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있으면 방학인데”…희생자 대부분 반 친구들

입력 2022.05.26 (21:41) 수정 2022.05.2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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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단상에 오른, 고등학생 에마 곤살레스는 친구 열일곱 명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습니다.

그 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까지 걸린 시간은 6분 20초.

2018년 다니던 학교에 난입한 괴한의 총에 친구 열일곱 명이 희생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습니다.

수십만 명이 이 자리에서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했을 그 6분 20초를 함께 기억했습니다.

"두 번 다시는 안된다"는 외침이 가득했지만 미국 사회의 변화는 더뎠고, 끝내 텍사스의 초등학교에서 비극이 이어졌습니다.

방학을 불과 이틀 앞두고 희생된 21명은 모두 같은 반 학생과 교사로 밝혀졌는데, 범인은 범행 직전, 여기저기에 대량살상을 예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텍사스주 유밸디 사건 현장에서 이영현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참사가 벌어진 초등학교 입구입니다.

취재진들이 에워싼 틈을 비집고 꽃을 안거나 풍선을 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섭니다.

[에스더 구스맨/유밸디 주민 : "아무 죄없는 아이들이 (희생 되어선) 안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안돼요. 그런 일들이 일어 난다는 게 저를 더 화나게하고 슬프게 합니다."]

조카를 잃을 뻔한 삼촌도 꽃을 들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저스틴 로드리게즈/유밸디 주민 : "저는 제 조카를 여기에 있었던 버스에서 내리게 했어요. 왜냐면 조카의 다리에 총알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에요."]

방학을 이틀 앞두고 희생된 21명 모두가 4학년의 같은 반 친구와 교사들이었다는 사실은 이 작은 마을 주민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충격입니다.

[펠릭스 루비오/희생자 아버지 :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다른 누구도 이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겪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만 하루가 지난 현재 현장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는 통제된 상태에서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총격범 라모스는 18살이 되자마자 총기 두 정과 탄약 370여 발을 잇따라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두 정 다 역대 총기 난사범들이 사용해 이른바 '악마의 소총'이라고 불리는 AR 15 였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흘 뒤 자신의 할머니에게 총을 쏜 뒤 초등학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스티븐 맥그로/텍사스주 공공안전국장 : "그는 복도를 따라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돌고 왼쪽으로 돌았어요. 그곳에는 두 개의 교실이 붙어있는 곳이 있었고 거기에서 대학살이 시작되었습니다."]

범행 직전에는 총기 난사를 예고하는 글을 다른 사람과 주고받거나 SNS에 올린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그레그 애벗/텍사스 주지사 : "세 번째 글은 학교 도착 전 15분이 채 안 된 시점에 '초등학교에 총을 쏘겠다'였습니다."]

텍사스 주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수일 내에 텍사스를 방문해 애도와 위로를 전할 예정입니다.

텍사스 주 유밸디에서 KBS 뉴스 이영현입니다.

촬영:유원규/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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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틀 있으면 방학인데”…희생자 대부분 반 친구들
    • 입력 2022-05-26 21:41:25
    • 수정2022-05-26 22:04:08
    뉴스 9
[앵커]

단상에 오른, 고등학생 에마 곤살레스는 친구 열일곱 명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습니다.

그 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까지 걸린 시간은 6분 20초.

2018년 다니던 학교에 난입한 괴한의 총에 친구 열일곱 명이 희생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습니다.

수십만 명이 이 자리에서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했을 그 6분 20초를 함께 기억했습니다.

"두 번 다시는 안된다"는 외침이 가득했지만 미국 사회의 변화는 더뎠고, 끝내 텍사스의 초등학교에서 비극이 이어졌습니다.

방학을 불과 이틀 앞두고 희생된 21명은 모두 같은 반 학생과 교사로 밝혀졌는데, 범인은 범행 직전, 여기저기에 대량살상을 예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텍사스주 유밸디 사건 현장에서 이영현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참사가 벌어진 초등학교 입구입니다.

취재진들이 에워싼 틈을 비집고 꽃을 안거나 풍선을 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섭니다.

[에스더 구스맨/유밸디 주민 : "아무 죄없는 아이들이 (희생 되어선) 안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안돼요. 그런 일들이 일어 난다는 게 저를 더 화나게하고 슬프게 합니다."]

조카를 잃을 뻔한 삼촌도 꽃을 들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저스틴 로드리게즈/유밸디 주민 : "저는 제 조카를 여기에 있었던 버스에서 내리게 했어요. 왜냐면 조카의 다리에 총알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에요."]

방학을 이틀 앞두고 희생된 21명 모두가 4학년의 같은 반 친구와 교사들이었다는 사실은 이 작은 마을 주민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충격입니다.

[펠릭스 루비오/희생자 아버지 :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다른 누구도 이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겪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만 하루가 지난 현재 현장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는 통제된 상태에서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총격범 라모스는 18살이 되자마자 총기 두 정과 탄약 370여 발을 잇따라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두 정 다 역대 총기 난사범들이 사용해 이른바 '악마의 소총'이라고 불리는 AR 15 였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흘 뒤 자신의 할머니에게 총을 쏜 뒤 초등학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스티븐 맥그로/텍사스주 공공안전국장 : "그는 복도를 따라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돌고 왼쪽으로 돌았어요. 그곳에는 두 개의 교실이 붙어있는 곳이 있었고 거기에서 대학살이 시작되었습니다."]

범행 직전에는 총기 난사를 예고하는 글을 다른 사람과 주고받거나 SNS에 올린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그레그 애벗/텍사스 주지사 : "세 번째 글은 학교 도착 전 15분이 채 안 된 시점에 '초등학교에 총을 쏘겠다'였습니다."]

텍사스 주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수일 내에 텍사스를 방문해 애도와 위로를 전할 예정입니다.

텍사스 주 유밸디에서 KBS 뉴스 이영현입니다.

촬영:유원규/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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