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세상이 배움터…학교 밖 청소년 “학교 의미 없었다”

입력 2022.05.19 (07:00) 수정 2022.05.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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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던가요. 그러나, 누구나 당연하게 걸어 가는 길을 벗어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가정 형편이나건강, 진로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학업을 중단한 만 9살부터 24살 이하 청소년을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학교를 떠났다고 해서 학업에 뜻이 없고 꿈이 없다는 의미일까요?

학교를 벗어나 자율적으로 본인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봤습니다. 목표가 뚜렷했고 지금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연관 기사] ‘학교 떠난 청소년’ 열 명 중 네 명 “학교 의미 없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64991


■ 진로 결정 뒤 학교 떠나 …학교 벗어난 지금이 더 좋아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일러스트 작가가 꿈이라고 수줍게 말한 김고은 양.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지난해 5월,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김 양은 중학교 때 학교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그 상처를 극복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학교에선 미술 수업 기회가 너무 적어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오히려 학교에 다닐 때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고 고백했습니다. 적응을 못 하니 학교에 나가기 싫고 등교하지 않고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되레, 학교를 그만 둔 지금 본인만의 생활 계획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만족해했습니다.

"검정고시 준비도 하고 정신을 차려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제 생활 패턴을 바꿨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그림을 제가 원하는 그림을 5시간씩 그리고 늘리는 거죠. 처음부터 너무 많이 하면은 힘들 수 있어서 조금 씩 계획을 짜서 그렇게 하는 편이었어요."


기자가 인터뷰 약속을 잡으려고 통화할 때부터 적극적이던 정경훈 군. 정 군 역시 지난해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지난달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고 싶어 검정고시를 또 준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대학에 대한 꿈이 명확한 친구여서 '왜 학교를 그만두게 됐느냐'고 물으니 입시 위주 경쟁을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정한 석차에 속한 친구들과의 차별이 너무 크게 느껴졌고 스트레스로 위경련 등을 달고 살아야 했다고 했습니다. 학교를 그만 둔 지금,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본인 만의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습니다.

"여기서 독서 토론하고 이제 말하는 말하는 방법을 교정하는 수업을 하고 있고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계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걸 선택해서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금의 생활이 좀 더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공부 등수에 따른 이런 차이를 많이 느껴서...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맞지만 그만큼 박탈감도 되게 심했던 것도 사실이었거든요."

■ 열 명 중 네 명 "학교 다니는 게 의미 없어"

여성가족부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5년, 2018년에 이어 '2021 학교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내일이룸학교, 단기쉼터, 보호관찰소, 미인가 대안학교의 학교 밖 청소년 2,489명과 검정고시장의 학교 밖 청소년 802명 등 모두 3,29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학교 다니는 게 의미 없다거나 다른 곳에서 원하는 곳을 배우고 싶었단 응답이 많죠. 특히, 학교를 그만 둘 때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경우보다 검정고시 준비 등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 "다양성 키워주는 교육 정책 고민… 동일 혜택 필요"


다만, 이런 지원을 받았다면 학교를 굳이 그만두지 않았을 거라고 답했는데 다양성을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교육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모두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지 않고 상담, 교육, 취업에 관련한 지원 등이 주어지고 있지만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폭이 넓지 않고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권혜진 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지원센터가 예전보다 많아졌고 프로그램도 다양해졌지만, 학교를 떠나면 스스로 도움을 청할 때까진 방치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목표가 뚜렷한 친구들이 아닌 다른 이유로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정불화, 학교 안에서의 어떤 여러 가지 정서, 신체적 어떤 학대라든지 이런 것들로 인해서 떠난 친구들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이 친구들을 모니터 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이런 상태가 아직도 좀 부족한 부분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추적조사 등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여성가족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들이 협업해서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들이 교통비나 건강검진, 진로 체험 등을 필요로 한 것처럼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도 복지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것은 틀린 게 아니죠.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성공의 모습도 다양해졌고 각자 추구하는 꿈도 다릅니다.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이 발 빠르게 뒷받침돼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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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세상이 배움터…학교 밖 청소년 “학교 의미 없었다”
    • 입력 2022-05-19 07:00:38
    • 수정2022-05-19 07:01:08
    취재후·사건후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던가요. 그러나, 누구나 당연하게 걸어 가는 길을 벗어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가정 형편이나건강, 진로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br /><br />이렇게 학업을 중단한 만 9살부터 24살 이하 청소년을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학교를 떠났다고 해서 학업에 뜻이 없고 꿈이 없다는 의미일까요?<br /><br />학교를 벗어나 자율적으로 본인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봤습니다. 목표가 뚜렷했고 지금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습니다.<br /><br /><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64991" target="_blank" title="(새창)">[연관 기사] ‘학교 떠난 청소년’ 열 명 중 네 명 “학교 의미 없어”</a><br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64991

■ 진로 결정 뒤 학교 떠나 …학교 벗어난 지금이 더 좋아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일러스트 작가가 꿈이라고 수줍게 말한 김고은 양.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지난해 5월,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김 양은 중학교 때 학교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그 상처를 극복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학교에선 미술 수업 기회가 너무 적어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오히려 학교에 다닐 때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고 고백했습니다. 적응을 못 하니 학교에 나가기 싫고 등교하지 않고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되레, 학교를 그만 둔 지금 본인만의 생활 계획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만족해했습니다.

"검정고시 준비도 하고 정신을 차려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제 생활 패턴을 바꿨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그림을 제가 원하는 그림을 5시간씩 그리고 늘리는 거죠. 처음부터 너무 많이 하면은 힘들 수 있어서 조금 씩 계획을 짜서 그렇게 하는 편이었어요."


기자가 인터뷰 약속을 잡으려고 통화할 때부터 적극적이던 정경훈 군. 정 군 역시 지난해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지난달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고 싶어 검정고시를 또 준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대학에 대한 꿈이 명확한 친구여서 '왜 학교를 그만두게 됐느냐'고 물으니 입시 위주 경쟁을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정한 석차에 속한 친구들과의 차별이 너무 크게 느껴졌고 스트레스로 위경련 등을 달고 살아야 했다고 했습니다. 학교를 그만 둔 지금,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본인 만의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습니다.

"여기서 독서 토론하고 이제 말하는 말하는 방법을 교정하는 수업을 하고 있고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계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걸 선택해서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금의 생활이 좀 더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공부 등수에 따른 이런 차이를 많이 느껴서...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맞지만 그만큼 박탈감도 되게 심했던 것도 사실이었거든요."

■ 열 명 중 네 명 "학교 다니는 게 의미 없어"

여성가족부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5년, 2018년에 이어 '2021 학교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내일이룸학교, 단기쉼터, 보호관찰소, 미인가 대안학교의 학교 밖 청소년 2,489명과 검정고시장의 학교 밖 청소년 802명 등 모두 3,29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학교 다니는 게 의미 없다거나 다른 곳에서 원하는 곳을 배우고 싶었단 응답이 많죠. 특히, 학교를 그만 둘 때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경우보다 검정고시 준비 등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 "다양성 키워주는 교육 정책 고민… 동일 혜택 필요"


다만, 이런 지원을 받았다면 학교를 굳이 그만두지 않았을 거라고 답했는데 다양성을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교육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모두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지 않고 상담, 교육, 취업에 관련한 지원 등이 주어지고 있지만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폭이 넓지 않고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권혜진 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지원센터가 예전보다 많아졌고 프로그램도 다양해졌지만, 학교를 떠나면 스스로 도움을 청할 때까진 방치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목표가 뚜렷한 친구들이 아닌 다른 이유로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정불화, 학교 안에서의 어떤 여러 가지 정서, 신체적 어떤 학대라든지 이런 것들로 인해서 떠난 친구들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이 친구들을 모니터 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이런 상태가 아직도 좀 부족한 부분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추적조사 등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여성가족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들이 협업해서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들이 교통비나 건강검진, 진로 체험 등을 필요로 한 것처럼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도 복지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것은 틀린 게 아니죠.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성공의 모습도 다양해졌고 각자 추구하는 꿈도 다릅니다.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이 발 빠르게 뒷받침돼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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