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첫 통화…‘규탄’과 ‘협력’

입력 2022.05.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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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8일) 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장관이 서로 '카운터 파트너'의 목소리를 듣는 첫 자리였다. 이 장관 취임 일주일 만이다.

한미 두 나라는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급 외교 행사를 앞두고 있다. 윤석렬 정부 출범 들어 첫 만남인데다 북한의 ICBM 발사나 핵실험 등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장관 취임 축하라는 계기뿐 아니라 실질적 대화 내용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국방부 "북한을 규탄했다"

한국 국방부는 두 장관이 '북한을 규탄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최근 핵실험 준비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 평화와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도발 행위임을 지적하고 규탄했다"는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앞서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발사 준비가 임박했다"고 이례적으로 직접 언급한 것과 맥이 닿아있다. 한미정상회담 기간 북한의 도발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됐다.

또 국방부는 두 장관이 '한미 연합 실기동훈련', '미 전략자산 전개' 등을 논의했다고 구체화했다. 길지 않은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대화 내용을 자세히 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역시 김태효 1차장이 '한미 확장 억제력 강화를 위한 액션 플랜'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표현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한미훈련 정상화, 전략자산 동원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 美 국방부, '북한 규탄' 안 밝혀

미국 국방부도 보도자료를 내고 두 장관의 전화 통화 사실을 전했다.

이 장관의 취임을 축하한 소식과 함께 "오스틴 장관이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철통같은(ironclad)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미국의 확장 억제 등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강조했다." 등의 내용으로 이어졌다. 통상 한미 국방장관이 대화할 때 나오는 이른바 '상용' 표현들로 이달 초 서욱 전 장관과 오스틴 장관의 마지막 통화 내용과도 유사하다.

반면 북한에 대한 내용은 간략했다. 북한에 대한 표현으로는 "두 장관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적 행위에 맞서 오늘밤이라도 맞설 수 있는 대비 태세(“fight tonight” readiness)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우리 국방부가 전한 '북한에 대한 규탄'이나 '핵실험',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 '미 전략자산 전개' 등의 표현은 없었다.

■ 한미 국방부 "일본과 협력 강화"

한국과 미국 두 국방부가 공통적으로 밝힌 새 내용도 있다.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이 장관이 한미일 안보협력 및 우크라이나 관련 대응 등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오스틴 장관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양측은 일본과의 3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일본과의 협력 강화는 서욱 전 장관의 마지막 통화에 없던 내용이다.

두 나라 국방부는 양자 간 대화 가운데 각각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담아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국방장관의 첫 전화통화 결과, 한국은 '북한 규탄'과 여러 안보협력 확대 방안을 눈에 띄게 하고자 했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대신 두 나라는 모두 일본과의 협력에 뜻을 모은 점을 알리고자 했다.

사실, 한국 국방부가 밝힌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 전략자산 전개, 대규모 야외기동훈련 재개 등의 표현들은 모두 윤석렬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했던 '국정과제' 속 한미군사동맹 강화 부분에 포함돼 있다. 새 정부의 의지는 이미 굳건하다는 뜻이다. 한국은 일본과의 안보협력 확대 외에 나머지 과제들에 대해도 미국으로부터 적극적인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한미 정상회담 일정은 내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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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국방장관 첫 통화…‘규탄’과 ‘협력’
    • 입력 2022-05-19 17:03:11
    취재K

어제(18일) 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장관이 서로 '카운터 파트너'의 목소리를 듣는 첫 자리였다. 이 장관 취임 일주일 만이다.

한미 두 나라는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급 외교 행사를 앞두고 있다. 윤석렬 정부 출범 들어 첫 만남인데다 북한의 ICBM 발사나 핵실험 등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장관 취임 축하라는 계기뿐 아니라 실질적 대화 내용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국방부 "북한을 규탄했다"

한국 국방부는 두 장관이 '북한을 규탄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최근 핵실험 준비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 평화와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도발 행위임을 지적하고 규탄했다"는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앞서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발사 준비가 임박했다"고 이례적으로 직접 언급한 것과 맥이 닿아있다. 한미정상회담 기간 북한의 도발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됐다.

또 국방부는 두 장관이 '한미 연합 실기동훈련', '미 전략자산 전개' 등을 논의했다고 구체화했다. 길지 않은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대화 내용을 자세히 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역시 김태효 1차장이 '한미 확장 억제력 강화를 위한 액션 플랜'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표현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한미훈련 정상화, 전략자산 동원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 美 국방부, '북한 규탄' 안 밝혀

미국 국방부도 보도자료를 내고 두 장관의 전화 통화 사실을 전했다.

이 장관의 취임을 축하한 소식과 함께 "오스틴 장관이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철통같은(ironclad)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미국의 확장 억제 등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강조했다." 등의 내용으로 이어졌다. 통상 한미 국방장관이 대화할 때 나오는 이른바 '상용' 표현들로 이달 초 서욱 전 장관과 오스틴 장관의 마지막 통화 내용과도 유사하다.

반면 북한에 대한 내용은 간략했다. 북한에 대한 표현으로는 "두 장관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적 행위에 맞서 오늘밤이라도 맞설 수 있는 대비 태세(“fight tonight” readiness)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우리 국방부가 전한 '북한에 대한 규탄'이나 '핵실험',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 '미 전략자산 전개' 등의 표현은 없었다.

■ 한미 국방부 "일본과 협력 강화"

한국과 미국 두 국방부가 공통적으로 밝힌 새 내용도 있다.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이 장관이 한미일 안보협력 및 우크라이나 관련 대응 등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오스틴 장관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양측은 일본과의 3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일본과의 협력 강화는 서욱 전 장관의 마지막 통화에 없던 내용이다.

두 나라 국방부는 양자 간 대화 가운데 각각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담아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국방장관의 첫 전화통화 결과, 한국은 '북한 규탄'과 여러 안보협력 확대 방안을 눈에 띄게 하고자 했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대신 두 나라는 모두 일본과의 협력에 뜻을 모은 점을 알리고자 했다.

사실, 한국 국방부가 밝힌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 전략자산 전개, 대규모 야외기동훈련 재개 등의 표현들은 모두 윤석렬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했던 '국정과제' 속 한미군사동맹 강화 부분에 포함돼 있다. 새 정부의 의지는 이미 굳건하다는 뜻이다. 한국은 일본과의 안보협력 확대 외에 나머지 과제들에 대해도 미국으로부터 적극적인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한미 정상회담 일정은 내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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