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하고 났더니 “보험금 못 준다”…왜 가입자 탓?

입력 2022.05.18 (21:40) 수정 2022.05.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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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백내장 수술을 하고도 보험금을 못 받았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병원의 과잉 진료라며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병원 말만 믿고 수술한 환자들만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시력이 나빠진 50대 남성, 정상적인 수준의 노안이라며 정기검진만 받으면 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다른 안과에선 수술을 권유합니다.

[A 안과 의사/음성변조 : "이미 백내장도 와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말씀드렸듯이 이게 백내장이랑 노화는 같이 가는 거고요. 결국 계속 나빠지게 돼 있어요."]

이어 만난 상담사는 실손 보험까지 안내합니다.

[A 안과 상담사/음성변조 : "450, 450. 양쪽에. 16년도 이전 실비 가지고 계시죠? 있으시면은 아마 약관상에 이상은 없으면 혜택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이 병원, 백내장 수술 보험금 청구가 많아 보험사들이 과잉진료를 의심하는 병원입니다.

[OO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이런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받은 건들에 대해서는 더욱 심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의사 말만 믿었던 환자들.

두 달 전 백내장 수술을 한 50대 여성은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 모 씨/백내장 수술 환자 : "저희가 약관대로 지급해달라고 말씀을 드려도 약관은 지금 필요 없고 자기네가 내부 지침이 바뀌었다. 소송하시려면 소송하세요. 그냥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같은 피해로 단체 SNS에 모인 사람들이 7백 명이 넘는데, 금융당국에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강 모 씨/백내장 수술 환자 : "금감원에도 민원을 넣었는데 보험사랑 협의하세요. 이렇게 말을 하는 거죠. 카드로 대부분 결제를 하신 부분이 상당한데 카드값이 다 막히는 거예요."]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해 소비자원에 들어온 상담은 4월 한 달에만 300건이 넘는데,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 최석규/영상편집:유지영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경제부 김화영 기자와 더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김 기자, 보험사들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이 있습니까?

[기자]

네, 금감원이 지난달 보험 심사를 강화할 수 있는 5대 기본원칙을 내놨습니다.

가격이 비합리적이거나 과잉진료가 의심되면 보험사가 추가 자료나 별도 의료 자문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그런데 비합리적인 가격, 과잉 진료라는 말 자체가 모호합니다.

그렇다 보니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미룰 수 있는 명분만 준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보험사들은 과잉진료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로 어떻습니까?

[기자]

네, 10개 손보사가 백내장 수술에 지급한 보험금이 최근 4년 사이 네 배 가까이로 늘면서 1조 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지급된 전체 실손보험금 가운데 백내장 하나가 차지한 비중도 10%를 넘고 있고요.

백내장은 증상 4단계 중에 3단계 이상이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든요.

암처럼 걸렸다, 안 걸렸다 이렇게 판정이 나는 게 아니다 보니 보험사들은 일부 병원이 불필요한 수술을 한다고 의심하는 거고요.

과잉진료로 지출이 늘면 다른 가입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된다, 이런 이유를 대는 거죠.

[앵커]

그렇다 해도 진짜 수술이 필요해서 받은 환자가 보험금 못 받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손보험은 말 그대로 본인이 실제로 본 손해를 보상받으려고 가입하는 거잖아요.

보험금을 받아도 환자가 금전적으로 이득을 보는 건 아닙니다.

잘못된 진단으로 돈이 나간다면 이건 소비자가 아니라 병원에 이익이 되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금융감독원이나 보험사가 이런 과잉 진료 문제를 사전에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수술 다 끝난 환자들에게 지급을 거부할 게 아니라 미리 알려야죠.

두 군데 이상에서 검증받아라, 아니면 우리가 지정한 병원에서 진료받길 바란다 라며 사전 권고할 수 있는 문제고요.

지난해 상반기 의원급 안과 8백여 곳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가능한 백내장 수술이 약 15만 건이 이뤄졌는데, 절반 이상을 상위 40개 병원이 했거든요.

이런 상황을 아는 금감원이나 보험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환자들도 혹시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시력 교정 등을 함께 권하는 병원이라면 나중에 괜히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다른 병원에서 한 번 더 확인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앵커]

김화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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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내장 수술하고 났더니 “보험금 못 준다”…왜 가입자 탓?
    • 입력 2022-05-18 21:40:20
    • 수정2022-05-18 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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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백내장 수술을 하고도 보험금을 못 받았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병원의 과잉 진료라며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병원 말만 믿고 수술한 환자들만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시력이 나빠진 50대 남성, 정상적인 수준의 노안이라며 정기검진만 받으면 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다른 안과에선 수술을 권유합니다.

[A 안과 의사/음성변조 : "이미 백내장도 와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말씀드렸듯이 이게 백내장이랑 노화는 같이 가는 거고요. 결국 계속 나빠지게 돼 있어요."]

이어 만난 상담사는 실손 보험까지 안내합니다.

[A 안과 상담사/음성변조 : "450, 450. 양쪽에. 16년도 이전 실비 가지고 계시죠? 있으시면은 아마 약관상에 이상은 없으면 혜택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이 병원, 백내장 수술 보험금 청구가 많아 보험사들이 과잉진료를 의심하는 병원입니다.

[OO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이런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받은 건들에 대해서는 더욱 심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의사 말만 믿었던 환자들.

두 달 전 백내장 수술을 한 50대 여성은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 모 씨/백내장 수술 환자 : "저희가 약관대로 지급해달라고 말씀을 드려도 약관은 지금 필요 없고 자기네가 내부 지침이 바뀌었다. 소송하시려면 소송하세요. 그냥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같은 피해로 단체 SNS에 모인 사람들이 7백 명이 넘는데, 금융당국에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강 모 씨/백내장 수술 환자 : "금감원에도 민원을 넣었는데 보험사랑 협의하세요. 이렇게 말을 하는 거죠. 카드로 대부분 결제를 하신 부분이 상당한데 카드값이 다 막히는 거예요."]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해 소비자원에 들어온 상담은 4월 한 달에만 300건이 넘는데,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 최석규/영상편집:유지영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경제부 김화영 기자와 더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김 기자, 보험사들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이 있습니까?

[기자]

네, 금감원이 지난달 보험 심사를 강화할 수 있는 5대 기본원칙을 내놨습니다.

가격이 비합리적이거나 과잉진료가 의심되면 보험사가 추가 자료나 별도 의료 자문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그런데 비합리적인 가격, 과잉 진료라는 말 자체가 모호합니다.

그렇다 보니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미룰 수 있는 명분만 준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보험사들은 과잉진료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로 어떻습니까?

[기자]

네, 10개 손보사가 백내장 수술에 지급한 보험금이 최근 4년 사이 네 배 가까이로 늘면서 1조 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지급된 전체 실손보험금 가운데 백내장 하나가 차지한 비중도 10%를 넘고 있고요.

백내장은 증상 4단계 중에 3단계 이상이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든요.

암처럼 걸렸다, 안 걸렸다 이렇게 판정이 나는 게 아니다 보니 보험사들은 일부 병원이 불필요한 수술을 한다고 의심하는 거고요.

과잉진료로 지출이 늘면 다른 가입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된다, 이런 이유를 대는 거죠.

[앵커]

그렇다 해도 진짜 수술이 필요해서 받은 환자가 보험금 못 받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손보험은 말 그대로 본인이 실제로 본 손해를 보상받으려고 가입하는 거잖아요.

보험금을 받아도 환자가 금전적으로 이득을 보는 건 아닙니다.

잘못된 진단으로 돈이 나간다면 이건 소비자가 아니라 병원에 이익이 되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금융감독원이나 보험사가 이런 과잉 진료 문제를 사전에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수술 다 끝난 환자들에게 지급을 거부할 게 아니라 미리 알려야죠.

두 군데 이상에서 검증받아라, 아니면 우리가 지정한 병원에서 진료받길 바란다 라며 사전 권고할 수 있는 문제고요.

지난해 상반기 의원급 안과 8백여 곳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가능한 백내장 수술이 약 15만 건이 이뤄졌는데, 절반 이상을 상위 40개 병원이 했거든요.

이런 상황을 아는 금감원이나 보험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환자들도 혹시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시력 교정 등을 함께 권하는 병원이라면 나중에 괜히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다른 병원에서 한 번 더 확인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앵커]

김화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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