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 단식은 끝났지만 “쉬고 싶어요” 제빵기사의 끝나지 않는 호소

입력 2022.05.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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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노(勞), "쉬고 싶을 때 쉬게 해주세요." vs 사(使), " 이전보다 휴식 시간 늘어. 노조가 과장"
- 노(勞), "사 측이 조합 탈퇴 회유" vs 사(使), "그런 적 없어, 노노(勞勞)간의 경쟁"
- '휴식은 노동자의 권리', 휴식 보장하면서 경쟁력 키우는 것이 경영자의 능력.
- 노조의 자사 제품 불매 운동. 제품은 노동자의 성과물인데 설득력 얻을지 미지수.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5월 19일 53일간의 단식농성을 중단하면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임종린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5월 19일 53일간의 단식농성을 중단하면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동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빵집, 파리바게뜨입니다. 제빵계의 대표 중견기업 SPC 그룹의 대표 브랜드입니다. 파리바게뜨 매장은 전국에 3천 4백여 개나 됩니다. 농어촌 작은 마을을 빼고 파리바게뜨가 매장이 없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친숙합니다.

파리바게뜨 매장은 일부 직영점을 제외하고 대부분 가맹점입니다. 본사와 계약한 가맹점주, 제빵기사, 카페기사, 그리고 아르바이트 직원이 함께 일하는 방식으로 매장이 운영됩니다. 제빵기사는 빵을 굽고 케이크를 만듭니다. 카페 기사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들은 가맹점주가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닙니다. SPC 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라는 회사 소속입니다. 즉 ‘PB 파트너즈’ 와 고용계약을 맺고 회사가 지정한 매장에서 일합니다. 월급을 가맹점주가 아닌 ‘PB파트너즈’에서 받습니다. 물론 인사, 노무관리도 ‘PB 파트너즈’가 담당합니다.

‘PB파트너즈’는 2018년에 설립됐습니다. 그전에는 협력회사라고 불리는 인력공급업체가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와 카페기사를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불법파견으로 문제가 되자 SPC 그룹에 ‘PB파트너즈’라는 회사가 생겼습니다. SPC그룹의 대표기업이자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이 51%의 지분을, ‘가맹점주협의체’가 4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의사 결정권은 51%의 지분을 소유한 ‘파리크라상’이 갖고 있습니다. ‘파리크라상’이 SPC그룹의 회사니까 ‘PB파트너즈’ 역시 SPC 그룹의 자회사입니다. 즉 가맹점주는 공급받는 빵과 커피 등 재료비는 ‘파리크라상’에 내고, 직원 인건비는 ‘PB파트너즈’에 지급합니다. ‘PB파트너즈’가 가맹점주로부터 받은 인력공급 비용에서 관리비용을 제하고 나머지를 제빵기사와 카페기사에게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합니다. 이 밖에 채용, 승진, 휴가 등 인사관리도 ‘PB파트너즈’가 담당합니다.

그런데 1년 전부터 파리바게뜨에서 노사갈등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제빵기사, 카페기사와 사측인 ‘PB파트너즈’ 사이의 갈등입니다.

4년여 전인 2018년 1월 11일로 돌아가 봅니다. 당시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인 ‘파리크라상’은 노조 측과 <노사상생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약에는 노사는 물론 가맹점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 등 정치권까지 참여했습니다. 당시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제빵, 카페 기사들의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노사갈등이 커지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섰습니다. 중재 결과 나온 것이 <노사상생협약>입니다. 파견업체 소속이던 직원들을 SPC 본사가 ‘PB파트너즈’라는 회사를 설립해서 직접 고용하고, 직원들의 처우를 3년 안에 본사 직원 (파리크라상 소속 제빵기사)과 같게 하는 내용입니다. 노사가 모두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상생 협약 체결 4년여가 지난 지금 다시 노사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2018년 1월 11일 노사 양측과 시민사회단체, 민주당, 정의당이 함께 노사 상생협약을 체결했다.2018년 1월 11일 노사 양측과 시민사회단체, 민주당, 정의당이 함께 노사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휴식권 보장입니다. 노조 측은 한마디로 쉬고 싶을 때 “쉬게 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매장이 연중무휴로 운영되다 보니 일반 직장에 다니는 사람처럼 휴가를 가고 싶어도 제때 못 가고, 몸이 아프거나 경조사가 생겨도 일해야 하고, 또 코로나에 확진된 상태에서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쉬려면 대신 일 해 줄 대체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회사 측이 대체인력을 제때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노조 측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주장합니다. PB파트너즈가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한 이후부터는 전보다 노동환경이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휴일도 30% 이상 늘었고 급여도 훨씬 올려줬다고 주장합니다. 일부 매장에서 원하는 날에 쉬지 못한 일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건 일부 사례라고 반박합니다. 또 쉬지 못할 경우 휴일수당을 지급하고 있어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서도 양측이 대립 중입니다. ‘PB파트너즈’에는 2개의 노조가 있습니다. 회사 설립 직후인 2017년 8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됐고, 11월에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됐습니다. 지금은 전체 직원 5천여 명 중에 4천 2백여 명이 조합원인데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4천여 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현재 벌어지는 노사갈등은 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지회’와 회사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노조 측은 한때 조합원이 7백여 명까지 늘었지만 2021년 3월부터 갑자기 탈퇴자가 늘었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2백 명 정도밖에 안 남았다고 합니다. 노조는 그 이유를 회사의 탈퇴 종용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회사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으로 남아있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압박을 주면서 조합원 탈퇴자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전혀 다른 입장입니다. 조합 활동에 관여한 바가 없으며 이는 조합이 서로 가입자를 늘리려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는 겁니다.

또 2018년 체결된 <노사상생협약>에 대해서도 합의 내용 대부분이 지켜졌다고 주장합니다. 협약체결 3년이 지난 2021년 4월 1일에는 노사가 ‘합의 이행 완료 선포식’ 도 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시 선포식에는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다수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만 참여한 선포식이었습니다.

그때부터 1년 넘게 이어진 노사갈등이 해결되지 않자, 노조 대표인 임종린 지회장이 지난 3월 28일부터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 도로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단식이 진행되는 동안 노사가 만나 의견을 나누면서 갈등을 좁히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행선을 달리면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단식이 50여 일을 넘긴 지난 19일 임종린 씨는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단식이 더 길어지면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과 주변의 만류 때문입니다. 단식 돌입 53일째였습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의 단식이 5월 19일 53일째를 맞자  끝난 이후 이어서  동료 조합원들의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의 단식이 5월 19일 53일째를 맞자 끝난 이후 이어서 동료 조합원들의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단식은 중단됐지만 갈등은 여전합니다. 임종린 씨를 대신해 동료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움직임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측은 회사 측을 상대로 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불매 운동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불매운동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노사갈등에 이어 불매운동까지 이어지면서 회사 브랜드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노동자의 휴식권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합니다. 법과 단체협약 등에서 보장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직장의 근무 형태가 연중무휴라고 해서 직원들도 연중무휴로 일할 수는 없습니다. 급여의 저하 없이 직원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는 것은 사용자의 선택이나 혜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그 의무를 지키면서도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경영자의 능력입니다.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할지도 노동자의 선택입니다. 보다 상대적으로 강경한 성향의 노조를 선택할 수도 있고, 온건한 성향의 노조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노노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조합원을 늘리려는 노력을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회사에 협조적인 노조원 수를 더 늘리려는 목적으로 승진, 보상 등의 방법을 이용해 특정노조 가입을 유도해서는 안 됩니다. 사용자가 경영권을 자신들의 권리라고 주장하듯이 노동자의 조합 선택과 투쟁 방법 선택도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투쟁방식도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어느 기업이나 노사갈등은 있겠지만, 노사갈등을 이유로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제품을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생산 판매되는 제품은 노동자가 땀 흘려 만든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상처는 깊어집니다. 깊은 상처도 언젠가 아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갈등이 길고 클수록 상처도 커지고 흉터도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53일 만에 단식 푼 임종린 지회장 “코로나 확진돼도 혼만 났다…투쟁 멈출 수 없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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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일 단식은 끝났지만 “쉬고 싶어요” 제빵기사의 끝나지 않는 호소
    • 입력 2022-05-25 09:03:15
    취재K
<b>- 노(勞), "쉬고 싶을 때 쉬게 해주세요." vs 사(使), " 이전보다 휴식 시간 늘어. 노조가 과장"<br />- 노(勞), "사 측이 조합 탈퇴 회유" vs 사(使), "그런 적 없어, 노노(勞勞)간의 경쟁"<br />- '휴식은 노동자의 권리', 휴식 보장하면서 경쟁력 키우는 것이 경영자의 능력.<br />- 노조의 자사 제품 불매 운동. 제품은 노동자의 성과물인데 설득력 얻을지 미지수.</b>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5월 19일 53일간의 단식농성을 중단하면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동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빵집, 파리바게뜨입니다. 제빵계의 대표 중견기업 SPC 그룹의 대표 브랜드입니다. 파리바게뜨 매장은 전국에 3천 4백여 개나 됩니다. 농어촌 작은 마을을 빼고 파리바게뜨가 매장이 없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친숙합니다.

파리바게뜨 매장은 일부 직영점을 제외하고 대부분 가맹점입니다. 본사와 계약한 가맹점주, 제빵기사, 카페기사, 그리고 아르바이트 직원이 함께 일하는 방식으로 매장이 운영됩니다. 제빵기사는 빵을 굽고 케이크를 만듭니다. 카페 기사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들은 가맹점주가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닙니다. SPC 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라는 회사 소속입니다. 즉 ‘PB 파트너즈’ 와 고용계약을 맺고 회사가 지정한 매장에서 일합니다. 월급을 가맹점주가 아닌 ‘PB파트너즈’에서 받습니다. 물론 인사, 노무관리도 ‘PB 파트너즈’가 담당합니다.

‘PB파트너즈’는 2018년에 설립됐습니다. 그전에는 협력회사라고 불리는 인력공급업체가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와 카페기사를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불법파견으로 문제가 되자 SPC 그룹에 ‘PB파트너즈’라는 회사가 생겼습니다. SPC그룹의 대표기업이자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이 51%의 지분을, ‘가맹점주협의체’가 4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의사 결정권은 51%의 지분을 소유한 ‘파리크라상’이 갖고 있습니다. ‘파리크라상’이 SPC그룹의 회사니까 ‘PB파트너즈’ 역시 SPC 그룹의 자회사입니다. 즉 가맹점주는 공급받는 빵과 커피 등 재료비는 ‘파리크라상’에 내고, 직원 인건비는 ‘PB파트너즈’에 지급합니다. ‘PB파트너즈’가 가맹점주로부터 받은 인력공급 비용에서 관리비용을 제하고 나머지를 제빵기사와 카페기사에게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합니다. 이 밖에 채용, 승진, 휴가 등 인사관리도 ‘PB파트너즈’가 담당합니다.

그런데 1년 전부터 파리바게뜨에서 노사갈등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제빵기사, 카페기사와 사측인 ‘PB파트너즈’ 사이의 갈등입니다.

4년여 전인 2018년 1월 11일로 돌아가 봅니다. 당시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인 ‘파리크라상’은 노조 측과 <노사상생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약에는 노사는 물론 가맹점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 등 정치권까지 참여했습니다. 당시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제빵, 카페 기사들의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노사갈등이 커지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섰습니다. 중재 결과 나온 것이 <노사상생협약>입니다. 파견업체 소속이던 직원들을 SPC 본사가 ‘PB파트너즈’라는 회사를 설립해서 직접 고용하고, 직원들의 처우를 3년 안에 본사 직원 (파리크라상 소속 제빵기사)과 같게 하는 내용입니다. 노사가 모두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상생 협약 체결 4년여가 지난 지금 다시 노사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2018년 1월 11일 노사 양측과 시민사회단체, 민주당, 정의당이 함께 노사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휴식권 보장입니다. 노조 측은 한마디로 쉬고 싶을 때 “쉬게 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매장이 연중무휴로 운영되다 보니 일반 직장에 다니는 사람처럼 휴가를 가고 싶어도 제때 못 가고, 몸이 아프거나 경조사가 생겨도 일해야 하고, 또 코로나에 확진된 상태에서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쉬려면 대신 일 해 줄 대체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회사 측이 대체인력을 제때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노조 측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주장합니다. PB파트너즈가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한 이후부터는 전보다 노동환경이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휴일도 30% 이상 늘었고 급여도 훨씬 올려줬다고 주장합니다. 일부 매장에서 원하는 날에 쉬지 못한 일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건 일부 사례라고 반박합니다. 또 쉬지 못할 경우 휴일수당을 지급하고 있어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서도 양측이 대립 중입니다. ‘PB파트너즈’에는 2개의 노조가 있습니다. 회사 설립 직후인 2017년 8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됐고, 11월에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됐습니다. 지금은 전체 직원 5천여 명 중에 4천 2백여 명이 조합원인데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4천여 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현재 벌어지는 노사갈등은 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지회’와 회사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노조 측은 한때 조합원이 7백여 명까지 늘었지만 2021년 3월부터 갑자기 탈퇴자가 늘었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2백 명 정도밖에 안 남았다고 합니다. 노조는 그 이유를 회사의 탈퇴 종용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회사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으로 남아있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압박을 주면서 조합원 탈퇴자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전혀 다른 입장입니다. 조합 활동에 관여한 바가 없으며 이는 조합이 서로 가입자를 늘리려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는 겁니다.

또 2018년 체결된 <노사상생협약>에 대해서도 합의 내용 대부분이 지켜졌다고 주장합니다. 협약체결 3년이 지난 2021년 4월 1일에는 노사가 ‘합의 이행 완료 선포식’ 도 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시 선포식에는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다수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만 참여한 선포식이었습니다.

그때부터 1년 넘게 이어진 노사갈등이 해결되지 않자, 노조 대표인 임종린 지회장이 지난 3월 28일부터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 도로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단식이 진행되는 동안 노사가 만나 의견을 나누면서 갈등을 좁히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행선을 달리면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단식이 50여 일을 넘긴 지난 19일 임종린 씨는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단식이 더 길어지면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과 주변의 만류 때문입니다. 단식 돌입 53일째였습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의 단식이 5월 19일 53일째를 맞자  끝난 이후 이어서  동료 조합원들의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단식은 중단됐지만 갈등은 여전합니다. 임종린 씨를 대신해 동료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움직임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측은 회사 측을 상대로 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불매 운동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불매운동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노사갈등에 이어 불매운동까지 이어지면서 회사 브랜드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노동자의 휴식권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합니다. 법과 단체협약 등에서 보장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직장의 근무 형태가 연중무휴라고 해서 직원들도 연중무휴로 일할 수는 없습니다. 급여의 저하 없이 직원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는 것은 사용자의 선택이나 혜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그 의무를 지키면서도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경영자의 능력입니다.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할지도 노동자의 선택입니다. 보다 상대적으로 강경한 성향의 노조를 선택할 수도 있고, 온건한 성향의 노조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노노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조합원을 늘리려는 노력을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회사에 협조적인 노조원 수를 더 늘리려는 목적으로 승진, 보상 등의 방법을 이용해 특정노조 가입을 유도해서는 안 됩니다. 사용자가 경영권을 자신들의 권리라고 주장하듯이 노동자의 조합 선택과 투쟁 방법 선택도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투쟁방식도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어느 기업이나 노사갈등은 있겠지만, 노사갈등을 이유로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제품을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생산 판매되는 제품은 노동자가 땀 흘려 만든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상처는 깊어집니다. 깊은 상처도 언젠가 아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갈등이 길고 클수록 상처도 커지고 흉터도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53일 만에 단식 푼 임종린 지회장 “코로나 확진돼도 혼만 났다…투쟁 멈출 수 없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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