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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살던 잠자리가 파주에?…시민이 찾은 ‘기후변화 증거’
입력 2022.05.17 (16:18) 취재K
푸른아시아실잠자리(Ischnura senegalensis) (출처 : 케이본 정광수)푸른아시아실잠자리(Ischnura senegalensis) (출처 : 케이본 정광수)

기후변화. 많은 사람이 들어봤고, 또 걱정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당장 내 주변에 닥친 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기가 바로 지금, 우리나라,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리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들이 찾아낸 잠자리 이야기입니다.

■ 부산에서 파주로 이사 온 '푸른아시아실잠자리'

'케이본(K-BON)'이라는 이름의 시민 과학자 모임이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11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 종의 분포 변화를 연구하고자 운영한 ‘한국 생물 다양성 관측 네트워크'입니다.

이 모임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관찰하고 기록한 생물의 특징을 위치와 기상 등 여러 정보와 결합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고 있는데요. 최근 기후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결과물의 주인공은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입니다. 케이본 시민 과학자들이 참여한 관찰 조사에서 이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경기도 파주까지 북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주로 아프리카, 중동 등에 서식하는 열대·아열대성 곤충입니다. 가슴 옆면과 꼬리의 여덟 번째 마디가 푸른색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위 사진)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이전에 남부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입니다.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란, 특정 생물이 기후변화로 인해 활동이나 개체군에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 지속적으로 조사·관리가 필요한 생물 종을 말합니다.

■ '푸른아시아실잠자리' 분포 지역 꾸준히 북상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앞서 소개해 드린 시민 과학자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40년간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분포 지역은 꾸준히 북쪽으로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40년간(1980~2020년)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분포 변화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40년간(1980~2020년)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분포 변화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

위 그림을 보면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1980년대부터 20년 동안(왼쪽 위 그림)에는 북위 35도~36도 사이, 그러니까 부산 정도의 남부지방에서만 발견됐습니다.

이후 2001년부터( 오른쪽 위 그림) 서서히 북상하기 시작해, 최근(2016~2020년, 오른쪽 아래 그림)에는 북위 37.7도에 위치한 경기도 등 중부지방에서도 관찰됐습니다. 2019년 9월 21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이후 파주 등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주로 8월과 9월에 서식하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올여름에도 경기도 등지에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됩니다.

■ 2070년, 우리나라 최북단에 서식

마지막으로 연구진의 경고입니다. 이대로라면,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2070년에는 우리나라의 가장 북쪽인 강원도 고성에서 발견될 거로 예측했습니다.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미래 분포 예측 결과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미래 분포 예측 결과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

국립생물자원관이 보유하고 있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위치 정보와 각 지역의 기온, 습도, 강수량 등을 고려한 환경 요소를 포함해 RCP4.5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입니다.

RCP4.5 시나리오는 UN 산하의 기후변화 국제기구인 IPCC가 2014년 채택한 보고서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상당히 실현됐을 때를 가정한 결과입니다.

이 시나리오를 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현재 대비 21세기 후반에 2℃ 이상 높아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위의 그림은 한반도의 기온이 이 정도 상승했을 때 예상되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분포입니다.

그림을 보면 2070년대(가장 오른쪽 그림)에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강원 산지를 제외한 전국에서 분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남한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까지 서식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생물들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고 있는지 몸소 알려주고 있습니다. 서식지의 변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후변화는 생물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도 건강과 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칠 거라는 게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입니다.

시민 과학자가 찾은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경고에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 부산 살던 잠자리가 파주에?…시민이 찾은 ‘기후변화 증거’
    • 입력 2022-05-17 16:18:52
    취재K
푸른아시아실잠자리(Ischnura senegalensis) (출처 : 케이본 정광수)푸른아시아실잠자리(Ischnura senegalensis) (출처 : 케이본 정광수)

기후변화. 많은 사람이 들어봤고, 또 걱정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당장 내 주변에 닥친 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기가 바로 지금, 우리나라,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리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들이 찾아낸 잠자리 이야기입니다.

■ 부산에서 파주로 이사 온 '푸른아시아실잠자리'

'케이본(K-BON)'이라는 이름의 시민 과학자 모임이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11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 종의 분포 변화를 연구하고자 운영한 ‘한국 생물 다양성 관측 네트워크'입니다.

이 모임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관찰하고 기록한 생물의 특징을 위치와 기상 등 여러 정보와 결합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고 있는데요. 최근 기후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결과물의 주인공은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입니다. 케이본 시민 과학자들이 참여한 관찰 조사에서 이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경기도 파주까지 북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주로 아프리카, 중동 등에 서식하는 열대·아열대성 곤충입니다. 가슴 옆면과 꼬리의 여덟 번째 마디가 푸른색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위 사진)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이전에 남부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입니다.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란, 특정 생물이 기후변화로 인해 활동이나 개체군에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 지속적으로 조사·관리가 필요한 생물 종을 말합니다.

■ '푸른아시아실잠자리' 분포 지역 꾸준히 북상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앞서 소개해 드린 시민 과학자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40년간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분포 지역은 꾸준히 북쪽으로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40년간(1980~2020년)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분포 변화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40년간(1980~2020년)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분포 변화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

위 그림을 보면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1980년대부터 20년 동안(왼쪽 위 그림)에는 북위 35도~36도 사이, 그러니까 부산 정도의 남부지방에서만 발견됐습니다.

이후 2001년부터( 오른쪽 위 그림) 서서히 북상하기 시작해, 최근(2016~2020년, 오른쪽 아래 그림)에는 북위 37.7도에 위치한 경기도 등 중부지방에서도 관찰됐습니다. 2019년 9월 21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이후 파주 등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주로 8월과 9월에 서식하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올여름에도 경기도 등지에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됩니다.

■ 2070년, 우리나라 최북단에 서식

마지막으로 연구진의 경고입니다. 이대로라면,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2070년에는 우리나라의 가장 북쪽인 강원도 고성에서 발견될 거로 예측했습니다.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미래 분포 예측 결과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미래 분포 예측 결과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

국립생물자원관이 보유하고 있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위치 정보와 각 지역의 기온, 습도, 강수량 등을 고려한 환경 요소를 포함해 RCP4.5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입니다.

RCP4.5 시나리오는 UN 산하의 기후변화 국제기구인 IPCC가 2014년 채택한 보고서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상당히 실현됐을 때를 가정한 결과입니다.

이 시나리오를 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현재 대비 21세기 후반에 2℃ 이상 높아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위의 그림은 한반도의 기온이 이 정도 상승했을 때 예상되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분포입니다.

그림을 보면 2070년대(가장 오른쪽 그림)에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강원 산지를 제외한 전국에서 분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남한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까지 서식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생물들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고 있는지 몸소 알려주고 있습니다. 서식지의 변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후변화는 생물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도 건강과 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칠 거라는 게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입니다.

시민 과학자가 찾은 '푸른아시아실잠자리'의 경고에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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