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백내장 수술 권하더니”…보험금 미지급에 환자 분통

입력 2022.05.19 (12:59) 수정 2022.05.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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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백내장, 우리나라에서 한 해 50만 건이 넘게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실손보험 적용이 된다는 병원 측 권유로 수술했는데 보험사들이 심사를 강화하면서 막상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받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홍화경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눈 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합니다.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뿌옇게 흐려지는 현상, 바로 '백내장'인데요.

나이가 들면 흔히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이 나빠지면, 대부분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게 되는데요.

이 백내장,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수술하는 질환입니다.

한해 55만 건이 넘는 수술이 이뤄지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최근 시력이 나빠진 50대 남성입니다.

정상적인 수준의 노안이라며 정기검진만 받으면 된다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혹시나 해서 다른 안과에도 가봤더니 수술을 권했습니다.

[A 안과 의사/음성변조 : "이미 백내장도 와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말씀드렸듯이 이게 백내장이랑 노화는 같이 가는 거고요. 결국 계속 나빠지게 돼 있어요."]

의사에 이어 상담사는 실손보험까지 안내합니다.

[A 안과 상담사/음성변조 : "450, 450(만 원). 양쪽에. 2016년도 이전 실비 가지고 계시죠? 있으시면 아마 약관상에 이상은 없으면 혜택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이 병원이 보험사 한 곳에 청구한 액수만 해도 지난 넉 달간 20억 원에 달하는데요.

같은 의원급 병원의 30배가 넘습니다.

과잉 진료를 의심할 수밖에 없겠죠.

10개 손해보험사들이 통계를 내봤습니다.

백내장 수술에 지급한 보험금, 한해 1조 원에 육박하는데요.

최근 4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올해 1분기 지급된 전체 실손보험금 가운데 백내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노안이 있는 실손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일부 안과가 백내장 수술을 부추긴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백내장 치료와 시력 교정을 함께 해준다며, 멀쩡한 수정체 대신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는 거죠.

[OO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이런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받은 건들에 대해서는 더욱 심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보험 심사가 강화되자, 이번에는 의사 말만 믿었던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두 달 전 백내장 수술을 받은 이 50대 여성은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강 모 씨/백내장 수술 환자 : "저희가 약관대로 지급해달라고 (보험사에) 말씀을 드려도 약관은 필요 없고 자기네가 내부지침이 바뀌었다. 소송하시려면 소송하세요. 그냥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같은 피해로 단체 SNS에 모인 사람들이 700명이 넘는데, 금융당국에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강 모 씨/ 백내장 수술 환자 : "금감원에도 민원을 넣었는데 보험사랑 협의하세요. 이렇게 말씀을 하는 거죠."]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해 소비자원에 들어온 상담은 4월 한 달에만 380여 건,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금감원은 5가지 조건에 해당할 때 보험사가 더 까다롭게 심사할 수 있도록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가격이 비합리적이거나 과잉진료가 의심되면, 보험사가 추가 자료나 별도 의료자문을 요구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비합리적', '과잉', 이런 말 자체가 모호하죠.

그렇다 보니 보험사가 지급을 미룰 수 있는 명분만 준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백내장 치료를 하면서 시력교정술을 함께 권유받았다면 꼭 필요한 수술인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병원 한 곳만 가지 마시고, 두 군데 이상의 병원에서 본인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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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9 12:59:38
    • 수정2022-05-19 13: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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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백내장, 우리나라에서 한 해 50만 건이 넘게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실손보험 적용이 된다는 병원 측 권유로 수술했는데 보험사들이 심사를 강화하면서 막상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받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홍화경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눈 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합니다.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뿌옇게 흐려지는 현상, 바로 '백내장'인데요.

나이가 들면 흔히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이 나빠지면, 대부분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게 되는데요.

이 백내장,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수술하는 질환입니다.

한해 55만 건이 넘는 수술이 이뤄지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최근 시력이 나빠진 50대 남성입니다.

정상적인 수준의 노안이라며 정기검진만 받으면 된다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혹시나 해서 다른 안과에도 가봤더니 수술을 권했습니다.

[A 안과 의사/음성변조 : "이미 백내장도 와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말씀드렸듯이 이게 백내장이랑 노화는 같이 가는 거고요. 결국 계속 나빠지게 돼 있어요."]

의사에 이어 상담사는 실손보험까지 안내합니다.

[A 안과 상담사/음성변조 : "450, 450(만 원). 양쪽에. 2016년도 이전 실비 가지고 계시죠? 있으시면 아마 약관상에 이상은 없으면 혜택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이 병원이 보험사 한 곳에 청구한 액수만 해도 지난 넉 달간 20억 원에 달하는데요.

같은 의원급 병원의 30배가 넘습니다.

과잉 진료를 의심할 수밖에 없겠죠.

10개 손해보험사들이 통계를 내봤습니다.

백내장 수술에 지급한 보험금, 한해 1조 원에 육박하는데요.

최근 4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올해 1분기 지급된 전체 실손보험금 가운데 백내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노안이 있는 실손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일부 안과가 백내장 수술을 부추긴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백내장 치료와 시력 교정을 함께 해준다며, 멀쩡한 수정체 대신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는 거죠.

[OO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이런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받은 건들에 대해서는 더욱 심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보험 심사가 강화되자, 이번에는 의사 말만 믿었던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두 달 전 백내장 수술을 받은 이 50대 여성은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강 모 씨/백내장 수술 환자 : "저희가 약관대로 지급해달라고 (보험사에) 말씀을 드려도 약관은 필요 없고 자기네가 내부지침이 바뀌었다. 소송하시려면 소송하세요. 그냥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같은 피해로 단체 SNS에 모인 사람들이 700명이 넘는데, 금융당국에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강 모 씨/ 백내장 수술 환자 : "금감원에도 민원을 넣었는데 보험사랑 협의하세요. 이렇게 말씀을 하는 거죠."]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해 소비자원에 들어온 상담은 4월 한 달에만 380여 건,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금감원은 5가지 조건에 해당할 때 보험사가 더 까다롭게 심사할 수 있도록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가격이 비합리적이거나 과잉진료가 의심되면, 보험사가 추가 자료나 별도 의료자문을 요구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비합리적', '과잉', 이런 말 자체가 모호하죠.

그렇다 보니 보험사가 지급을 미룰 수 있는 명분만 준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백내장 치료를 하면서 시력교정술을 함께 권유받았다면 꼭 필요한 수술인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병원 한 곳만 가지 마시고, 두 군데 이상의 병원에서 본인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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