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부동산 세금의 기준

입력 2022.05.26 (07:00) 수정 2022.05.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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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가 부동산 세금의 기준을 내놨습니다. 보유세는 올려라, 거래세는 낮춰라. 불평등도 염두에 두고 내린 결론이라고 합니다. <정의로운> 부동산 세금의 기준이라고 이름 붙여 봅니다.

일단 거래세가 증가하면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우선 흥미롭습니다. 우선 이 부분부터 보겠습니다.

■ 거래세 올라가면 주택 가격 ↑

이번 연구에는 OECD 국가별 패널 데이터가 사용됐습니다. 국제 비교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교적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을 모두 묶어 분석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다운 접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금의 증가가 부동산 가격의 증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부분입니다. KIEP는 부동산 거래세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거래세는 취득세와 등록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여러 국가를 상대로 한 분석에서 동시에 이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거래세가 증가하면 매수하는 사람의 부담이 증가(수요 감소)합니다. 매수 부담은 수요 위축요인이지요. 그러면 가격이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니었습니다.

KIEP 정영식 박사는 거래세는 기존 주택 보유자의 매도도 약화(공급 감소) 시킨다고 했습니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추가 주택 구매 부담이나 양도세 부담 등으로 주택 매도를 단념하게 된단 얘기죠. 동결효과(Lock-in effect)입니다.

실증분석에서는 거래세가 올라가면, 공급 감소 효과가 수요 감소 효과보다 더 커서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이야기입니다.


■ 보유세 올라가면 주택가격 ↓

보유세가 올라가면 주택가격이 내려간다는 얘기는 한결 이해하기 쉽습니다. 세 부담에 집을 내놓는다는 얘기니까요. 그러나 논쟁에서는 반론도 많았습니다. 이번 분석은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체 분석을 해보니까, 보유세는 주택가격 하락 효과가 분명히 있더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종합부동산세는 보유세에 포함됐습니다)

<보유세와 주택가격의 관계>
GDP 대비 보유세의 1%p 상승은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의 1.151%p 하락으로 이어지고,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율의 1%p 상승은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을 0.414%p 낮추었다.

여기까지 얘기라면 그리 특별한 연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의 특징은 주택 세제를 경제 전반의 '불평등' 측면에서도 분석해보았다는 데 있습니다.

■ 보유세가 불평등을 완화한다

KIEP는 한국을 비롯한 35개국의 1996년에서 2016년 불균형 국가패널자료로 분석했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보유세의 증가가 지니계수 감소와 관련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반면, 거래세는 지니계수와 다소 무관했습니다.)

지니계수는 소득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불평등의 크기도 높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보유세 증가가 지니계수 감소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소득 불평등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 KIEP '한국은 보유세 낮고, 거래세 높은 국가'

KIEP는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에 비해 낮았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0.93%로 OECD 37개국 중 16위에 그쳤다는 겁니다. 실효세율은 더 낮습니다.

보유세 실효세율(민간 부동산자산 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액)은 0.17%로, 관련 통계 집계가 가능한 OECD 15개국 평균(0.30%)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반면 거래세의 경우 GDP 대비 1.75%로 OECD 평균(0.44%)보다 높았고, 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율도 0.43%로 전체 평균치(0.12%)보다 높았습니다.



■경제효과 고려하면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춰야”

전체 상황을 고려한 KIEP의 정책 제언은 아래와 같습니다.

■보유세는 높이자
보유세는 주택가격을 인하하는 효과, 또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OECD 대비 낮은 편이다. 그러니 보유세는 상향하자.
(다만 보유세 인상은 경제주체 행동 왜곡으로 단기적 생산 감소의 우려를 낳으므로 정부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거래세는 낮추자

한국은 거래세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거래세 부담은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거래세는 좀 낮춰가자.


불평등이 심각합니까?

네 우리 불평등은 심각합니다. KIEP가 보고서에서 인용한 아래 소득 불평등도의 변화 추이를 보시죠. World Inequality Lab에서 지속적으로 발간하는 이 '2022 소득불평등도 보고서(World Inequality Report 2022)'에서 우리 소득 불평등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46.5%를 가져가고, 하위 50%는 불과 16%를 가져갈 뿐입니다.

보고서를 발간한 WIL은 '한국에서의 소득 불평등 증가가 극적이다. A spectacular rise of income inequality in Korea'라고 표현했습니다.


소득 불평등만 큰 게 아닙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친 자산은 더 심각합니다. 상위 10%는 58.5%를, 하위 50%는 고작 5.6%를 차지합니다.



■ '현 정책 방향과는 조금 다를 수 있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KIEP 측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불평등의 완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정책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KIEP 정영식 박사는 "부동산 가격안정 측면도 중요하지만, 불평등 심화 문제도 심각하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도 마찬가지인데, 국제사회는 오래전부터 불평등 완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중시하고 이 측면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하고 있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OECD나 월드뱅크 연구, IMF 연구가 다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IMF가 최근 우리나라에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를 권고한 바 있다"며 큰 틀에서 "이번 연구가 그 정당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의 제목이 '정의로운' 부동산 세금의 기준 이 된 겁니다.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른 정책 변화보다는 전체 경제 측면에서 더 일관되고 지속적인 세제정책을 가져가자는 취지인데, 전반적 세금 완화에 방점을 둔 정책 기조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국제적인 관점에서 비교 분석함으로써, 전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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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로운 부동산 세금의 기준
    • 입력 2022-05-26 07:00:20
    • 수정2022-05-26 08:34:10
    취재K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가 부동산 세금의 기준을 내놨습니다. 보유세는 올려라, 거래세는 낮춰라. 불평등도 염두에 두고 내린 결론이라고 합니다. <정의로운> 부동산 세금의 기준이라고 이름 붙여 봅니다.

일단 거래세가 증가하면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우선 흥미롭습니다. 우선 이 부분부터 보겠습니다.

■ 거래세 올라가면 주택 가격 ↑

이번 연구에는 OECD 국가별 패널 데이터가 사용됐습니다. 국제 비교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교적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을 모두 묶어 분석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다운 접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금의 증가가 부동산 가격의 증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부분입니다. KIEP는 부동산 거래세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거래세는 취득세와 등록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여러 국가를 상대로 한 분석에서 동시에 이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거래세가 증가하면 매수하는 사람의 부담이 증가(수요 감소)합니다. 매수 부담은 수요 위축요인이지요. 그러면 가격이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니었습니다.

KIEP 정영식 박사는 거래세는 기존 주택 보유자의 매도도 약화(공급 감소) 시킨다고 했습니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추가 주택 구매 부담이나 양도세 부담 등으로 주택 매도를 단념하게 된단 얘기죠. 동결효과(Lock-in effect)입니다.

실증분석에서는 거래세가 올라가면, 공급 감소 효과가 수요 감소 효과보다 더 커서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이야기입니다.


■ 보유세 올라가면 주택가격 ↓

보유세가 올라가면 주택가격이 내려간다는 얘기는 한결 이해하기 쉽습니다. 세 부담에 집을 내놓는다는 얘기니까요. 그러나 논쟁에서는 반론도 많았습니다. 이번 분석은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체 분석을 해보니까, 보유세는 주택가격 하락 효과가 분명히 있더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종합부동산세는 보유세에 포함됐습니다)

<보유세와 주택가격의 관계>
GDP 대비 보유세의 1%p 상승은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의 1.151%p 하락으로 이어지고,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율의 1%p 상승은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을 0.414%p 낮추었다.

여기까지 얘기라면 그리 특별한 연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의 특징은 주택 세제를 경제 전반의 '불평등' 측면에서도 분석해보았다는 데 있습니다.

■ 보유세가 불평등을 완화한다

KIEP는 한국을 비롯한 35개국의 1996년에서 2016년 불균형 국가패널자료로 분석했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보유세의 증가가 지니계수 감소와 관련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반면, 거래세는 지니계수와 다소 무관했습니다.)

지니계수는 소득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불평등의 크기도 높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보유세 증가가 지니계수 감소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소득 불평등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 KIEP '한국은 보유세 낮고, 거래세 높은 국가'

KIEP는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에 비해 낮았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0.93%로 OECD 37개국 중 16위에 그쳤다는 겁니다. 실효세율은 더 낮습니다.

보유세 실효세율(민간 부동산자산 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액)은 0.17%로, 관련 통계 집계가 가능한 OECD 15개국 평균(0.30%)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반면 거래세의 경우 GDP 대비 1.75%로 OECD 평균(0.44%)보다 높았고, 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율도 0.43%로 전체 평균치(0.12%)보다 높았습니다.



■경제효과 고려하면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춰야”

전체 상황을 고려한 KIEP의 정책 제언은 아래와 같습니다.

■보유세는 높이자
보유세는 주택가격을 인하하는 효과, 또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OECD 대비 낮은 편이다. 그러니 보유세는 상향하자.
(다만 보유세 인상은 경제주체 행동 왜곡으로 단기적 생산 감소의 우려를 낳으므로 정부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거래세는 낮추자

한국은 거래세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거래세 부담은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거래세는 좀 낮춰가자.


불평등이 심각합니까?

네 우리 불평등은 심각합니다. KIEP가 보고서에서 인용한 아래 소득 불평등도의 변화 추이를 보시죠. World Inequality Lab에서 지속적으로 발간하는 이 '2022 소득불평등도 보고서(World Inequality Report 2022)'에서 우리 소득 불평등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46.5%를 가져가고, 하위 50%는 불과 16%를 가져갈 뿐입니다.

보고서를 발간한 WIL은 '한국에서의 소득 불평등 증가가 극적이다. A spectacular rise of income inequality in Korea'라고 표현했습니다.


소득 불평등만 큰 게 아닙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친 자산은 더 심각합니다. 상위 10%는 58.5%를, 하위 50%는 고작 5.6%를 차지합니다.



■ '현 정책 방향과는 조금 다를 수 있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KIEP 측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불평등의 완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정책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KIEP 정영식 박사는 "부동산 가격안정 측면도 중요하지만, 불평등 심화 문제도 심각하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도 마찬가지인데, 국제사회는 오래전부터 불평등 완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중시하고 이 측면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하고 있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OECD나 월드뱅크 연구, IMF 연구가 다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IMF가 최근 우리나라에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를 권고한 바 있다"며 큰 틀에서 "이번 연구가 그 정당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의 제목이 '정의로운' 부동산 세금의 기준 이 된 겁니다.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른 정책 변화보다는 전체 경제 측면에서 더 일관되고 지속적인 세제정책을 가져가자는 취지인데, 전반적 세금 완화에 방점을 둔 정책 기조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국제적인 관점에서 비교 분석함으로써, 전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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