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한국김’ 찾는 러시아, 왜?

입력 2022.05.17 (11:00) 수정 2022.05.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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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한국김' 수출 성장세가 뚜렷하다.

한국김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김 수출 실적은 4,699만 달러로 2020년(3,114만 달러)에 비해 50.8%가량 늘었다. 수출액으로 따지면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은 4위 수출국이다. 2016년 10위(435만 달러)에서 5년 만에 급성장했다.


전쟁도 러시아의 '김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러시아 김 수출 실적은 650만 달러(한 달 평균 325만 달러)였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3월과 4월에는 각각 186만 달러, 152만 달러를 수출했다. 전쟁이 터지며 수출액이 절반 가량 줄긴 했지만, 러시아로부터 주문은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마른김' 수출 증가가 눈에 띈다. 올해 들어(1월~4월) 러시아에 대한 마른김 수출은 32만 1,737㎏. 지난해 같은 기간(30만 7,231㎏)보다 4.7% 상승했다. 3, 4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에도 오히려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 "러시아에서 '한국식 김밥' 인기"

전통적인 수출효자는 '조미김'이다. 해외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끈 '스낵김'이 대표적이다. 반면 마른김은 '스낵김' 등 조미김 원료나 요리할 때 식재료로 쓰인다. 마른김 수요가 늘어나는 건 본인들 입맛에 맞게 김을 요리해 먹는, '김 생태계'가 러시아에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김수출협회 최병락 부장은 "러시아에서 한류 영향 등으로 '한국식 김밥'이 최근 들어 인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업체들과 신뢰 관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금 회수에 영향이 생길까 걱정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은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전체를 통틀어 압도적 수출 1위의 효자 식품이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김 6억 9280만 달러(8896억 원)로, '연간 수출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 대비 15.4% 올랐을 정도로 성장세도 가파르다. 수출 2위 참치(5억 7,920만 달러)와의 격차를 해마다 크게 벌리면서 '바다의 반도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해양수산부는 한류 확산 영향으로 포르투갈과 키프로스, 부탄 등까지 수출 시장이 확대돼 2021년 말 기준 세계 114개국으로 한국 김이 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바다의 잡초'의 변신

원래 김은 바다의 잡초(Seaweed) 또는 블랙페이퍼(Black Paper)로 불리며 서양에서 혐오 식품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서야 일반 해조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훨씬 높으면서도, 칼로리는 비교적 낮은 '슈퍼 푸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Korea seaweed'를 검색하면 외국인들의 한국김 리뷰가 여러 건 노출된다. 밥 투정하는 유아들이 김은 곧잘 먹는다는 것을 서양 부모들도 어느 정도 알아챈 듯 하다. 영화배우 휴 잭맨이 그의 딸 에바와 길거리를 거닐며 김을 먹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기농 김부각과 채식주의자용 김밥 김, 양념 김자반 등 고부가가치 제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한류 마케팅을 펼치고, 유기농 인증이나 식품안전규격인증 등 국제인증을 취득하는 등 김 수출업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있었다.

휴 잭맨의 딸 에바가 길거리에서 김을 먹는 모습휴 잭맨의 딸 에바가 길거리에서 김을 먹는 모습

■ 일본 추격·이상 기온 등은 해결 과제

한국 김의 숙적은 단연 '일본 김'이다. 김 생산국(한국·일본·중국) 중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지만, 일본은 글로벌 기업인 '코아사그룹' 등을 중심으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고급 김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은 '마른 김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김 품질을 국가가 기준을 세워 등급별로 분류하는 것이다. 덕분에 100장(1속)당 10만 원에 팔릴 정도로 최고급 김도 등장했다. 한국산 김도 품질은 일본산 못지 않지만, '좋은 김'을 선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기도 한다.

기후 변화도 숙제다. 국내 김 생산지 가운데 가장 넓은 해역인 '만호 해역'의 2020년 생산량은 536톤으로, 이상 기온과 장마 등 영향으로 2019년(606톤)에 비해 줄어들었다. 자연 방식에 의존하는 재래식 김 배양을 대체할만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해 수온과 빛 등을 자동으로 맞춰 모종을 생산하는 스마트 배양장치를 개발 중이다.

2019년 김의 날 기념식에서 열린 ‘수출 달성 기원 10m 김밥 만들기’2019년 김의 날 기념식에서 열린 ‘수출 달성 기원 10m 김밥 만들기’

■ '김의 날' 기념식 개최…"수출 10억 불 달성"

해양수산부는 오는 19일 전남 목포에서 김의 날 기념식을 열고 김 수출에 기여한 15명에 대해 장관 표창을 수여한다. 정부는 김과 함께 복을 싸먹는다는 ‘김 복쌈’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음력 1월 15일(정월대보름)을 ‘김의 날’로 지정했다. 김 수출 1억 불을 달성한 2010년 이듬해부터는 ‘김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김의 날 행사가 열리는 건 코로나19로 행사가 마지막으로 열린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앞으로도 종자 개발부터 생산, 가공 등 김 산업 전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연간 김 수출 10억 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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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7 11:00:14
    • 수정2022-05-17 13:47:02
    취재K

러시아에서 '한국김' 수출 성장세가 뚜렷하다.

한국김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김 수출 실적은 4,699만 달러로 2020년(3,114만 달러)에 비해 50.8%가량 늘었다. 수출액으로 따지면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은 4위 수출국이다. 2016년 10위(435만 달러)에서 5년 만에 급성장했다.


전쟁도 러시아의 '김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러시아 김 수출 실적은 650만 달러(한 달 평균 325만 달러)였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3월과 4월에는 각각 186만 달러, 152만 달러를 수출했다. 전쟁이 터지며 수출액이 절반 가량 줄긴 했지만, 러시아로부터 주문은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마른김' 수출 증가가 눈에 띈다. 올해 들어(1월~4월) 러시아에 대한 마른김 수출은 32만 1,737㎏. 지난해 같은 기간(30만 7,231㎏)보다 4.7% 상승했다. 3, 4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에도 오히려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 "러시아에서 '한국식 김밥' 인기"

전통적인 수출효자는 '조미김'이다. 해외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끈 '스낵김'이 대표적이다. 반면 마른김은 '스낵김' 등 조미김 원료나 요리할 때 식재료로 쓰인다. 마른김 수요가 늘어나는 건 본인들 입맛에 맞게 김을 요리해 먹는, '김 생태계'가 러시아에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김수출협회 최병락 부장은 "러시아에서 한류 영향 등으로 '한국식 김밥'이 최근 들어 인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업체들과 신뢰 관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금 회수에 영향이 생길까 걱정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은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전체를 통틀어 압도적 수출 1위의 효자 식품이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김 6억 9280만 달러(8896억 원)로, '연간 수출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 대비 15.4% 올랐을 정도로 성장세도 가파르다. 수출 2위 참치(5억 7,920만 달러)와의 격차를 해마다 크게 벌리면서 '바다의 반도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해양수산부는 한류 확산 영향으로 포르투갈과 키프로스, 부탄 등까지 수출 시장이 확대돼 2021년 말 기준 세계 114개국으로 한국 김이 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바다의 잡초'의 변신

원래 김은 바다의 잡초(Seaweed) 또는 블랙페이퍼(Black Paper)로 불리며 서양에서 혐오 식품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서야 일반 해조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훨씬 높으면서도, 칼로리는 비교적 낮은 '슈퍼 푸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Korea seaweed'를 검색하면 외국인들의 한국김 리뷰가 여러 건 노출된다. 밥 투정하는 유아들이 김은 곧잘 먹는다는 것을 서양 부모들도 어느 정도 알아챈 듯 하다. 영화배우 휴 잭맨이 그의 딸 에바와 길거리를 거닐며 김을 먹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기농 김부각과 채식주의자용 김밥 김, 양념 김자반 등 고부가가치 제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한류 마케팅을 펼치고, 유기농 인증이나 식품안전규격인증 등 국제인증을 취득하는 등 김 수출업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있었다.

휴 잭맨의 딸 에바가 길거리에서 김을 먹는 모습
■ 일본 추격·이상 기온 등은 해결 과제

한국 김의 숙적은 단연 '일본 김'이다. 김 생산국(한국·일본·중국) 중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지만, 일본은 글로벌 기업인 '코아사그룹' 등을 중심으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고급 김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은 '마른 김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김 품질을 국가가 기준을 세워 등급별로 분류하는 것이다. 덕분에 100장(1속)당 10만 원에 팔릴 정도로 최고급 김도 등장했다. 한국산 김도 품질은 일본산 못지 않지만, '좋은 김'을 선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기도 한다.

기후 변화도 숙제다. 국내 김 생산지 가운데 가장 넓은 해역인 '만호 해역'의 2020년 생산량은 536톤으로, 이상 기온과 장마 등 영향으로 2019년(606톤)에 비해 줄어들었다. 자연 방식에 의존하는 재래식 김 배양을 대체할만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해 수온과 빛 등을 자동으로 맞춰 모종을 생산하는 스마트 배양장치를 개발 중이다.

2019년 김의 날 기념식에서 열린 ‘수출 달성 기원 10m 김밥 만들기’
■ '김의 날' 기념식 개최…"수출 10억 불 달성"

해양수산부는 오는 19일 전남 목포에서 김의 날 기념식을 열고 김 수출에 기여한 15명에 대해 장관 표창을 수여한다. 정부는 김과 함께 복을 싸먹는다는 ‘김 복쌈’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음력 1월 15일(정월대보름)을 ‘김의 날’로 지정했다. 김 수출 1억 불을 달성한 2010년 이듬해부터는 ‘김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김의 날 행사가 열리는 건 코로나19로 행사가 마지막으로 열린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앞으로도 종자 개발부터 생산, 가공 등 김 산업 전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연간 김 수출 10억 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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