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베이징 북한대사관 게시판에 새로 걸린 사진은?

입력 2022.05.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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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이 두 달여 공사 끝에 새로 단장을 하고 영상과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조성원 기자)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이 두 달여 공사 끝에 새로 단장을 하고 영상과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조성원 기자)

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은 좀처럼 움직임을 감지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베이징 중심부 차오양구 외교 단지에 크게 자리 잡고 있지만 리용남 대사를 비롯해 북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한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사관을 통해 확인하는 일도 없습니다.

■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작은 창 '게시판'...공사 2달여 만에 다시 공개

이같은 북한 대사관에도 바깥 세상을 향한 작지만 하나의 창구가 있습니다. 바로 게시판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지도자들의 국내 활동은 물론 이들의 대외 활동 사진을 전시합니다. 베이징 특파원들은 게시판의 사진이 바뀔 때마다 북한의 메시지를 읽기 위해 분주합니다.

주중 북한대사관이 파란 가림판을 두르고 두 달여 공사한 끝에 새 게시판을 설치했다. (사진:조성원 기자)주중 북한대사관이 파란 가림판을 두르고 두 달여 공사한 끝에 새 게시판을 설치했다. (사진:조성원 기자)

그런데 이같은 북한 대사관 게시판이 한동안 문을 닫았습니다. 단순히 사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게시판을 새로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공사 기간 설치했던 파란색 가림판이 치워지고 2달여 만에 새 게시판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크기는 기존 게시판과 비슷했지만 가운데 TV 모니터를 설치해 다양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새로 전시한 사진과 영상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일 기념 야간 열병식이었습니다. 중심 인물은 물론 처음으로 흰색 원수복을 입고 나온 김정은 위원장이었습니다.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은 4월 25일 북한군 열병식에서 원수복을 입고 연설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조성원 기자)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은 4월 25일 북한군 열병식에서 원수복을 입고 연설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조성원 기자)

■ 2달여 만에 공개한 주중 북한대사관 사진과 영상은 '북한군 열병식'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연설에서 "어떤 세력이든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들면 핵 사용을 결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열병식 내내 대한민국을 겨냥할 수 있는 전술미사일과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대량 살상 무기들을 과시하며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으니 분명한 대외 위협이었습니다.



새로 설치한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에 4월 25일 북한군 열병식 때 등장한 다양한 대량살상 무기들의 사진이 전시됐다.새로 설치한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에 4월 25일 북한군 열병식 때 등장한 다양한 대량살상 무기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북한 대사관 게시판 역시 열병식에 등장했던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 체계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모니터에는 북한이 '세계 최강 무기'라고 자랑하는 ICBM 화성-17형 관련 영상도 나왔습니다.

게시판 사진과 영상을 유심히 보고 있으니 자동 가림막이 내려오며 게시판 한쪽을 가렸습니다. 바로 옆 CCTV로 확인하다 가림막을 내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림막 기능이 생긴 것은 확인했습니다. 햇빛에 사진이 바래지 않도록 하는 보호 기능은 물론 유사시 상황 변화에 따라 보이고 싶지 않은 사진들을 가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어 보였습니다.


■ '대외 메시지 창구' 역할...정세 변화 때마다 사진 교체

과거 북한은 북미 회담이 성사되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사진을 걸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평화의 집에서 만났던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7월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에 전시된 북미 정상회담 사진2018년 7월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에 전시된 북미 정상회담 사진

2018년 7월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은 남북 정상 부부가 평화의 집에서 만난 사진을 게시했다.2018년 7월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은 남북 정상 부부가 평화의 집에서 만난 사진을 게시했다.

반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며 관계가 틀어진 뒤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상호 방문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중국 쪽으로 돌아선 북한의 입장을 보여준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주중 북한대사관은 북중 정상의 상호 방문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연합뉴스)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주중 북한대사관은 북중 정상의 상호 방문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연합뉴스)

2달여 만에 공개한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에서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는 코로나19에 대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 행사 사진 없이 북한군 열병식과 북한군 무기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영상뿐인 게시판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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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8 07: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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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이 두 달여 공사 끝에 새로 단장을 하고 영상과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조성원 기자)
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은 좀처럼 움직임을 감지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베이징 중심부 차오양구 외교 단지에 크게 자리 잡고 있지만 리용남 대사를 비롯해 북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한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사관을 통해 확인하는 일도 없습니다.

■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작은 창 '게시판'...공사 2달여 만에 다시 공개

이같은 북한 대사관에도 바깥 세상을 향한 작지만 하나의 창구가 있습니다. 바로 게시판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지도자들의 국내 활동은 물론 이들의 대외 활동 사진을 전시합니다. 베이징 특파원들은 게시판의 사진이 바뀔 때마다 북한의 메시지를 읽기 위해 분주합니다.

주중 북한대사관이 파란 가림판을 두르고 두 달여 공사한 끝에 새 게시판을 설치했다. (사진:조성원 기자)
그런데 이같은 북한 대사관 게시판이 한동안 문을 닫았습니다. 단순히 사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게시판을 새로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공사 기간 설치했던 파란색 가림판이 치워지고 2달여 만에 새 게시판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크기는 기존 게시판과 비슷했지만 가운데 TV 모니터를 설치해 다양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새로 전시한 사진과 영상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일 기념 야간 열병식이었습니다. 중심 인물은 물론 처음으로 흰색 원수복을 입고 나온 김정은 위원장이었습니다.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은 4월 25일 북한군 열병식에서 원수복을 입고 연설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조성원 기자)
■ 2달여 만에 공개한 주중 북한대사관 사진과 영상은 '북한군 열병식'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연설에서 "어떤 세력이든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들면 핵 사용을 결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열병식 내내 대한민국을 겨냥할 수 있는 전술미사일과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대량 살상 무기들을 과시하며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으니 분명한 대외 위협이었습니다.



새로 설치한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에 4월 25일 북한군 열병식 때 등장한 다양한 대량살상 무기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북한 대사관 게시판 역시 열병식에 등장했던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 체계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모니터에는 북한이 '세계 최강 무기'라고 자랑하는 ICBM 화성-17형 관련 영상도 나왔습니다.

게시판 사진과 영상을 유심히 보고 있으니 자동 가림막이 내려오며 게시판 한쪽을 가렸습니다. 바로 옆 CCTV로 확인하다 가림막을 내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림막 기능이 생긴 것은 확인했습니다. 햇빛에 사진이 바래지 않도록 하는 보호 기능은 물론 유사시 상황 변화에 따라 보이고 싶지 않은 사진들을 가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어 보였습니다.


■ '대외 메시지 창구' 역할...정세 변화 때마다 사진 교체

과거 북한은 북미 회담이 성사되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사진을 걸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평화의 집에서 만났던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7월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에 전시된 북미 정상회담 사진
2018년 7월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은 남북 정상 부부가 평화의 집에서 만난 사진을 게시했다.
반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며 관계가 틀어진 뒤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상호 방문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중국 쪽으로 돌아선 북한의 입장을 보여준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주중 북한대사관은 북중 정상의 상호 방문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연합뉴스)
2달여 만에 공개한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에서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는 코로나19에 대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 행사 사진 없이 북한군 열병식과 북한군 무기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영상뿐인 게시판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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