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지고 전통시장 떴다”…업종별 양극화 심화

입력 2022.05.25 (06:00) 수정 2022.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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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4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2020년 5월 24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시장은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마포구의 핫플레이스입니다.

부담 없는 가격의 다양한 먹거리들이 포진해있고, 재래시장인데도 대부분 점포에서 카드결제가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2008년 시장현대화 사업을 거치면서,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장을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런 망원시장도 코로나19 초기엔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는데요. 가뭄의 단비가 된 게 바로 2년 전 이맘때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었습니다.

김은진/채소 가게 상인(2020년 5월)
"지금 매출이 한 40~50% 정도 실감할 정도로 이렇게 많이 는 거 같아요. 주말에 특히 더 재난지원금카드 쓰려고 많이들 나오시거든요. 그래서 많이 늘고 있는 거 같아요."

송원종/정육점 주인(2020년 5월)
"조금 아까도 사시는 분도. 오랜만에 그냥 (한우) 사 먹는다, 하시더라고요. 별렀대요. 돈(재난지원금) 나오기를. 수입보다는 한우 사시는 분이 많이 늘었어요."

■ 골목상권은 울고, 전통시장은 웃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망원시장을 비롯한 전통시장의 선전은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서울시의회(김인호 의장)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 149개 세부상권과 63개 세부업종의 카드 매출액을 토대로 한 빅데이터 분석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서울 시내 상권을 크게 골목상권과 발달상권, 관광특구, 전통시장 등 4개로 나눴는데요.

골목상권은 주거밀집지역에 인접한 1,010곳이고, 발달상권은 홍대나 신촌같이 높은 임대료와 유동인구가 많은 253곳입니다.

관광특구는 명동이나 동대문 같은 관광 활동이 주로 이뤄지는 6곳이고, 전통시장은 광장시장이나 망원시장 같은 상설시장 227곳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코로나19 전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전반적인 불황을 겪었다는 겁니다.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모든 상권의 총매출액이 크게 감소한 건데요.

이듬해인 2020년 본격화된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건데, 총매출액은 상권별로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역시 관광특구였습니다. 주요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2020년부터 2년 연속으로 총매출액이 감소했습니다.

골목상권과 발달상권은 2020년 총매출액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하락 전환하며 2018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습니다.

반면 전통시장은 유일하게 선방했습니다. 2020년부터 2년 연속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총매출액은 2018년 대비 19.4% 늘었습니다.

보고서는 시장 현대화 사업 등 전통시장 육성정책이 코로나19 등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역사랑 상품권 등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서는 나머지 3개 상권에 대해선 각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외식업은 줄고, 소매업은 늘었다

업종별 총매출액도 2019년 이후 명암이 엇갈렸습니다. 외식업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소매업은 매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소매업 중에서는 화장품과 안경, 휴대전화,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2021년에 모두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시계·귀금속과 자전거·전동장치, 가전제품 등의 매출은 2019년 불황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에는 증가로 전환했습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개인용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귀금속과 가전 등 평소 사지 못했던 물품으로 소비성향이 전환된 것으로 봤습니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가정식을 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육류나 청과 등의 소비도 늘었습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시기 소매업 매출이 대부분 양(+)으로 전환된 건, 정부지원금이 소매업에만 집중돼 업종 간 매출액의 양극화를 초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서비스업은 2.7% 줄었지만… "평균의 함정"

전체 상권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2019년 6,424만 원에서 지난해 6,823만 원으로 늘었지만, 같은기간 1,493개 개별 상권 중 평균 매출이 감소한 상권은 765개(51.2%)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평균 매출이 감소한 상권 중 매출 감소액이 300만 원 이하인 상권은 205개였고, 3,000만 원을 초과한 상권도 74개였습니다.

반면, 점포당 평균 매출액이 3,000만 원 넘게 증가한 상권도 167개에 달했습니다.

결국, 매출이 많이 증가한 소수 상권 때문에 전체 상권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이 동반 상승한 셈인데, 이 같은 '평균의 함정'은 서비스업 세부 업종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비스업 전체 평균 매출액은 2.7% 감소해 비교적 피해가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전체 매출액 규모가 노래방, 고시원 등 영세자영업 매출 규모의 10배를 웃도는 일반의원, 치과의원 등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합니다.

상권과 관계없이 견고한 매출액을 보인 일반의원과 치과의원 등을 뺀 대부분의 서비스업 세부 업종은 2018년 시작된 불황기에 코로나19까지 이어지며 심각한 매출 타격을 받았단 겁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지원과 함께 상권별 맞춤형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포화상태인 소상공인·자영업 구조를 양질의 도시형 첨단산업 일자리로 일부 전환하기 위해 민간기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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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5 06:00:19
    • 수정2022-05-25 06:00:52
    취재K
2020년 5월 24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시장은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마포구의 핫플레이스입니다.

부담 없는 가격의 다양한 먹거리들이 포진해있고, 재래시장인데도 대부분 점포에서 카드결제가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2008년 시장현대화 사업을 거치면서,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장을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런 망원시장도 코로나19 초기엔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는데요. 가뭄의 단비가 된 게 바로 2년 전 이맘때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었습니다.

김은진/채소 가게 상인(2020년 5월)
"지금 매출이 한 40~50% 정도 실감할 정도로 이렇게 많이 는 거 같아요. 주말에 특히 더 재난지원금카드 쓰려고 많이들 나오시거든요. 그래서 많이 늘고 있는 거 같아요."

송원종/정육점 주인(2020년 5월)
"조금 아까도 사시는 분도. 오랜만에 그냥 (한우) 사 먹는다, 하시더라고요. 별렀대요. 돈(재난지원금) 나오기를. 수입보다는 한우 사시는 분이 많이 늘었어요."

■ 골목상권은 울고, 전통시장은 웃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망원시장을 비롯한 전통시장의 선전은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서울시의회(김인호 의장)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 149개 세부상권과 63개 세부업종의 카드 매출액을 토대로 한 빅데이터 분석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서울 시내 상권을 크게 골목상권과 발달상권, 관광특구, 전통시장 등 4개로 나눴는데요.

골목상권은 주거밀집지역에 인접한 1,010곳이고, 발달상권은 홍대나 신촌같이 높은 임대료와 유동인구가 많은 253곳입니다.

관광특구는 명동이나 동대문 같은 관광 활동이 주로 이뤄지는 6곳이고, 전통시장은 광장시장이나 망원시장 같은 상설시장 227곳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코로나19 전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전반적인 불황을 겪었다는 겁니다.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모든 상권의 총매출액이 크게 감소한 건데요.

이듬해인 2020년 본격화된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건데, 총매출액은 상권별로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역시 관광특구였습니다. 주요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2020년부터 2년 연속으로 총매출액이 감소했습니다.

골목상권과 발달상권은 2020년 총매출액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하락 전환하며 2018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습니다.

반면 전통시장은 유일하게 선방했습니다. 2020년부터 2년 연속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총매출액은 2018년 대비 19.4% 늘었습니다.

보고서는 시장 현대화 사업 등 전통시장 육성정책이 코로나19 등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역사랑 상품권 등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서는 나머지 3개 상권에 대해선 각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외식업은 줄고, 소매업은 늘었다

업종별 총매출액도 2019년 이후 명암이 엇갈렸습니다. 외식업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소매업은 매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소매업 중에서는 화장품과 안경, 휴대전화,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2021년에 모두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시계·귀금속과 자전거·전동장치, 가전제품 등의 매출은 2019년 불황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에는 증가로 전환했습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개인용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귀금속과 가전 등 평소 사지 못했던 물품으로 소비성향이 전환된 것으로 봤습니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가정식을 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육류나 청과 등의 소비도 늘었습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시기 소매업 매출이 대부분 양(+)으로 전환된 건, 정부지원금이 소매업에만 집중돼 업종 간 매출액의 양극화를 초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서비스업은 2.7% 줄었지만… "평균의 함정"

전체 상권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2019년 6,424만 원에서 지난해 6,823만 원으로 늘었지만, 같은기간 1,493개 개별 상권 중 평균 매출이 감소한 상권은 765개(51.2%)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평균 매출이 감소한 상권 중 매출 감소액이 300만 원 이하인 상권은 205개였고, 3,000만 원을 초과한 상권도 74개였습니다.

반면, 점포당 평균 매출액이 3,000만 원 넘게 증가한 상권도 167개에 달했습니다.

결국, 매출이 많이 증가한 소수 상권 때문에 전체 상권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이 동반 상승한 셈인데, 이 같은 '평균의 함정'은 서비스업 세부 업종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비스업 전체 평균 매출액은 2.7% 감소해 비교적 피해가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전체 매출액 규모가 노래방, 고시원 등 영세자영업 매출 규모의 10배를 웃도는 일반의원, 치과의원 등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합니다.

상권과 관계없이 견고한 매출액을 보인 일반의원과 치과의원 등을 뺀 대부분의 서비스업 세부 업종은 2018년 시작된 불황기에 코로나19까지 이어지며 심각한 매출 타격을 받았단 겁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지원과 함께 상권별 맞춤형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포화상태인 소상공인·자영업 구조를 양질의 도시형 첨단산업 일자리로 일부 전환하기 위해 민간기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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