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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길고양이 ‘총살’한 주한미군…규정대로 했다?
입력 2022.05.29 (10:01) 수정 2022.05.29 (22:09) 취재후·사건후

철창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공기총을 든 군인은 고양이를 조준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 직후의 영상에선 고양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습니다.


■ "길고양이, 이착륙 안전에 위협"

위 사진과 영상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촬영됐습니다.

오산 공군기지의 유해동물 처리반(Pest Control Management, PCM)은 기지 내로 들어온 비둘기와 고양이 등 동물을 처리해왔습니다.

활주로에 들어가면 공군기가 이착륙할 때 사고를 낼 위험이 있고, 광견병 등 질병을 옮길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지난해 4월부터는 기지 안에 철창을 설치해 두고 길고양이를 포획해 왔습니다.

■ 약물 안락사 규정했는데 '총살'

문제는 처리 방법입니다. 유해동물처리반은 그동안 포획한 고양이에 약물을 주사해 안락사를 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약값이 부담되는 데다 수의사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부터 처리 방법을 바꿨습니다.

그 이후 6개월 동안 사살된 고양이는 10마리가 넘습니다.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는 제보자는 수유 중이거나 상처를 입은 고양이까지 총살했다고 말합니다.

고양이를 기지 밖 동물보호기관에 보내거나, 약물 안락사를 시키는 방법이 있는데도 총살을 선택한 겁니다.

■ 오산 공군기지 "규정대로 한 것"

이에 대해 오산 공군기지 측은 규정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미주둔군협정(SOFA) 22조 3항에는 미국의 재산이나 안전에 대한 범죄, 또는 미군 구성원이나 가족의 신체와 재산에 대한 범죄, 공무집행 중의 범죄를 제외하면 한국의 법령을 따르게 돼 있습니다.

국내 동물보호법 8조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유실, 유기동물을 포획해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습니다.

■ 미군 가이드라인 "총살은 예외적으로만"

길고양이 총살을 유해동물 처리반의 공무 수행으로 보더라도, 미군 가이드라인에는 총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해동물 처리 지침 (Armed Forces Pest Management Board Technical Guide) 3호는 안락사용 약물을 쓸 수 없거나, 약물 안락사를 집행할 사람이 없거나, 동물이 다루기 어려울 만큼 위험할 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유해동물 처리지침 37호에도 총살 전 모든 비무장 처리 방법을 고려해야 하고 광견병이나 사람을 공격하는 등 응급 상황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 중성화 수술 해법 있는데…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에 오산기지가 참여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한 뒤, 다시 놓아주자는 겁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고 있는데, 규정상 잡은 곳에 다시 놓아줘야 해 오산기지와 협의가 필요합니다.

농림부는 평택시와 함께 예산 확대 등 협조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산기지 측은 올해부터 총기 사용을 중단했다며, 농림부와 평택시가 협조한다면 이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취재후] 길고양이 ‘총살’한 주한미군…규정대로 했다?
    • 입력 2022-05-29 10:01:39
    • 수정2022-05-29 22:09:43
    취재후·사건후

철창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공기총을 든 군인은 고양이를 조준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 직후의 영상에선 고양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습니다.


■ "길고양이, 이착륙 안전에 위협"

위 사진과 영상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촬영됐습니다.

오산 공군기지의 유해동물 처리반(Pest Control Management, PCM)은 기지 내로 들어온 비둘기와 고양이 등 동물을 처리해왔습니다.

활주로에 들어가면 공군기가 이착륙할 때 사고를 낼 위험이 있고, 광견병 등 질병을 옮길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지난해 4월부터는 기지 안에 철창을 설치해 두고 길고양이를 포획해 왔습니다.

■ 약물 안락사 규정했는데 '총살'

문제는 처리 방법입니다. 유해동물처리반은 그동안 포획한 고양이에 약물을 주사해 안락사를 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약값이 부담되는 데다 수의사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부터 처리 방법을 바꿨습니다.

그 이후 6개월 동안 사살된 고양이는 10마리가 넘습니다.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는 제보자는 수유 중이거나 상처를 입은 고양이까지 총살했다고 말합니다.

고양이를 기지 밖 동물보호기관에 보내거나, 약물 안락사를 시키는 방법이 있는데도 총살을 선택한 겁니다.

■ 오산 공군기지 "규정대로 한 것"

이에 대해 오산 공군기지 측은 규정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미주둔군협정(SOFA) 22조 3항에는 미국의 재산이나 안전에 대한 범죄, 또는 미군 구성원이나 가족의 신체와 재산에 대한 범죄, 공무집행 중의 범죄를 제외하면 한국의 법령을 따르게 돼 있습니다.

국내 동물보호법 8조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유실, 유기동물을 포획해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습니다.

■ 미군 가이드라인 "총살은 예외적으로만"

길고양이 총살을 유해동물 처리반의 공무 수행으로 보더라도, 미군 가이드라인에는 총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해동물 처리 지침 (Armed Forces Pest Management Board Technical Guide) 3호는 안락사용 약물을 쓸 수 없거나, 약물 안락사를 집행할 사람이 없거나, 동물이 다루기 어려울 만큼 위험할 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유해동물 처리지침 37호에도 총살 전 모든 비무장 처리 방법을 고려해야 하고 광견병이나 사람을 공격하는 등 응급 상황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 중성화 수술 해법 있는데…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에 오산기지가 참여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한 뒤, 다시 놓아주자는 겁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고 있는데, 규정상 잡은 곳에 다시 놓아줘야 해 오산기지와 협의가 필요합니다.

농림부는 평택시와 함께 예산 확대 등 협조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산기지 측은 올해부터 총기 사용을 중단했다며, 농림부와 평택시가 협조한다면 이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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