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샤워실’ 설치했다 참패한 日시장…‘고급가구’도 들통

입력 2022.05.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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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자치단체의 수장이 시장실에서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가 27일 일본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올라왔습니다.

판매자는 지바현 이치카와(市川)시. 전임 시장이었던 무라코시 히로타미 씨가 재임 기간 세금으로 구입해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를 처분하려는 겁니다. 구입 당시 2천만 원 상당의 고급 가구입니다.

지난 3월 치러진 선거에서 무라코시 전임 시장을 꺾고 취임한 다나카 고 시장은 이 책상과 의자를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전임 시장이) 세금으로 자신의 취미인 사치스러운 고액의 물품을 구입했다"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치카와 시는 책상과 의자를 2년 동안 사용한 점을 고려해 경매 시작가를 148만 6,650엔으로 책정했습니다. 낙찰될 경우, 판매 수익은 일반회계 재원으로 되돌린다는 계획입니다.

무라코시 전임 시장이 재임 기간 도마 위에 오른 건 그뿐만이 아닙니다.

무라코시 시장 재임 시절 시장실에 설치된 샤워시설무라코시 시장 재임 시절 시장실에 설치된 샤워시설

그는 2020년 10월, 시장실 한쪽에 조립식 샤워실을 설치했습니다. 급수와 배수 설비 등을 포함해 공사비 360만 엔이 들었지만 당시 시의회에는 사전에 설치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시의회가 "직원용 샤워실이 세 곳이나 있어 따로 필요하지 않다"며 철거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때 무라코시 씨는 "재난 발생 시에 전 직원이 사용하기에 3개만으론 부족하다"며 버텼습니다.

무라코시 히로타미 전 지바현 이치카와시 시장무라코시 히로타미 전 지바현 이치카와시 시장

때마침 오사카의 이케다(池田) 시에서는 시장실에 '가정용 사우나'를 들여놓은 게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도미타 히로키 당시 시장은 사우나 시설이 논란이 되자 "회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설치했다. 전력으로 공무에 임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도미타 히로키 전임 이케다시 시장이 사용했던 시장실 모습도미타 히로키 전임 이케다시 시장이 사용했던 시장실 모습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두 시의 사례를 한데 엮어 '서쪽(오사카)엔 사우나, 동쪽(지바)엔 샤워'라며 조롱 섞인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무라코시 시장실의 샤워실은 시의회가 또 한 번 철거 결의안을 채택한 뒤 코로나 관련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취임 2년째인 2019년엔 관용차가 문제가 됐습니다. 무라코시 씨는 "연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분의 1로 줄어든다"며 미국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를 시장의 관용차로 구입했습니다.

이치카와 시의 환경정화시설에서 도입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여론은 달랐습니다.

이치카와 시가 구입한 관용차는 차 문이 스포츠카처럼 열리는 '팔콘윙' 타입이었습니다. 임대료는 월 14만 엔으로 과거의 배 이상이었습니다.

무라코시 전임 시장이 구입해 공개한 테슬라 전기자동차무라코시 전임 시장이 구입해 공개한 테슬라 전기자동차

무라코시 씨는 '환경정책의 일환'이라며 비난에 맞섰지만 결국 두 달 만에 임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연이은 논란은 3월 시장 선거의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무라코시 씨는 '현직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10%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로 가까스로 3위를 기록하며 참패했습니다.

재선에 도전한 현직이 공탁금 100만 엔까지 몰수당하는 선거는 이례적이었습니다.

새 시장이 취임하고 한 달 남짓. 이치카와 시는 전임 시장이 썼던 고급 가구를 경매에 내놓는다는 소식과 함께 언론에 가구의 사진까지 배포했습니다.

무라코시 씨는 선거에 참패하고 퇴임한 후에도 세금으로 '고상한 취미'를 즐겼다며 다시 한 번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테슬라와 샤워실, 그리고 고급가구. 일본 언론은 무라코시 씨가 임기 4년 동안 이치카와 시를 위해 남긴 건 이게 전부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SNS에는 "무라코시 씨가 자신이 썼던 책상과 의자 경매에 직접 입찰하기를 많은 시민이 기대하고 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경매에 등장한 이치카와 시장실에 있던 책상과 의자인터넷 경매에 등장한 이치카와 시장실에 있던 책상과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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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9 07:00:36
    특파원 리포트

일본의 한 자치단체의 수장이 시장실에서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가 27일 일본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올라왔습니다.

판매자는 지바현 이치카와(市川)시. 전임 시장이었던 무라코시 히로타미 씨가 재임 기간 세금으로 구입해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를 처분하려는 겁니다. 구입 당시 2천만 원 상당의 고급 가구입니다.

지난 3월 치러진 선거에서 무라코시 전임 시장을 꺾고 취임한 다나카 고 시장은 이 책상과 의자를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전임 시장이) 세금으로 자신의 취미인 사치스러운 고액의 물품을 구입했다"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치카와 시는 책상과 의자를 2년 동안 사용한 점을 고려해 경매 시작가를 148만 6,650엔으로 책정했습니다. 낙찰될 경우, 판매 수익은 일반회계 재원으로 되돌린다는 계획입니다.

무라코시 전임 시장이 재임 기간 도마 위에 오른 건 그뿐만이 아닙니다.

무라코시 시장 재임 시절 시장실에 설치된 샤워시설
그는 2020년 10월, 시장실 한쪽에 조립식 샤워실을 설치했습니다. 급수와 배수 설비 등을 포함해 공사비 360만 엔이 들었지만 당시 시의회에는 사전에 설치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시의회가 "직원용 샤워실이 세 곳이나 있어 따로 필요하지 않다"며 철거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때 무라코시 씨는 "재난 발생 시에 전 직원이 사용하기에 3개만으론 부족하다"며 버텼습니다.

무라코시 히로타미 전 지바현 이치카와시 시장
때마침 오사카의 이케다(池田) 시에서는 시장실에 '가정용 사우나'를 들여놓은 게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도미타 히로키 당시 시장은 사우나 시설이 논란이 되자 "회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설치했다. 전력으로 공무에 임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도미타 히로키 전임 이케다시 시장이 사용했던 시장실 모습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두 시의 사례를 한데 엮어 '서쪽(오사카)엔 사우나, 동쪽(지바)엔 샤워'라며 조롱 섞인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무라코시 시장실의 샤워실은 시의회가 또 한 번 철거 결의안을 채택한 뒤 코로나 관련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취임 2년째인 2019년엔 관용차가 문제가 됐습니다. 무라코시 씨는 "연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분의 1로 줄어든다"며 미국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를 시장의 관용차로 구입했습니다.

이치카와 시의 환경정화시설에서 도입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여론은 달랐습니다.

이치카와 시가 구입한 관용차는 차 문이 스포츠카처럼 열리는 '팔콘윙' 타입이었습니다. 임대료는 월 14만 엔으로 과거의 배 이상이었습니다.

무라코시 전임 시장이 구입해 공개한 테슬라 전기자동차
무라코시 씨는 '환경정책의 일환'이라며 비난에 맞섰지만 결국 두 달 만에 임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연이은 논란은 3월 시장 선거의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무라코시 씨는 '현직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10%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로 가까스로 3위를 기록하며 참패했습니다.

재선에 도전한 현직이 공탁금 100만 엔까지 몰수당하는 선거는 이례적이었습니다.

새 시장이 취임하고 한 달 남짓. 이치카와 시는 전임 시장이 썼던 고급 가구를 경매에 내놓는다는 소식과 함께 언론에 가구의 사진까지 배포했습니다.

무라코시 씨는 선거에 참패하고 퇴임한 후에도 세금으로 '고상한 취미'를 즐겼다며 다시 한 번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테슬라와 샤워실, 그리고 고급가구. 일본 언론은 무라코시 씨가 임기 4년 동안 이치카와 시를 위해 남긴 건 이게 전부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SNS에는 "무라코시 씨가 자신이 썼던 책상과 의자 경매에 직접 입찰하기를 많은 시민이 기대하고 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경매에 등장한 이치카와 시장실에 있던 책상과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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