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에서 맛본 ‘그 귤’ 주문했더니…도착한 건 ‘상한 귤’

입력 2022.05.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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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에서 맛 본 과일이 맛있어 택배로 주문했는데 집에 와보니 썩고 곰팡이가 가득 핀 상태로 도착한다면 어떨까요?

제주의 유명 관광지나 시장 등에서 택배 주문 등을 통해 판매하는 농수산물을 놓고 소비자와 갈등을 빚는 사례가 생기고 있습니다.

'배송된 상품이 구입 당시 본 것과 다르다', '변질 된 상태로 왔다' 등이 주된 분쟁 이유인데요.

행정당국에서도 일부 비양심 상행위로 인한 제주관광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현장에서 계도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 사례가 매년 꾸준히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갓 딴 귤' 보내주겠다더니…감귤 상자는 '곰팡이투성이'

지난달 말 제주를 찾은 관광객 A 씨 일행은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근처의 한 점포에서 감귤을 샀습니다.


이들의 눈길을 끈 건 매대 바구니에 가득 담긴 '카라향', '천혜향'이라는 이름의 만감류 품종. "밭에서 갓 딴 귤을 보내준다"는 상인 약속에, 이들은 수도권 지역의 가족과 지인의 집으로 보낼 감귤 6상자를 주문했습니다.

값은 한 상자당 3만 원이 조금 넘었는데, 이들은 상인의 요청에 따라 계좌이체로 값을 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제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A 씨 일행의 집으로 기다리던 택배 상자가 하나둘씩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상자를 열어보니 '싱싱하다'고 홍보했던 감귤은 온데간데없고, 하나같이 물러 터진 상태였습니다.

A 씨는 "배송된 감귤 여섯 상자가 모두 농익어 상한 맛이 났고, 이 가운데 절반은 흰 곰팡이가 가득 필 정도로 상태가 더 심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여행을 온 A 씨 일행이 한 관광지에서 주문해 택배로 받은 카라향. 과일 대부분이 물러지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다. 시청자 제공제주 여행을 온 A 씨 일행이 한 관광지에서 주문해 택배로 받은 카라향. 과일 대부분이 물러지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다. 시청자 제공

먹을 수 없는 상태의 감귤을 받은 A 씨 일행은 즉각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환불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A 씨 측이 재차 항의하자 판매자 측에서 교환 명목으로 천혜향 한 상자를 추가로 보내왔는데, 문제는 이렇게 받은 감귤 역시 곳곳이 물러 터지고, 흰 곰팡이투성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귤을 받아든 구매자들은 또 한 번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씨는 "처음은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두 번째로 보내온 귤마저 물러 터지고 곰팡이가 가득 피어 있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면서 제주도 등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했습니다.

해당 상품에 대해 전문가는 "저장해뒀던 귤을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감귤기술팀 관계자는 "저장고에 들어갔다 나오면, 온도 차가 심해서 금방 썩게 된다"면서 "카라향은 5월 한 달간 하우스에서 재배·수확하고, 천혜향은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가 수확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수확 후 6~7개월가량 저장이 가능한 한라봉과는 달리, 황금향과 천혜향은 저장 기간이 길어야 2개월 정도라는 게 전문가 설명입니다.

■ "실제 보고 고른 것과 다르다", "상품이 상한 채로 왔다"…식품 관련 민원 잇달아

제주 관광객이 늘면서 이 같은 소비자 피해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2020년 7월부터 '관광불편민원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해 하반기 8건이었던 식품 관련 민원 신고 건수는 이듬해 14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5월 현재(5월 18일 기준)까지 9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주도지사 핫라인’ 게시판 중 하나인 ‘관광불편민원접수’ 게시판에 올라온 식품 민원. 제주도청 홈페이지‘제주도지사 핫라인’ 게시판 중 하나인 ‘관광불편민원접수’ 게시판에 올라온 식품 민원. 제주도청 홈페이지

대부분 감귤과 같은 과일이나 오메기떡, 옥돔·갈치 등 제주지역 특산물을 샀다가 발생하는 피해 사례로, '상품이 상하거나 심하게 변질 된 상태로 왔다, 구매 당시 가게에서 보고 고른 것과 다른 상품이 배송됐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이 같은 불편민원신고 창구가 마련된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아, 실제 소비자 분쟁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도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제주도 소비자분쟁센터로 신고가 들어오면 담당 부서와 행정시, 자치경찰단 등이 함께 현장에 나가 사실 확인을 하고, 되도록 교환·환불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조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데다, 행정당국에서 업자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할 순 없어, 이 같은 상행위를 완전히 뿌리 뽑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제주 관광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저하로 인해 다른 소상공인들까지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상인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제주도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신선식품 특성상 택배 배송 과정에서 변질 될 우려도 있고, 판매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면서도 "제주 경제에서 관광산업 비중이 70%에 달해 이 같은 민원이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도 클 수 있어, 소상인분들도 좀 더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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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지에서 맛본 ‘그 귤’ 주문했더니…도착한 건 ‘상한 귤’
    • 입력 2022-05-20 07:00:37
    취재K

관광지에서 맛 본 과일이 맛있어 택배로 주문했는데 집에 와보니 썩고 곰팡이가 가득 핀 상태로 도착한다면 어떨까요?

제주의 유명 관광지나 시장 등에서 택배 주문 등을 통해 판매하는 농수산물을 놓고 소비자와 갈등을 빚는 사례가 생기고 있습니다.

'배송된 상품이 구입 당시 본 것과 다르다', '변질 된 상태로 왔다' 등이 주된 분쟁 이유인데요.

행정당국에서도 일부 비양심 상행위로 인한 제주관광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현장에서 계도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 사례가 매년 꾸준히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갓 딴 귤' 보내주겠다더니…감귤 상자는 '곰팡이투성이'

지난달 말 제주를 찾은 관광객 A 씨 일행은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근처의 한 점포에서 감귤을 샀습니다.


이들의 눈길을 끈 건 매대 바구니에 가득 담긴 '카라향', '천혜향'이라는 이름의 만감류 품종. "밭에서 갓 딴 귤을 보내준다"는 상인 약속에, 이들은 수도권 지역의 가족과 지인의 집으로 보낼 감귤 6상자를 주문했습니다.

값은 한 상자당 3만 원이 조금 넘었는데, 이들은 상인의 요청에 따라 계좌이체로 값을 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제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A 씨 일행의 집으로 기다리던 택배 상자가 하나둘씩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상자를 열어보니 '싱싱하다'고 홍보했던 감귤은 온데간데없고, 하나같이 물러 터진 상태였습니다.

A 씨는 "배송된 감귤 여섯 상자가 모두 농익어 상한 맛이 났고, 이 가운데 절반은 흰 곰팡이가 가득 필 정도로 상태가 더 심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여행을 온 A 씨 일행이 한 관광지에서 주문해 택배로 받은 카라향. 과일 대부분이 물러지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다. 시청자 제공
먹을 수 없는 상태의 감귤을 받은 A 씨 일행은 즉각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환불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A 씨 측이 재차 항의하자 판매자 측에서 교환 명목으로 천혜향 한 상자를 추가로 보내왔는데, 문제는 이렇게 받은 감귤 역시 곳곳이 물러 터지고, 흰 곰팡이투성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귤을 받아든 구매자들은 또 한 번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씨는 "처음은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두 번째로 보내온 귤마저 물러 터지고 곰팡이가 가득 피어 있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면서 제주도 등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했습니다.

해당 상품에 대해 전문가는 "저장해뒀던 귤을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감귤기술팀 관계자는 "저장고에 들어갔다 나오면, 온도 차가 심해서 금방 썩게 된다"면서 "카라향은 5월 한 달간 하우스에서 재배·수확하고, 천혜향은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가 수확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수확 후 6~7개월가량 저장이 가능한 한라봉과는 달리, 황금향과 천혜향은 저장 기간이 길어야 2개월 정도라는 게 전문가 설명입니다.

■ "실제 보고 고른 것과 다르다", "상품이 상한 채로 왔다"…식품 관련 민원 잇달아

제주 관광객이 늘면서 이 같은 소비자 피해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2020년 7월부터 '관광불편민원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해 하반기 8건이었던 식품 관련 민원 신고 건수는 이듬해 14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5월 현재(5월 18일 기준)까지 9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주도지사 핫라인’ 게시판 중 하나인 ‘관광불편민원접수’ 게시판에 올라온 식품 민원. 제주도청 홈페이지
대부분 감귤과 같은 과일이나 오메기떡, 옥돔·갈치 등 제주지역 특산물을 샀다가 발생하는 피해 사례로, '상품이 상하거나 심하게 변질 된 상태로 왔다, 구매 당시 가게에서 보고 고른 것과 다른 상품이 배송됐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이 같은 불편민원신고 창구가 마련된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아, 실제 소비자 분쟁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도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제주도 소비자분쟁센터로 신고가 들어오면 담당 부서와 행정시, 자치경찰단 등이 함께 현장에 나가 사실 확인을 하고, 되도록 교환·환불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조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데다, 행정당국에서 업자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할 순 없어, 이 같은 상행위를 완전히 뿌리 뽑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제주 관광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저하로 인해 다른 소상공인들까지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상인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제주도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신선식품 특성상 택배 배송 과정에서 변질 될 우려도 있고, 판매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면서도 "제주 경제에서 관광산업 비중이 70%에 달해 이 같은 민원이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도 클 수 있어, 소상인분들도 좀 더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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