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벼른 한동훈의 ‘조·추·박’ 흔적 지우기

입력 2022.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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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취임 전부터 "이 규정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한 한동훈 장관이 취임 일주일 만에 행동으로 옮긴 겁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조국 전 장관 때 추진돼 2019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법무부 훈령입니다. 범죄의 급속한 확산이 우려되는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사건 관계자의 실명이나 피의사실 등 형사사건에 관한 모든 정보의 공개를 금지했습니다.

여기에 2020년 1월 추미애 전 장관이 이 규정을 개정해 공소장 공개도 금지했고, 후임인 박범계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검찰이나 검찰 수사관이 언론과 접촉해 수사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보도가 있으면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 진상 조사나 내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까지 덧붙였습니다.

검찰청사 앞 소환조사 포토라인은 하나의 ‘수사 이벤트’로 여겨져 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을 때 질문하는 KBS 기자를 노려보고 있다.검찰청사 앞 소환조사 포토라인은 하나의 ‘수사 이벤트’로 여겨져 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을 때 질문하는 KBS 기자를 노려보고 있다.

■취지는 '인권보호'…현실은 '셀프방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과거 검찰이 피의자 소환 조사 일정을 언론에 미리 알려 이른바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이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는 '망신주기'라는 지적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또 검찰의 수사 방향이 먼저 기사화되면서 재판 전 피의자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는 풍토를 개선하자는 취지도 담겼습니다.

하지만 시행 때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재벌이 어떤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지 등을 국민이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수사가 모두 마무리된 뒤 법원으로 보내진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건 공개 재판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수사를 담당하지 않는 전문공보관이 수사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을 확인해주거나, 인권보호관이 수사팀을 상대로 진상 조사를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히 '포토라인 없이 소환 조사받은 1호 당사자'가 이 규정을 추진한 조국 전 장관이었고, 공소장 공개를 금지한 때가 마침 '하명 수사·선거 개입 의혹'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거 기소됐을 때라는 점 등 때문에 '셀프 방탄 규정'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2년 만에 개정... 과연 얼마나?

이에 대검찰청은 지난 3월 인수위에 해당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했습니다. 박범계 전 장관도 인수위 업무보고 당시 규정 개정에 대해 협조적인 태도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현재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석 대검 차장은 지난 26일 일선 검찰청에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의 운영 현황과 문제점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대검은 출입기자를 포함한 언론계 의견도 취합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장관은 검사 시절부터 '언론'과 상당한 친분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 주 첫 출근을 시작한 서울중앙지검의 차장들도 기자실을 찾아 '언론 프렌들리'를 내세웠는데요. 과연 법무부와 검찰이 얼마나 언론 취재에 우호적일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자칫 검찰이 수사를 위해 언론을 이용한다면, 이 때문에 또 한 번 역풍이 불 수도 있습니다.

이원석 대검 차장은 검찰 내부에서 마냥 '친윤'으로 분류되지 않는 FM으로 통한다. 검찰총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그의 총장 직무대리 행보도 꽤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이원석 대검 차장은 검찰 내부에서 마냥 '친윤'으로 분류되지 않는 FM으로 통한다. 검찰총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그의 총장 직무대리 행보도 꽤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합수단 부활, 검찰 직접수사 자기 증명의 신호탄?

언론을 대하는 태도뿐 아니라 검찰 수사도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남부지검은 금융·증권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조직인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습니다.

하루 전 오후 6시 30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한동훈 장관이 "오늘 즉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다시 출범시키는 것으로 그 첫발을 떼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입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남부지검에서 주가조작 등 금융 범죄 수사를 전담해오다, 2020년 1월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추미애 전 장관의 방침에 따라 폐지됐습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증권가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수사력을 자랑했었다.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증권가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수사력을 자랑했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2년 만에 부활한 데는 검찰 직접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 장관의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한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 진짜 형사사법시스템 개혁은 사회적 강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새로 부임한 '특수통' 검사장들도 한결같이 '검찰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면서 "다수의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 권력형 성범죄, 아동학대 범죄, 강력범죄 등 민생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가와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권력형 비리,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기업범죄나 금융비리 등은 그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해 직접 수사의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직접 수사는 '전임 장관 흔적 지우기의 핵심'…윤 사단의 '검수완박' 대응 과연?

추미애 전 장관은 2020년 1월 취임 직후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축소하기 시작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대검 중수부가 사라진 이후 검찰 직접 수사의 핵심 부서로 꼽혔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4개 부서를 2개로 줄이고, 형사부와 공판부로 바꾸는 등 전국 검찰청 직접수사 부서 13개를 없애려고 했습니다.

대검의 강한 반발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3부의 기능을 다시 살려두는 등 한발 물러서는 듯 했지만, 검찰이 새로운 수사팀을 만들 때는 검찰총장이 아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계속해서 직접 수사에 제약을 걸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그들은 ‘특수통’이라고 불리며 대형 부패범죄 수사를 이끌어왔다.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그들은 ‘특수통’이라고 불리며 대형 부패범죄 수사를 이끌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취임으로 이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법무부가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검찰 수사 조직은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비롯한 검찰의 수사 조직 재편은 전임 장관 흔적 지우기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검찰총장 임명과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남아있지만, 이미 검찰 주요 고위 간부가 '윤석열 사단'으로 대거 배치된 상태에서, 앞으로 한동훈 장관의 '조·추·박 흔적 지우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 제 남은 가장 높은 허들은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입니다. 법무부는 이 법안의 9월 시행을 앞두고 위헌성 검토와 후속 대책 마련 등을 위한 10명 규모의 전담조직까지 가동했습니다. 언론 대응과 검찰 수사 분야에서 속도감 있게 변화를 추진하는 '한동훈 호'가 과연 국회와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을까요? 곧 그 전략이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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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벼른 한동훈의 ‘조·추·박’ 흔적 지우기
    • 입력 2022-05-28 08:00:39
    취재K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취임 전부터 "이 규정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한 한동훈 장관이 취임 일주일 만에 행동으로 옮긴 겁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조국 전 장관 때 추진돼 2019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법무부 훈령입니다. 범죄의 급속한 확산이 우려되는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사건 관계자의 실명이나 피의사실 등 형사사건에 관한 모든 정보의 공개를 금지했습니다.

여기에 2020년 1월 추미애 전 장관이 이 규정을 개정해 공소장 공개도 금지했고, 후임인 박범계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검찰이나 검찰 수사관이 언론과 접촉해 수사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보도가 있으면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 진상 조사나 내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까지 덧붙였습니다.

검찰청사 앞 소환조사 포토라인은 하나의 ‘수사 이벤트’로 여겨져 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을 때 질문하는 KBS 기자를 노려보고 있다.
■취지는 '인권보호'…현실은 '셀프방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과거 검찰이 피의자 소환 조사 일정을 언론에 미리 알려 이른바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이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는 '망신주기'라는 지적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또 검찰의 수사 방향이 먼저 기사화되면서 재판 전 피의자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는 풍토를 개선하자는 취지도 담겼습니다.

하지만 시행 때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재벌이 어떤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지 등을 국민이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수사가 모두 마무리된 뒤 법원으로 보내진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건 공개 재판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수사를 담당하지 않는 전문공보관이 수사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을 확인해주거나, 인권보호관이 수사팀을 상대로 진상 조사를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히 '포토라인 없이 소환 조사받은 1호 당사자'가 이 규정을 추진한 조국 전 장관이었고, 공소장 공개를 금지한 때가 마침 '하명 수사·선거 개입 의혹'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거 기소됐을 때라는 점 등 때문에 '셀프 방탄 규정'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2년 만에 개정... 과연 얼마나?

이에 대검찰청은 지난 3월 인수위에 해당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했습니다. 박범계 전 장관도 인수위 업무보고 당시 규정 개정에 대해 협조적인 태도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현재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석 대검 차장은 지난 26일 일선 검찰청에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의 운영 현황과 문제점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대검은 출입기자를 포함한 언론계 의견도 취합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장관은 검사 시절부터 '언론'과 상당한 친분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 주 첫 출근을 시작한 서울중앙지검의 차장들도 기자실을 찾아 '언론 프렌들리'를 내세웠는데요. 과연 법무부와 검찰이 얼마나 언론 취재에 우호적일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자칫 검찰이 수사를 위해 언론을 이용한다면, 이 때문에 또 한 번 역풍이 불 수도 있습니다.

이원석 대검 차장은 검찰 내부에서 마냥 '친윤'으로 분류되지 않는 FM으로 통한다. 검찰총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그의 총장 직무대리 행보도 꽤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합수단 부활, 검찰 직접수사 자기 증명의 신호탄?

언론을 대하는 태도뿐 아니라 검찰 수사도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남부지검은 금융·증권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조직인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습니다.

하루 전 오후 6시 30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한동훈 장관이 "오늘 즉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다시 출범시키는 것으로 그 첫발을 떼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입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남부지검에서 주가조작 등 금융 범죄 수사를 전담해오다, 2020년 1월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추미애 전 장관의 방침에 따라 폐지됐습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증권가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수사력을 자랑했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2년 만에 부활한 데는 검찰 직접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 장관의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한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 진짜 형사사법시스템 개혁은 사회적 강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새로 부임한 '특수통' 검사장들도 한결같이 '검찰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면서 "다수의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 권력형 성범죄, 아동학대 범죄, 강력범죄 등 민생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가와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권력형 비리,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기업범죄나 금융비리 등은 그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해 직접 수사의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직접 수사는 '전임 장관 흔적 지우기의 핵심'…윤 사단의 '검수완박' 대응 과연?

추미애 전 장관은 2020년 1월 취임 직후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축소하기 시작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대검 중수부가 사라진 이후 검찰 직접 수사의 핵심 부서로 꼽혔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4개 부서를 2개로 줄이고, 형사부와 공판부로 바꾸는 등 전국 검찰청 직접수사 부서 13개를 없애려고 했습니다.

대검의 강한 반발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3부의 기능을 다시 살려두는 등 한발 물러서는 듯 했지만, 검찰이 새로운 수사팀을 만들 때는 검찰총장이 아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계속해서 직접 수사에 제약을 걸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그들은 ‘특수통’이라고 불리며 대형 부패범죄 수사를 이끌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취임으로 이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법무부가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검찰 수사 조직은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비롯한 검찰의 수사 조직 재편은 전임 장관 흔적 지우기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검찰총장 임명과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남아있지만, 이미 검찰 주요 고위 간부가 '윤석열 사단'으로 대거 배치된 상태에서, 앞으로 한동훈 장관의 '조·추·박 흔적 지우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 제 남은 가장 높은 허들은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입니다. 법무부는 이 법안의 9월 시행을 앞두고 위헌성 검토와 후속 대책 마련 등을 위한 10명 규모의 전담조직까지 가동했습니다. 언론 대응과 검찰 수사 분야에서 속도감 있게 변화를 추진하는 '한동훈 호'가 과연 국회와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을까요? 곧 그 전략이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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