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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모자의 죽음…“빙산의 일각일 뿐”
입력 2022.05.27 (06:00) 취재K
-서울 성동구 모자의 죽음..."비극적 악순환 끊어야"
-발달장애인 일상 보조 하루 최대 2~3시간
-"사회성 점수도 장애종합판정체계에 포함해야"
-보호자 경제력 박탈..."보호자 극한으로 떠밀어"

■ 장애인 가족들 반복되는 비극, 출구 없나?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한 지 불과 한 달. 지난 24일 또다시 6살 발달지체 아들과 40대 보호자가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수면제를 먹여 중증장애를 가진 30대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노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노모 역시 쓰러진 채 발견됐지만,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3월 경기도 시흥에서도, 지난해 2월 서울에서도, 그로부터 1년 전인 2020년 3월 제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장애인 부모 단체의 얘기입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공개되지 않은 사례들도 많아 공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가족끼리의 일이다 보니 공개를 꺼려 관심도, 지원도 받지 못 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장애는 질병이 아닙니다. 다만, 잇따른 장애 가정의 비극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논란이 되어 온 '간병 살인'과도 닮았습니다. '간병 살인'이란 간병에 지친 가족이 돌보던 이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간병, 혹은 돌봄의 사회적 공백이 한 가정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 "하루 2~3시간을 제외하면 돌봄은 모두 가족의 몫"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의 32.1%가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일상생활지원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경우는 13.5%로 나타났습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돌봄 서비스 수요를 판단하기 위해 장애 종합판정체계가 도입됐는데 수급자의 거동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면서, 발달장애인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원을 받기 때문입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실제 발달장애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도 하루 2~3시간뿐"이라며 "단순히 거동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김기룡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역시 "활동지원 서비스를 판정할 수 있는 서비스 종합판정도구가 발달장애인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며 "적어도 월평균 160시간 정도 수준의 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는 실제 필요로 하는 활동 지원 서비스의 60~70% 정도만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

■ "경제적 어려움 겹치며 비극 악순환"…"장애인 예산, 선진국 3분의 1 수준"

활동지원을 이용하는 짧은 시간 외에는 부모나 형제, 때로는 조부모가 그 돌봄을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보호자는 직장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는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지고, 그 가정에는 생활고까지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 가구의 59.8%가 소득 하위 1~2분위인 이유입니다. 윤 사무처장은 "돌봄 부담 가중과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져 우울감을 호소하게 되고 결국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외부 활동이라도 하면 이마저도 중복 지원이라며 일상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차감됩니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외부활동을 위해 '주간 활동서비스'를 이용한 발달장애인 6명 중 1명은 일상 보조를 지원받는 '활동지원' 시간이 차감됐습니다. 결국,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며 정부는 개인의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 돌봄을 설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서비스로는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윤 사무처장은 "결국 예산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면서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의 장애인 예산을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성동구 모자의 죽음…“빙산의 일각일 뿐”
    • 입력 2022-05-27 06:00:13
    취재K
-서울 성동구 모자의 죽음..."비극적 악순환 끊어야"<br />-발달장애인 일상 보조 하루 최대 2~3시간<br />-"사회성 점수도 장애종합판정체계에 포함해야"<br />-보호자 경제력 박탈..."보호자 극한으로 떠밀어"

■ 장애인 가족들 반복되는 비극, 출구 없나?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한 지 불과 한 달. 지난 24일 또다시 6살 발달지체 아들과 40대 보호자가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수면제를 먹여 중증장애를 가진 30대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노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노모 역시 쓰러진 채 발견됐지만,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3월 경기도 시흥에서도, 지난해 2월 서울에서도, 그로부터 1년 전인 2020년 3월 제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장애인 부모 단체의 얘기입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공개되지 않은 사례들도 많아 공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가족끼리의 일이다 보니 공개를 꺼려 관심도, 지원도 받지 못 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장애는 질병이 아닙니다. 다만, 잇따른 장애 가정의 비극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논란이 되어 온 '간병 살인'과도 닮았습니다. '간병 살인'이란 간병에 지친 가족이 돌보던 이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간병, 혹은 돌봄의 사회적 공백이 한 가정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 "하루 2~3시간을 제외하면 돌봄은 모두 가족의 몫"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의 32.1%가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일상생활지원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경우는 13.5%로 나타났습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돌봄 서비스 수요를 판단하기 위해 장애 종합판정체계가 도입됐는데 수급자의 거동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면서, 발달장애인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원을 받기 때문입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실제 발달장애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도 하루 2~3시간뿐"이라며 "단순히 거동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김기룡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역시 "활동지원 서비스를 판정할 수 있는 서비스 종합판정도구가 발달장애인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며 "적어도 월평균 160시간 정도 수준의 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는 실제 필요로 하는 활동 지원 서비스의 60~70% 정도만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

■ "경제적 어려움 겹치며 비극 악순환"…"장애인 예산, 선진국 3분의 1 수준"

활동지원을 이용하는 짧은 시간 외에는 부모나 형제, 때로는 조부모가 그 돌봄을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보호자는 직장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는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지고, 그 가정에는 생활고까지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 가구의 59.8%가 소득 하위 1~2분위인 이유입니다. 윤 사무처장은 "돌봄 부담 가중과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져 우울감을 호소하게 되고 결국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외부 활동이라도 하면 이마저도 중복 지원이라며 일상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차감됩니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외부활동을 위해 '주간 활동서비스'를 이용한 발달장애인 6명 중 1명은 일상 보조를 지원받는 '활동지원' 시간이 차감됐습니다. 결국,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며 정부는 개인의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 돌봄을 설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서비스로는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윤 사무처장은 "결국 예산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면서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의 장애인 예산을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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