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부산 40계단…피란민 애환을 춤에 담다

입력 2022.05.18 (20:33) 수정 2022.05.1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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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 장소였던 부산 40계단.

부산항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던 이곳은 피란민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40계단 주변으로 피란민 판자촌이 생겼고 구호물자를 내다 파는 장터도 섰습니다.

부산 40계단이 간직하고 있는 피란민의 애환이 무용 작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널브러진 신발들 사이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애끓는 뜀박질과 절망의 뒷모습이 한국전쟁 피란 시절로 관객을 이끕니다.

전쟁으로 생과 사를 넘나들며 이별과 만남을 이어갔던 피란민의 삶이 격정의 춤사위로 표현되며 전율을 일으킵니다.

[이정윤/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 "한의 정서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 만남을 소원하는 인간의 정서 이런 것들이 녹아 있죠.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좀 격정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되게 아파하는 그런 장면들이 있습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와 6.25 참전용사, 동반자를 떠나보낸 예술인.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잃어버린 사람들, 보고픈 이들을 가슴에 품고 아직 끝나지 이야기를 몸으로 들려줍니다.

[이정식/부산시립무용단 단원 : "그때 당시 아버지가 참전했던 그 느낌, 그리고 평상시에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그런 얘기 전쟁 얘기, 이런 것들이 이 작품에, 제 느낌에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피란민에게 바다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기도 했지만 통곡의 바다이기도 했기에 작품의 부제처럼 늘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은, 어린 무용수에게 새롭게 비춰집니다.

[최윤정/부산시립무용단 단원 : "이번에 작품을 한다고 하고 감독님이 설명을 해주시면서 인터넷에 찾아봤을 때 그런 사연이 있었던 장소가 있는지 처음 알았고 잘 모르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 더 표현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면서…."]

'부산으로 드는 시간', '바다와 바다 그리고 바다', '생과 사의 춤', '40계단 아직 여기 있어요' , '바다멍' 등 총 7장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대사 없는 몸짓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충분히 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정윤/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 "부산이라는 도시가 지금까지 발전해오고 흘러오면서 품고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하는 그런 작업이었는데요.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불편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때로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야기들로 꾸며볼까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묵직한 첼로 선율로 편곡한 ‘돌아와요 부산항에’,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연주한 ‘애국가’, LP판 ‘경상도 아가씨’등 배경 음악과 부산 바다를 담은 무대 영상은 처연하면서도 격정적인 춤선과 어우러져 피란민 애환을 한층 더 잘 그려냅니다.

공연날 무대에서는 경사로를 설치해 40계단을 표현하고, 2t가량의 물이 통곡의 비처럼 쏟아지며 장관을 연출합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허선귀/영상편집:백혜리/그래픽: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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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톡톡] 부산 40계단…피란민 애환을 춤에 담다
    • 입력 2022-05-18 20:33:49
    • 수정2022-05-19 07:23:58
    뉴스7(부산)
한국전쟁 때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 장소였던 부산 40계단.

부산항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던 이곳은 피란민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40계단 주변으로 피란민 판자촌이 생겼고 구호물자를 내다 파는 장터도 섰습니다.

부산 40계단이 간직하고 있는 피란민의 애환이 무용 작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널브러진 신발들 사이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애끓는 뜀박질과 절망의 뒷모습이 한국전쟁 피란 시절로 관객을 이끕니다.

전쟁으로 생과 사를 넘나들며 이별과 만남을 이어갔던 피란민의 삶이 격정의 춤사위로 표현되며 전율을 일으킵니다.

[이정윤/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 "한의 정서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 만남을 소원하는 인간의 정서 이런 것들이 녹아 있죠.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좀 격정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되게 아파하는 그런 장면들이 있습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와 6.25 참전용사, 동반자를 떠나보낸 예술인.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잃어버린 사람들, 보고픈 이들을 가슴에 품고 아직 끝나지 이야기를 몸으로 들려줍니다.

[이정식/부산시립무용단 단원 : "그때 당시 아버지가 참전했던 그 느낌, 그리고 평상시에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그런 얘기 전쟁 얘기, 이런 것들이 이 작품에, 제 느낌에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피란민에게 바다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기도 했지만 통곡의 바다이기도 했기에 작품의 부제처럼 늘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은, 어린 무용수에게 새롭게 비춰집니다.

[최윤정/부산시립무용단 단원 : "이번에 작품을 한다고 하고 감독님이 설명을 해주시면서 인터넷에 찾아봤을 때 그런 사연이 있었던 장소가 있는지 처음 알았고 잘 모르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 더 표현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면서…."]

'부산으로 드는 시간', '바다와 바다 그리고 바다', '생과 사의 춤', '40계단 아직 여기 있어요' , '바다멍' 등 총 7장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대사 없는 몸짓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충분히 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정윤/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 "부산이라는 도시가 지금까지 발전해오고 흘러오면서 품고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하는 그런 작업이었는데요.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불편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때로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야기들로 꾸며볼까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묵직한 첼로 선율로 편곡한 ‘돌아와요 부산항에’,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연주한 ‘애국가’, LP판 ‘경상도 아가씨’등 배경 음악과 부산 바다를 담은 무대 영상은 처연하면서도 격정적인 춤선과 어우러져 피란민 애환을 한층 더 잘 그려냅니다.

공연날 무대에서는 경사로를 설치해 40계단을 표현하고, 2t가량의 물이 통곡의 비처럼 쏟아지며 장관을 연출합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허선귀/영상편집:백혜리/그래픽: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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