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도 식당선 따로 식사”…탈레반 여성 인권 탄압 ‘여전’

입력 2022.05.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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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도 식당에서는 따로 식사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식당에도 남녀 분리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앞세워 보수적 사회 질서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식당에서 남녀 따로 밥 먹어야…공원 산책도 따로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의 탈레반 권선징악부 관리 리아줄라 시라트는 12일(현지 시각) 하아마통신 등 아프간 현지 언론 등에 ”당국이 식당에서 남녀를 분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정책은 부부인 손님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 여성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식당 지배인으로부터 남편과 떨어져 앉으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식당의 지배인도 ”당국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당국의 지시를 따라야 하지만 우리 사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헤라트의 탈레반 당국은 공원에서도 남녀를 분리해 운영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여성은 목, 금, 토요일, 남성은 월, 화, 수, 일요일에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지난해 8월 재집권한 탈레반, 이슬람 질서 강화 중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 옆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고 걷는 모습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 옆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고 걷는 모습
탈레반은 과거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를 앞세워 공포 통치를 펼쳤습니다.

당시 탈레반은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했습니다. 여성은 부르카(온몸을 가린 채 눈 부위만 망사로 뚫려 있는 이슬람 복장)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습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이 ‘인권 존중’, ‘여성 존중’ 등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 다시 이슬람 질서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부르카 등을 입고 이동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부르카 등을 입고 이동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실제로 탈레반은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새 학기 첫날인 3월 23일 등교가 시작된 지 단 몇 시간 만에 다음 고지가 있을 때까지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등교를 연기한다고 정정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놀이동산 이용에도 남녀 분리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여성 손님은 반드시 히잡을 쓰고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남성은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놀이동산을 이용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달 7일에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재집권한 탈레반이 여성의 복장과 관련한 전국 포고령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는 포고령에서 ”샤리아에 따라 매우 연로하거나 어리지 않은 여성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려야 한다“며 이는 가까운 친척이 아닌 남성을 만날 때 자극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여성들이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면 여성들의 아버지나 가까운 남자 친척들이 투옥될 것이라고도 경고했습니다.

■ ”부르카 강요 말라“ 오히려 얼굴 드러내고 시위한 아프간 여성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의 조치에 반발하며 시위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의 조치에 반발하며 시위
탈레반이 여성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하자 일부 여성들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수도 카불에서 10여 명의 여성이 탈레반의 조치에 반발하며 ”부르카는 우리의 히잡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 대부분은 얼굴을 드러낸 상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히잡은 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목 정도만 가리는 스카프를 뜻합니다. 하지만 부르카(눈 부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 니캅(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 등과 혼용되거나 이를 포괄하는 이슬람 의상을 뜻하는 말로도 쓰입니다.

여성 운동가들은 ”부르카는 이슬람 전통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으며 탈레반이 여성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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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도 식당선 따로 식사”…탈레반 여성 인권 탄압 ‘여전’
    • 입력 2022-05-15 12:00:17
    세계는 지금

“부부도 식당에서는 따로 식사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식당에도 남녀 분리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앞세워 보수적 사회 질서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식당에서 남녀 따로 밥 먹어야…공원 산책도 따로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의 탈레반 권선징악부 관리 리아줄라 시라트는 12일(현지 시각) 하아마통신 등 아프간 현지 언론 등에 ”당국이 식당에서 남녀를 분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정책은 부부인 손님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 여성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식당 지배인으로부터 남편과 떨어져 앉으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식당의 지배인도 ”당국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당국의 지시를 따라야 하지만 우리 사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헤라트의 탈레반 당국은 공원에서도 남녀를 분리해 운영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여성은 목, 금, 토요일, 남성은 월, 화, 수, 일요일에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지난해 8월 재집권한 탈레반, 이슬람 질서 강화 중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 옆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고 걷는 모습탈레반은 과거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를 앞세워 공포 통치를 펼쳤습니다.

당시 탈레반은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했습니다. 여성은 부르카(온몸을 가린 채 눈 부위만 망사로 뚫려 있는 이슬람 복장)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습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이 ‘인권 존중’, ‘여성 존중’ 등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 다시 이슬람 질서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부르카 등을 입고 이동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실제로 탈레반은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새 학기 첫날인 3월 23일 등교가 시작된 지 단 몇 시간 만에 다음 고지가 있을 때까지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등교를 연기한다고 정정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놀이동산 이용에도 남녀 분리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여성 손님은 반드시 히잡을 쓰고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남성은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놀이동산을 이용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달 7일에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재집권한 탈레반이 여성의 복장과 관련한 전국 포고령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는 포고령에서 ”샤리아에 따라 매우 연로하거나 어리지 않은 여성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려야 한다“며 이는 가까운 친척이 아닌 남성을 만날 때 자극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여성들이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면 여성들의 아버지나 가까운 남자 친척들이 투옥될 것이라고도 경고했습니다.

■ ”부르카 강요 말라“ 오히려 얼굴 드러내고 시위한 아프간 여성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의 조치에 반발하며 시위탈레반이 여성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하자 일부 여성들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수도 카불에서 10여 명의 여성이 탈레반의 조치에 반발하며 ”부르카는 우리의 히잡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 대부분은 얼굴을 드러낸 상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히잡은 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목 정도만 가리는 스카프를 뜻합니다. 하지만 부르카(눈 부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 니캅(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 등과 혼용되거나 이를 포괄하는 이슬람 의상을 뜻하는 말로도 쓰입니다.

여성 운동가들은 ”부르카는 이슬람 전통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으며 탈레반이 여성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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