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도 팔자”…치솟는 물가에 피 뽑는 미국인 늘어

입력 2022.05.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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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올리언스 슬리델에 사는 41살 크리스티나 실 씨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인근 의료 기관을 찾습니다.

피를 뽑아 자신의 혈장을 기부하기 위해서인데, 말이 기부이지 실제론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피를 파는 겁니다.

그가 기부하는 혈장은 혈액 속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성분으로 환자 치료와 의료 연구 등에 사용됩니다.

■ '혈장 기부'로 한 달에 400~500달러 벌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생계 유지를 위해 피를 뽑아 파는 시민이 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습니다.

특수교육 교사인 실 씨는 혈장 기부로 한 달에 400~500달러(한화 약 50만 5천 원~63만 2천 원)를 법니다. 피를 판 지는 6개월이 넘었는데, 지난해 9월쯤 생활비가 갑자기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실 씨의 소비를 살펴보면 이유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과거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면 150달러(약 18만 9천 원) 정도가 들었는데 어느새 식료품점만 가면 지갑에서 200달러(약 25만 3천 원)가 빠져나갑니다. 차에 연료를 채우는 비용도 평균 40달러(약 5만 원)에서 70달러(약 8만 8천 원)로 올랐습니다.

실 씨는 1년에 5만 4천 달러(약 6,800만 원)를 벌지만, 남편과 이혼해 홀로 두 자녀를 키우다 보니 물가 상승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고정비로 월세 1,050달러(약 132만 8천 원)와 자동차 할부 250달러(약 31만 6천 원)도 나가는 상황. 지난해 그는 자신이 신용카드를 더 자주 쓴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급기야 빚은 1만 달러(약 1,265만 원)까지 늘어나 있었습니다. 결국, 월급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쓰는 형편이 됐습니다.

■ 미국, 혈장 기부에 금전 보상 가능…"심장 뜀, 복통에도 버텨"

친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치솟는 생활비에 어떤 친구는 연비가 좋은 차로 바꿨고, 또 다른 친구는 부업을 구했습니다.

혈장 기부는 간단하거나 쉽지 않았습니다. 큰 바늘이 팔에 들어가고 나면 나오는 데까진 45분이 걸렸고 어느 때는 심장이 뛰면서 기침이 나고 복통까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멈출 순 없었습니다. 해당 수입이 이미 생활비의 일부가 됐기 때문입니다. 다른 부업을 가지게 되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도 이유였습니다.

단백질 수치가 떨어져 더는 혈장 기부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뒤에는 단백질 음료와 철분 보충제를 먹으며 수치를 정상으로 만든 다음 다시 피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잦은 혈장 기부가 건강 이상으로 이어진 상황.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혈장 헌혈을 2주 간격으로 허용하며, 1년에 24회로 제한합니다. 실 씨의 경우 이렇게 혈장 헌혈을 계속한다면 한 달에 8번 가량으로 1년에 90회가 넘을 수 있습니다.

실 씨가 방문한 날, 같은 목적으로 온 사람들로 대기실은 가득 찼습니다. '4번 기부하면 20달러를 줍니다'라는 문구도 벽에 적혀 있었으며 대기자 중 한 사람은 "친구를 소개하면 50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혈장 기부에 금전적이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의료나 연구를 위한 전 세계 혈장의 3분의 2가 미국에서 공급되고, 미국에서 이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100억 달러(약 12조 6천억 원)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 41년 만에 최대폭 상승

물가 상승은 수치로도 명확히 나타납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5% 급등했습니다. 198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입니다. 4월에도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CPI는 다소 낮아졌지만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 침공 초기인 3월에 비해, 에너지 물가의 경우 상승율이 줄었을 뿐 인상이 계속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주거와 식료품, 여행 등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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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6 07:00:20
    세계는 지금

미국 뉴올리언스 슬리델에 사는 41살 크리스티나 실 씨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인근 의료 기관을 찾습니다.

피를 뽑아 자신의 혈장을 기부하기 위해서인데, 말이 기부이지 실제론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피를 파는 겁니다.

그가 기부하는 혈장은 혈액 속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성분으로 환자 치료와 의료 연구 등에 사용됩니다.

■ '혈장 기부'로 한 달에 400~500달러 벌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생계 유지를 위해 피를 뽑아 파는 시민이 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습니다.

특수교육 교사인 실 씨는 혈장 기부로 한 달에 400~500달러(한화 약 50만 5천 원~63만 2천 원)를 법니다. 피를 판 지는 6개월이 넘었는데, 지난해 9월쯤 생활비가 갑자기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실 씨의 소비를 살펴보면 이유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과거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면 150달러(약 18만 9천 원) 정도가 들었는데 어느새 식료품점만 가면 지갑에서 200달러(약 25만 3천 원)가 빠져나갑니다. 차에 연료를 채우는 비용도 평균 40달러(약 5만 원)에서 70달러(약 8만 8천 원)로 올랐습니다.

실 씨는 1년에 5만 4천 달러(약 6,800만 원)를 벌지만, 남편과 이혼해 홀로 두 자녀를 키우다 보니 물가 상승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고정비로 월세 1,050달러(약 132만 8천 원)와 자동차 할부 250달러(약 31만 6천 원)도 나가는 상황. 지난해 그는 자신이 신용카드를 더 자주 쓴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급기야 빚은 1만 달러(약 1,265만 원)까지 늘어나 있었습니다. 결국, 월급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쓰는 형편이 됐습니다.

■ 미국, 혈장 기부에 금전 보상 가능…"심장 뜀, 복통에도 버텨"

친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치솟는 생활비에 어떤 친구는 연비가 좋은 차로 바꿨고, 또 다른 친구는 부업을 구했습니다.

혈장 기부는 간단하거나 쉽지 않았습니다. 큰 바늘이 팔에 들어가고 나면 나오는 데까진 45분이 걸렸고 어느 때는 심장이 뛰면서 기침이 나고 복통까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멈출 순 없었습니다. 해당 수입이 이미 생활비의 일부가 됐기 때문입니다. 다른 부업을 가지게 되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도 이유였습니다.

단백질 수치가 떨어져 더는 혈장 기부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뒤에는 단백질 음료와 철분 보충제를 먹으며 수치를 정상으로 만든 다음 다시 피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잦은 혈장 기부가 건강 이상으로 이어진 상황.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혈장 헌혈을 2주 간격으로 허용하며, 1년에 24회로 제한합니다. 실 씨의 경우 이렇게 혈장 헌혈을 계속한다면 한 달에 8번 가량으로 1년에 90회가 넘을 수 있습니다.

실 씨가 방문한 날, 같은 목적으로 온 사람들로 대기실은 가득 찼습니다. '4번 기부하면 20달러를 줍니다'라는 문구도 벽에 적혀 있었으며 대기자 중 한 사람은 "친구를 소개하면 50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혈장 기부에 금전적이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의료나 연구를 위한 전 세계 혈장의 3분의 2가 미국에서 공급되고, 미국에서 이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100억 달러(약 12조 6천억 원)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 41년 만에 최대폭 상승

물가 상승은 수치로도 명확히 나타납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5% 급등했습니다. 198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입니다. 4월에도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CPI는 다소 낮아졌지만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 침공 초기인 3월에 비해, 에너지 물가의 경우 상승율이 줄었을 뿐 인상이 계속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주거와 식료품, 여행 등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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