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만 10억 원…인혁당 피해자 ‘빚고문’ 화해 또 무산

입력 2022.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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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인혁당 사건으로 8년간 감옥살이를 한 이창복 씨. 2008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2심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판례에 따라 배상금과 이자 총액 중 2/3를 미리 받았습니다. 10억 9천만 원가량이었습니다.

2011년,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습니다. 하급심이 이자를 너무 많이 계산했으니, 더 받은 돈을 다시 반환하라고 판결한 겁니다. 그 금액이 5억 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미리 받은 돈을 빚 상환이나 기부금으로 써버린 상황. 당장 갚을 돈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매년 20%씩(놀랍지만, 법정 이율입니다.) 이자를 붙였습니다. 10여 년이 흘러 지금은 갚아야 할 원금 5억에 이자 10억을 더해, 국가에 15억 원을 빚을진 '빚쟁이' 신세가 됐습니다.

■ 화해 또 무산…'빚 고문' 해결, 물 건너가나?

결국, 하나 남은 집까지 경매에 넘어갈 처지가 되자, 이 씨는 2019년 법원에 이의 소송을 냈습니다.

1심에선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부는 이 씨의 부담이 지나치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이 아닌 화해로 사건을 마무리하자며, '화해 권고'에 나섭니다. 정부가 한 차례 거부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달 또 '화해 권고'를 내렸습니다.

"이 씨가 약 5억 원만 갚고 나머지 이자는 갚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잇따라 화해를 시도한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제(18일) 법무부가 두 번째 화해권고마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법무부는 정확한 사유를 밝히진 않은 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 이창복 씨 가족 "잠을 못 잔다…그래도 희망 못 버려"

법무부가 또 화해를 거부하자, 이 씨 측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창복 씨의 아들 송우 씨는 새벽 4시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1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빚 고문'에 시달려, 이젠 지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 씨는 아직까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의신청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아직 소송이 끝난 건 아니고, 새 정부에서 새로운 어떤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으냐고 제가 아버지께 말씀을 드릴 생각입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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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자만 10억 원…인혁당 피해자 ‘빚고문’ 화해 또 무산
    • 입력 2022-05-20 06:00:16
    취재K

1974년 인혁당 사건으로 8년간 감옥살이를 한 이창복 씨. 2008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2심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판례에 따라 배상금과 이자 총액 중 2/3를 미리 받았습니다. 10억 9천만 원가량이었습니다.

2011년,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습니다. 하급심이 이자를 너무 많이 계산했으니, 더 받은 돈을 다시 반환하라고 판결한 겁니다. 그 금액이 5억 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미리 받은 돈을 빚 상환이나 기부금으로 써버린 상황. 당장 갚을 돈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매년 20%씩(놀랍지만, 법정 이율입니다.) 이자를 붙였습니다. 10여 년이 흘러 지금은 갚아야 할 원금 5억에 이자 10억을 더해, 국가에 15억 원을 빚을진 '빚쟁이' 신세가 됐습니다.

■ 화해 또 무산…'빚 고문' 해결, 물 건너가나?

결국, 하나 남은 집까지 경매에 넘어갈 처지가 되자, 이 씨는 2019년 법원에 이의 소송을 냈습니다.

1심에선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부는 이 씨의 부담이 지나치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이 아닌 화해로 사건을 마무리하자며, '화해 권고'에 나섭니다. 정부가 한 차례 거부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달 또 '화해 권고'를 내렸습니다.

"이 씨가 약 5억 원만 갚고 나머지 이자는 갚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잇따라 화해를 시도한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제(18일) 법무부가 두 번째 화해권고마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법무부는 정확한 사유를 밝히진 않은 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 이창복 씨 가족 "잠을 못 잔다…그래도 희망 못 버려"

법무부가 또 화해를 거부하자, 이 씨 측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창복 씨의 아들 송우 씨는 새벽 4시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1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빚 고문'에 시달려, 이젠 지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 씨는 아직까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의신청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아직 소송이 끝난 건 아니고, 새 정부에서 새로운 어떤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으냐고 제가 아버지께 말씀을 드릴 생각입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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