의 김동혁은 "나는 1980년대와 관련해 부모님께 가장 많이 자문했다"며 "어머니와 아버지 세대가 들었던 음악적 느낌과 당시 한국·외국 유행 장르를 살펴보니 공통점은 팝이었다. 그래서 그 팝 느낌을 살리려 뮤직비디오 촬영이나 음악 녹음 과정에서 집중했다"고 말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1980년대는 MTV의 등장과 마이클 잭슨·듀란 듀란 등을 필두로 상업성 짙은 팝 음악이 세계를 휩쓴 시기로, 뉴웨이브나 신시사이저 음악 등이 재미있고, 예쁘고, 멜로디가 어렵지 않은 점이 특징"이라며 "이것이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촌스럽다고 인식됐다가 2020년대 들어 다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980년대를 아예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신스팝, 디스코, 뉴웨이브 같은 음악들이 재미있을 것"이라며 "이들 장르는 클래식한 록이나 블루스보다 대중적이라는 강점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해외 팝 시장 트렌드와 보조를 맞춰가는 경향이 강한데, 해외에서도 더 위켄드나 두아 리파 등을 통해 1980년대 음악이 다시 유행하는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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