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사망 제로” 북 코로나 미스터리…‘조선식 봉쇄’가 비결?

입력 2022.05.24 (18:26) 수정 2022.05.2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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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했다.”

이달 12일, 코로나 19 감염자 발생(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최초 검출)을 처음 인정한 북한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표현한 말입니다.

그런데 약도 변변치 않은 북한이 오늘(24일) 신규 사망자가 0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치명률은 0.002%(5월 23일 기준 누적 발열자 294만 8천여 명·누적 사망자 68명)라고 합니다. 신규 발열자도 사흘째 10만 명대라며 “뚜렷한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발표를 믿기 어렵다는 게 외부의 평가이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2주 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정말 단기간에 상황이 급호전된 걸까요? 북한의 선전대로 당의 비상조치가 ‘사랑의 불사약’이 된 걸까요?

유일한 방역, ‘봉쇄’에 올인한 북한

북한은 오미크론 변이 검출 뒤부터는 매일 당국자가 방송에 나와 코로나 현황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관계자인 류영철은 “이달 21일을 기점으로 전국의 발열자 감소세가 뚜렷해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간, 사람 간 전파 공간을 철저히 차단하면 전염병을 통제 관리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북한은 자신들의 방역 대책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주민들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이동을 틀어막는 것이 전부인 셈입니다. 북한은 이미 2년 넘게 거의 모든 국경을 봉쇄해왔습니다. 최근에는 거기에 더해 내부에까지 강력한 봉쇄 조치를 단행한 것입니다.


“전국적 범위에서 완전한 봉쇄를 실현한 나라는 오직 우리밖에 없는 데 대해 세계가 경탄한다.” 오늘(24일)자 노동신문 사설 내용입니다. 독재 국가나 가능한 통제의 길을 걸어온 것을 두고, 다른 국가에서는 하지 못한 ‘확고한 믿음’과 ‘선제적 결단’이었다고 포장합니다. “2년 동안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는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이번에도 불과 며칠 사이에 전파 상황을 안정적으로 억제·관리하게 됐다”며 ‘당의 방역 정책의 과학성과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확진자 ·사망자 규모 축소했을 것”

하지만 북한이 코로나 감염 사실을 인정하기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에 이미 코로나 감염자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최근 공개한 것도 ‘더는 쉬쉬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 그랬을 것’이라고 의심합니다. 당국의 분석도 다르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발표치 역시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학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우선, 북한이 ‘확진자’라고 하지 않고 ‘발열자’라는 표현을 써온 것을 토대로 ①‘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열이 없는 환자도 상당수라는 점’과 ②‘무증상 감염자를 놓치고 있을 가능성’을 상정해 보면, 실제 감염자 수가 적어도 서너 배는 많을 거라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사망자 수치도 현실과는 차이가 클 거로 추정됩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감염자가 사망할 경우 병세가 악화돼 사망까지 이르는데 보통 3~4주 정도 걸린다”며 “이러한 시차 때문에 북한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망자 속출 가능 시기를 ‘이달 말~다음 달 초’로 전망했습니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향후 북한 내 오미크론 유행으로 예상되는 총 사망자 수가 3만 4,500여 명에 이를 거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홍콩의 연령별 백신 미접종자의 사망률을 북한 전체 인구에 대입해 도출해낸 결과입니다.

안면보호대를 착용한 북한 방역요원 (조선중앙TV)안면보호대를 착용한 북한 방역요원 (조선중앙TV)

전문가들은 다만, 북한이 공표하는 완치율(현재까지 완치율 86.4%·조선중앙통신)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은 상대적으로 경증이 많아, 비교적 젊고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감염돼도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회복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물론 이 역시 북한 주민들의 의료·생활환경·면역 상태까지 살핀 분석은 아닙니다.

백신 효과 놓고도 ‘오락가락’…결론은 ‘조선식 방역’?

이런 외부의 시각에 대해 북한은 날 선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총련 기관지를 통해 “방역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장비가 아니다. 편견에 사로잡힌 서방언론들이 근거가 취약한 비관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신문 인터넷판. ‘백신’을 뜻하는 ‘왁찐’을 키워드로 검색해 나온 기사 목록들노동신문 인터넷판. ‘백신’을 뜻하는 ‘왁찐’을 키워드로 검색해 나온 기사 목록들

그러면서 북한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습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검색창에 ‘백신’을 뜻하는 ‘왁찐’을 입력해보니, 백신이 언급된 코로나 관련 기사가 150여 건에 달합니다. 각국의 백신 공급 현황 등을 다뤘는데, 지난해 12월 28일 신문은 돌파 감염 사례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백신으로는 오미크론 변이 전파를 막기 어렵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검출 직전인 지난달 18일에는 “백신 회피 능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른바 ‘방역대전’에 나선 이달 16일과 17일에도 “백신 접종을 해도 감염된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신문은 지난 18일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데 비효과적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은 사활적인 것으로 의연 남아있다. 중증환자들을 치료하는데서 백신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자료들이 있다”며 논조를 바꿨습니다. 이를 두고 ‘백신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14일 노동당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는 김정은 (조선중앙통신)지난 14일 노동당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는 김정은 (조선중앙통신)
하지만 발열 환자의 감소세가 뚜렷해졌다고 주장한 5월 21일부터는 신문의 논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발생 이후에는 백신 3차 접종까지 한 사람들도 재감염됐다”고 한 것입니다. 오늘(24일)은 더 나아가 “(전 세계) 제약회사들이 각종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치료약들도 개발됐지만, 세계적 범위에서 이용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의문시되고 있다”고 썼습니다.

이런 ‘오락가락’ 보도의 의도는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 다만, 백신 효과에 대한 논조의 변화는 북한 내부에서 방역 상황이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백신의 효과를 평가절하하는 쪽으로 돌아선 이상 자신들의 봉쇄식 방역에 집중하고 우리 정부나 미국 등 외부 지원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식 방역이 그들 표현대로 북한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결실’로 끝날지, 아니면 재앙적 현실을 감춘 수사에 불과한 것인지 ‘북한 코로나 미스터리’의 진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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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4 18:26:53
    • 수정2022-05-24 1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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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했다.”

이달 12일, 코로나 19 감염자 발생(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최초 검출)을 처음 인정한 북한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표현한 말입니다.

그런데 약도 변변치 않은 북한이 오늘(24일) 신규 사망자가 0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치명률은 0.002%(5월 23일 기준 누적 발열자 294만 8천여 명·누적 사망자 68명)라고 합니다. 신규 발열자도 사흘째 10만 명대라며 “뚜렷한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발표를 믿기 어렵다는 게 외부의 평가이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2주 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정말 단기간에 상황이 급호전된 걸까요? 북한의 선전대로 당의 비상조치가 ‘사랑의 불사약’이 된 걸까요?

유일한 방역, ‘봉쇄’에 올인한 북한

북한은 오미크론 변이 검출 뒤부터는 매일 당국자가 방송에 나와 코로나 현황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관계자인 류영철은 “이달 21일을 기점으로 전국의 발열자 감소세가 뚜렷해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간, 사람 간 전파 공간을 철저히 차단하면 전염병을 통제 관리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북한은 자신들의 방역 대책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주민들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이동을 틀어막는 것이 전부인 셈입니다. 북한은 이미 2년 넘게 거의 모든 국경을 봉쇄해왔습니다. 최근에는 거기에 더해 내부에까지 강력한 봉쇄 조치를 단행한 것입니다.


“전국적 범위에서 완전한 봉쇄를 실현한 나라는 오직 우리밖에 없는 데 대해 세계가 경탄한다.” 오늘(24일)자 노동신문 사설 내용입니다. 독재 국가나 가능한 통제의 길을 걸어온 것을 두고, 다른 국가에서는 하지 못한 ‘확고한 믿음’과 ‘선제적 결단’이었다고 포장합니다. “2년 동안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는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이번에도 불과 며칠 사이에 전파 상황을 안정적으로 억제·관리하게 됐다”며 ‘당의 방역 정책의 과학성과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확진자 ·사망자 규모 축소했을 것”

하지만 북한이 코로나 감염 사실을 인정하기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에 이미 코로나 감염자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최근 공개한 것도 ‘더는 쉬쉬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 그랬을 것’이라고 의심합니다. 당국의 분석도 다르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발표치 역시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학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우선, 북한이 ‘확진자’라고 하지 않고 ‘발열자’라는 표현을 써온 것을 토대로 ①‘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열이 없는 환자도 상당수라는 점’과 ②‘무증상 감염자를 놓치고 있을 가능성’을 상정해 보면, 실제 감염자 수가 적어도 서너 배는 많을 거라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사망자 수치도 현실과는 차이가 클 거로 추정됩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감염자가 사망할 경우 병세가 악화돼 사망까지 이르는데 보통 3~4주 정도 걸린다”며 “이러한 시차 때문에 북한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망자 속출 가능 시기를 ‘이달 말~다음 달 초’로 전망했습니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향후 북한 내 오미크론 유행으로 예상되는 총 사망자 수가 3만 4,500여 명에 이를 거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홍콩의 연령별 백신 미접종자의 사망률을 북한 전체 인구에 대입해 도출해낸 결과입니다.

안면보호대를 착용한 북한 방역요원 (조선중앙TV)
전문가들은 다만, 북한이 공표하는 완치율(현재까지 완치율 86.4%·조선중앙통신)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은 상대적으로 경증이 많아, 비교적 젊고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감염돼도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회복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물론 이 역시 북한 주민들의 의료·생활환경·면역 상태까지 살핀 분석은 아닙니다.

백신 효과 놓고도 ‘오락가락’…결론은 ‘조선식 방역’?

이런 외부의 시각에 대해 북한은 날 선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총련 기관지를 통해 “방역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장비가 아니다. 편견에 사로잡힌 서방언론들이 근거가 취약한 비관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신문 인터넷판. ‘백신’을 뜻하는 ‘왁찐’을 키워드로 검색해 나온 기사 목록들
그러면서 북한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습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검색창에 ‘백신’을 뜻하는 ‘왁찐’을 입력해보니, 백신이 언급된 코로나 관련 기사가 150여 건에 달합니다. 각국의 백신 공급 현황 등을 다뤘는데, 지난해 12월 28일 신문은 돌파 감염 사례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백신으로는 오미크론 변이 전파를 막기 어렵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검출 직전인 지난달 18일에는 “백신 회피 능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른바 ‘방역대전’에 나선 이달 16일과 17일에도 “백신 접종을 해도 감염된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신문은 지난 18일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데 비효과적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은 사활적인 것으로 의연 남아있다. 중증환자들을 치료하는데서 백신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자료들이 있다”며 논조를 바꿨습니다. 이를 두고 ‘백신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14일 노동당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는 김정은 (조선중앙통신)하지만 발열 환자의 감소세가 뚜렷해졌다고 주장한 5월 21일부터는 신문의 논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발생 이후에는 백신 3차 접종까지 한 사람들도 재감염됐다”고 한 것입니다. 오늘(24일)은 더 나아가 “(전 세계) 제약회사들이 각종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치료약들도 개발됐지만, 세계적 범위에서 이용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의문시되고 있다”고 썼습니다.

이런 ‘오락가락’ 보도의 의도는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 다만, 백신 효과에 대한 논조의 변화는 북한 내부에서 방역 상황이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백신의 효과를 평가절하하는 쪽으로 돌아선 이상 자신들의 봉쇄식 방역에 집중하고 우리 정부나 미국 등 외부 지원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식 방역이 그들 표현대로 북한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결실’로 끝날지, 아니면 재앙적 현실을 감춘 수사에 불과한 것인지 ‘북한 코로나 미스터리’의 진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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