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에 씌었다” 퇴마해준다며…성범죄 혐의 무속인 구속

입력 2022.05.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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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 A 씨가 한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무속인 A 씨가 한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퇴마를 해주겠다'며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무속인 A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귀신에 씌었다" 퇴마 요구하며 추행 행위

자신을 '법사'라고 지칭하며 무속 행위를 해온 40대 남성 A 씨는 2020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서귀포 지역에서 신당을 운영하며 여성들을 유사강간하거나 추행하고, 1,000만 원 정도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여성은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과 피해자들에 따르면, A 씨는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불안, 위축된 여성들을 상대로 '귀신에 씌었다', '퇴마를 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단명한다', '자식이 교통사고가 나거나 미혼녀인 딸이 임신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퇴마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자들은 10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돈을 내며 퇴마 행위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신체 추행 등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A 씨가 블로그에 자신을 홍보한 게시물. 진정한 방법사, 퇴마사, 각종 암, 특히 자궁암 치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A 씨가 블로그에 자신을 홍보한 게시물. 진정한 방법사, 퇴마사, 각종 암, 특히 자궁암 치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피해자들은 주로 지인을 통하거나, 블로그를 보고 신당을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로그에는 A 씨가 운영하는 신당에 대해 '진정한 방법사, 퇴마사, 각종 암 특히 자궁암 치료'라는 문구 등이 적힌 홍보성 글이 게시돼 있었습니다. 또 A 씨가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거나, 돼지를 등에 업고 무속을 하는 사진 등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A 씨가 블로그에 자신을 소개하며 올린 사진A 씨가 블로그에 자신을 소개하며 올린 사진

A 씨가 블로그에 자신을 소개하며 올린 사진A 씨가 블로그에 자신을 소개하며 올린 사진

A 씨는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고 극심한 우울증, 수면 부족 고통 등을 풀어준다'며 전국 무속인 중에서도 소문난 신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국민청원에 문제가 제기된 뒤 게시글은 사라졌고, 서귀포에서 운영하던 신당 간판도 내렸습니다. 건물 관계자는 A 씨 가족이 최근 이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구속되기 전인 지난 3월 KBS와의 통화에서 무속 행위 중 신체 일부를 만진 건 맞지만, 동의를 받고 진행된 것이라며 추행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블로그 게시글에 대해서는 모든 무속인이 광고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일부 피해자들은 병원을 오가며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A 씨 관련 글지난 3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A 씨 관련 글

■ 굿 값 2,700만 원은 무혐의 처분

한 피해자는 A 씨에게 나흘 동안 굿을 해준 명목으로 2,700만 원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 피해자는 뒤늦게 제주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에 A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경찰은 관계자 진술과 판례 등을 참조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판례 등에 따르면 굿은 고대부터 우리나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 폭넓게 행해져 온 민간토속신앙의 일종으로, 어떤 결과를 요구하기보다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는 무당이 굿을 요청한 사람을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무당이 그 효과를 믿지 않고, 효과가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속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통상의 범주를 벗어난 재산상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속인 경우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A 씨가 한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A 씨가 한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

A 씨가 한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A 씨가 한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굿이 아닌 퇴마 행위인 경우에는 A 씨가 피해자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것처럼 속여 불안감을 형성하고, 이를 가장해 추행 행위로 이어진 점 등을 적극적 기망 행위로 보고 퇴마 비용에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신당을 압수 수색을 해 장부 등을 확보하는 한편,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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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신에 씌었다” 퇴마해준다며…성범죄 혐의 무속인 구속
    • 입력 2022-05-27 12:06:17
    취재K
무속인 A 씨가 한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퇴마를 해주겠다'며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무속인 A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귀신에 씌었다" 퇴마 요구하며 추행 행위

자신을 '법사'라고 지칭하며 무속 행위를 해온 40대 남성 A 씨는 2020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서귀포 지역에서 신당을 운영하며 여성들을 유사강간하거나 추행하고, 1,000만 원 정도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여성은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과 피해자들에 따르면, A 씨는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불안, 위축된 여성들을 상대로 '귀신에 씌었다', '퇴마를 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단명한다', '자식이 교통사고가 나거나 미혼녀인 딸이 임신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퇴마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자들은 10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돈을 내며 퇴마 행위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신체 추행 등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A 씨가 블로그에 자신을 홍보한 게시물. 진정한 방법사, 퇴마사, 각종 암, 특히 자궁암 치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피해자들은 주로 지인을 통하거나, 블로그를 보고 신당을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로그에는 A 씨가 운영하는 신당에 대해 '진정한 방법사, 퇴마사, 각종 암 특히 자궁암 치료'라는 문구 등이 적힌 홍보성 글이 게시돼 있었습니다. 또 A 씨가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거나, 돼지를 등에 업고 무속을 하는 사진 등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A 씨가 블로그에 자신을 소개하며 올린 사진
A 씨가 블로그에 자신을 소개하며 올린 사진
A 씨는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고 극심한 우울증, 수면 부족 고통 등을 풀어준다'며 전국 무속인 중에서도 소문난 신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국민청원에 문제가 제기된 뒤 게시글은 사라졌고, 서귀포에서 운영하던 신당 간판도 내렸습니다. 건물 관계자는 A 씨 가족이 최근 이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구속되기 전인 지난 3월 KBS와의 통화에서 무속 행위 중 신체 일부를 만진 건 맞지만, 동의를 받고 진행된 것이라며 추행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블로그 게시글에 대해서는 모든 무속인이 광고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일부 피해자들은 병원을 오가며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A 씨 관련 글
■ 굿 값 2,700만 원은 무혐의 처분

한 피해자는 A 씨에게 나흘 동안 굿을 해준 명목으로 2,700만 원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 피해자는 뒤늦게 제주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에 A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경찰은 관계자 진술과 판례 등을 참조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판례 등에 따르면 굿은 고대부터 우리나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 폭넓게 행해져 온 민간토속신앙의 일종으로, 어떤 결과를 요구하기보다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는 무당이 굿을 요청한 사람을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무당이 그 효과를 믿지 않고, 효과가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속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통상의 범주를 벗어난 재산상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속인 경우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A 씨가 한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
A 씨가 한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굿이 아닌 퇴마 행위인 경우에는 A 씨가 피해자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것처럼 속여 불안감을 형성하고, 이를 가장해 추행 행위로 이어진 점 등을 적극적 기망 행위로 보고 퇴마 비용에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신당을 압수 수색을 해 장부 등을 확보하는 한편,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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