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 적용’ 충돌하나…근거 조항 삭제 법안 발의

입력 2022.05.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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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논란
경영계 "음식·숙박업, 지불 능력 안 돼…차등 적용해야"
노동계 "최저 수준 똑같이 보장해야…'낙인 효과' 우려"
국회에는 '차등 적용 근거 삭제' 개정안 발의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가 오늘(17일) 열립니다. 새 정부 들어 열리는 첫 회의인데,
특히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지 주목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검토'를 언급한 바 있고,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청문회에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과거 정부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인데,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들도 이번엔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노동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제가 시행됐던 첫 해인 1988년을 제외하면 그동안 차등 적용을 시행한 적이 없다며, 근거가 되는 최저임금법 4조 단서 조항이 '사문화'됐다고 주장합니다.

노동계 요구를 담아 해당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까지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차등 적용 찬반 논의가 국회로까지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 경영계 "음식·숙박업 10명 중 4명 최저임금 못 받아…지불 능력 안 돼"


서울 종로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이근재 씨는 4년 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뒤 종업원 1명을 줄였습니다. 인건비 부담에 저녁 장사는 예약 손님이 있을 때만 일당을 주고 사람을 고용합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자고 강하게 주장하는 쪽은 이 씨 같은 음식점 소상공인들입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임금을 줄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음식점 업계의 최저임금은 더 낮아야 한다는 겁니다.

근거로 경영계가 제시하는 건, '최저임금 미만율', 즉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의 비율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2021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은 15.3%입니다. 100명 중 15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경영계가 강조하는 건, 최저임금 미만율에서 업종 간 차이가 크다는 겁니다. 농림어업과 음식·숙박업은 미만율이 각각 54.8%와 40.2%인데, 제조업은 5.2%, 정보통신업은 1.9%에 불과합니다.

경총의 분석대로라면, 농림어업과 음식·숙박업에서는 임금 근로자의 거의 절반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은 "이들 업종에선 최저임금 제도가 완전히 무력화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해결책으로서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해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 최저임금 미만율, 정확할까?

반면 노동계는 경총의 분석 결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실제보다 과대 집계됐다는 겁니다.

경총이 발표한 최저임금 미만율은 통계청의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문제는,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가 ①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겁니다. 적용 제외자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수습 사원, 가사 사용인 등이 포함되는데, 대체로 임금이 낮습니다. ② 임금대장이 아닌 가구원의 주관적인 응답에 따라 작성되고 ③ 임금이 만 원 단위, 월 단위로 조사되기 때문에 원 단위, 시급 단위인 최저임금 미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원자료로 최저임금 미만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0년 미만율은 전 산업 평균이 4.4%입니다. 경총이 발표한 수치(15.3%)와 차이가 큽니다.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입니다.

■ 노동계 "지불 능력은 결정 기준 아냐…낙인 효과로 취업 기피"

노동계는 또 사업주의 '지불 능력'이 원칙적으로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근로자생계비와 유사근로자 임금 수준,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4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낙인 효과'로 해당 업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은 "1988년도에 업종 구분을 시행해봤지만, 낙인 효과 때문에 오히려 그 업종에 취업을 기피하게 됐다"며 "또 다른 최저임금을 만들 만한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최저임금의 직접 영향을 받는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신정웅 운영위원도 "최저 생활 수준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정할 수 있다고 한 조항을 법률에서 삭제하는 개정안을 냈습니다. 최저임금위 논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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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차등 적용’ 충돌하나…근거 조항 삭제 법안 발의
    • 입력 2022-05-17 07:00:27
    취재K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논란<br />경영계 "음식·숙박업, 지불 능력 안 돼…차등 적용해야"<br />노동계 "최저 수준 똑같이 보장해야…'낙인 효과' 우려"<br />국회에는 '차등 적용 근거 삭제' 개정안 발의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가 오늘(17일) 열립니다. 새 정부 들어 열리는 첫 회의인데,
특히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지 주목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검토'를 언급한 바 있고,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청문회에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과거 정부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인데,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들도 이번엔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노동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제가 시행됐던 첫 해인 1988년을 제외하면 그동안 차등 적용을 시행한 적이 없다며, 근거가 되는 최저임금법 4조 단서 조항이 '사문화'됐다고 주장합니다.

노동계 요구를 담아 해당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까지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차등 적용 찬반 논의가 국회로까지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 경영계 "음식·숙박업 10명 중 4명 최저임금 못 받아…지불 능력 안 돼"


서울 종로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이근재 씨는 4년 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뒤 종업원 1명을 줄였습니다. 인건비 부담에 저녁 장사는 예약 손님이 있을 때만 일당을 주고 사람을 고용합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자고 강하게 주장하는 쪽은 이 씨 같은 음식점 소상공인들입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임금을 줄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음식점 업계의 최저임금은 더 낮아야 한다는 겁니다.

근거로 경영계가 제시하는 건, '최저임금 미만율', 즉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의 비율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2021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은 15.3%입니다. 100명 중 15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경영계가 강조하는 건, 최저임금 미만율에서 업종 간 차이가 크다는 겁니다. 농림어업과 음식·숙박업은 미만율이 각각 54.8%와 40.2%인데, 제조업은 5.2%, 정보통신업은 1.9%에 불과합니다.

경총의 분석대로라면, 농림어업과 음식·숙박업에서는 임금 근로자의 거의 절반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은 "이들 업종에선 최저임금 제도가 완전히 무력화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해결책으로서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해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 최저임금 미만율, 정확할까?

반면 노동계는 경총의 분석 결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실제보다 과대 집계됐다는 겁니다.

경총이 발표한 최저임금 미만율은 통계청의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문제는,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가 ①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겁니다. 적용 제외자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수습 사원, 가사 사용인 등이 포함되는데, 대체로 임금이 낮습니다. ② 임금대장이 아닌 가구원의 주관적인 응답에 따라 작성되고 ③ 임금이 만 원 단위, 월 단위로 조사되기 때문에 원 단위, 시급 단위인 최저임금 미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원자료로 최저임금 미만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0년 미만율은 전 산업 평균이 4.4%입니다. 경총이 발표한 수치(15.3%)와 차이가 큽니다.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입니다.

■ 노동계 "지불 능력은 결정 기준 아냐…낙인 효과로 취업 기피"

노동계는 또 사업주의 '지불 능력'이 원칙적으로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근로자생계비와 유사근로자 임금 수준,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4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낙인 효과'로 해당 업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은 "1988년도에 업종 구분을 시행해봤지만, 낙인 효과 때문에 오히려 그 업종에 취업을 기피하게 됐다"며 "또 다른 최저임금을 만들 만한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최저임금의 직접 영향을 받는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신정웅 운영위원도 "최저 생활 수준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정할 수 있다고 한 조항을 법률에서 삭제하는 개정안을 냈습니다. 최저임금위 논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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